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전 전시회의 “두 개의 탑”, CES & IFA
9월은 간만에 가전제품 시장에 신제품들이 대거 공개된 달이었다. 9월 6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베를린에서 개최된 IFA 2013 행사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본 행사 개막 이틀 전인 9월 4일에 자체 모바일 언팩(Mobile Unpack) 행사를 통해 갤럭시 노트3(Galaxy Note 3)과 갤럭시 기어(Galaxy Gear)를 공개했고, LG전자도 IFA 개막과 함께 G패드8.3을 공개하였다. 그 외에도 내로라 하는 가전업체의 세탁기, 로봇청소기, 냉장고 등 최신 가전제품이 전시되었으며 UHD 해상도를 가진 다양한 라인업의 차세대 TV가 행사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였다. IFA는 과연 어떤 행사이기에 이토록 많은 제품이 이 시기에 맞춰 공개되는 것일까?
IFA를 포함하여 세계 3대 IT/가전 전시회라 불리는 대규모의 행사들이 있다.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와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그리고 MWC(Mobile World Congress)가 그것이다. 그 중 TV와 연관이 있는 양대 가전전시회인 CES와 IFA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란?
CES는 1967년 뉴욕에서 열린 첫 행사를 시작으로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Las Vegas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이다. 개막일로부터 4일 동안 전시회가 진행되며 이 기간 동안 전 세계로부터 약 3,100여 개에 달하는 가전 업체들이 모여 새로운 주력 상품과 기술을 앞다투어 자랑한다. 곧 상용화가 가능한 제품부터 자사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미래기술 기반의 제품까지 골고루 등장하기 때문에 업계의 전반적인 흐름과 기술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VCR, CD플레이어, DVD, 포켓PC 등이 CES를 통해 최초로 세상에 공개되었고, 2013년에는 세계 최초의 UHD 올레드OLED TV가 공개될 만큼 시대를 앞서는 기술과 제품들이 전시되는 권위 있는 행사이다. 전시되는 제품은 TV에서부터 모바일, 컴퓨터, 냉장고, 세탁기, 오디오, 청소기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대부분의 가전 기기 종류를 포괄한다. 행사의 주최는 약 600여 회원업체로 이루어진 미국가전협회(CEA : 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에서 맡고 있다.
CES 2013, 무엇이 공개되었나
1월 8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열렸던 CES 2013은 차세대 TV들의 본격적인 경쟁 무대였다. 그간 베일 속에 감춰져 있다가 야심 차게 모습을 드러낸 각 제조사의 최신 TV들은 화질디자인기능 등의 분야에서 각축전을 벌였다. 그 중 단연 돋보였던 제품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들이었다. 두 회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 사의 메인 부스를 55인치 곡면 올레드OLED TV와 Full HD의 4배의 해상도를 가진 UHD(Ultra HD)TV로 화려하게 장식하여 행사 참가자들의 감탄을 자아내었다. 지난 행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한동안 가전 시장에서 주춤하던 일본 기업의 약진과 후발 주자인 중국 기업의 빠른 추격이었다. 소니는 CES 2013의 공식 개막일 하루 전인 7일(현지시간)에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하여 ‘4K 올레드OLED TV’를 가장 먼저 선보였다. 비록 시연 도중 TV화면에 블루스크린Blue Screen이 뜨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세계 최초로 UHD급의 올레드OLED TV를 공개하였다는 점에서 업계에 놀라움을 주었다. 다음 날 파나소닉Panasonic과 샤프Sharp도 곧이어 각각 56인치 UHD TV와 85인치 8K TV를 공개하였다. 뛰어난 모방력을 토대로 기술 격차를 좁힌 중국 업체들의 제품도 주목을 받았다. 하이센스Hisense와 TCL은 삼성전자와 동일한 110인치 UHD TV를 내어놓았으며, 하이어Haier는 84인치 UHD TV를 전시하고 비전 컨트롤Vision control제스처 컨트롤Gesture control 등의 기술을 선보였다.
스마트TV에 새롭게 탑재된 기능들은 공통적으로 사용자가 TV를 보다 편리하게 사용하게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삼성 스마트TV는 TV 실행 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스마트 허브Smart Hub’를 방송 및 영상 콘텐츠를 중심으로 새롭게 개편하였으며, 사용자의 방송 시청 이력을 분석하여 콘텐츠 및 채널을 추천해주는 ‘S-Recommendation’ 기능을 제공한다. 손 동작을 통해 TV를 조작할 수 있는 ‘스마트 인터렉션Smart Interaction’ 기능도 더욱 정밀하고 다양한 조작이 가능해졌다. LG 스마트TV는 검색, 공유, 추천, 녹화 기능을 강화시킨 ‘S2R2’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TV와 모바일 간의 연동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Tag On’ 기능을 탑재하였고, ‘스마트 타임머신Smart Time machine’ 기능을 통해 TV 시청과 녹화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 각 스마트TV의 기능들에 대한 상세 설명은 다음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CES 2013에서는 TV 뿐만 아니라 스마트 홈 구현에 대한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와 세탁기를 스마트TV와 연동하여 사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 와이파이WiFi를 기반으로 연결된 가전기기가 보내는 신호를 통해 사용자는 TV를 시청하면서도 ‘세탁 완료’나 ‘냉장고 문 열림’ 등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10인치 컬러 LCD를 부착한 냉장고 ‘T9000’은 갤럭시 카메라Galaxy camera를 통해 외부에서 찍은 사진과 내용을 공유 받을 수 있으며 인터넷 라디오 앱을 탑재하여 즐거운 주방 분위기를 만들 수 있게 하였다. 그 밖에도 외부에서 원격제어가 가능한 드럼 세탁기와 오븐, 로봇 청소기 등도 공개하였다. LG전자는 통합적인 가전제품 관리제어가 가능한 시스템을 공개하였다. ‘스마트 쉐어Smart share’ 기능은 NFC 기능을 활용하여 스마트TV, 스마트 폰, 냉장고 간에 콘텐츠 공유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스마트 컨트롤Smart control’ 기능은 모바일 앱을 통해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오븐 등을 편리하게 제어하게 돕는다.
