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관점에서 바라본 유튜브 뒷광고 사태
인플루언서 광고 시장 전체가 휘청이다
‘한혜연’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대한민국 인플루언서 광고 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내막은 이렇다. 인기 패션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은 유튜브에 ‘슈스스TV’를 런칭했고 다양한 패션 정보를 설명해주는 콘텐츠로 인기를 끌며 구독자수 80만명 이상을 거느렸다. ‘슈스스TV’의 콘텐츠 중에는 ‘내 돈으로 내가 산’을 줄여 ‘내돈내산’이라는 제품을 소개하는 컨텐츠를 유튜브에서 진행했는데, 실제로는 3000만원 가량의 광고료를 받고 찍은 PPL 영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슈스스TV’ 측에서는 일부 영상에서 유료 광고 표기가 누락된 것을 인정하고 수정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한혜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슈스스TV’의 구독자들은 한국의 탑급 스타일리스트인 ‘한혜연’이 직접 골라 그의 돈을 주고 샀다는 타이틀을 믿었고, 협찬으로 인해 올려치기가 있을 수 있는 다른 리뷰 영상과는 다른 솔직한 평가를 기대하고 영상을 봤는데, 이 영상들이 사실은 광고였다는 사실에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다는 반응이 많다. 그로 인해 현재는 구독자가 76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한혜연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대한민국 유튜브 전체의 뒷광고 생태계로 논란이 커지게 되었다. 네티즌들은 뒷광고를 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유튜버나 인터넷 방송인들을 찾기 시작했고, 이는 이후 유튜버 참PD의 발언으로 인해 2020년 유튜브 뒷광고 내부고발 사건으로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면서 수많은 유튜버나 인터넷 방송인들은 “오랜 기간 동안 몰래 해왔다”, “불법인지 몰랐다” 등 이유를 말하고 사과하면서 뒷광고를 인정하였다. 이러한 유튜버들의 사과 릴레이를 본 대중들은 ‘쏘리챌린지’라고 지칭하는 웃지 못할 상황들이 일어나고 있다.
향후 인플루언서들은 당당하게 광고를 밝히든, 기업 광고를 받지 않고 유튜브 수익 만을 추구하든 나름의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그럼 브랜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플루언서말고 다른 대안을 찾으면 되는 걸까? 브랜드는 왜 인플루언서를 찾게 된 것일까?
브랜드는 어떻게든 콘텐츠가 되고 싶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광고계가 주목한 키워드는 ‘브랜디드 콘텐츠’였다. 브라운관 화면 속 광고를 얌전히 보고있던 소비자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며, 자신만의 디지털 스크린을 쥐고 다니면서 자기주도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다수가 되었다. 이들은 더 이상 광고를 보기 위해 시간을 할애 할 생각이 없으며, 브랜드가 광고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 둔하지도 않다. 더 이상 광고로는 움직이지 않는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에게 ‘콘텐츠’로 반응을 이끌어내고자 시작된 방식이 ‘브랜디드 콘텐츠’였다. 브랜드가 전면에 나타나는 광고를 싫어하는 소비자를 위해 브랜드는 자신들의 모습을 점점 축소시키며 콘텐츠 뒤에 숨어서 브랜드의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고 영화, 음악, 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안에 브랜드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여서 광고는 아니지만 광고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마케팅 방식이 ‘브랜디드 콘텐츠’다.
사실 과거에도 방송PPL(간접광고)처럼 소비자가 즐기던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녹이는 방식은 존재해왔다. 한동안 유행했던 ‘파워블로거’도 대표적인 예다. 파워블로거도 초반에는 브랜드에게 돈을 받고 콘텐츠인 척 브랜드의 이야기를 담아주었다. 이후 광고임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제재와 텍스트, 이미지에서 비디오로 콘텐츠 소비 방식이 전환되면서 ‘파워블로거’ 시장은 상당히 죽은 상태다. 그리고 2010년대 들어 ‘72초 TV’나 ‘딩고’처럼 모바일 콘텐츠를 잘 만드는, 특히 콘텐츠 같은 광고를 잘 만드는 플레이어들이 등장하면서 ‘브랜디드 콘텐츠’는 더욱 브랜드의 주요한 마케팅 방식으로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딩고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페루 풍경9’은 ‘딩고 트레블’의 콘텐츠 포맷으로 만들어진 페루 관광청의 ‘네이티브 애드’(Native AD)다. 페루 관광청이 만든게 아닌 딩고가 만든 콘텐츠일 뿐이다. (*브랜디드 콘텐츠의 일종인 ‘네이티브 애드’는 콘텐츠 플랫폼의 형식에 맞춰 콘텐트처럼 제작하는 형식을 말한다)
그러나 모든 브랜드가 브랜디드 콘텐츠에 도전하면서 소비자는 자신을 속이는 ‘브랜디드 콘텐츠’에 대해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도입부에는 콘텐츠인 척 재미를 주다가, 말미에는 광고임이 드러나는 콘텐츠에 소비자는 분노했다. 더군다나 브랜디드 콘텐츠는 콘텐츠 같은 광고이기 때문에 브랜드가 직접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그만큼 공수도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점차 브랜드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대안으로 찾은 것이 ‘인플루언서’였다.
