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판] “무대와 관객만 있으면 아무도 부럽지 않아요.” 극단 배우다방 윤진하 연출의 이야기
다양한 스타트업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공통점은 사업이 어떤 형태이든 자신의 삶에 대한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길을 선택한 것. 그 길을 한 걸음씩 내딛으며 우직하게 나아가는 것. 그 모습을 바로 곁에서 보고 들으며 두근거릴 수 있는 것이 내 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번에 만난 극단 배우다방 역시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연극이라는 분야기에 대화 속에 조금 더 순수하고 섬세한 감정들이 오갔다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적 감정이 조금 더 드러난 시간이었달까. 그들의 작품 [공장장 봉작가] 역시 창작극이기에 그들만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 있다. 배우의 직업을 선택하고 그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흔들림이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걸어 온 그 치열함과 강인함이 모여 완성된 작품이 [봉장장 공작가]라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져 울림이 배가 됐다. [공장장 봉작가]의 윤진하 연출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연출님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극단 배우다방 윤진하입니다. ‘재밌게 살고 싶다.’ 처음엔 이 생각으로 움직였어요. 대학로에서 연극을 해야겠다는 꿈 하나로 22살 겨울에 고향인 부산을 떠나 상경했지요. 지금 제가 서른 다섯인데요. 배우로서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이제야 연기를 조금 알아가는 것 같아요.
내가 연출을 할 거라곤..음. 생각도 못했어요. 동료들이랑 같이 아무생각 없이 극단(배우다방)을 만들었는데, 연출이 없는 거예요. 우리 중 하나가 연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제가 형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어이없이 연출이 돼버렸어요. (웃음) 그렇게 3년이 흘렀네요. 3년 동안 기업 교육극과 가족극 등 단원들과 많은 작품을 했고 그걸 토대로 2013년 4월에 [더 파이팅]이라는 창단 공연을 대학로에 올렸어요. 공식적으론 그게 첫 연출작인 셈이지요.
때론 힘들고 지치고 막힐 때도 많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럴 때도 재밌는 거예요. 그거 하나면 저는 충분했던 것 같아요. 지금껏 그래 왔듯,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거예요. “재밌게 살고 싶다.” 그 첫 마음 그대로요.
현 공연되고 있는 [공장장 봉작가]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연극톤으로) 30대 중반의 노총각, 봉작가. 글을 써서 여기저기 찾아다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 가난…. 벗어나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 검은 유혹이 나타난다.
“저도 이젠 세상과 타협 하려합니다. 그동안 쓸데없는 고집을 부린 것 같네요. 이 지긋지긋한 생활을 벗어나고 싶습니다.”
야설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봉작가의 명성과 작품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봉작가는 점점 두려워지고 혼란이 온다.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 이런 걸까?”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와서 보세요. (웃음)
작품을 직접 감상한 관객입장에서 무척 와 닿은 장면과 감정선들이 많았는데요. 공장장 봉작가의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요?
“나는야 위대한 봉작가..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네~ 펜과 종이만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지~”
‘봉작가노래’의 한 부분인데요. 찢어지게 가난하고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삶을 살아가지만 펜과 종이 만 있다면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고 이야길 하는 거예요. 이건 우리의 마음이에요. 우리 얘길 하고 싶었어요. 꿈을 향해 가는 우리는 무대와 관객만 있으면 아무도 부럽지 않거든요. 누구나 잘 살기를 원하고 잘 나가기를 원하는데, 과연 어떤 게 진짜 잘 사는 것인지 고민했어요. 내 환경이 바뀌고 지위가 올라갈수록 잘 되고 있는 걸까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이야기를 봉작가를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소극단에서 창작극을 준비해 올린다는 게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창작극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재밌어서요. (웃음) 극단 배우다방 만의 작품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고 그게 관객에게 전해졌을 때, 그 희열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준비 기간은 얼마나 됐나요? 뭐가 제일 힘들던가요?
2013년 11월 중순부터 2013년 12월 31일 까지 한 달 반이 걸렸습니다. 보통 창작극을 준비하면 짧게 잡아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요. 오후 두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연습시간을 가졌을 경우로 말이에요. 저흰 한 달 반 동안 했어요. 말이 한 달 반이지 극단 형편상 연습실을 구하지 못했거든요. 어렵사리 구한 곳은 역세권에서 벗어나 있고 연습타임은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하루 4시간, 주말을 제외한 월-금요일만 할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미친 짓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 했습니다.
