바다를 메워 지어진 자유무역구 ‘첸하이(前海)’, ‘웨강아오 대만구’의 핵심
중국의 대표 도시를 꼽으라면 어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의 대도시일 것이다. 그렇다면 알리바바, 바이두와 함께 중국 혁신을 주도하는 3대 기업인 텐센트,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이자 세계 3위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 배터리를 시작으로 친환경 에너지와 자동차 개발을 선도하는 비야디(BYD), 민간용 드론 시장의 70퍼센트를 점유한 DJI 등 중국을 대표하는 혁신기업들의 본거지가 있는 도시는 어디인지 아는가. 바로 광둥성 선전(深圳)이다.
선전(深圳)이란 한자 도시명을 풀이하면 첨단 도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골냄새가 물씬 풍긴다. ‘밭과 밭 사이(土+川)토의 깊은 도랑(深)’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20년 전만해도 명칭과 별반 차이 없었던 이 시골도시는 오늘날 유동인구를 포함하면 약 2천만의 대도시가 되었다.
선전에서도 주목받는 지역-첸하이(前海)
당대 대도시 선전에서 첸하이(前海) 자유무역구는 도시의 성격과 부합한다. 15km² 규모 매립지에 조성된 첸하이는 중국 정부가 첨단 금융 지구로 육성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당국은 첸하이를 주요 거점으로 상정해 광저우-마카오-홍콩을 잇는 주강삼각주(珠江三角洲)개발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 첸하이 지역에서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는 금융, 물류, 과학, 통신 및 첨단 서비스업 등이다. 특히 첨단 서비스업, 금융업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첸하이는 조세혜택이 매력적인 지역이다. 때문에 홍콩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심사에 따라 15%에 달하는 조세특례를 받을 수 있다. 이는 기준 25% 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통상 40%의 조세가 적용되는 개인 또한 심사를 걸쳐 15%의 조세를 누릴 수 있다. 자연스레 기업들의 첸하이 러시가 이어졌다. 지난 2018년 12월 기준 첸하이에 등록된 기업은 174,783개, 첸하이에서 개업한 기업은 79,228개이다. 그 중 홍콩 자본이 투자한 기업은 10,800개에 이른다.
지난해 첸하이·셔코우(前海蛇口) 자유무역구 등록기업의 부가가치는 2,549.5억 위안(한화 약 43조 3,300억 원)이며, 외상투자기업은 12,155개(실제이용외자액 155.42억달러)로 집계되었다. 첸하이·셔코우 자유무역구 내 홍콩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선전 전체 GDP의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정자산투자액은 전체의 34.6%, 납세액은 전체의 24.6%를 각각 차지할 정도로 큰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올해 3월 선전시정부는《홍콩∙마카오 청년의 첸하이 발전 지원에 관한 조치(关于支持港澳青年在前海发展的若干措施, 이하 ‘조치’)》를 발표하며 첸하이 활성화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주요 내용은 첸하이에서 취업 시 보조금을 지원, 창업 기업이 상장할 경우 최고 200만 위안(약 3억 3,800만 원)의 장려금 지원, 홍콩 인력을 위한 전용 아파트를 건설, 홍콩∙마카오 인력의 출∙입경 보조금을 지급 등 총 36개 조항에 이르는 지원책이다.
하나의 경제권으로- ‘웨강아오 대만구(粤港澳大湾区) 발전 계획
2019년 2월 18일 중국 정부는《웨강아오대만구 발전계획요강(粤港澳大湾区发展规划纲要)》 을 발표했다. 이전부터 광둥성·홍콩·마카오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발전시키는 이른 바 ‘웨강아오 대만구(粤港澳大湾区) 발전 계획을 국가 전략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웨(粤)-강(港)-아오(澳)는 각각 광둥성, 홍콩, 마카오를 지칭하는 말로 만으로 연결되는 광둥성 9개 도시((광저우(广州), 선전(深圳), 포산(佛山), 둥관(东莞), 주하이(珠海), 중산(中山), 후이저우(惠州), 자오칭(肇庆), 장먼(江门))를 포함와 홍콩·마카오를 통합하는 경제권을 조성하는 것이다.
