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종영한 KBS 대국민 창업오디션 황금의 펜타곤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그 인물은 매회 등장하는 창업자나 스타트업이 아니라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다른 심사위원들이 격려 위주로 심사평을 할때, 무표정한 얼굴로 까칠한 심사평을 내놓던 인물이다. 바로 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 대표다. 황금의 펜타곤 출연진을 캐릭터로 보자면, 중 박대표는 유일한 악역이었다. 하지만 그는 미움의 대상이 아니라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방송 이후 포탈 검색어에 그의 이름은 스타트업 서비스와 함께 가장 많이 검색되기도 했다. 방송을 통해 여러 창업자와 스타트업이 알려졌지만, 개인으로 놓고 보자면 가장 핫한 인물은 박지웅 대표였던 셈이다.
박대표가 대표를 맡고 있는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티몬 신현성 대표, 파이브락스 노정석 CSO,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 등 도합 5번의 IPO와 24번의 M&A 경험을 가진 20명의 기업가들과, 한미 벤처캐피털 (Insight Venture Partners, Stonebridge Capital, KTB Network) 이 함께 설립한 스타트업 전문 투자 회사다. 박 대표는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를 맡기 전 유력 벤처캐피탈에서 투자팀장으로 일하며 티켓몬스터의 3천억 원 규모 투자유치, 동영상 검색업체 엔써즈가 KT에 인수되는 과정 등에 관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현재 박대표의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스타트업 투자와 더불어 예비창업자와 초기 스타트업 대상 프리미엄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패스트캠퍼스(FAST CAMPUS)‘를 운영중이다. 패스트캠퍼스는 유료다. 그것도 0이 6개나 붙는 금액의 유료 프로그램이다. 여러 창업지원 단체나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 대부분이 무료인 상황에서 꽤나 파격적인 행보다.
박지웅 대표를 만나패스트캠퍼스에 대한 이야기와 패스트트랙아시아의 2014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패스트캠퍼스는 유료프로그램이다. 무료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많은 상황에서 이렇게 적지 않은 금액을 교육비용으로 책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의 예비 창업자나 초기 창업자들의 틀을 보면 허리층이 취약한 느낌이 많았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똑같은 아이디어를 한국 대학생이 피칭하는 거는 볼품없어 보이고 스탠포드 대학생이 피칭하는 건 세상을 바꿀 것 같아 보이고. 그 차이가 뭐냐는 이야기다. 두 가지가 매우 취약하다는 걸 알았다.
첫째로 교육이 취약점이다. 한 사람이 완성도 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 시작단계에 도달하기까지는 교육이 중요하다. 쉽게 생각하면 교육생을 앉혀놓고 필요한 것을 알려주면 되는 것들인데, 이것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그동안 과연 있었던가? 많을 것 같지만 찾아보면 의외로 없었다. 그게 무료로, 간헐적인 특강으로 열리다 보니까 그런거다. 내용도 매번 하던 것의 반복이다. 사업 계획은 A부터 Z까지 갖춰야 하는데 어떤 곳에서는 A만 이야기 하고 어떤 곳은 C만 이야기 하는 식이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퀄리티도 높지 않은 것 같다. 예비 창업자들이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사업을 구체화해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에는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이미 창업하신 분들이다. 이분들 다수가 시행착오 비용을 많이 쓴다. 그러다 보니 구조를 보면 바닥에 많은 팀들이 있고, 중간층은 거의 없으며, 상위에 소수의 팀이 있는 그런 형태다. 중간층이 취약하다. 일반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은 밑에 있는 팀을 굳이 끌어올리려고 하지는 않는다. 위에 있는 팀들 중에 잘 골라 투자하면 된다. 그렇다고 밑에 있는 팀들이 근본부터가 별로인 팀들이냐하면 그건 아니다. 우리는 밑에 있는 팀들을 붙잡고 중간까지 올라올 수 있게 하려 한다. 그래서 패스트캠퍼스를 만든것이다. 우리의 리소스와 제공할 수 있는 벨류를 무료로 하기는 싫었다. 무료로 하면 오히려 우리가 주는 가치를 깎아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패스트캠퍼스와 여타 프로그램들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일단 훨씬 비싸다(웃음). 우선 첫째로 강사진과 교육내용이겠다. 패스트캠퍼스는 회사를 만들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강의를 한다. 우리 강연진은 그냥 자문가, 투자자, 대기업 직원이 아니다. 강의 스킬이 그들에 비해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가장 살아있고 날 것에 가까운 노하우와 지식을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창업자들에게 필요한 것을 관찰하고 정리해서 주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현재 창업과 투자에서 활용하고 있는 스킬을 전달한다. 이렇게 가장 현장감 있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교육은 기존에 없다고 판단한다. 이게 가장 중요한 차별점이기에 외부 강사를 쓰지 않고있다.
