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스 테이셰이라 “진정한 시장 파괴자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다”
전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이자 관심 경제학 전문가인 탈레스 S. 테이셰이라(Tales. S. Teixeira)는 우버, 에어비앤비 등 신흥 강자가 시장 판도를 뒤바꾸는 방식에 공통 패턴이 있음을 발견했다. 바로, ‘디커플링(DECOUPLING)’이다. 디커플링은 말 그대로 분리하기, 해체하기, 끊어내기이다. 고객의 소비 활동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인 제품 탐색, 평가, 구매, 사용 중 약한 고리를 끊고 들어가 그 지점을 장악해 공룡 기업이 된 것이다. 그가 주목한 부분은 사고의 초점을 기업이나 기술이 아닌, 고객에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격적인 디커플러(DECOUPLER)들은 재빨리 고객의 불편한 소비 단계를 낚아채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했다”라고 강조한다.
2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개막한 ‘2020 스타트업콘’ 키노트 연사로 나선 테이셰이라는 넷플릭스가 미국 최대 통신사이자 콘텐츠 스트리밍 기업 컴캐스터와 갈등 속에 이루어 낸 가치사슬의 파괴적 혁신 사례를 들었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뒤 컴캐스트와 사용료 지불 분쟁을 빚었다. 그러나 ‘넷플릭스를 보기 위해 컴캐스트의 고급 인터넷 서비스를 구매한다’는 논리로 서비스 사용료 지급 요구에 대응할 수 있었고 결국 두 회사는 갈등을 접고 협업에 이르게 된다. 테이셰이라는 “두 기업의 갈등은 ‘원재료 공급자(supplier)’와 ‘서비스 공급자(provider)’인 두 기업 간 가치의 개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현재는 누가 누구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지가 중요하다. 넷플릭스와 컴패스트의 갈등은 ‘새로운 파괴의 물결’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테이셰이라는 우버, 에어비앤비의 초기 수행 전략도 소개했다. 그는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디커플러들은 기존 기업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이전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고객에게 다가갔다. 우버는 콘서트가 끝난 뒤에는 택시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에어비앤비는 큰 행사가 있는 도시의 호텔은 늘 만실이라는 사실을 찾아냈다. 그리고 직접 경쟁 보다는 우회적 접근으로 경쟁자 눈에 띄지 않게 사업을 추진했다.”며 “거대 스타트업들은 사업 초기 한번에 고객을 여러명 확보하는 것을 노렸다. 이를 위해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했고, 특히 OPN(다른사람의 네트워킹을 활용) 적극 활용했다. 테크기업은 온라인이 중요할 것 같지만 초기에는 오프라인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테이셰이라는 디지털 파괴의 견인차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소비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이 자신의 니즈, 원하는 것, 행동 등을 바꿔가며 더 빠르게, 쉽게, 저렴하게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시장에 부추기기에 스타트업이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의 구매 활동을 통해 디커플링 창출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파괴적 혁신의 물결 속에 스타트업이 대응해야 하는 방식은 (기존)고객 가치사슬 내에서 변화의 조짐을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하 강연 전문 정리.
“인프라 투자는 컴캐스트가 했는데, 무임승차한 넷플릭스가 돈을 번다?”
몇 년 전 두 엔터테인먼트 기업 간 분쟁이 발생했다. 한 회사는 넷플릭스이고 다른 하나는 콘텐츠 스트리밍 미디어 기업이자 세계 최대 텔레콤 기업인 컴캐스트이다.
컴캐스트 이야기를 먼저 하자. 통신사 컴캐스트에는 엑스피니티(Xfinity)라는 셋톱박스 역할을 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통해 주문형 비디오 콘텐츠를 구독할 수 있다. 컴캐스트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하면 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몇 년 전 넷플릭스는 사업 모델을 바꿨다. CD나 DVD를 고객에게 배송하던 방식에서 기존 방식에서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넷플릭스는 컴캐스트 엑스피니티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당시 이슈는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의 인터넷 인프라를 사용하여 고객에게 콘텐츠를 전달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자 컴캐스트 측은 ‘투자는 컴캐스트가 했는데 돈은 넷플릭스가 벌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컴캐스트 회장은 넷플릭스를 찾아가서 따진다. ”컴캐스트는 넷플릭스에 원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에 대가를 지불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접근을 위해 컴캐스트의 대역폭을 사용하고 있고, 넷플릭스가 스트리밍하는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컴캐스트는 더 많이 투자해야만 한다. 컴캐스트 회장은 이런 논리에 따라 넷플릭스에 비용 지불을 요구한 것이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보면 뜬금없이 인터넷 서비스업자가 찾아봐 돈을 내라고 통보한 것이기에 거절한다.
