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부터 배우고, 오늘에 충실하고, 내일에 희망을 가져라.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 Albert Einstein
일을 하는 사람은 결코 질문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이는 모든 것의 기본이다. 필자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곁들인다. 질문을 잘하기 위해서는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본인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 그리고 시대적 상황이나 소비자가 처해있는 맥락에 대해서 훤히 꿰어야 한다. Input (사전 지식이 충분히 반영된 질문)이 없이는 Output (좋은 결과)이 나오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질문은 원리는 딱 이것이다. ‘Garbage In Garbage Out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질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흔한 스타벅스에서 옆 사람 대화 듣기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필자가 종종 겪는 일이다. 일하면서도, 평상 시에 지인들과 대화하면서도 말이다.
전혀 화창하지는 않았던 늦은 오후에 스타 벅스에서 노트북을 켠 채 자판을 신나게 두드리고 있었다. 옆자리에 오십 대 정 도의 남자 어른과 여대생으로 보이는 여자 둘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오지랖이 넓지 않은 관계로 의도적으로 들은 게 아니라 바로 옆자리라서 어쩔 수 없이 듣게 된 것이다. 오십 대 남자는 회사의 중역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서 두 여성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아마도 새로운 사업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계속 듣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스멀스멀 우러났다. 직업병일 것이다. 왜냐면,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두 사람에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답변을 유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내 목에 가시처럼 걸렸다. 아마 그 사람은 본인이 어떤 ‘톤 앤 매너 (Tone and Manner)’로 질문하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의 아이디어가 본인이 유도한 대로, 혹은 내심 원하는 대로 소비자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천만다행이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본인은 소비자의 의견을 확인했다는 확신으로 사업을 시도했는데, 만약 소비자의 답변이 유도된 결과라면? 복불복일 수도 있겠지만, 나쁜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는 답변을 유도해서는 안된다. 사업은 그리고 마케팅은 ‘답정너’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일이 아닌 이상, 사람들은 혼 없이 건성으로 응대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나의 일에 대해 본인만큼 진심으로 고민하고 좋은 의견을 내주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아쉽지만 말이다. 특히 해당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여도가 높지 않은 경우는 더욱더 그러하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답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위험 부담이 있음으로 만약, 질문자가 긍정적인 답변을 유도한다면 많은 소비자는 그저 질문자가 유도하는 방향으로 따라간다. 왜냐하면 그것이 본능적으로 편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실제로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질문자의 의도대로 반응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조금은 귀찮으니까, 당신이 성공하고 싶은 마음만큼 그들은 간절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되면 당신이 원하는 ‘소비자가 더 간절히 원하는 방향에서의 개선점’을 캐낼 기회는 날아가 버리고 만다.
필자가 유형화한 ‘답정너 유도 타입의 대화’는 대략 아래와 같다.
이런 패턴의 대화로 흘러간다. 한국인인 우리는 특별히 더 유념해야 한다. 상대에게 대놓고 싫은 소리를 잘 하지 않는 것은 민족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질문은 열려있어야 한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열린 질문 (Open–Ended Questions)의 형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필자가 스타벅스에서 본 오십 대 남자는 단순히 본인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서 ‘닫힌 질문’을 한 것이다. 닫힌 질문은 응답자가 Yes 혹은 No라는 답변만 할 수 있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이 아이디어는 **한 사람에게 굉장히 필요할 것 같지 않아요?’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소비자가 해당 분야에 많은 관심이 있지 않는 한, ‘아 그럴 것 같네요’ 혹은 ‘글쎄 잘 모르겠네요’라는 식의 답변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물론 이런 형식의 답변은 소비자의 최종 의사 결정을 명확히 확인하는 단계에서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답변을 토대로 당신의 생각을 최종 정리할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문의 시작 혹은 중간 단계에서는 곤란하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소비자의 생각이 어떤 틀 안에서 제약받지 않도록 풀어주어야 한다. 유도하지 말고 시원하게 방목하자. 만약, 그 피드백이 자신이 원한 방향과 다르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출시 전에 그러한 부정적 피드백을 받고 당신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행운이다. 그 피드백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시 대화를 시작하면 된다. 왜 마음에 들지 않는지를 질문하면 된다. 이러한 과정 중 당신은 소중한 ‘유레카’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자주자주.
소비자가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뇌와 마음을 부드럽게 열어 놓자. 열린 질문으로. 그래서 나의 프레임에 그들이 묶여 있지 않도록 방목하자. 그들의 생각을. 이런 방목 상태를 만들어 가면서 조금씩 슬그머니 그들의 내면에 파고들어 가라. 어차피 질문과 대답은 상호작용의 과정이다. 대화 중간에 그들의 생각과 말과 표현에 진심으로 공감하라. 그들을 무장 해제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진심으로 당신의 이야기에 공감하도록 살포시 그들의 마음을 점점 열어가는 것이다. 즉, 그들이 속에 있었던 말을 편하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솔직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공감의 단계라고 할 수 있는 ‘Rapport(친밀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살포시 열었다고 판단한 후에는 ‘왜’라는 양념을 맛깔나게 사용하라. 하지만 범인 다루듯이 하지는 마라. 그들이 대화하는 중간에 마음속에서 도망을 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답변하는 수준과 상황에 맞게 ‘왜?’라는 뉘앙스를 풍기면 된다. 반드시 교과서처럼 ‘왜’라는 단어를 쓸 필요는 없다. 그 단어를 대체할 수 있는 순발력과 센스를 갖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는 ‘무엇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정도로 바꾸면 좋다. ‘그것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본인의 경험을 통해 그 부분을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세요?’, ‘그런 것이 없었다면 지금은 어떤 생각 혹은 행동을 하셨을 것 같아요?’ 등의 유형을 적절히 써먹으면 된다. 이런 식으로 질문하면 소비자가 지닌 풍성한 생각을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다. 질문하면 할수록 여러분의 사고가 깊어지는 것을 틀림없이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예상했던 가설 외에 예상하지 못했던 그 무엇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즐겁고 친절하게, 소비자와 대화의 핑퐁 게임을 해보자.
박소윤 : 마케팅 & 브랜드 전략 컴퍼니 Lemonade&Co. 대표 및 Small Data 전문가. 경영학 박사 /경희대 겸임교수 外 홍익대학교 석박사 통합과정에서 마케팅 강의중이다. 대기업, IT회사, 브랜드 & 마케팅 컨설팅 기업 등에서 10년간 직장 생활 후, Lemonade&Co.를 설립해 다수의 광고 회사와 마케팅 & 브랜드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저서로는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교보문고, 예스24)>, <마케팅 관리론―핵심 실무 중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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