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지 않고 찾아간다” 코로나19 시대, 고객 찾기에 나선 中 식음료 업계
베이징에서 베리빈즈라는 엔틱풍 카페를 운영하는 웨이 한예는 최근 매장이 아닌 거리에서 커피를 제조하고 있다. 그의 이동 매장은 자전거다. 뒷자리에 임의로 매달아놓은 나무상자에 커피콩, 분쇄기, 주전자 등 커피 제조 용품이 담겨있다.
웨이 한예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고객이 올 수 없는 상황이기에 우리가 고객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바리스타라는 본업과 어린 시절부터 좋아한 사이클링 취미가 결합한 아이디어이다.
그는 대로변이 아닌 후통 방향 골목 위주로 가는 편이다. 웨이 한예는 이동하다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다. 물론 자신의 매장 홍보도 잊지 않는다.
웨이 한예는 “자전거만 있으면 공간을 빌릴 필요가 없다. 커피는 어디서든 내릴 수 있고, 팔 수 있다.”라고 말한다.
중국의 식음료 산업은 코로나19 이후 큰 타격을 받았다. 다수의 매장이 2월에 문을 닫아야 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1위인 스타벅스조차도 한때 문을 여는 곳보다 닫는 곳이 더 많았을 정도이다. 3월이 되어서야 점진적으로 재재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예년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여유 자금이 있는 프렌차이즈와 달리 소규모 사업자들은 전염병이 지나가길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매출을 낼 수 있는 자구책, 또는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일부는 온라인에서 길을 찾고 있고, 일부는 웨이 한예처럼 거리로 나가 역발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베이징에서 원쿼터커피라는 매장을 운영하는 장옌은 온라인에서 방법을 찾은 사람이다. 그는 라이브스트리밍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커피 제조법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불특정 다수에게 오픈되는 형태가 아닌 QR코드로 관심있는 사람만 수강하는 화상 강연 방식을 택했다. 장옌은 “오픈 플랫폼보다 시청자 수는 적을 수 있지만, 커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만 연결되기에 집중도와 만족도는 더 높다”라고 말한다.
대유행 기간 동안, 식음료 체인점들도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해 공개했다.
차 음료 기업 나이슈에더차(奈雪の茶 Nayuki)는 5리터 대용량 버블티를 한정판으로 출시해 큰 인기를 모았다. 일반 밀크티 10잔 용량이지만 가격은 99위안(약 1만 7천원)으로 절반 이하 가격이다.
중국 젊은층 상당수는 매일 밀크티와 커피를 마시는 게 익숙한 라이프스타일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매장이 문을 닫았기에 수요와 공급은 있지만 연결이 원활치 않았다. 일부는 영상을 보고 집에서 밀크티를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상점에서 사먹는 것과 같지 않아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이러한 페인포인트를 나이슈에차가 파고들었다. 나이슈에차는 많은 양의 밀크티를 한 번에 배송하는 한편, 맛을 매장 음료와 같게 제조했다.
나이슈에차는 라이브스트리밍을 통해 제품 홍보와 판매도 병행하고 있다. 4월 1일 나이슈에차는 유명 왕홍 뤄융하오와 콜라보 방송을 진행해 쿠폰만 9만장을 판매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크림치즈티’를 대유행시킨 시차는 음료가 아닌 식품 시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달 알리바바 신유통 체인 허마셴셩에 론칭한 칭투안(青团, 청단)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으로 칭투안은 팥소가 들어가지만, 시차식 칭투안은 크림치즈, 두아베아 우유가 재료로 활용됐다. 제품은 상하이 허마셴셩 플랫폼에 등장한 지 1시간 만에 매진되는 등 인기를 끌고있다.
시차라는 브랜드의 기본 콘셉트는 파격이다. 이전과는 다른 색다른 음료군은 중국 빠링허우(80년 생)와 지우링허우(90년 생) 세대의 호응을 얻었다. 대표적으로 2017년 경 선보인 ‘크림치즈티’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차 위에 크림치즈가 올라간 이 음료를 먹기위해 중국 밀레니얼 세대는 매장에서 몇 시간을 대기하는 것을 유행처럼 여겼다.
시차는 2016년 1억 위안(한화 166억 원) 규모 투자유치를 한데 이어 2018년 5월 4억위안(한화 677억 원)규모 B라운 투자유치를 했다. 주요 투자사로는 IDG캐피털, 메이퇀 디엔핑의 자회사 룽주자본(龙珠资本) 등이 있다. 이를 발판으로 지난해 중국 1, 2선 도시를 공략해 총 460여 개 매장(4월 기준)을 오픈했다.
업계에 따르면, 시차의 신규 자금조달도 마무리 단계이다. 현재 시차의 기업가치는 160억 위안(2조 7,808억)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차는 4월 3일 서브브랜드인 미니 시차 팩토리도 발표했다. 이 브랜드는 시차 브랜드보다 소규모로 운영되며 가격 또한 낮춰 운영된다.
한편 중국 테크 미디어 36Kr연구소와 나이슈에차가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 위안(한화 약 67조) 규모이다. 중국 소비자 83%가 한 달에 5~14잔의 차를 구입하고 있었으며, 약 72%가 매달 200위안 이상을 차음료에 소비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중국에서 갓 자른 과일, 달콤한 치즈 토핑, 갓 끓여낸 차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추세이고, 소비자 절반 이상이 21~30세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륙 소비의 큰 손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차음료가 크게 어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트렌드이다. 이는 건강한 음료를 추구하는 이 세대의 특징과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