그러자 2013년부터 2014년 1월까지 컴캐스트는 졸렬한 결정을 한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송 속도를 매우 느리게 한 것이다. 돈을 내라는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시 데이터를 보면 그 기간 다른 인터넷 서비스 다운로드 속도는 빨라졌지만, 넷플릭스만 느려졌다. 이로인해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도중에 갑자기 이미지가 흐려지고 화질이 나빠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문제의 장본인은 컴캐스트이지만 고객의 민원은 넷플릭스로 향했다. 다른 곳은 빠른데 넷플릭스만 느리니 컴플레인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고객이탈이 다수 발생하자 넷플릭스는 별 수 없이 컴캐스트에 인터넷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한다. 그러자 컴캐스트는 다시 넷플릭스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정상화시킨다. 심지어 이전보다 24%나 전송속도를 높여줬다.
하지만 넷플릭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다. 그는 두 회사의 상황을 분석하고 이런 논리를 만들어 봤다. 우선 엑스피니티든 넷플릭스든 동연상 콘텐츠를 구독하게 되면 사람들은 인터넷 속도가 향상되기를 원한다. 사실 처음에 인터넷에 가입하게 되면 초고속 인터넷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기껏해야 이미지나 이메일 정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비디오 스트리밍을 시작하면 그에 걸맞는 빠른 속도가 필요하기에 인터넷 업그레이드의 수요가 발생한다. 그 시점이 컴캐스트가 많은 돈을 벌기 시작한 단계이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하는 첫 단계에서는 인터넷 속도가 빠르지 않아도 되기에 컴캐스트의 제품 판매 마진도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 서비스는 미국에서 월 20~30달러 정도만 내면 가능하다. 그러나 고속 인터넷에 가입하려면 월 80~100달러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헤이스팅스가 주목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이 30달러가 아닌 70달러, 100달러를 내는 이유는 넷플릭스나 다른 스트리밍 콘텐츠를 좋은 화질로 감상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헤이스팅스는 역으로 컴캐스트 회장을 찾아가 ”컴캐스트가 오히려 넷플릭스에 돈을 내야 한다. 사람들이 더 빠른 인터넷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유일한 이유는 넷플릭스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에 돈을 낼 것이 아니라 그 반대여야 한다는 논리이다.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에 더 큰 이익이 되는 고객을 공급해 주고 있기에 컴캐스트가 인터넷이라는 고부가가치 상품에서 얻는 이익의 일부를 넷플릭스에 달라고 요청한다. 이 주장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던 컴캐스트 회장은 “생각을 바꿨다. 서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거로 마무리 짓자”라고 수세적인 입장을 취한다. 상황이 역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사례는 ‘원재료 공급자(supplier)’와 ‘서비스 공급자(provider)’인 두 기업 간 가치의 개념을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에는 기업이 제품을 구입하며 누가 제품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를 묻는 경우는 없었다. 자동차 제조기업이 부품 기업에서 부품을 구입할 때 돈을 내야 하다는 것을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누구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지, 그에 따라 누가 돈을 받아야 하는지로 따진다. 이것은 오늘날 인터넷 시대, 디지털 사업 모델 환경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넷플릭스와 컴패스트의 갈등은 그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파괴의 물결’ 사례라 할 수 있다.
고객가치 사슬을 자른 스타트업들
디지털 파괴로 인해 과거의 사업 모델이 무너지고 비즈니스 관계에서 많은 도전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많은 학자와 컨설턴트, 기업 관계자들이 디지털 파괴의 이유와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파괴적인 기술, 테크 스타트업들로 인해 기존 대기업들이 저물어 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코닥은 자사 실험실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했다. 그러나 코닥은 이 혁신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뒤늦게 뛰어 들었지만 점점 경쟁사에 밀려 결국 파산까지 한다. 노키아는 많은 모바일폰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삼성폰과 아이폰이 승승장구하는 사이 업계에서 도태된다. 이엠아이 스캐너는 최초의 CAT 스캐너를 만들었지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기업이다. 제록스는 오늘날 휴대전화, 컴퓨터, 인터넷 등에 사용되는 많은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출원했지만 과거보다 규모가 많이 작아졌다. 파괴적인 기술이 전 세계적인 디지털 파괴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것이다.
