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비디랩 UX 리포트 vol 03] ‘스포티파이’ 인기 비결 UX 관점에서 살펴보기
[UX 리포트 vol.03] 스포티파이, 인기 비결 UX로 알아보기
오늘은 스포티파이(이하 Spotify)가 불러온 음악 앱 지각 변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스포티파이, 우버, 넷플릭스
우버가 등장하자 택시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고, 넷플릭스가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에 변동을 이끌어듯, 스포티파이는 음악 앱 업계를 흔드는 태풍의 눈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 음악 앱을 이렇게 크게 흔들어 놓은 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8년 창립한 Spotify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 앱입니다. 그냥 큰 것도 아니고 ‘가장’ 큰 음악 앱인만큼 팬층 또한 무척 두텁습니다. 약 2억 5천만 명 가량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고, 전세계 79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무려 40%에 달합니다.
Spotify는 왜 이렇게 잘나가는걸까요? 그간 스포티파이가 성장해 온 히스토리를 잠깐 짚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주간 음악 추천 기능: Discovery Weekly
매주 유저의 취향을 분석하여, ‘좋아할만한’ 음악을 추천해주는 기능입니다. 국내 서비스에서 관련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신박함이 떨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만, 국내서 ‘추천 기능’을 제공하게된 배경에 스포티파이라는 원형이 있었습니다. 출시 당시 얼마나 센세이셔널 했는지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포티파이는 2013년에 ‘Discover’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좋아할만한 곡을 찾아주는 기능입니다. 이 기능 이후에 순차적으로 2015년엔 Discovery weekly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유저에게 맞춤 노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 애플을 상대로한 소송
스포티파이는 지난 2019년 3월, 애플을 제소했습니다. 골자는 애플이 30%나 되는 애플세를 거둬들이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즉, 앱을 유통하는 채널인 애플스토어에서 높은 비율의 세금을 부과해 결과적으로 애플 뮤직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불공정 거래를 하고 있음을 꼬집은 소송이었습니다. 독점 구조를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지를 좁히는 행태에 대해 당연하게도 소비자는 분노했습니다. 이는 애플뮤직에서 이탈한 소비자가 스포티파이로 옮겨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과연, 한국에서도 성공할까?
우리가 주목할 것은 스포티파이가 추천 시스템의 리더였다는 것도, 애플의 불공정거래를 세상에 알렸다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기존의 거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주목할만한’ 차별성을 가지는지가 핵심입니다.
소비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아래는 재미있는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신비한 스타트업 사전]에서 음악 앱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입니다.
많은 유저들이 ‘추천’ 기능을 무척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성향의 국내 소비자에게 Spotify는 만족할만한 서비스일까요?
분석을 위해, dbd Lab에서 직접. Spotify를 사용해보았습니다.
다소 단순해보이는 Spotify는 국내 주요 음악 앱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차이라고 한다면, 다음 두 가지입니다.
1. 인기차트의 실종
2. 나만을 위한 추천 기능
1. 인기차트의 실종
Spotify 앱 어디를 찾아봐도, 음악의 ranking이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국내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보이는 Melon앱을 보면 실시간 차트가 메인을 꿰차고 있습니다.
과연 인기 차트의 유무는 사용자 경험에서 어떤 차이를 가져다줄까요? 인기 차트 기능을 제공하는 목적에 따라서 크게 달라집니다.
(1) 좋은 음악을 더 빠르게 선택하도록 돕는, 유용한 인기차트
‘더 많은 사람들이 듣는 음악은, 더 좋은 음악일 가능성이 높다.’
음악 앱 뿐만 아니라, 쇼핑몰 등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인기차트를 제공하는 이유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제품, 서비스는 실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죠. 인기차트는 이런 이유로 등장했습니다. 들었을 때 실패 없는 노래를 선택하는데, 큰 노력이나 긴 시간을 들이지 않을 수 있게 도와주는 형태입니다.
(2)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순위권에 올릴 수 있어서, 재미있는 인기차트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인기차트는 단순히 ‘기능적인’ 역할만 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차트가 의미있는 기능이 되기까지 팬덤 문화를 빼놓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음악 앱의 인기 차트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스트리밍’ 횟수가 중요합니다. 즉,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많이 들으면 들을 수록, 인기 차트의 순위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앱의 수많은 유저에게 내 가수의 노래가 노출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러한 ‘스밍(스트리밍)’ 문화는 헌신적인 팬들의 경쟁심을 자극합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공중파 음악 방송에서는, ‘금주의 1위’ 아이돌을 선발하는 심사에서 음악 앱의 인기 차트 점수를 포함했습니다. 이처럼 음악을 듣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과 그들의 음악을 순위권에 올리는 재미로 사용되는 기능인 것입니다. 실제로 국내 음악 앱은, 2.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순위권에 올릴 수 있어서, 재미있는 인기차트 를 이용하기 위한 유저의 덕을 보며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점점 유저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국내의 상황에서, ‘Not Dominated by Record Lables’라는 가치관 아래, 차트가 없는 스포티파이는 충분히 환영 받을만합니다.
