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잡인터뷰하고 채용 결정까지” 코로나19 이후 中 고용시장 트랜드
상하이 소재 대학 졸업 예정자인 탕이닝(22)이 근래 가장 걱정했던 것은 직업에 대한 불확실성이었다.
춘절 연휴 이후 잡혀있던 두 번의 취업 면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대유행(펜데믹) 때문에 모두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코로나19가 소강상태라는 정부 발표가 있었지만, 기업 신규 채용 문은 바로 열리지 않았다.
탕이닝이 고민하던 기간(1, 2월) 중국의 실업률은 전년 동기 5.3%보다 높은 6.2%까지 올라갔다. 특히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우한시의 경우 3월 중순 기준 취업한 대학생 비율이 지난해 대비 20%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우한 폴리텍대학 졸업생 예정자 4195명 중 10%도 되지 않는 400명만이 직장과 연이 닿았다. 예년 평균 대비 70% 이상 줄어든 비율이었다.
하지만 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바뀌면서 탕이닝에게 이전과는 다른 취업 루트가 생겼다. 3월 중순 이후 IT 기업을 시작으로 온라인 채용이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따라 탕이닝에게도 온라인 면접 제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상하이 소재 대학들이 공동 진행한 온라인 채용 박람회에 3월 중순 기준 5만 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해 구직자와 접점을 만들었다. 대학측 발표에 의하면, 이기간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제시되었다.
탕이닝은 생각한 것보다 이 시스템이 효율적이었다 말한다. 그는 “딩톡이나 줌, 텐센트 미팅, 위챗웍스 등 플랫폼 등을 활용한 면접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았다. 오프라인 대면 잡인터뷰는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베이징이나 선전 등 다른 지역 기업 면접을 보려면 긴 시간 이동해야 하고 교통비도 만만치 않다. 면접일이 겹치면 한 곳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온라인 면접은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롭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중국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고향을 떠나 타지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노동자 수는 2억 9000만 명 규모이다, 이중 7500만 명은 해외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평균 소득 수준이 낮은 가정 출신으로 고향 가족 생계에 일정 부분 금전적 기여를 해야하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의 노동자들에게 수개월째 이어지는 코로나19는 큰 난관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3월부터 중국 중앙 정부와 지역 정부는 온라인을 통한 채용박람회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고향 좡족(광시성)을 떠나 저장성으로 이주한 주페이(21)는 “스마트폰 면접으로 취직할 줄은 몰랐다. 회사가 내게 제시한 직책과 월급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주페이는 광시성 정부가 주관하는 온라인 취업박람회를 통해 저장성 주산에 위치한 한 식품회사에 입사했다. 그는 “2차 면접 때 지역정부가 무료 교통수단을 제공했고, 지난 3개월간 600위안의 전염병 예방 보조금도 제공했다”고 경험을 전했다.
탕이닝과 주페이처럼 올해 취업 전선에 뛰어든 중국 사회 초년생은 874만 명 규모로,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이들의 구직활동은 코로나19로 지연되었으나 기업과 대학이 온라인 채용 도구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재개되었다. 특히 우한과 후베이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역은 90% 이상의 기업이 온라인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채용 플랫폼 자오핀을 활용해 비대면 면접을 진행하는 기업은 2019년 가을 대비 20배 이상 늘었다. 관련 서비스들도 각광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온라인 채용방식이 일자리 공백을 메우는 데 상당부분 기여할 것이라 전망한다. 완벽히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고용 안정과 경제 촉진의 배경이 된다는 것이다.
