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더욱 평평(flat)해지고 국가의 개념이 계속해서 모호해지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비트코인, 3D 프린터, MOOC(Massive Online Open Course), We the media 등의 등장/발전이 지금까지의 권위, 권력의 분산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트코인은 P2P 기반의 분산 서버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는 민간 사이버화폐로 정부, 정치/정부의 개입 없이 미리 설계된 알고리즘에 의해서 화폐의 총량의 관리된다.(그래서 Inflation rate 등을 정확하게 예측해낼 수 있고 경제학적으로 이상적인 경제 운용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많은 정치적 요소가 개입되는 현대의 중앙은행 시스템보다 예측가능성의 측면에서 안정적이다.) 물론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경제주권을 위협하는 비트코인을 인정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비트코인의 등장과 보급은 각 국의 중앙 은행을 비롯한 정부 기구의 경제(화폐) 통제권의 상실/약화를 의미한다.

중국의 paypal-like service인 알리바바의 Alipay는 위어바오(余额宝)라는 개념을 통해 고객이 자신의 플랫폼에 이체해둔 현금에 대해 일일 기준으로 이자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일반 은행보다 더 높은 이율의 이자를 제공하고 타은행간 이체 등 수수료도 기존의 은행보다 현저히 낮아 조만간 4대 국책은행 중심의 중국 상업 은행 시스템을 손쉽게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오랜기간 동안 패권을 지켜오던 국책 은행 중심의 중국 은행계의 민간화, 분산화 추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인터넷/네트워크의 힘은 연구소, 대학 등의 큰 기관에서 가정용, 사무실용 PC로 그리고 결국엔 개개인 손에 다다르는 스마트폰으로 분산화 되어 왔다. 이는 정보 접근권의 지속적인 분산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정보의 개방화, 분산화는 대학과 같은 고등교육기관 및 연구기관은 물론 지식인층의 그 권위와 권력의 분산을 가져왔다. MOOC로 교육의 기회는 더욱 평등해지고 있고, 다양한 플랫폼의 발전으로 이름이 알려진 연구기관의 소속이 아니더라도 쉽게 학문을 연구하거나 새로운 이론을 발표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미디어 권력이던 기존의 방송사와 신문사는 그 권력과 권한을 빠른 속도로 소셜미디어 혹은 소셜미디어 속의 We the media에 빼앗기고 있다. 유명인들은 더이상 전통미디어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대중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전통 미디어는 지속적으로 쇠락하고 있어 이제는 조간 신문의 편집장 보다 수백만의 팔로워를 가진 유명 트위터러가 사회에 더욱 큰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다. 나는 씨네 21과 같은 잡지보다 ‘영화는 방울방울’와 같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영화 소식, 정보를 더 많이 얻고 있다. (참고로 ‘영화는 방울방울’의 팔로워는 25만 명, 씨네21의 발행부수는 10만부가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많은 홍보 에이전시들은 이미 이런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그 추세는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터의 발전과 보급은 생산자 중심의 사회에서 수요자 중심의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산업화 초기 대규모의 생산 설비를 갖춘 생산자는 큰 권력을 가졌다. 물론 경쟁의 심화로 소비자들에 맞춰 수요자 중심의 생산으로의 변화가 시작된지는 오래지만 3D 프린터의 등장은 완전한 수요자 중심의 사회의 등장을 의미한다. 이제 표준이라는 개념은 모호해질 것이고 이를 지정하던 국가 기관, 국제 기관의 권위는 또한 함께 떨어질 것이다. (물론 심각한 혼란은 아이러니하게도 표준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킬 수도 있다.)
세상이 더욱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 기존의 권력, 권위는 더욱 빠른 속도로 재편되지 않을까? 나는 지금 일어나는 일련의 변화를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들은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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