여기서 잠깐! 국내 음악앱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FLO는 차트를 폐지하고, 유용함을 강조합니다. 신뢰도를 잃은 차트는 없느니만 못하다는 판단이었을까요? 차트를 과감하게 폐지했습니다. 대신 음악 추천 시스템을 통해 유저가 원하는 음악을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바이브는 인기 차트의 장점을 더욱 강조합니다. ‘내돈내듣’이란 슬로건 아래, 내가 들은 가수에게 직접적인 수익을 주는 정산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시스템입니다.
2. 나만을 위한 추천기능
차트가 없이도 유저에게 빠르게 좋은 노래를 소개해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스포티파이가 가장 잘하는 ‘추천’ 기능 덕분입니다.
앞서 언급 했듯, 스포티파이는 2013년부터 추천 기능을 제공해왔습니다. 반면, 국내 서비스는 그보다 조금 늦게 시작을 했습니다. 멜론은 2016년에 음악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만큼 정말 뛰어난 추천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지, dbdLab이 직접 사용해봤습니다.
‘서치할 필요가 없다.’
음악을 듣는 그 사람만을 위한 추천 서비스였습니다. 그래서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굳이 검색해서 찾지 않아도, 스포티파이를 실행하기만 하면 음악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잘 추천을 해줄 수 있을까요? 여러가지 요인 중, 핵심적인 UX 두 가지를 뽑아봤습니다.
(1) 스트리밍 중 ‘삭제’ 버튼을 눌러, 빛의 속도로 삭제하기
‘다음 음악으로’ 옆에 있는 버튼이 보이시나요? 추천된 음악 중 마음에 들지 않는 노래가 있다면, 노래를 듣는 와중에도 가차 없이 플레이리스트에서 삭제할 수 있는 버튼입니다. 다른 앱들은 플레이리스트로 가서 음악을 삭제해야하는데 비해, 굉장히 간편한 모습입니다. 빛의 속도로 삭제할 수 있는 기능 덕분에, 오히려 좋은 음악을 더 잘 추천해 수 있습니다.
(2) ‘나랑 비슷한 사람’이 아닌, ‘나’에게만 맞춘 음악
스포티파이의 이곳저곳을 모두 살펴봐도, 음악은 항상 ‘나’를 위한 추천입니다.
음악 추천이라는게 당연히 유저의 취향을 분석해서 제공하는 건데, 이게 왜 특별한 것이냐고요?
국내 음악 앱과 비교해보겠습니다.
이렇게 ‘For U’라는 카테고리에 추천 음악이 뜹니다.
얼핏보면 나를 위한 추천 음악이 맞긴 하지만, 사실은 ‘나랑 비슷한 사람’을 위한 추천 음악입니다.
‘#월요병’. ‘일 할 때 듣는 음악’. 월요일에 일을 하느라 힘든 사람들을 위해 엔돌핀을 솟게 하는 음악을 추천해주고 있는 것이죠. 만약 청취자가 20대 후반이라면 직장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위와 같은 노래를 추천해줍니다. 다만 내가 속한 집단에게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주기 때문에 온전히 나만을 위한 음악 추천을 받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Spotify가 자신있는 또 하나의 이유. 가격
Spotify가 견고한 국내 음악 앱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음악 앱이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가격’입니다. dbdLab이 조사한 결과, 국내 유저는 매달 정기적으로 청구되는 음악 앱의 가격에 가장 민감합니다. 일상과도 같은 ‘음악을 듣는 일’에서 매달 신선하고, 놀라운 경험을 하지 못하는 이상 돈을 지불하는 일에 대해선 꺼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Spotify는 기본적으로 ‘무료’입니다. 유튜브처럼, 광고를 없애고자 하는 유저에게는 월 이용료를 받습니다. 해외 기준으로 봤을때 월 이용료는 저렴하지 않은 가격입니다. (미국 기준 9.99달러)
하지만 굳이 유료 회원으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만약 출시를 한다면) 국내 고객은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가 됩니다.
국내 1조원, 음악 감상 시장을 잡아라.
국내 음악 앱은 1조원 가량의 시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안에 있는 고객들은, 쉽게 앱을 갈아탑니다. 스포티파이의 국내 출시 소식이 들리자마자 여러 앱에서 변화가 생기는 것도 모두 이해가 됩니다.
좋은 음악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나만을 위해 편리하게 추천해주는 Spotify가, 과연 이 시장에서 지각 변동을 일으킬지, 일으킨다면 그 규모는 얼마나 클지 궁금해집니다.
원문 : [UX 리포트 vol.03] 스포티파이, 인기 비결 UX로 알아보기
글 : 데이터기반 UX 연구소 디비디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