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보호방식 ‘등록주의’와 ‘사용주의’는 무엇이 다를까?
상표권의 보호 방식은 크게 사용주의와 등록주의로 분류된다.
사용주의란, 먼저 상표를 사용한 자에게 상표권을 인정하는 것이고 등록주의란, 누가 먼저 사용했는지와 무관하게 행정절차를 거쳐 먼저 등록 받은 자에게 상표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럽,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는 등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등록주의 내에서도 사용주의적 요소가 존재하여, 이에 대한 이해와 이들 상호간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등록주의 제도 내에서의 사용주의적 요소는, 상표 제도적 이해의 부족으로 상표권 등록 없이 사업을 운영하는 자들이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사용자 보호”와, 사용을 원하는 상표가 사용되고 있지 않은 불사용 저장상표로 인해 등록되지 못하는 경우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용예정자 보호”의 필요에서 기인한다.
전자의 “사용자 보호”는 우리 상표법 제99조의 선 사용권에서 규율하고 있다.
『 제99조(선사용에 따른 상표를 계속 사용할 권리)
①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자로서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자는 해당 상표를 그 사용하는 상품에 대하여 계속하여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
1.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이 타인의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국내에서 계속하여 사용하고 있을 것
2. 제1호에 따라 상표를 사용한 결과 타인의 상표등록출원 시에 국내 수요자 간에 그 상표가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을 것
② 자기의 성명·상호 등 인격의 동일성을 표시하는 수단을 상거래 관행에 따라 상표로 사용하는 자로서 제1항제1호의 요건을 갖춘 자는 해당 상표를 그 사용하는 상품에 대하여 계속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
③ 상표권자나 전용사용권자는 제1항에 따라 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가지는 자에게 그 자의 상품과 자기의 상품 간에 출처의 오인이나 혼동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표시를 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1항의 선 사용권의 인정은 ‘특별현저성’을 요건으로 한다. 상표권 비 침해의 항변이나 상표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실제 등록상표의 출원 당시에 알려져 있다는 것의 입증 책임이 선사용자에게 주어지고, 이를 법원에서 판결로써 인정받아야 한다.
2항의 선 사용권은 ‘상호의 선사용 인정’인데, 상거래 관행에 따라 부정경쟁의 목적 없이 사용하였다면 ‘특별현저성’이 없더라도 계속 사용을 인정하여, 인격표지로서의 상호 사용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법원에서의 판결이 필요하므로 선 사용권을 인정받기까지는 기간의 소요와 절차적 부담은 여전하며, 계속해서 사용할 권리를 인정받을 뿐이지 타인의 사용에 대한 제재를 할 수가 없어 불안한 지위에서 상호를 사용하여야 한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리하자면, 출원일 이전부터 선의로 상표를 사용한 자의 계속 사용을 인정하고 있으나 일반 상표의 경우 ‘유명한 것에 한해’ 라는 단서를 달고 있고, 상호의 경우 유명하지 않아도 보호는 가능하나 계속 사용권이 인정될 뿐 ‘독점 사용권은 불인정’ 된다는 한계가 있다.
다음으로 “사용예정자 보호”와 관련된 불사용 저장상표 정리 역시 등록주의 내의 사용주의적 요소로, 이는 우리 상표법 제119조에서 규율하고 있다.
『 제119조(상표등록의 취소심판)
① 등록상표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상표등록의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3.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 중 어느 누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취소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
상표등록을 해놓고 사용하고 있지 않아 취소되는 상표는 연간 약 3000여건이며, 그 외에도 등록 유지되고 있는 불사용 저장상표는 실제 취소되는 상표권의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10배로 추정된다.
불사용 저장상표의 빠른 정리를 위해 2016년 개정 상표법은 불사용취소심판 청구인 자격을 “이해관계인”에서 “누구든지”로 변경하였다. 등록일부터 3년까지는 사용 준비기간 등을 고려하여 유예기간을 인정하지만, 3년이 경과하고도 사용되지 않는 상표권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데, 청구인은 불사용 취소의 ‘주장’만 하면 되고 피청구인, 즉 상표권자가 상표권 사용사실에 대한 ‘입증의 책임’을 가지게 된다.
