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노하우 2] 스타트업, 연구노트 써야 되는 걸까?
안녕하세요 플래텀 독자님.
블록체인 기반 연구노트 솔루션’구노’를 개발하는 레드윗의 김지원 대표입니다.
‘구노하우’는 테크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생긴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소개하는 칼럼으로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
스타트업인데 연구노트 꼭 작성해야 되는 걸까?
스타트업, 말만 들어도 벌써 바쁘게 느껴집니다. 쏟아지는 업무를 처리하는 것도 벅찬데, 따로 연구노트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요? 물론 R&D과제를 하거나 기업부설연구소가 되면 매년 제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좀 더 초창기의 스타트업에게 연구노트를 준비하고 작성하는 것은 무리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이 정부에서 내라고 하니 제출하는 형식적인 걸 절차로 치부해버리곤 합니다.
직접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연구노트가 가장 필요하다고 피부로 느꼈던 부분은 다른 회사와 협업할 때였습니다. 기업은 독자적인 솔루션이 있다고 하더라도 서비스의 확장 혹은 투자를 위해 타 회사와 미팅을 많이 진행합니다. 이때의 ‘내가 어디까지 오픈해도 되지? 이 사람들이 내 아이디어를 가져가거나 내 기술을 만들어 버리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연구노트는 이런 문제에서 1차적인 보호를 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물론 NDA(기밀유지협약)를 맺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나 NDA는 둘 다 협의해야만 할 수 있는 방법이고, 연구노트는 혼자서도 진행할 수 있는 장치로, NDA 준비 전 단계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연구노트, 어떤 부분까지 써야 하는 걸까?
연구노트, 단어만 들어도 낯설어 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연구보다는 서비스 출시 혹은 상품개발에 더 가깝다 보니 막막한 것이 사실입니다. 더구나 실험을 주로 하는 분야가 아닌 창업기업의 경우 더욱 어떻게 써야 할 지 난감할 겁니다. 예를 들어 IT 스타트업은 코드가 전부인데 이걸 어떻게 따로 또 작성해야 하는지를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코드가 많을 경우에는 억지로 만들어서 연구노트를 쓰기보다는 코드의 변경기록이나 이슈, 서로 코멘트 남겼던 것들을 PDF로 만들어 놓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추가로 코드 뿐만 아니라 미팅을 했던 기록들, 구조도를 짰던 그림들도 다 연구노트로 관리를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연구노트는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과정의 모든 것이므로, 가지고 있는 어떠한 기록도 기업의 자산이라 생각하고 관리하면 좋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업무의 과정에서 나왔던 농담까지도 남겨놓고 언제 봐도 그 상황의 맥락이 떠오를 수 있도록 합니다.
연구노트 작성, 이것만 주의하자!
1. 시간
연구노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기록이 언제 작성되었냐’입니다.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이 누가 먼저 했는지, 어떤 시기에 이런 미팅을 했는 지의 여부로 소유자를 판단합니다. 이런 점에서 온라인 기록은 자동으로 시점이 남기 때문에 유리합니다. 서면으로 작성했을 때는 손으로 직접 시간을 기재하거나 스캔본을 만들어서 전자화 하여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스캔 앱도 많고 사진만 하더라도 시점이 남기 때문에 핸드폰을 사용한 전자화도 추천합니다.
2. 작성자
시점만큼 중요한 것은 내가 작성한 것이 맞다는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작게는 서면 기록에 본인 사인을 하는 방법, 전자화가 되었을 때 서비스에 로그인한 기록으로 인증이 가능합니다. 전자서명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긴 하나 스타트업에서 이런 시스템 구축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서명을 자주 하거나 전자화를 통해 증빙하는 방법이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3. 위변조방지
연구노트 지침에서 연구노트는 스프링이 없어야 하며, 연필은 안된다는 등 복잡한 규정이 있습니다.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이 갖춰진 이유는 위변조 예방을 위한 것으로, 연구노트의 기록이 삭제되거나 임의로 수정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에서 이런 규정을 완벽하게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위변조 방지가 되는 솔루션을 사용하거나 앞서 말씀드린 시간(시점인증)과 작성자 서명을 통해 최소한의 연구노트 조건을 충족하여 관리하는 것이 연구노트 작성과 관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 김지원 / 현재 전자연구노트 솔루션 개발사 레드윗의 대표이며, 한 때 영화감독을 꿈꾸던 사람이지만 현재는 테크창업을 진행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