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T DOCOMO가 iPhone을 취급하지 않는 이유
일본 최대 규모의 이동통신 사업자인 NTT DOCOMO는 현재 약 6000만 명에 이르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규모가 큰 이동통신 회사 중 아직까지도 iPhone을 취급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이동통신사 중 한 곳이기도 하다.
NTT DOCOMO는 일본에 iPhone이 들어온 4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약 320만 명의 고객을 iPhone때문에 라이벌 통신사에 빼앗겼다고 추정하고 있다.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면서도 NTT DOCOMO는 자사 기준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휴대폰 단말기들을 통해 “Walled Garden : 사용자들을 둘러싸기 위한 닫힌 환경”을 지켜내고 있다.
NTT DOCOMO 내부의 일부 간부들은 물론 서비스를 사용중인 고객들까지도 Apple과의 계약을 체결하여 하루 빨리 NTT DOCOMO에서도 iPhone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NTT DOCOMO가 Apple의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계약을 체결할 일은 없을 것 같다.
NTT DOCOMO측에서 계약서에 추가하고 싶어하는 큰 두 가지가 있다.
- iPhone에 NTT DOCOMO 로고를 넣게 해 줄 것 (NTT DOCOMO에서 취급하는 모든 휴대전화에는 로고가 각인되어 있다.)
- NTT DOCOMO의 기본 어플리케이션을 베이스로 깔아 줄 것 (사진, 사전 etc.)
최근 Reuters의 취재에서 NTT DOCOMO의 사장인 카토 카오루 사장은 아래와 같이 이야기 하였다.
“우리는 라이프 스타일 전체를 휴대폰에 넣는 시스템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하지만 현재 Apple의 계약서에 우리가 사인을 하면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제공하는 우리의 원칙적인 서비스들이 바뀔 수 밖에 없어진다는 것이다.”
Apple을 향한 NTT DOCOMO의 이러한 자세는 세계의 흐름과는 대조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올해 4월부터 iPhone을 취급하기 시작 한 미국의 T-Mobile US의 CEO는 기사를 통해 “4월에 iPhone 판매를 개시한 이후로 제품 라인업의 큰 구멍이 찼다.”라고 밝혔으며, 계약자 수에서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사인 중국의 China Mobile은 이미 iPhone 계약 고객만으로 10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NTT DOCOMO의 완고한 자세는 일본 시작의 특수성을 생각했을 때 특히 주목할 만 하다. 일본시장의 iPhone 점유율은 세계 1위이다. 2012년 하반기 조사 결과 42%의 점유율을 나타냈으며(2012년 10월~12월 : 42%), iPhone5 출시 이후 점유율이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것이 일본 업계의 추측이다. 일본 내에서 iPhone은 해외 주요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삼성의 Galaxy 시리즈보다 잘 팔리고 있다. 삼성은 서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46%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 내 점유율은 iPhone의 1/5밖에 되지 않는다.
NTT DOCOMO는 현재 자사의 ‘서비스’들을 중심에 두고 스마트폰 ‘기계’에 입히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세계 회초로 대규모 모바일 Web 액세스 서비스의 시작과 휴대전화에서 TV를 스트리밍으로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제공할때만 하더라도 일본의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NTT DOCOMO의 통합 시스템을 지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서비스의 영역이 광범위해진 지금, 일부 사용자들은 여전히 NTT DOCOMO를 지지하고 있지만 iPhone의 심플한 매력에 대항하기엔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NTT DOCOMO는 Apple사보다 더 유연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Android 기반의 스마트폰 판매에 주력을 가할 생각이다. 올 여름 SONY ‘Xperia A’와 삼성의 ‘Galaxy S4’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TT DOCOMO는 올해 5월 중순 Xperia A를 출시한 이래 이마 83만대를 판매하였으며, 올 을까지 1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Galaxy S4는 판매 대수가 Xperia의 절반 이하로 고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경쟁사로의 고객 유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7월 5일에 발표된 월간 데이터에 의하면, 6월에는 14만 6900건의 타 통신사로의 이동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이동자 수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53개월 연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대한 전체 수요가 아직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NTT DOCOMO의 2013년 상반기 가입자 수는 63만 명 늘어났으며, 이익률도 아직 큰 변화는 없는 상태. 따라서 Apple과의 대립이 장기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예측이다.
일본에서의 iPhone의 인기는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NTT DOCOMO는 Apple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Apple 또한 일본 시장에서의 더 큰 매출을 노리려면 일본 내 최대 통신사인 NTT DOCOMO를 쉽사리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통신사 로고가 박힌 iPhone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NTT DOCOMO가 일본 내 최대 통신사라는 타이틀을 빼앗기게 될 것인가, 앞으로 두 회사의 기 싸움은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