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승규의 스타트업 법률 CASE STUDY] #17. 스타트업 주권발행실무
CASE: 스타트업 투자와 주권발행의 사례
경미는 대학교 동기인 효진이 대기업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설립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창 시절 효진의 재능에 늘 감탄했던 터라, 동기이지만 존경의 마음을 품어 왔던 효진이 스타트업을 시작했다는 말에 경미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하지만 효진의 스타트업은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는 못했습니다. 어느 날 효진과 단둘이 술을 마시던 중 효진이 어려운 회사 사정을 털어놓았고, 경미는 술김에 덜컥 자기가 투자를 하겠다는 말을 해 버렸습니다. 경미는 다음날 아침 술에서 깨니 약간 후회가 되었지만, 효진에 대한 믿음으로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고 투자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경미가 투자금을 납입하고 효진에게 주권을 보내 달라고 하자, 실제 주권이 아닌 ‘주권미발행확인서’라는 것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경미는 법대를 나온 친동생에게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는데 주권을 안 주고 주권미발행확인서라는 것을 주는데 이것만 받아도 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동생은 상법 조항까지 정확히 인용하면서, 주식을 인수했으면 당연히 주권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경미는 동생의 말처럼 효진에게 주권을 달라고 했습니다. 효진은 스타트업은 주권을 발행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경미로부터 그 말을 전해 들은 동생은 효진이 사기꾼이 분명하니 어서 투자금을 되돌려 받으라고 성화였습니다.
경미는 조심스럽게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주식을 무르고 투자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지 효진에게 물어봤습니다. 효진은 변호사와 몇 번 통화를 하더니, 그것은 어렵다고 하면서, 원한다면 자기가 같은 가격으로 주식을 사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식을 양도하기 위해서는 주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경미는 효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주권이 필요 없다고 했다가 이번에는 주권이 필요하다고 하는 효진의 말이 앞뒤가 맞지 않아서 더 수상하다는 동생의 말을 들으니, 복잡한 심경이었습니다.
위 사례에서 효진의 말과 경미의 동생의 의견 중 누가 맞고, 누가 틀렸을까요? 주식은 주식회사에 대한 지분적 권리이고, 주권은 주식에 대한 증명서지만, 효진의 말처럼 스타트업은 주식을 발행하고도 주권을 발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하지만 상법은 너무나 명확하게 주식을 발행하면 지체 없이 주권을 발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경미의 동생 말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스타트업은 주권을 발행하지 않을까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회사 입장에서 주권을 만드는 절차 자체가 상당히 번거롭습니다. 주권에 기재할 사항들을 상법에서 정하고 있는데, 일반인들이 이러한 내용을 정확히 기재하고 인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둘째, 주권을 발행하지 않아도 투자자가 주식을 양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권이 없어도 주주 입장에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효진이 경미로부터 주식을 양수하려면 주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요? 물론 주권이 없어도 지명채권양도와 같은 방법으로 주식을 양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주식의 납입기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경우에만 이 방법으로 주식을 양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는 6개월 이상의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하므로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미와 같이 주식 납입기일로부터 6개월 전에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주권을 발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효진의 이야기에 거짓은 없었고, 경미 동생의 말도 법률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지만, 스타트업 업계에 관행을 알지는 못했던 점은 아쉽습니다. 만약 경미 동생이 스타트업의 관행을 잘 알고 있더라면 경미의 투자는 물론 효진과 경미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일도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회사의 비전과 미래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원칙은 물론 관행과 생태계까지 잘 알고 있는 전문가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원문: [변승규 변호사의 스타트업 법률 케이스 스터디] #17. 스타트업 주권발행실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