두 가지 일이 발생할때 디지털 파괴가 일어난다. 첫째 시장 점유율에 실질적인 변화가 발생할 때다. 시장을 주도하는 큰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10~30 포인트 가량 급격히 빠지는 상황이다. 둘째 이런 시장 점유율 하락이 아주 단기간에 발생하는 경우이다. 7년, 5년, 심지어는 3~4년만에 큰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하락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동시에 큰 기업으로부터 시장을 빼앗아 가는 스타트업 ‘파괴자’가 등장한다. 이런 파괴의 원인은 뭘까. 그리고 스타트업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용하고, 파괴의 물결에 기존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사실 이전에도 수많은 디지털 파괴의 물결이 발생하고 있었다. 첫 번째 파괴의 물결은 1994년 발생한 ‘언 번들링(묶음 해체)’이었고, 두 번째 물결은 2000년 고객과 생산자 간 직접거래(탈중계화)였다.더 최근의 사례는 많은 산업에 영향을 준 ‘제 3의 물결’이다. 이 세 번째 물결은, ‘고객 가치사슬’의 변화다. 예를들어 삼성 평면 TV를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미국이라면 베스트바이 같은 전자제품 매장을 방문할 거다. 왜냐면 그곳에서서 모든 옵션을 비교평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정한 뒤에 돈을 내고 집으로 가져와 사용할 것이고, 몇 년 후에는 중고로 팔거나 버리는 처분을 하게 될거다. 이것이 고객 가치사슬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텔레비전이라는 전자제품을 소비하며 이익을 뽑아낸다. 화장품이나 뷰티 제품이라면 세포라에 갈 것이고, 비디오 게임을 산다면 일렉트로닉 아츠를 방문해 베스트바이와 같은 과정을 거칠거다. 그런데 스타트업들이 이런 고객가치 사슬에 변화를 가져왔다. 가치사슬의 고리를 끊고 몇 가지 행동 양식을 빼앗은 것이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파괴는 ‘소비자의 현재 활동 프로세스를 빼앗는 것’
일례로, 2009~2010년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학생들 중 일부는 기존 고객가치 사슬을 끊을 방법을 생각했다. 그들은 ‘여성들이 궂이 세포라를 방문해 뷰티 제품을 일일이 비교할 필요가 있을까?’, ‘뷰티 제품이 여성들을 방문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벌치박스(Birch Box)’라는 사업 모델을 창출했다. 한 달 구독료 10달러만 내면 샘플을 담아 매달 고객에게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였다. 이 구독 박스는 이용자가 화장품 샘플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구독자는 샘플 사용 후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결정하고 아마존, 세포라 등을 방문해 정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다른 사례로 아마존과 쿠팡이 있다. 아마존은 도서 판매에서 전자제품 판매로 사업모델을 변경했다. 그 과정에서 점포에 투자하지 않는 사업모델을 추구했다. 이에따라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후 실제 구입은 저렴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하는 ‘쇼루밍’이라는 쇼핑 행태가 등장한다. 프로세스를 디커플링 한 것이다.
열린옷장, 블루홀 같은 기업의 사례도 있다. 이들은 ‘비디오 게임이나 패션 아이템을 굳이 구매해서 쓸 필요가 있을까? 구매하지 않고 쓰면 안 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런 생각이 커져 부분 유료화, 즉 프리미엄 모델과 구독 사업 모델이 탄생했다. 구매하지 않고도 소비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으로, 기존 프로세스를 디커플링 한 것이다. 이것이 내가 제가 발견한 제 3의 물결이다. 디커플링은 기존 고객 활동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다.
다른 예로, TV 시청 및 방송에서의 고객 가치사슬을 생각해 보자. 미국에는 NBC라는 방송 채널이 있다. 시청자는 TV쇼만을 보고 싶겠지만, 광고를 함께 시청해야만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 기업이 DVR이라는 장비를 발명한다. DVR을 사용하면 고객은 쇼를 녹화한 후 빨리감기, 광고 스킵 등을 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온라인 버전 구독모델을 들고 ‘에레오’라는 기업이 등장했다. DVR같은 장비를 구매하지 않아도 쇼를 녹화해 광고를 자동 삭제한 후 고객에게 전달하는 사업 모델이었다. 고객이 어디에 있든 원하는 쇼를 스트리밍서 보여줬다. 에레오는 앞선 두 가지 활동을 디커플링해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보험업을 예로 들어보자. 여행을 갈 때 카메라 등 귀중품이 있을 때 보험에 가입할거다. 여러 보험사의 약관을 살펴본 후 하나를 선택해 가입한 후 비용을 지불하고,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해지하는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해지 과정이 길고 복잡하다는 거다. 이 때 ‘트로브’라는 스타트업이 등장한다. 트로브는 이용자가 구매하는 모든 것을 이메일에 연동하여 저장하는 앱을 개발한 기업이다. 해당 앱을 활용하면 여러 성가신 작업 없이 저장되어있는 보험상품의 켜짐 버튼을 한번 쓱 밀기만 하면 된다. 마치 집에 전등을 켜는 것처럼 버튼만 켜고 끄면 자동으로 보험에 가입되고 해지된다. 가격도 하루에 몇 달러 정도만 내면 된다. 보험 가입과 해지 프로세스를 디커플링 한 것이다.