두 번째는 교육 컨텐츠 전달과 엑셀러레이션 서비스를 엮어서 인큐베이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료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우리가 을이다. 일반적으로 보면 투자 하는 사람들이 갑이고 투자 받는 사람들이 을인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은 코멘트를 잘 안 한다. 될 만한 회사는 그냥 투자를 하면 되고, 안 될 만한 회사는 그냥 투자를 안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참가자들은 고객이기 때문에, 그들의 스테이터스(status)에 상관없이 현재 위치에서 조금이라도 올라갈 수 있게 시도한다. 그런 서비스 정신으로 하고 있다. 교육과 서비스면에서 여타 프로그램과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캠퍼스에 들어온 팀이나 개인이 패스트트랙아시아 인하우스로 투자를 받고 인큐베이팅 받을 수 있는 문은 열려있는가?
물론 열려있다. 우리에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어떻게 하면 좋은 탤런트 툴을 계속 확보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1기에 있었던 분들 중 매력적인 비즈니스를 개발하신 분들이 두 분 정도 있다. 이 분들은 이제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있어서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단계이다. 또 1기 캠프를 거치면서 팀을 만든 이들도 있다. 아이템이 아직 결정되진 않아서 사무실 안쪽에 공간을 제공하며, 어떤 비즈니스가 좋을지 함께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존의 패스트캠프에서 패스트캠퍼스로 확장한 이유와 다른 점은 어떤 부분인가?
캠프는 10주 였지만, 시쳇말로 ‘빡셌다’. 강의가 24개, 서비스가 19개였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거의 매일 우리를 만나야 했다. 패스트캠프를 운영하며 느낀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참가자들의 스테이지(Stage)가 다르다는 것이다. 예비 창업자,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을 고민 중인 사람, 또 어떤 참가자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원하는 것들이 조금씩 달랐다. 그래서 캠프에서 캠퍼스로 확장하면서 예비창업자, 초기스타트업, 대학생 이렇게 따로 카테고라이징을 했다. 비슷한 스테이지의 참가자들끼리 모아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받은 피드백 상당수는 캠프 비용이 ‘비싸다’는 게 아니라 ‘힘들다’는 것이었다. 월, 화, 목, 금 이렇게 만나는 것이 너무 버겁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캠퍼스의 교육 쪽 커리큘럼은 주말로 따로 뺐다. 7개 섹션으로 나누어서 이번 주 토요일에 오면 첫 번째 섹션 3개 강의를 연강으로 하고, 일요일은 두 번째 섹션 연강. 이렇게 하고 원하는 섹션만 골라서 들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크게 바뀐 점이다.
패스트트랙 캠퍼스에서 생각하는 교육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개발을 제외한 모든 부분들을 다루고 있다. 조금 다른 관점으로는, 캠프 때는 멤버쉽 형태로 진행했다. 지난번이 1기, 이번이 2기. 이렇게 멤버쉽 개념을 넣었고 이 부분은 계속 간다. 교육이 끝났다고 해서 우리와 끝은 아니다. 졸업생들이 계속 찾아오고 이야기를 나눈다. 관계를 계속 구축해가는 것이다. 이걸 하는 큰 이유다.
프로그램에서 잘 따라오는 그룹과 따라오지 못하는 그룹은 비율이 어떻게 됐나?
1기가 40명으로 시작했는데 40명으로 끝났다. 힘들다고 하면서도 중간에 낙오하거나 환불해달라는 참가자는 없었다. 그 중에 어떤 개발자는 창업을 고민하다 스타트업 개발자로 취업한 분도 있다. 우리가 교육을 시작할 때부터 이야기 하는 것은 캠프에 참가했다고 해서 무조건 창업해야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캠프를 통해서 본인에게 이 길이 맞는지 안 맞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현장의 느낌을 짧은 시간 내 집중해서 겪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패스트캠퍼스를 해야겠다는 확신은 어떻게 가졌는가?
패스트캠퍼스를 하자는 것과 100만원 넘게 받자는 건, 제가 이야기 한 것 같다(웃음). 그리고 대부분 반대했다. 우리 프로그램은 영어 학원을 석 달 다니는 것과 같다. 한 달에 평균 3-40만원 정도 소요된다.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한 번에 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기로 했다. 니즈가 있다고 생각된 부분은 1기 캠프에 왔던 40명 중에 기존에 제가 봤던 사람은 한 두 사람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이 분야가 굉장히 좁지 않는가. 어떤 행사를 가게 되도 매번 만나는 사람들만 보게 된다. 하지만 캠프에 온 참가자들 대부분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알고 오시는 분들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요가 생각보다 컸던 것인가?
