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차이나 비즈니스 이슈] 피규어 팔아 상장까지 한 키덜트 기업 ‘팝마트’
12월 11일, 아트토이 랜덤박스 기업 팝마트(POP MART, 泡泡玛特)가 홍콩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52억 2,400만 홍콩달러(약 7,434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팝마트는 2010년에 왕닝(王宁)이 설립한 회사로 초기에는 완구, 디지털 제품, 간식, 생활용품 등을 파는 잡화점 형태였다. 이후 매장에서 일본 피규어 ‘소니엔젤(Sonny Angel)’이 큰 인기를 끌어 주력 상품군을 바꾼다. 소니엔젤 랜덤박스는 2014년 회사 전체 매출의 3분의 1, 2015년에는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피규어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인 경우가 많은데 최근 몇 년간 중국 오리지널 캐릭터의 부상에 힘입어 소비가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랜덤박스로 발매되는 아트토이 피규어는 수집욕구를 자극해 Z세대에게 소장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올해 한정판 운동화 수집 열풍이 일었던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소니엔젤과 같은 피규어의 인기를 확인한 창업자 왕닝은 2016년 1월 9일 웨이보에 “소니엔젤 외에 좋아하는 피규어는 무엇이 있나요?”라는 글을 남기는데, 답변자 절반 이상이 ‘몰리(Molly)’라고 답한다. 이에 왕닝은 몰리 작가와 계약을 맺고 랜덤박스 형태로 내놓는다. 2016년 7월 첫 상품 ‘몰리 조디악’은 티몰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판매 첫 날 예약판매 상품이 4초만에 200세트 모두 팔렸다.
몰리가 팝마트의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으면서 회사는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 2017년 순이익 156만 위안(약 2억 6,390만원)을 기록하고 2020년 솽스이에는 거래액 1억 4,200만 위안(약 240억원)을 달성해 완구 브랜드 중 처음으로 거래액 1억 위안(약 169억원)을 돌파한 브랜드가 되었다.
팝마트는 오프라인 매장, 무인 자판기, 온라인 매장을 통해 판매를 진행하고 있어 타 아트토이 브랜드에 비해 소비자들에게 많이 노출되는 편이다. 2020년 5월 기준 팝마트 회원 수는 320만 명 규모이다. 소비자의 75%는 여성으로 18-24세가 32%를 차지한다.
효자상품인 몰리는 1개 평균 59위안(약 9,981원)으로 유사한 완구가 일반적으로 10위안(약 1,691원) 이하인 것에 비해 고가인 편이다. 하지만 이 브랜드가 잘 팔리는 비결은 랜덤박스에 있다. 몰리는 ‘일반’과 ‘시크릿’으로 구분된 2종류의 랜덤박스가 있는데, 일반 모델은 12가지 종류가 있으며 원하는 모델을 뽑을 확률은 144분의 1, 시크릿 모델은 1가지 종류로 뽑을 확률이 72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없는, 다분히 ‘뽑기운’이 있어야 하는 형태다. 하나를 구매하면 한 세트를 모으고 싶고 세트를 모으면 시크릿, 한정판을 모으는 소비 현상이 발생해 재구매율이 58%에 달한다.
티몰에서 발표한 보고서 <95호우(95년 이후 출생자, 일명 Z세대) 구매력 순위>에 따르면 약 20만 명의 소비자가 매년 2만 위안(약 338만원)이상을 랜덤박스를 모으는데 쓰고 있다. 중국 Z세대는 약 2억 6천만명 규모로 개성화되고 차별화된 브랜드 소비를 지향하는 세대로 소비 씀씀이도 결코 작지 않다. 그들이 소비하는 4조 위안(약 676조원)의 지출은 중국 전체 가계지출의 13%를 차지한다.
팝마트의 성공은 다른 브랜드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12월 18일 중국 SPA 브랜드 미니소(MINISO, 名创优品)가 아트토이 브랜드 ‘탑토이(TOP TOY)’를 발표하고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광저우(广州) 정자광장(正佳广场)에 오픈했다. 미니소는 앞서 이달 10일 탑토이 무인자판기를 공개한 바 있다. 탑토이는 2021년 1월 선전(深圳), 충칭(重庆), 시안(西安) 등지에서도 추가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아시아 아트토이 편집숍으로 포지셔닝한 탑토이는 10-40세의 남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선택폭이 넓어진 소비자가 즉각 반응했다. 탑토이는 오픈 3시간만에 거래액이 20만 위안(약 3,384만원)을 넘었으며 3일만에 방문객 수가 3만 명을 넘었다. 3일간 총거래액은 108만 위안(약 1억 8,274만원)이상이었고 일 최고 거래액은 42만 위안(약 7,107만원)이었다.
팝마트의 제품라인은 랜덤박스, 피규어, 구체관절인형, 악세서리 네가지 카테고리로 나뉘며 이 중 랜덤박스가 핵심품목이다. 탑토이는 랜덤박스를 중심으로 아트 토이, 일본 애니메이션 피규어, 미국 애니메이션 피규어, 조립모형, 모형인형, 블록 일곱가지 카테고리로 팝마트 대비 IP 종류를 세분화했다. 특히 마벨, 디즈니, 왕자영요 등 인기 IP 라이선스가 강점이다.
팝마트가 선전하고 있지만 키덜트 피규어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이다. 상위 5위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22.8%에 불과하다. 1위인 팝마트의 점유율은 8.5% 밖에 되지 않는다. 미니소가 아트토이 시장에 도전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아트토이 시장규모는 2015년 63억 위안(약 1조 660억원)에서 2019년 207억 위안(약 3조 5,026억원)으로 증가했으며 2024년에는 763억 위안(약 12조 9,091억원)규모가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 유행하는 랜덤박스가 소비자들이 아트토이에 빠지는 매개가 되고 있다.
랜덤박스가 인기를 끌면서 아트토이 관련 업체 등록수가 2017년에 처음으로 100개를 넘었으며 올해에는 11월말까지 260여 개의 업체가 새로 생겼다. 현재 중국내 최소 800개의 기업이 아트토이라는 이름이 들어가거나 관련 카테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아트토이는 큰 성장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는 업종이긴 하지만 진입 장벽이 낮아 신규 진출하기도 용이하다.
다만 근래 랜덤박스식 판매가 중국 관영매체로부터 도박 심리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중이다. 이에따라 중국 정부가 규제를 만든다면 시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홍콩 증시에서 팝마트 주가는 9.92% 하락한 77.64홍콩달러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