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스타트업 환경 둘러보기 (1) : 시장
한국의 창업자/투자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중국의 스타트업 환경이 한국과는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된다. 정말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시장이 바로 중국 스타트업 시장인 것 같다. 이번에 포스팅을 통해 내가 이해하고 있는 중국의 스타트업 환경에 대해 간단히(?) 정리를 하고자 한다.
우선 이 포스팅은 한국의 벤처캐피털에서 짧은 기간 보고 느낀 것, 트위터/지인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듣고 느낀 한국 상황을 기반으로, 지난 1년여간 베이징, 상해에서 창업가로서 보고 느낀 중국의 상황을 정리해보는 것으로 지극히 편향적일 수도 있음을 미리 밝힌다.
이 포스팅은 1) 시장 2) 창업가 3) 투자자 4) 다이나믹스 의 네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 시장
1. 크고 다른 시장
중국의 전체 인구는 공식적인 통계로는 13억 4천만을 상회하고 있으나, 각종 인구 정책으로 인한 오차 및 소수 민족 통계 부족 등을 고려할 때, 그 인구는 15억을 넘는다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이다. (정확한 통계를 내기엔 너무 크고, 분산 되어있고, 어렵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2000년 1억을 간신히 상회하는 수준이었으나, 2012년 연말에 이르러서는 5억 6천만 명에 달한다. 이는 공식 인구 기준으로 인터넷 사용율이 42.1%에 달한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인터넷 보급율은 77%, 한국의 보급율은 2010년 이미 81%를 상회했다.)
모바일 인터넷 발전 또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중국의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는 이미 4억 2천만에 다달았고, 2012년 하반기 6개월간 순증가만 3천 2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2011년 중국 전자 상거래 거래액을 찾아보니 약 6.3 trillion CNY(1.01 trillion USD, 한국 돈으로 약 1천조원)정도 된다. 2010년 대비 34% 성장한 것이니 2012년엔 최소 8 trillion CNY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다. 여튼 이 규모는 중국의 2011년 GDP 규모의 13.4%에 달하는 액수라고 한다. (참조: 2011-2012 China E-Commerce Report) 미국의 2011년 전자상거래량이 161.5 billion USD(한국 돈으로 약 175조원)임을 고려하면 중국의 전자 상거래량은 대략 미국의 6.5배 정도 규모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생산 시장임과 동시에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 경쟁
시장의 규모가 엄청나다보니 도전자도 많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스타트업 환경이 조성되는데 가장 중요한 2가지 리소스는 1) 인력과 2) 자본이라고 생각하는데, 중국은 지금 이 두가지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중국은 원래 사회주의 국가의 성향상 오랜기간 공학이 크게 발전해있고, 공학자들 또한 넘쳐난다. 그 만큼 개발자들 또한 넘쳐나고 있다. 엄청난 시장 규모, 최근 낮은 이자율, 핫머니 등으로 인해 자본 또한 엄청나게 집중되고 있다.
현지 중국인들은 물론이고 외국계 업체들도 속속 중국에 상륙하면서 경쟁 상황을 더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보통 보이는 경쟁의 구도는 중국 로컬 대기업 vs 외국계 대기업 vc 로컬 스타트업으로 이루어 진다. 보통 로컬 대기업은 엄청난 물량 공세와 함께 전통적인 가격 후려치기, 업체들간 담합 등의 전략(?)을 취한다. 어느 정도 사이즈가 커진 로컬 스타트업은 대형 VC의 지원을 받아 대기업에 맘먹는 엄청난 자금을 사용한다. 가장 안타까운 곳은 아마존, 이베이, 페이팔 같은 외국계 업체들인데 업체는 엄청난 양의 자본과 브랜드를 가지고 중국 내에서 경쟁을 시도하지만 아직까지는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스타트업 시장은 정글과 같다. 이 곳에선 정말 치열하게 경쟁이 이루어지다보니, 신사적인 경쟁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겨서 승리하는 자만 인정 받는다. 그러다보니 시장에 각종 편법, 각종 술수들이 넘쳐난다. 각종 앱스토어 조작은 기본이고, 전자상거래 업체들 사이에서는 제품 대량 허수 주문, 댓글 조작, 웨이보 조작 등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버텨내지 못하면 무너진다.
3. 차이
한국의 인터넷 사용자층과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층 사이에는 분명히 큰 차이가 존재한다. 팩트 몇가지를 나열해보자면 중국의 네티즌들 중 81퍼센트 이상이 39세 이하고, 전체 인터넷 사용자중 35%에 달하는 인구는 중학교 졸업 혹은 그 이하의 학력만을 소지하고 있다.
엄청난 인구수에 기인한 네티즌의 다양성 또한 눈여겨 볼만 하다.
1) 지역별 차이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크게 북방과 남방으로 구분을 하는데, 그 사람들의 성향이 워낙 다른 편이어서 좀 더 세심한 마케팅을 필요로 한다. 북방 사람들은 조금 거칠지만 큼직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많고, 남방 사람들은 좀 더 섬세함을 중시한다. 섹터마다 다르긴 하지만 북방 지역에서 1위 업체가 남방 지역에서 기도 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스마트폰이 처음 보급될 때에 광주를 중심으로한 남방 지역은 안드로이드 폰이 압도적(90% 이상)으로 판매되었지만, 베이징에서는 아이폰의 점유율이 80%를 상회하기도 했었다.
한국에서는 서울만 점렴하면 전반적인 트렌드를 점령하고 1위 업체가 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꿈같은 일이다. 베이징, 상해, 광주, 성도, 서안, 무한 등 소위 말하는 1선 도시들을 다 점령해야 드디어 중국 1위 업체로 자리할 수 있다.
2) 그 외의 차이
지역적인 차이 이외에도 빈부격차, 교육수준이 매우 크게 나는 편이라 적정한 세그멘테이션을 찾아 포지셔닝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발상의 전환을 한번하자면,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니치마켓 전략 또한 이곳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개인용 제트기 시장에서 중국 만큼 큰 규모의 성장 가능성을 가진 나라는 장담컨데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시장은 큰 그림을 그리면서 굵게 나아갈 필요성이 있는 곳이다. 소위 대국 마인드라고 부르는데, 어정쩡한 소심마인드로는 이 곳에서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큰 흐름을 주도하면서 디테일까지 챙길 수 있다면 중국 시장을 공략할 최소 요건은 갖췄다 할 수 있겠다.
출처원문 : 중국의 스타트업 환경 둘러보기 (1) :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