CES 2013은 삼성전자, LG전자의 경쟁력을 여실히 보여준 행사였다. 최근 새로운 디바이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스마트 홈 구현을 위한 움직임에 속도가 붙으면서 제품의 완성도와 디바이스 간의 호환성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의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최적의 부속품들을 자체적으로 생산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거시적으로는 스마트 홈 구현을 위한 다양한 라인업의 가전 제품들을 직접 생산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어, 비슷한 스펙을 가진 타 제품들 중에서도 두 회사의 제품이 더 많은 이목을 끌었다.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란?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 전시회인 IFA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90년 전인 1924년에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CES가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를 중심으로 개최되는 것처럼 IFA는 독일의 베를린Berlin에서 독일가전통신전자협회(GFU)에 의해 매년 9월경에 개최되고 있다. IFA가 처음 개최된 해에는 당시 최신 전자기기였던 라디오가 주를 이루었고 1930년에는 세계 최초의 TV 수신기가 공개되었다. 당 해에는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개막 기조 연설을 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후 나치 정권이 TV 기술을 나치 선전 도구로 활용함에 따라 기술은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하였고 자연스럽게 IFA의 규모도 점차 커지게 되었다. 1939년 제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던 IFA는 종전 후 1950년부터 다시 재개되어 각종 최신 전자기기를 확인할 수 있는 세계적인 박람회로 발전하였다. 컬러 TV, MP3 플레이어, 무안경 3D TV 등도 IFA를 통해 공개된 대표적인 제품이다. CES가 그 해의 세계 가전 제품의 동향과 신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라고 한다면, IFA는 CES 때 공개된 기술이 실제로 활용된 제품들을 확인하거나 그 다음 해의 가전 동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 단순히 전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마케팅과 계약이 이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참가하기를 원하는 박람회이다. IFA 2013에는 50여 개국으로부터 약 1,300여 개의 업체가 참가하였다.
IFA 2013, 무엇이 공개되었나?
IFA 2013에서는 주요 TV 제조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였다. 삼성전자는 55, 65, 85, 98, 110인치의 UHD TV 라인업을, LG전자는 55, 65, 84인치의 UHD TV 라인업을 공개하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만큼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CES를 통해 UHD 해상도 구현 기술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던 일본과 중국의 가전 업체들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UHD TV 라인업을 대거 전시하였다. 올레드OLED 패널 기술도 중요한 경쟁 요소였다. 삼성전자는 본 행사 개막 하루 전인 9월 5일(현지시간)에 55인치 평면/곡면 UHD 올레드OLED TV를 공개하였고, LG전자는 하루 뒤인 개막일에 맞춰 77인치 곡면 UHD 올레드OLED TV와 벽걸이 형태의 ‘갤러리 올레드Gallery OLED TV’를 공개하였다. 소니Sony와 파나소닉Panasonic도 각각 55인치, 56인치 UHD TV를 전시하였다.
다른 스마트 가전 제품의 경우, 전기세가 매년 10~15%씩 상승하고 있는 유럽 시장의 특성을 반영하여 에너지 효율성을 두고 경쟁하였다. 국내의 삼성전자와 LG전자뿐 아니라 유럽의 명품 가전업체인 보쉬Bosch, 밀레Miele, 지멘스Siemens는 유럽 시장에서 에너지 효율 최고 등급인 ‘A+++’에 해당하는 제품들만 따로 모아 전시하기도 했다. 그 중 일부 모델은 에너지 효율이 타 ‘A+++’ 등급 제품보다 50% 이상 뛰어나기까지도 했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기능도 주목되었다. 삼성전자가 전시한 스마트 세탁기는 와이파이WiFi 기능을 탑재하여 멀리 떨어져서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조작, 상태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LG전자의 ‘NFC 광파오븐’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원하는 요리를 선택한 후 오븐에 갖다 대면 NFC 기능을 통해 자동으로 요리 명령이 전달되어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국내 IT 가전 전문기업인 모뉴엘Moneual이 공개한 로봇청소기는 걸레가 마르지 않도록 하단부에 물 공급 시스템을 탑재하였고, 소파침대 밑처럼 어두운 바닥 공간을 집중적으로 청소하는 ‘쉐도우 청소 모드’를 지원했다.
기타 자체 공개 행사
CES와 IFA가 권위 있는 세계적 박람회임에도 두 행사에 참가하지 않고 독자적인 공개행사를 통해 자사의 신제품을 공개하는 전자제품 업체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Apple과 구글Google이 그러하다. 애플Apple은 1992년 이후로 CES에 참가하지 않고 자체적인 행사를 통해서만 새로운 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9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아이폰iPhone 5S/5C 모델을 공개하였다. 구글Google도 마찬가지로 삼성, LG 등의 협력업체들을 통해 부분 적으로 참가할 뿐 부스를 통해 참가하지는 않는다. 대신 7월 2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체 프레스 이벤트를 개최하여 새로운 넥서스7Nexus7과 젤리빈Jelly Bean4.3, 그리고 크롬캐스트Chromecast를 공개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2011년 12월 21일(현지시간), 그 동안 매년 CES에 참석해왔지만 2013년부터는 기조연설에 나서지 않고 전시 부스도 운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