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스타트업’,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최근 ‘스타트업 (Start-up)’이라는 한국 드라마가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에서 크게 인기를 모았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드라마 ‘스타트업’은 앞으로 동남아에서 펼쳐질 ‘스타트업의 한류’를 기대하게 하는 예고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이미 스타트업 성공의 방정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높은 교육열을 기반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포진해 있다. 스타트업 혁신의 자양분이 될 산업 구조도 굳건하다. 한국은 이미 제조업을 기반으로 IT, 문화, 뷰티,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한국 정부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 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꾸준히 스타트업 생태계에 투자해왔다. ‘포브스 (Forbes)’ 지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개별 스타트업에 가장 많은 정부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지원을 기반으로 민간 영역에서도 VC, 엑셀러레이터 (창업기획자)들이 양적으로, 그리고 질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이 가진 잠재력에 비해 이제까지 글로벌 시장 진출이 다소 부진했으나 그것도 몇 년 전부터는 눈에 띄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영상메신저 ‘아자르’를 운영하는 하이퍼커넥트는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했다. 최근에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매치그룹이 하이퍼커넥트를 인수한다는 ‘빅딜’ 소식이 들려왔다. 인수 규모가 약 2조원 정도로 알려졌다.
시장 측면에서도 미국, 일본, 중국 등에 초점이 맞춰 있던 글로벌 확산이 싱가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싱가폴을 기반으로 동남아 전역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해왔던 경험을 기반으로 감히 조언하자면 한국 스타트업들은 지금 보다 더 적극적으로 동남아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시장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
동남아 시장은 미국, 유럽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리적인 접근성 면에서 편리하고 무엇보다 K-팝, K-드라마 등 대중적으로 친숙한 문화 산업이 스며들어 이미 ‘마음의 준비’를 갖춘 소비자 그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철두철미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류’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동남아 시장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화 전략’이다. 동남아 지역은 10개 이상의 국가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국가가 이질적인 언어, 문화, 소비 행태 및 기반 시설 수준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규제와 정책뿐만 아니라 경쟁, 국내 시장 세분화에서도 각 나라 특유의 고유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동남아시아로 진출하려는 스타트업들은 현지화 전략을 수립할 때 동남아 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위해서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KDB)의 초창기 스타트업 조기 지원, 한국벤처투자(KVIC)의 K-유니콘 프로젝트(K-Unicorn Project), 중소벤처기업부의 싱가포르 K-스타트업 센터(KSC)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타트업들은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서 투자금 지원, 전문가들의 시장성 분석, 글로벌 파트너 및 투자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 투자자 네트워크를 확장해야 한다. 현지의 로컬 VC들이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시장 경험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
현지 VC 및 잠재 파트너들의 입장에서는 한국 스타트업이 해당 시장 진출에 대해 얼마나 의지가 있는지를 중요하게 판단한다. 따라서 한국 스타트업이 성공적인 자금 조달이나 성장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현지 VC 사의 투자 전략의 목적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사업 계획과 최대한 부합하는 투자자를 찾아야한다. 아울러 동남아 시장에서 사업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사업 전략과 계획 등을 제시해야한다.
사전 점검을 모두 마치고 스타트업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다면, 현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해야 한다. 로컬 대기업 및 파트너, 대학교, 언론매체, 타 스타트업과의 협업 관계 구축은 현지 사업 정착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로컬 스타트업 행사, 멘토링 세션, 엑셀러레이터 (Accelerator) 프로그램은 물론 지자체∙대학 지원사업 등을 통해 다양한 현지 비즈니스 커뮤니티와 돈독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들은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 주체들과 가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각 지역별로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설정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와 파트너십을 얻을 수 있다.
KK펀드는 한국의 정부기관을 비롯해 대학 등과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에 큰 관심과 확신을 가지고 있기에 더 많은 한국의 스타트업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기를 기대한다.
글 : 꽌 슈 KK Fund 대표 / KK펀드의 공동설립자이며 공동대표. 미국 맥킨지에서 애널리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전자기기 제조 서비스 회사인 솔렉트론(Solectron)에서 미국 및 중국 시장의 유통채널관리 (SCM)을 맡았다. 미국 워튼스쿨에서 MBA를 마친 후 골드만 삭스에서 테크, 미디어, 통신 분야 M&A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