저장성 항저우 소재 기업 인사담당자인 린류양씨는 “코로나19가 인재 채용 적기를 방해한 것은 사실이다. 보통 중국 채용시기는 1~4월 사이이다. 큰 기업은 이 기간 인턴을 뽑고 하반기에 정식 채용을 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것이 어려워졌다.”라며 “발병률이 낮아짐에 따라 대부분 회사가 온라인을 통해 일자리 공백을 메꾸고 있다. 특히 IT에 익숙한 기업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앞장서서 온라인 면접을 도입한 인터넷 기업들은 가장 우수한 대학 졸업생을 다른 기업에 비해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가 다른 기업들에게도 자극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중국 법인 정보 검색 서비스 치차차(企查查, qichacha)에 따르면, 올해 3월 신규 취업자 수는 137만 명으로 전달대비 273% 급증했다. 2월부터 3월 사이 174만 개의 구인 공고가 있었다. 가장 많은 일자리가 올라오고 매칭된 지역은 광둥성으로 2-3월 37만 7500개의 일자리가 있었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각각 28만 3100명, 22만 8400 건으로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업종으로는 제조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과학기술, 임대 및 상업 서비스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 스포츠웨어 그룹 리닝의 덩슈빙 채용담당 이사는 “올해 상반기 1300명의 생산라인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현재 90% 가량 채용이 진행되었다. 이중 80% 이상은 난닝에서 열린 온라인 채용박람회와 동영상 공유 앱 더우인(틱톡)을 통해 채용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온라인 채용 등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부분에 적극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과 고용 안정 유지를 위한 일련의 조치를 채택했다. 인사혁신처는 6월말까지 10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온라인 채용 100일 계획’에 돌입했다.
아울러 중국 입법부는 코로나19로 심한 타격을 입은 지역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일방적 해고, 임금 차별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후베이성 출신 노동자들이 다른 지역에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이유 없이 해고된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법무부 측은 “지역에 대한 차별은 시민의 기본권 침해 행위”라며 사업주가 이를 어길시 강한 제재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원 중 유일한 후베이성 출신인 후춘화 부총리는 “중앙·지역정부, 민·관 고용 기관과 일자리 정보를 공유하고, 안정적인 고용시장 확보를 위해 월활한 온·오프라인 채용활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봄 채용 계획을 세웠던 200여 개 인터넷 기업 90%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채용을 잠정 연기했다. 200개 기업 중 불과 18%만이 충원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비대면 면접 등 방식이 확산되며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채용 과정을 비대면 방식으로 반강제 전환시킨 것이다. 근래 중국 기업 상당수가 화상 인터뷰와 온라인 취업 박람회로 오프라인 면접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인터넷, IT 업계에서 이러한 추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라이프 서비스 플랫폼 58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인사 담당자 70%가 화상 인터뷰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전염병 기간이 지나도 이러한 방식은 상당부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코로나19는 대륙에 원격근무·온라인교육·원격진료와 같은 비대면 산업을 유망분야로 부상시켰다. 3월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 소비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20.5% 감소한 반면 온라인 상품 판매액은 3% 증가해 전반적 비즈니스 환경 침체 속에서 온라인 언택트 산업 분야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원격근무 이용률은 2018년 0.6%로 미국(18.9%), 영국(12.8%)에 못 미쳤으나 코로나19 방역기간 중 재택근무 증가로 올해 시장 규모가 2018년보다 3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2월3일~16일 기간 중국의 약 1800만개 기업·3억명의 인원이 온라인으로 근무했다. 특히 알리바바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딩톡은 3월 하루 최대 1억명 이상이 2000만건의 화상회의를 기록했다.
춘절 연휴 이후 개학이 연기되고 학원들이 문을 닫으면서 온라인 교육서비스가 오프라인을 대체하고 있다. 중국 최대 교육 서비스 기업 신동방은 97만명 이상이 온라인 수업에 참여했다. 쉐얼쓰는 국영방송 CCTV와 함께 2월부터 초중고 과정 강의를 무료 제공하고 있으며 위안푸다오는 온라인 교육 콘텐츠 무료 배포·생방송 서비스 제공으로 강의 첫 날 500만명 이상이 동시 접속했다.
원격진료 서비스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춘절기간 중 중국 주요 온라인 의료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원격진료를 받은 이용자는 일 최대 671만명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 원격의료 시장규모는 190억 위안(약 3조3000억원)으로 2015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고 올해는 성장폭이 더욱 가파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