오늘날 가장 큰 파괴는 고객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현재 활동 프로세스를 빼앗아 버리는 것’이다. 벌치박스나 미미박스 사례처럼 큰 기업과 스타트업이 고객을 공유하는 모델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큰 기업에게는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닐거다. 자신들의 활동 중 하나를 빼앗겨 버리는 것이자 근본을 뿌리째 뒤흔드는 변화로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디커플링의 종류는 단 세 가지 뿐이다.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의 모든 활동은 가치창출 활동, 가치잠식 활동, 가치획득 활동으로 분류될 수 있다. 라디오 방송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사람들이 라디오 방송을 듣는 이유는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싶어서이다. 라디오를 통해 기쁨을 느끼고 거기에서 가치를 얻는 것이다. 가치창출 활동(Value-creating activity)이다. 그러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모든 방송, 모든 노래가 좋은 것은 아니다. 듣고 싶지 않은 노래가 나오는 경우는 듣기를 강요당하는 것이 된다. 가치잠식 활동(value-eroding activity)이다. 고객이 강제로 해야만 하는 활동이지만, 고객가치가 생기지 않는 활동이다.
기업이 고객의 이익을 위해 하는 모든 활동은 가치창출 활동, 가치잠식 활동, 가치획득 활동 세 가지 범주 중 하나로 분류될 수 있다. 고객과 더 나은 관계구축을 원한다면 가치창조 활동에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거나, 가치에 비용을 매기는 활동(value-charging activities)을 줄임으로써 가격을 낮춰야 한다. 아니면 가치잠식 활동을 없애 버려야 한다. 고객이 싫어하는 과정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면 이 중 하나를 해야 한다. 만약에 본인의 사업이 파괴당했다면, 경쟁자가 이런 활동을 더 잘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실행 방법은 수백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나은 고객 관계를 구축하는 경로는 이것 외에는 없다.
‘트위치’라는 웹사이트가 있다. 트위치 웹사이트를 방문해 본인이 관심있어하는 게임을 클릭하면 해당 게임을 하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채팅룸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다른 사람이 플레이 하는 것을 구경한다. 게이머에게 질문을 할 수도 있고, 그 게임을 시청하는 다른 이들에게 말을 걸 수도 있다. 전 세계 6천만 인구가 단지 다른 사람이 게임 하는 것을 보려고 돈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트위치 창업자들이 발견한 가치창조 활동이다. 게임을 관람하며 즐거움도 얻고, 게임을 잘하는 법을 배우고, 어떤 게임을 구매할지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트위치의 디커플링 방법은 고객이 게임을 시청만 하도록 한 것이다.
디커플링을 통해 가치잠식 활동을 제거할 수도 있다. 만약 상점을 방문하는 가치잠식 활동을 하지 않아도 게임을 구매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스팀’이다. 스팀을 통하면 집에서 스트리밍으로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점에 방문할 필요가 없다. ‘포트나이트(에픽게임즈)’는 작년 한 해에만 24억 달러(약 2조 7천억 원) 매출을 올릴만큼 인기 게임이지만, 처음에는 게임 플레이 비용을 받지 않았다. 프리미어 모델을 채택하고 고객에게 무료 게임을 제공해 가치에 비용을 매기는(value-charging) 과정을 디커플링 한 것이다.
‘디커플러’들의 시장가치
트위치, 바이버, 와츠앱, 스카이프 등 가치창조 디커플러들의 기업가치는 천문학적이다. 반면 달러 쉐이브, 스팀, 프래시, 디렉트, 렌트더런웨이 등 가치잠식 디커플러들의 기업 가치는 이보다는 훨씬 작다. 입시, 징가, 드롭박스, 스포티파이 등 가치에 비용을 매기는 디커플러들은 가치가 천차만별이다.