4시간 동안 15명의 뇌는 쉴 새 없이 몰아쳤어요. 그럴 수밖에 없죠. 4시간을 10시간 처럼 활용해야만 했으니까요. 배우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원래 배우들에게는 캐릭터를 분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하는데, 그게 아직도 마음에 걸려요.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던 [공장장 봉작가]의 매력이라면 어떤 게 있었나요?
공연을 보시면 알겠지만 봉작가가 막장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해요. 배우들도 당연히 막장으로 연기할 수밖에 없을 거잖아요. 연습실은 정말 웃음으로 흘러넘쳐요. 지금까지 배우 생활을 하며 이렇게 많이 웃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을 정도로요. 지금도 매일매일 공연을 보면서 웃는다. 재밌어요.
준비 기간 동안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첫 번째로는 아역의 등장. 배우들과 이야기를 했어요. 봉작가 어린시절에 실제 어린 배우가 나와서 연기를 하는 건 어떠냐구요. 나쁘진 않겠다는 반응이었어요. 그래서 캐스팅을 했고 어린 봉작가와 호흡을 맞췄어요. 근데 그 순간 배우들 모두 얼굴을 들지 못했어요. 저 역시 그랬고요. 눈물이 멈추지 않는 거예요. 그 어린친구의 순수함에서 나오는 힘! 정말 대단 했어요.
두 번째로는 귀신이 퇴마사를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요. 신기하게도 배우가 뺨을 맞기만 하면 대사를 잊어버리는 거예요. (웃음). 처음엔 웃겼어요. 근데 아직까지도 그래요. 뺨만 맞으면 배우들이 대사를 더듬기 시작해서 반은 애드립으로 진행이 되요. 그게 관객에게는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연출 입장에선 어떻게 해결할 수 없을까 하는 마음이 있어요. 고민이에요. (웃음)
공연 중 돌발 상황이 있었나요? 어떻게 해결이 됐나요?
공연 중 무대 위에서 유리컵이 깨진 적이 있었어요. 다치면 큰일이잖아요. 배우들이 신고 있는 무용슈즈는 얇은 천으로 되어 있는데 말이에요. 다행히 대기하고 있던 배우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연기 하면서 유리컵을 치웠어요.
배우다방의 극이 기존 극들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음. 이건 할 얘기가 너무 많은데 나중에 하려구요. 아직은 저희 극단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더 많은 관객 분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이에요. 지켜봐주셨으면 좋겠고요. 저희만의 색깔을 예쁘게 낼 수 있는 그런 극단으로 봐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공장장 봉작가]는 언제까지 오픈되나요?
7월정도 까지 할 생각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많이 두려웠습니다. ‘봉작가’를 좋아 하지 않을까 봐요. 그래서 공연기간도 짧게 잡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많이 좋아 해주셔서 7월까지 달릴 예정입니다. (웃음)
[봉작가] 이후에는 어떤 작품들로 만날 수 있나요?
여름쯤에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백성들의 억울한 삶을 다룬 이야기를 기획 중입니다.
앞으로 어떤 연극인으로 살아가고 싶으신가요?
음. 건방지다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조금 어지럽혀진 대학로 공연문화를 다시 한 번 바르게 잡고 싶습니다. 지금도 많은 선배님들께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큰 도움을 못 드리고 있는 상황이라 천천히 조금씩 앞장서고 싶습니다.
[봉작가] 식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고맙다’라는 말부터 하고 싶고요. 일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라고 배워 왔습니다. 너무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고 그 시너지가 모인 결과물이 [공장장 봉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님들! 우리 시간이 허락하는 한 함께 머리 굴리고 마음을 모아 좋은 작품 많이 만듭시다.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누구에게나 꿈이라는 날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상과 현실에 맞서 살다보면 꺾일 때가 많죠? 저 역시 그렇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날아야 합니다. 힘 내시구요. ‘어바웃 타임’ 이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잊혀 지지가 않아요. good day가 될 지 bad day가 될 진 나 자신에게 답이 있다고요. 매사에 감사하며 감동받으면서 재밌게 살아요, 우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