웨강아오다완취의 인구는 약 7000만명으로 중국 전체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약 12%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 거점 지역이다. 웨강아오 대만구 지역경제 GDP는 2017년기준으로 1조6400억 달러가 넘어 샌프란시스코만(7800억달러)과 뉴욕만(1조6600억달러)을 넘어섰다. 향후 도쿄만(1조7700억) 경제권을 뛰어넘는 세계 최대의 경제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웨강아오 산업정책의 핵심 내용은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혁신기술과 실물경제의 융합을 촉진하여 글로벌 첨단산업 허브를 조성하 는 것이다. 당국은 이를 위해 전략적 신흥산업육성과 산업클러스터 조성, 과학기술혁신 플랫폼 건설 등을 추진한다. 전략적 신흥산업으로는 차세대 정보기술, 바이오산업, 첨단제조장비, 신소재 등을 선정하였으며 5G, 로봇, 3D 프린터 등의 주요 첨단산업의 프로젝트들도 함께 추진된다. 아울러 주하이(珠海), 포산(佛山)을 필두로 하여 주강(珠江) 서쪽 지역에 선진 장비제조업 클러스터를 건설하고, 선전, 동관 등을 중심으로 한 주강동쪽 지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첨단 IT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된다.
이전까지 ‘중국의 실리콘밸리’라는 수식어는 ‘선전’에 붙어다니던 수식어였다. 하드웨어와 창업 분야에서 선전은 가장 유력한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1000여 개가 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가 있으며 완성단계의 성숙한 산업 생태계를 갖춘 도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 부분에서는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이에 중국은 홍콩, 마카오와 선전을 포함한 광둥성 도시를 통합하는 완벽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해 대국굴기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도국으로 나아가려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인터넷 기업의 양대 거두라 할 수 있는 텐센트와 알리바바도 정부의 기조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마화텅과 마윈은 수차례에 걸쳐 광둥성-홍콩-마카오 지역을 연결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비견되는 경제 밸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해 왔다.
지난 20년 간 광둥-홍콩-마카오 세 지역을 기반으로 텐센트를 비롯해 화웨이, ZTE, SF익스프레스, 그리(Gree, 格力), DJI 등 세계 정상급 기업이 등장하고 성장했다. 이들 기업은 이 지역의 장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사례다.
중국 정부는 차근차근 웨강아오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장 해상교량 강주아오(港珠澳)대교와 광저우, 선전, 홍콩을 잇는 고속철도가 연결해 세 지역을 보다 밀접하게 만드는 인프라도 구축했다. 이러한 외부적 요건은 웨강아오 지역에 위치한 기업에게 큰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강주아오 대교는 홍콩, 주하이, 마카오를 Y자 형태로 연결하는 55km 길이의 다리다. 바다 위 교량 35.6km, 해저터널 구간은 6.7km에 달한다.)
그리고 지난 3월부터 알리페이 홍콩(Alipay HK) 모바일페이 서비스가 대륙에서 열렸다. 중국 광둥성 9개 도시 및 마카오에서 홍콩 알리페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모바일페이 크로스보더(Cross-Border) 결제 서비스의 확장이 시작된 것이다. 실제 이달 알리페이 홍콩 앱을 통해 중국 선전에서 서비스 구매시 홍콩달러로 자동 환율 변환되어 결제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웨강아오 대만구 발전 계획은 시작단계다. 음식조리로 비유하자면 이제 겨우 냄비에 재료를 다 넣은 정도다. 음식이 잘 될지 안 될지는 다 끊여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큰 그림을 그리고 시간을 들여 채색 하는데 익숙하다. 이 계획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