55개 기업을 살펴본 뒤 알게된 건 투자자와 시장은 가치창조를 하는 디커플러를 훨씬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가치창조 디커플러의 가치는 2억 달러에서 10억 달러까지의 범주였으며, 평균 6억 달러 수준이었다. 가치에 비용을 매기는 디커플러는 3억 달러 정도였다. 물론 예외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치창조 디커플러보다 훨씬 낮았다. 마지막 분류인 가치잠식 디커플러에 대한 투자자의 가치평가는 평균 1억 5천만 달러 정도로 가장 작게 평가되었다.
디커플링의 레서피
사람들이 왜 굳이 세포라를 방문할까. 매장에 제품 전문가가 상주해 샘플 체험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샘플을 써본 후 좋다고 판단될 때 구매 결정도 쉽다. 그 후에는 제품이 떨어지면 다시 채워 놓거나 동일한 상품을 재구매한다. 이것을 ‘통합효력(integration forces)’이라고 한다. 통합효력은 소비자가 소비자 가치사슬의 모든 활동을 하나의 회사를 통해 전개하도록 하는 동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반대로 ‘전문화 효력(specialization forces)’은 소비자에게 작용을 한다. 예를 들면, 제품 샘플링만을 원한다면 입시, 벌치박스, 미미박스 등을 활용할 거다. 샘플링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구매를 결정했지만 가격에 민감하다면,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아마존이나 쿠팡을 방문할 것이다. 제품이 떨어지지 않기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정기적으로 뷰티 제품을 배송해주는 회사도 있다.
소비자는 금전적인 비용뿐만 아니라 시간적인 비용, 상품과 서비스 구매에 필요한 노력이라는 비용도 낮추길 원한다. 금전, 시간, 노력 단계에서 비용감소 여부는 고객이 디커플링을 할지 말지 방향을 결정해 주는 요소인 것이다.
연구를 통해 디커플링에도 ‘레서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레서피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케이크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순서대로 따라가면 실패 리스크는 줄겠지만, 케이크의 맛을 보장하지는 않는 것과 같다. 다만 디커플링 레서피를 순서대로 따라가면 성공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다는 의미이다.
디커플링 레서피의 첫 단계는 고객가치 사슬에 대한 ‘매핑(mapping)’이다. 고객군을 설정한 후 고객의 제품 및 서비스 구매 단계를 모두 파악해야 한다. 그후 가치창조인지, 가치잠식인지, 가치에 비용을 매기는 것인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결고리가 약한 부분을 찾아낸다. 이 단계에서 파괴자로서, 기업가로서 기존 회사의 활동을 빼앗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이때 상대 회사가 해당 사업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면 쉬울 것이다. 스타트업은 이 시기 전문화 효력(specialization forces)을 증가시켜 기존 기업의 활동을 빼앗아 올 수 있다. 사슬을 해체하고, 해당 활동을 더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제공하여 고객의 금전적인 비용을 낮춘다면 고객은 스타트업의 편이 된다. 이것이 바로 디커플링을 하는 방법이다. 시장지배 기업들이 디커플링 위협에 대응하는 방법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떤 반응을 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스타트업의 공격에 그들이 반격하면 어떤 대응을 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내가 함께 일했던 하버드 학생의 디커플링 사례이다. 의사가 소변, 침 또는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하면, 여러분은 병원이나 진료소를 방문해야 한다. 진료실이 낮선 사람도 있을거고, 시간이 없는 사람도 있을거다. 이때 실험실 방문은 가치잠식 활동이다. 검사는 받아야 하지만, 그 과정이 불편한 것이다. 검사를 받는 것은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하는 가치창출 활동에 속한다. 그래서 그 하버드 학생은 검사 비용을 낮출 방법을 생각하고 ‘에버리웰’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에버리웰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나 대사능력,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체크할 수 있는 36가지 검사 키트들을 보유하고 있다. 의사가 특정 검사를 요구하면 이용자는 에버리웰 웹사이트를 방문하여 해당 검사를 선택하고 키트를 전달 받는다. 그리고 혈액 또는 침, 소변 등을 담아 메일 박스를 통해 에버리웰에 전송하기만 하면 된다. 에버리웰은 그 박스를 진료소로 보내고 검사 완료 후 결과를 통보받아 결과를 온라인에 올려 의사와 환자가 볼 수 있게 한다. 병원이나 진료소에 방문할 필요가 없게 한 것이다. 이것이 에버리웰이 한 디커플링 방식이다.