그렇다. 다만 그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는 정확하게는 모른다. 하지만 황금의 펜타곤의 경우에도 예선만 1,000여 팀이었다. 실전 창업 리그가 2,000 팀이었고. 방송에 출연하고자 하신 분들은 이미 창업을 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가지신 분들이니, 그 이면에는 훨씬 더 많을 거라는 판단을 했다. 그 부분을 보고 확신을 가졌고 확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1기 캠프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모 백화점에 근무하던 참가자가 있었다. 커리큘럼 중 저와 일대일로 만나는 섹션이 3번 정도 있는데, 초반에 진행하면서 도중에 그만 두고 다시 회사에 전념할거라 예상했다. 일반적인 창업자의 조건이 아니었다. 기혼자에 슬하에 자식도 있었고,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또한 창업 아이디어는 극초보의 수준이었다. 그런데 만날 때 마다 변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이템이 아이 엄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거였는데, 주말에 롯데월드 가서 아이엄마 100명에게 설문조사를 돌리고 팀빌딩까지 하는 단계까지 갔다. 저희가 생각하는 것 보다 그들의 창업열정이 강하다는 걸 알았다. 다소 아이디어가 디벨롭이 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해서 열정이 부족한 건 아니라는 것이었고, 그것이 우리에게는 무척 새로운 경험이었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부분은 출석률이 점점 낮아졌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의 열정이 식어가는 수치가 아니라, 교육 도중에 만난 참가자들끼리 팀빌딩을 하고 비즈니스를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교육 커리큘럼 도중에 진짜 시작을 한 것이다. 그러다 커리큘럼 중 꼭 듣고 싶은 교육이 있으면 팀에서 한 명만 나와서 듣고 나머지 분들은 일하고 계시고. 그런 식으로 진행이 되더라. 출석률은 떨어졌지만 다들 뭔가를 하고 있었다. 캠프 기간 동안 내부 공간을 모두 쓸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교육을 듣지 않아도 항상 여기에 있는 참가자들이 있었다. 이것도 처음에 예상하지 못했던 재미있는 부분이다.
패스트트랙아시아의 2014년 계획은 무엇인가?
패스트캠퍼스가 유료이므로 비즈니스 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탤런트들을 확보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이를 조금 더 크게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예를 들면 어떻게 하면 더 위의 직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가, 혹은 좋은 직원이 되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교육이 온라인 시장에 형성되어 있는데, 우리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이 부분에 대척점으로 설 것이다. 현재 시대는 좋은 직원이 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큰 회사건 중견회사건 스타트업의 DNA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 수명이 회사 수명보다 더 긴 지금 시대에서는 직접 창업을 하는 게 아니더라도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살아갈 수 있는 앙트러프러너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라는 포장을 빼고 혼자 떡볶이 집을 차렸을 때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그게 조직 안에 있을 때도 성공할 수 있다는 프레임으로 생각을 확장해야 한다.
이게 올해 패스트트랙 아시아에서 하고자 하는 큰 축이고 나머지는 작년과 비슷한 페이스로 진행할 생각이다. 우리 회사는 세 가지 일을 한다. 내부에서 스타트업을 만들고, 밖에 있는 회사 중 뜻이 맞으면 인수하기도 하고, 마이너리티에 투자도 한다. 이건 꾸준히 할 것이다.
KBS 황금의 펜타곤에 출연했던 소감은?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팀이 있었다면?
정말 감동적이었던 팀이 있었다. 60대 세 분으로 이뤄진 회사 ‘바로콕‘이다. 플라스틱 병따개를 15년 동안 계속 한 회사다. 방송에서는 편집되었지만, 무대 뒤 쪽에서 참가자들이 대기 하고 있을 때 인터뷰를 한다. 그때 이 세 분이 임하는 태도가 굉장히 쿨해서 더 크게 감동 받았다. ‘내 나이 60이 넘었는데, 우리가 언제 이런 기회를 얻을 것 같나. 그냥 나가서 재미있게,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고 오자’라고 하시더라. 팀 당 녹화가 한 시간 가량 진행되기 때문에 온갖 Q&A가 다 나온다. 그런데도 너무나 공손하고 성심을 다해 대답하시는 걸 보고 느끼는 게 많았다. 사실 나를 포함해 5명의 심사위원이 그분들에 비해 훨씬 어리지 않나. 방송에 출연했던 팀 중 가장 진중하고 진정성 있게 임하는 팀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분들의 자세에서 배울것이 많았다. 참 울림이 있었다.
인터뷰정리 : 이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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