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63] 지렁이와 친구가 되다! ‘삼사라’ 박건대 대표
박건대 대표를 만나기는 매우 힘들었습니다. 인터뷰 일정을 잡을 때마다 공장이 있는 지방에 내려가 있다는 회신을 받았기 때문. 알고보니 공장에 보물이 숨겨져 있더군요. 삼사라를 지탱하는 바로 그 보물은 바로 ‘지렁이’ 였습니다. 젊은 나이에 지렁이의 효과에 주목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가고 있는 삼사라 박건대 선장(대표)와 조준태 항해사를 만나 지렁이와 친구가 된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삼사라’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 드려요.
삼사라를 소개해드리자면 커피찌꺼기 & 한약재 찌꺼기처럼 재활용될 수 있는 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기존의 재활용 시스템 속에서 활용성을 찾지 못하고 매립 처리되던 재료들을 저희만의 기술로 재활용 해서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업사이클링’을 모토로 하는 회사입니다. 사업 분야로 보자면 폐기물 처리 분야와 비료 생산 분야의 중간 지점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의 폐기물 처리업들은 대개 독성이 있는 쓰레기나 슬러지 같은 것들을 자연의 해가 없는 형태로 중화시키고, 거기에 관해 위탁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많은 반면, 저희 삼사라 같은 경우에는 위탁수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들을 수집하여 재활용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지닌 새 제품으로 재생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저희가 갖고 있는 ‘strawberry field’라는 브랜드는 커피 찌꺼기나 한약재 찌꺼기를 지렁이를 통해서 재활용시켜서 만든 친환경 비료입니다. 이 비료를 가지고 가까운 도시농업이나 가정원예와 같은 소비재 쪽으로 브랜드화 시키기 위해 만든 원예 브랜드입니다.
회사 이름이 독특한데,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계획서를 쓸 당시에 비틀즈의 ‘strawberry field forever’를 듣고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고 진행을 했고, 이것이 저희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법인을 만들 때는 회사 이름과 브랜드를 따로 나누자고 했는데, 그 당시 친구와 인도 여행을 다니다가 ‘삼사라’라는 인도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삼사라’는 고대어 산스크리트어로 윤회, 재생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거든요. 재생, 순환의 가치를 추구하는 회사가 되자는 의미에서 ‘삼사라’ 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삼사라 구성원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저희 회사는 총 4명의 구성원이 함께 이끌어가고 있는데요, 구성원들이 모두 장난끼도 많고 재미있는 회사 분위기를 원해서 직책이 조금 특이합니다. 저는 대표라는 직책 대신 선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고, 저와 함께 창업을 한 친구는 항해사, 기술 개발을 담당하시는 분은 조선공, 새로운 신입 직원은 저격수로 정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고객분들이 50대 이상인 분들이 많은데 20~30대인 저희가 대표이사라는 직책으로 명함을 드리는 게 굉장히 쑥스럽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한 게 항해사, 선장 등의 직책입니다. 물론 명함을 보시고 당황하시는 분들도 종종 계시지만 그래도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 기분이 좋습니다.
원래 환경 쪽에 관심이 많아서 이 쪽 분야의 창업을 결심하게 되신건가요?
본래 경영을 공부했었는데 마케팅쪽에 가장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 때 제가 따르던 교수님들이 앞으로 이제 각광받는 비즈니스는 환경이나 실버 분야 라고 하셨죠. 저는 그 중에서도 환경 쪽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테마를 자주 접하다 보니 지렁이를 활용하는 친환경 기술이 눈에 띄었고, 창업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창업을 할 때 어머니께서 정말 싫어하셨어요. 실험을 위해 집에서 지렁이를 기르다가 지렁이들이 죽게 되었는데, 사체 때문에 날파리와 함께 해충들이 꼬이는 것을 어머니께서 보시고는 지렁이들을 밖으로 던져버린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눈에 보이는 성과들을 만들어 보이니 인정해주시고, 응원도 해주시고 계십니다.
굉장히 생소한 분야인데, 비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짝 공개해주신다면?
지렁이는 본래 자연에 서식하는 생물로서도 동물의 사체나 분뇨 등을 먹어서 흙으로 되돌려주는 동물입니다. 이 지렁이를 집중적으로 사육하여 커피나 한약재의 찌꺼끼 등의 유기물들을 줌으로서 퇴비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기계의 힘으로 강제로 교반(*혼합)을 시켜서 부숙(*썩힘)을 시켜 퇴비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기계 대신 지렁이들을 활용해 유기물들을 교반 시켜서 지렁이들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효소나 미생물들의 힘으로 그 유기물을 퇴비화시키는 것입니다.
현재는 1톤 가량의 지렁이가 공장에서 열심히 퇴비를 만들고 있고, 하루에 하루에 보통 500kg 정도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렁이들은 활동성이 강한 봄, 가을에는 1톤 가량의 처리량이 나온답니다. 지렁이가 저희 회사의 훌륭한 노동자인 셈이죠. 기계로 처리하는 기존 방식보다 좋은 것은 지렁이에 대한 유지비가 덜 들어가기 때문에 경제적이라는 점, 그리고 자연친화적이라는 점이겠죠.
