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진출 러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최근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하는 공급망 다변화 기지로 급부상하고 있으나 통상 및 시장 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4일 발표한 ‘공급망 다변화의 수혜주 베트남, 기회와 리스크는?’에 따르면 중국 주변국들이 중국과 정치·외교적 갈등을 빚으면서 베트남이 대체 투자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사태의 발생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기업들의 베트남 이전 현상이 더욱 가속화됐다.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탈중국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공급망 다변화 기지로 베트남이 주목받았다. 일찍부터 매력적인 투자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최근 10년 사이 세계경제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전 세계 對베트남 수입은 2010년 775억 달러에서 2019년 3,251억 달러까지 연평균 17.3% 증가해 글로벌 교역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졌으며, 외국인직접투자(FDI)도 크게 확대되어 2019년 FDI 유치 금액은 2010년 대비1.96배 상승한 390억 달러에 달했다.
베트남의 적극적인 개방정책만으로도 해외기업들의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결정적으로 중국 주변국들이 중국과의 정치․외교적 갈등을 계기로 베트남을 더욱 주목하게 되었다. 2010년대 초반 중-일 간 영토분쟁 이후 베트남을 비롯해 아세안 지역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도 같은 맥락에서 대두되었다. 이후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사태는 탈중국, 베트남 이전 현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베트남으로 유입된 FDI 금액을 살펴보면 센카쿠열도 분쟁 이후 200억 달러대까지 크게 증가하였으며, 2016년 트럼프 당선 직후에도 또 한 번 큰 증가세를 보이며 300억 달러 중반대에 이르게 되었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베트남을 대체 투자지로 선정한 데에는 베트남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중국의 1/3 수준에 불과한 값싼 임금, 6~7%의 높은 경제성장률, 각종 법인세 혜택 등을 바탕으로 베트남은 일찍부터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로 부상하였다.
우리나라도 베트남에 활발하게 진출해 2020년에는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 수가 중국에 진출한 기업 수를 초과했다. 베트남과의 경제 연계도 크게 강화되어 베트남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 3대 수출국으로 부상했으며, 2019년에는 중국을 제치고 해외투자 2위 대상국으로 올라섰다.
우리 기업들의 베트남 수출과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은 2017년 중국과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3대 수출국으로 부상한 뒤 꾸준히 3위 자리를 지키는 중이며 작년 기준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3324개로 중국(2233개)을 넘어섰다. 2019년 우리나라의 베트남 직접투자액도 83억 달러에 달해 베트남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 390억 달러 중 21.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베트남과 경제 연계가 강화된 만큼 베트남 리스크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 베트남을 상대로 한 수입규제조치 조사개시 건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의 ‘환율 상계관세’ 조사대상에 포함되는 등 베트남을 둘러싼 통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중국이 관세 회피를 목적으로 베트남을 경유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베트남을 타겟으로 한 우회수출 조사도 증가 추세에 있다. 베트남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비시장경제로 간주되고 있어 엄격하게 제재를 적용받는 경우가 많아, 베트남 진출 현지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해오는 기업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노동력, 공장부지, 인프라 확보를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베트남 산업단지의 임대비용이 급격히 상승하였으며, 입주율도 크게 증가해 일부 단지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업의 인력 수요는 확대되고 있는 반면, 공급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숙련 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베트남은 중국에 비해 소비시장 규모가 훨씬 작아 베트남으로 생산기지 이전 시 내수보다는 해외수요에 의존해야한다는 리스크도 내재한다.
보고서는 “베트남의 무역규모가 확대되면서 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크게 증가하고 미국의 환율 상계관세 조사대상에도 포함되는 등 통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몰려들면서 숙련된 인력과 인프라 확보가 어려워지는 등 시장 리스크도 가중되고 있어 진출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무역협회 이유진 수석연구원은 “최근 공급망 다변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베트남 진출 및 투자 확대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베트남을 대상으로 한 엄격한 수입규제 조치가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될 위험이 있는 만큼 베트남 당국과의 긴밀한 네트워크 구축과 리스크 요인에 대한 사전 대응방안 마련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