디커플러들의 사례를 통해 본 디커플링 수행 전략
에어비앤비, 리프트, 슬랙, 우버 등 빠르게 성장해 공룡 기업이 된 디커플러들의 시작은 어땠을까. 지금은 수백, 수천만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이지만, 첫 번째 1,000명의 고객은 어떻게 확보했을까? 이들은 다섯 단계를 거쳐 동력을 얻고 오늘날의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디커플링으로 가치사슬을 파괴하는 5가지 방법이기도 하다.
첫번째 단계는 고객을 큰 뭉텅이의 그룹으로 확보한 것이다. 작은 스타트업이 고객을 확보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필요하다. 고객을 한 명씩 확보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관심 끌기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현재 거대 스타트업들이 사업 초기에 택한 전략은 한꺼번에 고객을 여러 명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다른 이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나는 이것을 한 번에 큰 그룹의 고객 확보를 위한 ‘OPN’, 즉 다른 사람의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우버는 스포츠 행사나 록 콘서트 방문자들의 네트워크를 관찰했다. 그 과정에서 행사장을 떠나 집으로 가야 하는데, 택시가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우버는 이 문제를 풀어 한꺼번에 많은 고객을 확보했다. 에어비앤비는 큰 행사가 있는 도시에의 호텔이 늘 만실이 된다는 것을 포착했다. 그리고 그런 도시에서 사업을 우선 론칭했다.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네트워크, 즉 OPN을 활용할 때는 자신의 사업을 분석한 후 어떤 OPN이 좋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온라인일 수도 있고, 소셜 미디어 그룹, 온라인 커뮤니티, 마켓플레이스, 또는 오프라인상의 네트워크 행사, 학교, 교회, 몰 등이 될 수도 있다. 고객이 그룹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고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스타트업이 밟은 두 번째 단계는 직접 경쟁을 안 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거대기업과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피하는 전략을 취했다. TV, 라디오, 페이스북, 구글 등에 광고를 내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소비자 뿐만 아니라 경쟁자에게도 알려진다. 그들은 그걸 위협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고, 재빠른 대응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기존 기업들이 주목하지 않는 고객에게 다가갔다. 모든 호텔이 만원이 될 때 고객은 다른 숙박 수단을 찾게된다. 이때 에어비앤비가 대안을 제시하며 접근했다. 호텔들은 객실이 이미 만원이기 때문에 위협으로 느끼질 않았다.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버의 경우도 동일하다. 택시 등 교통수단이 부족해 사람들이 대안을 찾아야 하는 행사를 타깃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레이더 아래 가장자리에 엎드려 있다가 길을 잃은 고객을 포착해 우회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정면에서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시작했기에 경쟁자의 눈에 띄지도 않았다. 후일 경쟁자도 이들의 존재를 인식하게 됐지만, 그때는 이미 늦는 상황이었다.
세 번재 단계는 오프라인에서 발품을 팔았다는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오프라인 활동이 중요하다. 일부 기업가들은 온라인으로만 사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사무실에서, 차고에서 컴퓨터만 있으면 고객을 획득,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온라인 툴만으로 디지털 사업을 구축할 수는 없다. 생각과 현실은 다르다. 사업 초기에는 온라인 툴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에어비앤비가 글로벌 진출을 위해 파리로 갔을 때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당시 에어비앤비는 파리에서 두 가지 종류의 광고를 한다. 하나는 페이스북에 유료 광고를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텐트를 치고 전단지를 돌리게 한 거였다. 나중에 광고 비용을 비교해 보니 후자가 훨씬 효율적이었다.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건 사업 초기에는 온라인 기술보다 오프라인 운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온라인은 시간이 지나 기업이 성장한 후에 중요해 진다. 사업 초기에는 오프라인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성공한 스타트업 들은 그런 과정을 거쳐왔다.