하지만 지렁이들이 만들어 준 비료를 따로 분류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서 저희도 어려움이 많았는데요. 그래서 저희가 개발한 기술 중 하나가 지렁이들의 퇴비만을 따로 수거할 수 있게 자동적으로 나눠주는 설비입니다. 커다란 박스에서 지렁이들을 밀짚에서 기르고, 먹이를 투입하고, 지렁이의 분변토만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수거해 포장을 하는 형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일일이 하게 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인건비도 많이 들어 이익이 나오기가 힘든데 설비를 통해 자동화를 갖추게 되면 가장 친환경적인 좋은 비료를 만들면서 이윤도 창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제가 공학을 잘 몰라서 기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패도 많았지만 그 고생 끝에 지금의 단계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지렁이는 어디서 구해오시는지?
처음에 인터넷에 지렁이를 검색해 무작정 가까운 농장을 방문했더니 기대와는 다르게 재래식 사육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농장의 비닐하우스에서는 지렁이에게 소똥이나 슬러지 종류를 먹여서 최대한 많이 번식시켜 판매하는 것이 주목적이었고, 직접 수작업을 하다 보니 공장에 비해 비효율적이었죠. 저희처럼 지렁이 분변토를 비료로서 상품화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깨끗한 비료의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으면 사업화 가능성이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후, 기술개발을 시작하면서 외국의 논문들을 1년 넘게 탐독하고 직접 지렁이에게 여러 실험을 해서 사업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닥쳐온 큰 위기가 있다면?
여러 번의 큰 위기가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용인에 공장을 마련할 때였습니다. 정말 괜찮은 공장이 한 군데 있어서 그곳을 선점해 계약금을 걸고 사업을 차근차근 진행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청에 등록을 하러 가서 종합검토를 하다 보니 학교보호법 때문에 제동이 걸려버렸습니다. 저희 같은 폐기물을 다루는 업종은 학교의 200m 내외에 있으면 안 되는데 공장 뒤에 중학교 하나가 198m 떨어진 곳에 있었던거죠. 겨우 2m 차이 때문에 결국 허가를 못 받게 되었습니다. 미리 계약금을 낸 것도 많았고, 납품 기한도 얼마 안 남았는데 공장을 구하지 못해서 그 때 당시엔 패닉에 빠져버렸어요. 그래서 주인 분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계약금을 최대한 돌려받고, 다음 공장을 찾아서 한달 동안 납품 기한에 맞춰 생산을 하느라 정말 고생을 했었습니다.
그럼 반대로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1년 정도 준비를 하고, 시장조사도 하고, 투자도 받아서 왔는데 사업 준비를 하면서 많은 문제들이 있었어요. 이런 것들을 해결하고 첫 납품에 들어갔을 때는 특히나 정말 힘들었습니다. 총 15톤의 비료를 만들어서 보내야 하는데 공장 문제 때문에 타이밍을 놓쳐서 정말 정신이 없었거든요. 2월 말까지 물건을 보내야 했는데 포장설비가 자동화되지 않아 영하 20도의 날씨에 수작업으로 10000포를 다 접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기계로 이틀이면 끝날 일인데 그 때에 네 명이 달라붙어 일주일이 걸렸으니까요. 계약이 되어 있으니 기한을 맞출 수 밖에 없어서 그 추운 겨울에 손을 호호 불어가며 일을 했었죠. 마감일에 맞춰 제품을 트럭에 싣고 나니 일주일간의 고생이 생각나면서 만감이 교차하고, 엄청난 보람을 느꼈었습니다. 아마 이런 게 제조업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삼사라’가 가지고 있는 비전이 있다면?
저희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라 생각합니다. 고생이 많았던 부분은 법에서 인허가 부분이 중첩되거나 법규의 애매모호한 규정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저흰 폐기물 처리업인데 비료 생산업도 하기 때문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같이 중복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등록하러 가보니 업종코드가 겹쳐버리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했었죠. 결국에는 온갖 법규를 다 찾아보고, 기업을 지원하시는 분들과 함께 사례를 찾아 겨우 허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는 일마다 돌부리에 걸리는 건 이전에 없던 형태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를 시장 개척 하여 10년 안에는 유기농 비료 업계 그리고 폐기물 처리업계에서 신기술 기업으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가지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행인 건 최근엔 베란다 텃밭이 유행하다보니 써보신 분들은 좋다는 반응과 함께 재주문이 들어와서 점차 매출이 늘 가능성이 보여서 기분이 좋네요.
채용 프로세스와 ‘삼사라’만의 인재상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필요할 때 직원을 뽑는 편이라 따로 채용일을 갖추지는 않습니다. 인재상은 직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조금 장난기도 있고, 즐겁고 진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분들을 선호합니다. 평소에도 일을 하면서 장난도 많이 치고, 회의의 절반이 농담일 때도 있습니다. 이런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분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같이 성장해가는 입장이다 보니 신입 사원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없어서 능력을 크게 보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열심히 배우려는 자세와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청춘들에게 한마디 해보자면?
요즘 주변에 창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은데 뭐가 되었든 간에 후회하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사실 성공하는 것이 쉬운 건 아닙니다. 혹여 실패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정말 후회가 안 남을 때까지 끝까지 도전해본 후에 실패를 한다면, 결과가 실패라 하더라도 분명 남는 것이 있다고 봅니다. 허술하게 도전을 하다가 실패를 하면 배우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사전에 준비를 사전에 잘해서 어떤 것이든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세요.
글 : 인크루트 장재섭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