유튜브의 성장으로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는 소비자가 소비하는 메인 콘텐츠가 되었고 소비자는 브랜드의 광고는 믿지 않아도 인플루언서의 리뷰 콘텐츠는 믿었다. 소비자가 신뢰하는 인플루언서에게 브랜드는 과거 방송 프로그램에 간접광고 PPL을 넣었던 방식이나 브랜디드 콘텐츠의 방식을 의뢰하기 시작했고 인플루언서의 광고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인플루언서 콘텐츠의 특징은 1인 방송 콘텐츠인만큼 상대적으로 기존 브랜디드 콘텐츠보다 촬영이나 편집 방식이 간단하다. 촬영지에서 수십 명의 스태프가 준비하고 진행하는 방식보다는 셀프 카메라 하나로 길거리를 누비면서 맛집을 리뷰하는 인플루언서의 콘텐츠가 훨씬 쉽다. 더군다나 인플루언서들은 비용만 지불하면 알아서 광고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높은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좋은 마케팅 방안이 되었다. 그렇게 실버버튼(10만 구독자 이상)의 인플루언서 정도면 브랜드에게 쉽게 협찬을 받을 수 있었고 브랜드가 원하는 내용을 이야기해주면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인플루언서 광고 시장이 탄탄하게 형성되던 찰나에 내가 아끼던 인플루언서가 사실은 브랜드의 돈을 받고 광고를 해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건이 유튜브 뒷광고 사태다.
솔직하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어느 순간부터 마케터는 광고가 아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왔다. 콘텐츠같지 않으면 소비자가 보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걱정이었다. 그러나 브랜드가 개입되는 순간, 브랜드가 만드는 모든 제작물은 콘텐츠가 될 수 없다. 일련의 유튜브 뒷광고 사태를 보면, 브랜드는 이제 어떤 대상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사고를 버려야한다. 요즘 소비자는 그 누구보다 진정성을 중시한다. 한 번 신뢰를 잃은 브랜드는 무너진 신뢰를 복구하기란 무척 어렵다. 대학교 술자리에 재고물량을 떠넘기는 ‘밀어내기’로 비난을 받은 식품회사 제품을 사가면 다른 친구들이 사온 친구를 욕한다는 소문은 브랜드 입장에서는 귀담아야 할 소문이다.
이제 마케팅에 솔직함이 필요하다. 돈을 준 사실을 숨긴 채, 콘텐츠로 소비자를 설득하겠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다른 대상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지 말고, 브랜드가 직접 브랜드 이름을 걸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때다. 브랜드가 직접 유튜브 채널이나 인스타그램 채널을 운영하는 ‘브랜드 저널리즘’은 좋은 예다. 유튜브의 ‘무신사TV’나 인스타그램의 ‘빙그레우스’처럼 브랜드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도 충분히 소비자의 좋아요를 이끌 수 있다. 브랜드가 직접 만드는 광고라도 소비자가 흥미로워 할, 유익해 할 광고를 만들면 된다.
브랜드가 개입되는 순간, 콘텐츠는 더 이상 콘텐츠가 아니다. 콘텐츠에 기생할 생각은 그만해야 하며, 직접 소비자가 좋아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시간이다. 어찌 보면 유튜브 뒷광고 사태는 마케터에게 기회가 될 지도 모르겠다. 비용을 잘 쓰는 마케터가 아니라 직접 화자가 되어 청자에게 흥미로운 콘텐츠를 잘 만들 수 있는 마케터에게 기회가 생길 것이다.
솔직하게 우리 브랜드의 콘텐츠를 만들어 볼 시점이다.
글 : 이성길 / 현재 광고회사 이노션에 재직 중인 광고기획자이며, 인문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