네 번째 단계는 초기 단계 고객이 기업을 위해 많은 일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고객은 제품 구매 이상의 것을 해줄 수 있다. 작은 스타트업이 연구개발 전문가, 마케팅, 판촉, 광고 전문가 등 많은 직원을 채용할 수 없다. 그런 인력이 필요하지만 자금 여력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10번째, 100번째, 1,000번깨 고객이 이것을 대신해줄 수 있다. 누가 그런 활동을 해줄 수 있을지 파악하고 동기부여만 해주면 고객은 스타트업의 사업을 위해 활동을 대신해 줄 수 있다. ‘나의 초기 고객이 직원을 대신해 우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들을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에어비앤비는 사업 초기 게스트들에게 무엇이 좋고, 나빴는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등 경험을 자세히 애기해달라고 부탁하고 다녔다. 이 과정은 에어비앤비의 제품개선 R&D 과정이었다. 우버도 마찬가지였다. 고객이 마케팅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다섯 번째로 스타트업 창업자나 스타트업 팀원이라면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고객의 눈높이에서 상황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를 찾는 것은 퍼즐을 찾는 것처럼 난제이다. 하지만 이유를 완전히 이해하고 나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만 번째, 십만 번째 심지어는 백만 번째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성이 된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새로운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놀라운 일처럼 느껴진다. 마치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듯 생각된다. 초기 스타트업은 경험도 없고, 아직 다른 기업보다 뛰어나지도 않다.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회사도 많다. 그런데 왜 그 기업의 제품을 소비자가 샀을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라. ‘이 고객이 왜 우리 제품을 구매한 걸까?’, ‘왜 경쟁자가 아닌 우리 제품일까?’, ‘무엇이 그런 구매 결정을 촉발했을까?’, ‘우리 회사를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들어보지도 못한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는 리스크를 고객이 감내한 이유는 무엇일까?’를 말이다. 우버가 처음 등장했을 때 우버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유용했기 때문에 남의 차를 타기 시작했다. 우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필요하기에 어쨌든 써보기로 한거다.
스타트업의 실패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연구를 하며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압축시킬 수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충분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해서 고객획득을 못 한 경우이다. 사실 놀라운 건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두번째다. 충분한 고객가치를 창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조본, 퀵시, 주서로, 이크야크 등의 기업은 많은 고객을 획득했지만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사업을 통해 충분한 돈을 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나는 ‘누수현상(leakage)’이라고 부른다. 창조한 가치와 획득한 가치의 차이가 바로 누수현상이다. 가치를 현금화하는 비율이 작은 경우 기업의 지속이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가치창출의 모든 단계에서 ‘리벨런싱(Rebalancing)’이라는 원칙을 활용해야 한다.
트랜드를 생각하라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트랜드를 발견하고 디커플링을 기반으로 등장하고 성장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새로운 트랜드를 남보다 빨리 파악하여 사업을 시작하고 성장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런 트랜드를 파악하느냐다. 책을 집필하는 동안 여러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며 연구를 진행했다. 미국의 경우는 식품, 의류, 주거, 치료, 이동, 오락, 학습, 교육에 대부분의 소비를 했다. 미국인 가족 소비의 94%는 모두 이 일곱 가지 범주에 속했다. 일본의 경우는 86%가 여기에 들어갔다. 모든 연구대상 국가의 가족들은 수입의 86~94% 정도를 이 일곱 가지 범주 내에서 소비하고 있었다. 즉 이 ‘빅 세븐’을 관찰하면 사람들이 어디에 돈을 쓰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빅 세븐을 활용하여 트랜드가 나타나고 있는 산업 리스트를 작성할 수도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예전의 이동수단은 자동차가 기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동차를 구매하고, 소유하고 유지 보수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대중이 이런 게 왜 필요한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단지 A에서 B로 이동하기만 하면 되는데, 차량 소유가 최선일지를 고민하기 시작한 거다. 그러면서, 카카오 택시나, 우버, 디디추싱 등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전통 기업도 자동차 회사가 아닌 모빌리티 기업라는 컵셉을 지향하고 있다. 대도시 젊은층에게 자동차는 더 이상 필수 구매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의류 제품, 패션, 액세서리 등을 구매하는 방법도 굉장히 많이 변했다. 이전에는 옷을 구매해서 입었다면 지금은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것을 빌려서 입는 방식이 각광받고 있다. 구매한 것을 되팔고 새로운 것을 구매하기도 한다. 소유권과 공유경제를 넘나드는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또 전통적인 콘서트는 주로 라이브 행사였다. 그러나 라이브 행사 방문이 불가능해 지면서 엔터테인먼트, 콘서트 공연 업계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 중이다. 일례로, 트레비스 스캇은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의 가상 공간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자신의 산업으로 끌어올 수 있는 고객층을 파악하라
어떤 산업에 종사하든 산업의 바깥쪽을 살펴보며 자신의 산업으로 끌어올 수 있는 고객층을 파악해야 한다. 한 산업의 고객이 다른 영역으로 이동하면 이는 다른 모든 산업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속한 산업만을 관찰해서는 그런 변화를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되도록 많은 산업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산업의 수는 수백 개가 넘는다. 모두 살펴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빅 세븐 산업을 살펴보라고 추천하는 것이다. 빅 세븐이 고객 소비의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빅 세븐에 대한 고객의 비용 소비 패턴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제품’이 아니라 ‘솔루션’에 집중하라
대중은 ‘드릴’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구멍을 뚫을 도구’가 필요한 것이다. 벽이나 목재, 어딘 가에 구멍을 뚫어줄 도구 말이다. 오늘날 구멍을 뚫는 가장 지배적인 방법은 드릴과 드릴 비트를 사용하는 것이다. 만약 미래에 누군가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한다면, 고객은 더 이상 드릴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드릴만을 판매하던 기업은 사라질 것이 자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제품이 아닌 고객 솔루션에 집중해야 한다. 고객에게 제품은 무언가를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혁신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다. 혁신적인 사업 모델은 건물을 층별로 쌓아 올려 짓는 것과 같다. 건물을 짓듯이 혁신을 쌓아가는 것이다.
