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트업을 키우려면 여행을 보내라!
스타트업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였다. 실리콘밸리 기반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조사 기관인 ‘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의 창립자 J.F.고디어(J.F. Gauthier)와 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Grab)의 벤처캐피털인 그랩벤처스(Grab Ventures)를 이끄는 크리스 여(Chris Yeo), 사무엘 웨스트 실패박물관 창립자가 ‘스타트업 서울 2019’ 기조 연설자와 패널 토론자로 나선 것.
J.F. 고디어는 스타트업 생태계 진단과 컨설팅의 권위자로 전 세계 25개국 30개 정부 기관의 스타트업 생태계 설립에 대한 고문을 맡고 있는 스타트업계의 유명 인사다. 크리스 여는 싱가포르의 차량 공유 기업 ‘그랩’의 벤처캐피털인 ‘그랩벤처스’를 이끌고 있다. 사무엘 웨스트는 임상 심리학자이자 실패박물관 창립자다. 그가 2017년 설비한 실패박물관은 전 세계의 100개 이상의 실패한 제품과 서비스로 구성되어 있다.
세 사람을 기자회견장에서 만났다.
자신이 하는 일, 이번에 한국을 찾은 배경을 이야기해 준다면
JF 고디어 스타트업 게놈 대표 : 현재 많은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지금 내가 주로 하고 있는 일은 그런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저변을 넓히는 것이다. 이번에 한국에 온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내가 여태까지 스타트업 신에서 배웠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이 발전하고 성공한 배경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조성되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직까지 글로벌 수준은 아니고 큰 성공 사례도 많지 않다. 기존에 행해지던 방법만으론 절대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 때문에 어떻게 더 전략적으로 지원을 해야 하는지를 기조강연을 통해 이야기했다.
크리스 여 그랩벤처스 대표 : 그랩을 창업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랩이 동남아시아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적절한 투자도 있었지만 파트너들의 도움이 컸다. 스타트업은 혼자서는 성장할 수 없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빠른 성장이 있다. 한국에 온 이유도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구도를 갖출 수 있는지를 논하기 위함이다.
사무엘 웨스트 실패박물관 창립자 : 2년 전 실패박물관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가 있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박물관에는 출시 당시 혁신적인 제품이었으나 실패를 한 제품 1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실패를 통해서 배우지 않으면 성장 또한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그 성장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 된다고 본다.
JF 고디어 대표에게 묻자. 어떻게 사업을 해야 세계에서 통하는 비즈니스가 될까. 그리고 어디에서 시작하는게 글로벌화하기 적절하다고 보나. 한국은 창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보나.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나.
JF 고디어 스타트업 게놈 대표 : 스타트업은 한 나라의 수준, 한 나라의 네트워크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창업가 자질, 스타트업 간 교류, 정보가 집약적으로 잘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현재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런던이라고 본다. 세 곳의 인프라는 굳이 다른나라에 갈 필요 없는 수준이다. 한국의 창업 환경에 대한 조사는 막 시작된 단계다. 한국 CEO들과 파운더들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에서 스타트업을 위해 해야 할 것은 여행을 시켜주는 거다. 나라 밖에 나가서 지식을 나누고 교류하는 것을 지원해줘야 한다. 그게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글로벌화 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좋은 예로 스톡홀름이 있다. 스톡홀름 정부는 1년에 창업자들에게 4~5번 이상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걸 기회로 삼아 다수의 스타트업이 글로벌화 되었다. 한국도 그렇게 진행하면 좋을거라 본다.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의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나. 그리고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와 투자 환경은 어느정도 수준이라고 보나.
크리스 여 그랩벤처스 대표 : 투자를 위한 시장으로 한국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랩 벤쳐스는 한국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투자에 지대한 관심이 있고 꾸준히 살펴보고 있다. 객관적인 수치만 봐도 한국은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고 투자가치가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은 고기술 기반인 경우가 많다. 기술력을 갖춘 인력이 많다는 건 그 자체로 굉장히 큰 어드벤티지다. 그리고 한국은 GDP가 높기에 매출을 일으키기에 좋은 구조다. 이러한 것들이 투자자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포인트다. 투자 분야로는 그랩 벤처스가 잘 하고 있는 모빌리어티가 가장 우선이겠고, 그 다음으로 핀테크, 엔터테이먼트, AI, 물류 기업에 관심이 있다.
JF 고디어 스타트업 게놈 대표 : 눈여겨 보는 분야는 이커머스나 AI분야다.
세 사람 모두 스타트업 생태계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가지고 있다. 본인들이 가진 철학이 궁금하다. ‘이것만은 꼭 지킨다’라거나 ‘이것만은 절대 하지 않았다’가 있다면.
JF 고디어 스타트업 게놈 대표 : 성공의 잣대를 재정적으로 풍족하냐 아니냐로 구분짓지 않는다. 스타트업 콘퍼런스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빠른 시간에 성장하는 것 보다 행복할 수 있기를 먼저 선택한다. 내가 즐겁다고 생각하는 일,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꼭 하는 편이다. 나는 룰을 세우기는 하나, 룰을 깨트리는 성향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의지가 약하다고 볼 수 있는데, 하지만 그게 나의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크리스 여 그랩벤처스 대표 :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있다면 항상 겸손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고객과 드라이버를 현장에서 만나는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 않는 것은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나 인격적으로 덜 성숙한 사람은 절대 채용하지 않는 것이다.
사무엘 웨스트 실패박물관 창립자 : 앙트러프러너십이 있는 창업가는 돈을 최우선 가치로 두지는 않는다. 그런 기업가들은 본인이 만들어내는 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본다. 개인적으로 뭔가를 시작해서 중간에 그만 두는걸 싫어한다. 시작해서 그만두는 것 자체가 실패라고 보기 때문이다. 뭔가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솔루션이 생기고 그게 성공의 바탕이 된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둔다.
한국은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의견이 강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JF 고디어 스타트업 게놈 대표 :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규제가 혁신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실례로, 덴마크에서 스타트업 직원의 스톡옵션을 막는 규제가 있었다. 그로인해 인재를 큰 기업에 다 뺐기는 일이 발생했다. 스타트업이 인재가 없는데 성장을 할 수 있겠나. 또 중국 하드웨어 스타트업 친화 도시라 할 수 있는 선전에서는 하이테크와 관련된 분야를 정부에서 규제한다. 하이테크 제품 프로토타입 하나 만들고 개발하는데도 제약이 있다. 당연히 그 이상의 발전이 요원해지는 경우가 있다.
크리스 여 그랩벤처스 대표 : 동남아시아는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형성해 나가는데 시간이 걸리는 시장이다. 때문에 그랩 같은 스타트업은 정부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며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과 정부 이분법적 구조로만 해서는 안 된다. 기존 산업과 국민들도 다 같이 베네핏을 나눌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정부, 스타트업 그리고 기존 산업군에도 혜택이 돌아가는 환경을 조성해야 더 크게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