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은 송년회가 많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회포도 풀고, 내년도 도모하는 멋진 자리다. 이 글을 보는 분들의 회사도 다양한 송년회 행사를 진행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플래텀 역시 지난 26일에 주주 및 필진들과 함께 송년회를 진행했으며 30일 종무식도 진행했다.
그런데 여기, 일반적인 회사 송년회와는 조금 다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천만 원을 주는’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 제작 스타트업 핸드스튜디오다. 핸드스튜디오는 지난 12월 27일 금요일, 직원의 가족과 함께 신라호텔에서 송년회를 했다.
과연 어떤 행사였는지, 플래텀에서 송년회를 마친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를 만나봤다.

플래텀(이하 플) : 독특한 송년회를 한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올해 송년회 설명을 한다면?
안준희 대표(이하 안) : 호텔을 빌려 부모님을 위한 공연처럼 마련한 자리다. 식사를 할 뿐 아니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간단한 공연도 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상식도 진행한다. 자리해주신 분들을 위한 럭키드로우도 있는데, 1등 상품이 최신형 스마트TV다. 송년회가 끝난 후에는 호텔로 바로 올라가 쉬시면 된다.
플 : 어쩌다가 이런 송년회를 시작하게 되었나?
안 : 사실은 올해 시작한 행사가 아니다. 사실은 회사가 창업한 2010년에도 호텔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송년회를 가졌다.
플 : 막 창업한 해에 호텔에서 송년회를 할 정도로 돈이 많았나?
안 : 없었다(웃음). 대신 호텔의 규모가 작았다. 이름 없는 작은 호텔을 빌렸다.
플 : 창업하고 1년도 되지 않아 그런 행사를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안 : 나는 포항에서 태어나 자랐고, 내 부모님도 시골 분이다. IT가 어떻고, 스마트TV가 어떻고, 애플리케이션이 어떻다는 이야기를 해드리면 전혀 이해를 못하신다. 나뿐 아니라 함께 회사를 준비한 친구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자식 된 도리로, 최소한 ‘내 자식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플 : 지방에 사시는 분들은 참가하기 부담스러울 것 같다.
안 : 그래서 왕복 교통비를 제공하고, 호텔에서 부모님의 1박은 물론 조식까지 지원한다. 예를 들어 부산에 사는 분이라면, 왕복 ktx 표를 끊어드리고 서울역에서 호텔에 오는 택시비까지 지원해드리는 식이다.
플 : 그렇게 많이 지원한다면, 비용 부담이 크겠다.
안 : 부담이 엄청나다(웃음). 한 해에 가장 큰 행사고, 사용하는 비용도 정말 많다. 그러나 그만큼 부모님도 직원도 만족한다고 생각한다.
플 : 부모님의 반응이 좋았겠다.
안 :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부모님들 공통 반응이 ‘놀랐다’와 ‘뿌듯하다’, ‘마음이 놓였다’ 같은 것이다. 아무래도 덜 유명한 회사니까, 부모님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도 있고 궁금할 수도 있다. 내 자식이 엄연한 사회의 일원으로, 잘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니 정말 기뻐하시더라. 나에게 직접 연락처를 받아가서 따로 문자나 전화를 주고받는 분들도 꽤 된다.
플 : 어떤 부분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가?
안 : 물론 개개인의 차이가 있지만, 가장 좋아하시는 건 직원 개개인이 만든 앱을 보실 때다. 행사를 연 영빈관 로비에 스마트TV를 3대 설치해 놓고, 직원들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깔아 놓았다. 자녀들이 직접 설명을 하는데 그걸 보는 부모님들 표정이 정말 좋더라.
플 : 직원들도 만족하나?
안 : 물론이다. 핸드스튜디오는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28세로, 이제 갓 사회 생활을 시작하거나 몇 년 안쪽인 멤버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직원들은 하고 싶어도 부모님에게 효도를 할 만한 금전적, 정서적 여유가 없다. 이런 부분을 회사에서 채워주는 부분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되더라.
솔직히 자식을 키워두신 부모님은 대부분 자식 자랑하는 맛에 사신다. 어른들 세계에선 큰 기업에 다니는 자식이 최고다. 게다가 IT에 대한 이해도 엄청나게 낮지 않은가.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다니는 자식의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내 자식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고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는 것이 엄청난 경험이다. 가정에서 회사를 지지해주면 직원의 자부심이 확 올라간다.

플 : 행사를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나?
안 : 매년 가장 아쉬운 점인데, 행사를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없다. 스마트폰과 달리, 스마트TV는 매년 2월에 출시된다. 게다가 핸드스튜디오는 1월에 열리는 CES도 나가기 때문에 12월은 정말 바쁜 시기다. 이때 시간을 쪼개서 준비하는 까닭에, 늘 만족스럽게 준비하지는 못한다. 핸드스튜디오가 스마트TV 관련 일을 하는 이상 이 부분은 늘 아쉬울 것 같다.
플 : 다른 기업에게도 핸드스튜디오 같은 송년회를 권하고 싶은가?
안 : 그렇다. 핸드스튜디오는 이번이 네 번째 송년회인데, 내년에도 꼭 직원의 가족들을 모시고 함께하고 싶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직원과 가족이 회사를 지지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엄청나게 큰 호텔이 아니어도 좋고, 그 회사에 맞는 방식을 채택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부모님들이 ‘나를 정말 대우하는구나’라고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대우를 받을 만큼 내 자식이 중요한 사람이고, 좋은 회사임을 느끼면 회사의 엄청난 팬이 된다. 직원 뿐 아니라 직원 가족에게까지 지지받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행사가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고 여긴다. 사실 나는 경영학과 출신이다. 맨 처음, 대학에 들어가서 배운 경영학 입문 1장에도 나오는 이야기가 ‘기업은 가계의 자원을 활용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익을 창출한 다음 다시 그 이익을 가계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그러니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성과를 직원의 가족들과 나누는 것’이 왜 특별하겠는가. 직원끼리 갖는 회식도 좋지만, 그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가족들의 지지를 받는 것도 좋지 않을까?
안준희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직원보다 부모님이 더 좋아하는 송년회’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 보면 핸드스튜디오의 ‘온 가족과 함께하는’ 송년회는 더 오래 일하고, 비교적 집보다는 일터에 집중해야 하는 스타트업 특성에 더 잘 어울리는 행사일지도 모른다.
각 회사마다 어울리는 형태의 송년회를 하겠지만, 내년 송년회에는 핸드스튜디오의 사례를 참고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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