디지털 파괴와 전환에 대한 잘못된 믿음(myth)
지난 8년간의 연구를 하며 디지털 파괴와 전환에 대한 잘못된 믿음(myth)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중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수정해 보자.
우선 시장의 파괴의 주역으로 스타트업이 언급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연구를 통해 안 것 중 하나가 아마존이나 쿠팡 등에서 쇼핑을 시작한 고객들이 그렇지 않은 고객에 비해 우버를 이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또한 이 두 가지 서비스 고객들은 벌치박스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더 컸다. 이 세 가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에어비앤비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소비자가 디커플링 개념을 적용한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그 영향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는 디커플링을 통해 다른 산업의 가치도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파괴의 견인차는 바로 고객이다. 진정한 파괴자는 소비자인 것이다. 고객이 자신의 니즈, 원하는 것, 행동 등을 바꿔가며 더 빠르게, 쉽게, 저렴하게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시장에 부추기기에 스타트업이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기술에 대한 믿음이다. 정말 많은 신기술이 등장했다. 3D 프린터, 비트코인, 웨어러블, 드론 등 몇 달마다 신기술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술은 나타났다 사라진다. 굉장히 많이 사용되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별로 사용되지 않기도 한다. 기술의 사용 여부를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이다. 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성공하는 것이다. 사실 기업은 사업모델 혁신을 통해 훨씬 더 놀라운 것을 창조할 수도 있다. 사업모델 혁신은 파괴를 이끄는 재료이다. 기술 하나로는 파괴적 혁신을 만들 수 없다. 기술은 모터와 같다. 자동차의 모터처럼 기술은 좋은 사업에 시동을 걸며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그러나 어떤 기술이든 사업 모델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사업모델 혁신이 디커플링과 디지털 파괴의 구동력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디지털 파괴에는 공통적인 접근법이 있다. 어떤 산업이든 그것을 정말 이해하고 싶다면, 고객가치 사슬을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사업모델과 기회를 파악할 수 있다. 일례로, 리뷰 사이트들은 생각과 선택을 디커플링하고 있다. 소비자는 팝업 스토어를 방문해 제품을 구매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제품을 바로 수령하지는 않는다. 제품을 집으로 보내주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디커플링이다. 이외에도 이름조차 없는 수많은 디커플링이 존재한다. 소비와 처리를 디커플링 하는 것, 구매하지 않아도 소비가 가능하도록 하는 공유경제 등도 그 범주에 있다. 예를 들면, 반려동물 공유 서비스인 ‘바로우 마이 도기(BORROW MY DOGGY)’는 동물 주인이 여행하는 동안 반려 동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게 연결해 준다. 공유받은 사람은 반려동물과 놀다가 원주인이 복귀하면 다시 돌려준다. 또 다른 형태의 디커플링이다.
핵심은 하나다. 여러분이 고객가치 사슬과 디지털 파괴라는 제3의 물결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기술이 이 물결을 이끄는 중심이 아닌 보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제 3의 모델은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중심으로 구축되며, 완전히 소비자 중심이다. 시장의 파괴자는 바로 고객이며, 사업모델을 중심으로 구축해야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현재 많은 산업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여러분이 어느 업계에 있든, 이런 변화에 주목하길 바란다. 특히 빅 세븐에서의 진보와 파괴에 주목하라. 그렇게 하면 어느 분야의 큰 변화가 여러분의 산업에 영향을 줄지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