상표권자가 입증해야 하는 내용은 취소심판 “청구일 전 3년이내에 국내에서 등록상표와 동일성 범주내의 상표를, 사용하였을 것”이다.
최근 법원이 상표의 사용사실로 불인정한 사건들을 그 증거자료의 유형별로 살펴보면, ▷사진자료는 그 촬영 장소 및 일시를 확인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사업자등록증은 등록상표의 사용사실과 무관하며, ▷세금계산서나 확인서는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며, ▷카탈로그는 국내에서 전시 또는 반포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인터넷 쇼핑몰 출력물은 해당 상품이 언제부터 판매상품으로 등록되었는지 알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하여 증거력을 불인정하였다.
즉, 사용 요건은 실제 상표권을 사용하여 사업이 이루어졌는지를 엄격하게 판단, 이른바 명목상 사용에 대해서는 등록상표의 정당한 사용을 인정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정리된다.
등록상표의 동일성 범주 인정과 관련해서는, ▷등록상표에 식별력이 있는 부분을 추가하여 사용한 경우, 서로 분리가 가능하다면 거래 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라고 판결하였고, ▷식별력이 없는 부분이 삭제되거나, 한글 음역이 삭제된 경우에도 동일성 범주 내의 등록상표 사용으로 인정하였다. ▷등록상표의 각 구성 부분의 위치가 변경되거나 색상이나 글씨체를 변경하더라도 동일성이 인정되는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등록상표의 동일성 범위 인정에 대해서는 다소 관대한 입장이라고 파악된다.
사용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에서 상표 등록을 받기 위해서는 USPTO 등록결정 이후 사용증거(Statement of Use: SOU)를 제출하여야 하고 상표권 등록유지를 위해서도 5년마다 사용증거를 제출하여야 한다.
올해 12월 시행예정인 미국 상표법에서는 등록상표 말소와 재심사 제도를 신설하여 상표를 등록한 후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 누구나 간편하게 취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고 심사관 직권 취소도 가능하게 하였다. 또한 상표 심사 기간 동안 상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를 제3자가 심사관에게 제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종래의 사용주의적 요소를 강화한 것으로, 사용되지 않는 상표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실제 사용하고자 하는 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인데, 반대로는 금년도 개정으로 인해 출원인들은 현재나 가까운 장래에 사용 예정이 없는 지정상품은 출원 시 제외하여 상표 등록이 불허되거나 등록상표권이 취소되는 경우를 대비하여야 한다.
등록주의는 누가 먼저 사용했는지가 아닌 출원했는지를 통해 상표권자를 보호하므로 객관성과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효율적이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사용주의는 실제로 상표를 먼저 사용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나 출원 없이 사용하고 있는 상표를 제3자가 예측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에 사용주의를 채택하는 미국에서도 연방법에 의한 상표출원제도를 두어 거래사회의 안정화 측면을 보완하고 있으며, 등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 부분의 국가에서는 불사용취소심판 제도나 선사용권 제도를 통해 등록주의의 불완전한 면을 보완하고 있다.
등록주의이든, 사용주의이든 사용되지 않는 상표는 등록이 되어도 언제든지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또한, 선 사용자를 보호하는 규정이 존재하나 선 사용권의 인정 요건이 까다롭고 독점사용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존재하니 안정적인 사업을 위해서는 공개 이전에 출원을 하는 것을 권장한다.
필자 소개 : 노지혜 BLT 파트너 변리사는 국내외 대기업 상표 및 디자인의 국내 및 해외 출원 업무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상표 및 디자인 분쟁 관련 컨설팅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특허청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중소기업의 상표, 디자인 출원 업무 및 관련 컨설팅 업무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