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세영의 특허로 보는 투자 트렌드] #1.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최근 단 몇 줄의 아이디어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제품 및 서비스로 발전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연구개발(R&D)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대기업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수많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실제 스타트업에서 도출된 경우가 꽤 많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자본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정적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우리의 삶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이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서는 ‘투자’가 매우 중요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이디어만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뚝딱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투자를 받으려면 매 단계마다 기업 가치(밸류)를 산정해야 하는데,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는 현재 갖고 있는 자산과 미래에 발전 가능한 잠재력에 근거하여 평가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여러 가지 평가 항목 중 ‘특허’는 스타트업이 자기 기술에 대해 얼마나 독점력을 갖고 있는지,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독보적인지 등을 측정하는 잣대로, 기업 가치를 높여주는 중요한 협상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특허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어, 보유한 특허의 가치나 그 수에 따라 기업 가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특허의 대상이 되는 산업 분야와 기술의 종류는 워낙 다양하고, 스타트업을 둘러싼 사업 환경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특허의 가치를 측정하거나 평가하는 방식도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특허의 가치를 오차 없이 측정하거나 특허의 기여도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 시리즈는 기업 가치의 평가 척도가 될 수 있는 투자 또는 엑시트(M&A, IPO) 트렌드를 특허 관점에서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사례를 통해 ‘특허가 기업의 성장 또는 가치와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배달의 새 시대를 연 ‘우아한형제들(대표 서비스: 배달의민족)’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이 카피를 듣자마자 ‘배달의민족’을 떠올릴 것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현재 모두의 삶에 배제하고 생각할 수 없는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세상에 선보이고, 명실상부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우아한형제들’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0년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시작하고, 2011년 법인을 설립하였습니다. 2014년 배달앱 업계 최초로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였으며, 2018년 연간 거래액이 5조 원이 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사업 분야도 배달 어플리케이션으로 시작하여 배민 라이더스, 배민 키친, 배민상회 등으로 확장하며, 배민 신춘 문예 및 폰트 개발 등 문화와 트렌드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울러, 우수한 근무환경과 자유롭고 수평적이고 조직문화로 취업 준비생들에게 선망하는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특허 히스토리
우아한형제들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특허활동을 하기 시작해서, 2010년대 중반까지 특허출원을 꾸준히 해 온 것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2015년과 2016년의 특허활동이 두드러지고, 최근(즉, 2020년 이후에) 특허출원을 굉장히 공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투자 히스토리
우아한형제들은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3억 원(seed)과 20억 원(시리즈 A)의 투자를 받은 후, 2014년에 520억 원(시리즈 C 및 D),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각각 570억 원, 350억 원 및 3,6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우아한형제들의 M&A 소식이 있었고, 2021년 3월 최종 거래 규모 약 7조 6,735억 원으로 완료됩니다.
특허-투자 상관관계
(1) 초기 투자 시기(2011년-2016년)
특허출원을 시작하고 최초로 특허등록을 받게 된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백 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특허출원을 가장 많이 한 2015년과 2016년 직후에는 수천 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였습니다.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두기 전에 진행한 특허출원 및 특허등록 수와 투자 유치 금액이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폭발적 성장(2017년-2019년)
이 구간은 ‘우아한형제들’의 대표 서비스인 ‘배달의민족’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시기입니다. 특허출원 수가 다소 줄었지만 누적된 특허등록 수가 많아지게 된 2019년에는 4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금액의 M&A 소식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미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특허출원이나 특허등록이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3) 최근 동향(2020년-2021년)
한편, M&A 계약 소식이 들린 직후인 2020년에 다시 특허 출원이 활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공개 특허(특허는 출원일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나야 공개됩니다)가 존재하는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특허활동이 증가세를 보인다는 것은 최근의 특허활동이 매우 활발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풍부한 자본력에 힘입어, 시장에서의 지배적인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특허활동을 더 공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특허 활동과 더불어 더 강력한 성장을 이뤄낸 우아한형제들은 딜리버리히어로에 M&A 최종 거래 규모 약 57억 유로(7조 6,735억원)에 인수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시사점
‘우아한형제들’ 사례를 통해 투자 유치 상황에서 특허가 기업의 가치와 기술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자금력이 충분한 상황에서는 특허가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가치는 기업이 가진 비즈니스 모델(BM)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특허가 투자 또는 엑시트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특허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또는 기술이 가진 독점력을 가리키는 지표가 되고 있고, 실제 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특허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사업 환경, 제품/서비스, 투자 유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보유 기술도 보호할 수 있는 특허 전략을 철저히 수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글: 특허법인 세움 길세영 변리사
–원문: [길세영의 특허로 보는 투자 트렌드] #1.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