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SNS 타임라인상에 간간이 등장하는 ‘ NHN’ 에 관한 이슈를 살펴보려한다.
어떤 논란 속에서도 찬반이 있게 마련이지만, IT 산업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문제를 단순히 “매일 일어나는 일”로 치부해 버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 논란에 대한 반응은 강경하게 NHN의 횡포라고 하는 것과 시장의 속성이 원래 그런 것이라는 쪽으로 나뉘어지는 것 같다.
사실 이런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시장의 모습이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어두운 측면이라 볼 수 이다. 거대한 힘을 가진 포식자 공룡이 점차적으로 작은 먹이까지도 싹쓸이 하려는 욕구을 시장논리의 측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1. 골목상권도 탐내는 유통대기업
유통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기본적인 논리는 “자금력과 운용능력을 갖춘 대기업이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여 궁극에는 많은 소비자의 이익”이라는 것이다. 이 논리가 절대적으로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사실 유통대기업은 낮은 단가에 질좋은 물건을 조달하여 소비자에게 가격적인 혹은 질적인 이익을 줄 수 있다. 그들은 이를 위해 많은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에, 어느정도는 수긍이 가는 이야기이다.
반면에 골목에 자리한 작은 가게들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유통대기업에 비해 열세일 수 밖에 없다. 구매력도, 물류시스템도, 인력도 어느 하나 상식적인 측면에서 유통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들의 싸움은 헤비급챔피언과 이제 걸음마를 마친 갓난아이가 링위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과 다름 없이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쓸쓸하게 링위에서 퇴장하고 만다. 아니 좀더 신랄하게 표현하면 퇴장정도가 아니라 강펀치를 맞고 쓰러져 들것에 실려나간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곳은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자본주의 미덕은 이익추구에 있으니 대형 유통업체의 논리도 일견 의미가 있다. 단기적으로, 그리고 지엽적으로는 그들의 얘기대로 공익이 증진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들을 “경쟁을 통한 적자생존과 이를 통한 공익의 증가”이니 감수해야 한다라고 얘기하기에는 뭔가 씁씁할 뒷맛이 남는다.
2.핵심은 Frame이다.
유통대기업의 Frame은 “개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것이고, 골목상권보호의 Frame은 “생태계의 시각”으로 바라본 것이다.
골목상권 문제를 개인 시각의 Frame으로 바라보면 잘하고 못하는 것은 모두 개인의 책임이다. 장사가 잘 되지 않는 것은 개인이 노력을 게을리 하거나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모든 것은 개인의 역량으로 평가하고 치부해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약육강식의 생존 논리로 살고 싶으면 경쟁에서 이겨보라는 것이다. 냉혹한 세상의 싸움을 해보라! 결국 우월한 힘을 가진 주체입장에서는 매우 훌륭한 상황이다.
반대로 생태계 시각의 Frame으로 생각하면 이익추구에 앞서 같이 상생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우선으로 지향하는 것이다. 유통 생태계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이 노력여하에 상관없이 생존의 어려움을 겪고 결국 막다른 선택까지 내몰린다면 그것은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생태계의 파괴는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명중 2명이 실패하는 것은 개인의 재량 여부일 수 있지만 10명중 7명 이상이 실패하는 것은 시스템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시스템은 전체를 이루는 각 구성원들간의 상생과 조화가 중요한 요소인데, 대다수가 실패하는 생태계라면 이는 의미가 있는 것인가? 소수를 위한 생태계인지, 아니면 다수를 위해 존재하는 생태계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3. 자본주의 시스템에서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
NHN 논란에 대한 해결책은 어떤 Frame으로 문제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NHN은 전체 생태계의 관리자가 아니기 때문에 생태계 시각의 Frame 보다는 개인 시각의 Frame으로 접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선택해 살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기업의 목적은 영리추구이고,각자 기업들의 이것에 목적에 충실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토대가 된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자유경쟁으로 자본을 축적하는 게 국부(國富) 증진의 바른 길이다. 또 이기심에서 시작된 생산 활동이 국내산업을 성장시키고 무역으로 확대되면서 결국 국부로 연결된다. 개인과 기업의 이익 추구를 보장하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이야말로 국부의 원천이다.”
여기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이다. 이것의 의미는 방임이나 협잡에 의한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아니라 공정한 규칙에 따른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지칭한다. 아담 스미스는 개인 혹은 단체의 이기심이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비로소 공익으로 변환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정한 규칙에 의한 자유로운 경쟁이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공정한 규칙이 무너진 사회에서는 경쟁의 원리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 이익주체는 자연스럽게 공익이 아닌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4. 생태계 관리자의 역할
바로 이 대목에서 공정한 규칙에 의해 자유로운 경쟁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생태계 시스템을 개선하고 운영하는 생태계 관리자는 각 주체의 사사로운 이기심을 모두의 이익으로 변환하는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축구 경기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경기의 흐름이 바뀌기도 하고, 승자와 패자가 바뀌어 원성을 사기도 하지만, 역으로 공정한 심판의 룰안에서 이루어진 경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충분히 재밌는 스포츠가 될 수 있다.
각 주체들이 개인의 시각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결정할 때, 이를 전체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상생을 모색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생태계 관리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훌륭한 시스템은 건강한 생태계를 육성시킬 수 있고, 힘의 논리와 강소대결에서도 충분한 경쟁의 룰을 지킬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다. 잘 짜여진 시스템과 관리자가 있다면 갑이니 을이니 하는 서열과 횡포속에서 무차별적 피해는 줄어들 것이다. 특정 주체에게만 이득이 되고 이것이 전체의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는 시스템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에 시스템 관리자는 개선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한다. 그것이 생태계 관리자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우리, 인간이 애초에 생태계를 만들고 시스템을 운영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하나였을 것이다.
“다수가 행복한 세상”
이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생태계와 시스템을 조성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각 주체간의 힘과 능력에 차이가 생김에 따라 시스템을 교란해 “소수가 행복한 세상”으로 돌아가려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생태계 관리자에 의한 “공정한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의해서 각 주체들의 이기심이 공익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 NHN 논란과 같은 문제를 각 주체의 문제로 치부해버리거나, 방임하려는 생태계 관리자보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활발히 일어나 “다수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생태계 관리자를 기대해본다.
PS ) NHN 논란에 있어서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미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먹이사슬의 최상위를 차지한 NHN이 아직도 개인시각 Frame을 탈피 못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NHN의 규모와 위치에 걸맞게 생태계 시각의 Frame으로 다른 주체들과의 상생과 공존에 대해 고민을 하고 이를 실천하는 일련의 모습이야말로 다른 주체들이 바라는 모습일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 누군가에게 NHN 이야기를 꺼냈을 때 힐난하기 보다는 존경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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