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700만 달러 투자유치를 한 이유! 눔(noom) 정세주 대표 인터뷰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투자유치를 위한 ‘로드쇼(road show, 투자설명회)를 돌때 힘들었을 듯 싶다.
정세주 대표(이하 정) : 왜 안그렇겠는가. 당시 완전 번아웃(Burn-out) 되었다. 좋은말만 듣고 다녀도 힘들었을텐데 매번 듣는 말이 안됀다는 거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중간에 그만 둘 생각도 했었다. 만나는 투자자마다 조목조목 이유를 대서 안됀다고 말을 하니 안돼는 사업인 것 같았다. 하버드 나온 똑똑한 사람들이 ‘우린 이런이런 이유로 당신 비전과 맞지 않으니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컨설팅 수준으로 메일을 보내온다. 이런 메일을 여러번 받으면 시쳇말로 내상을 입는다. 그동안 잘 될 것 같아서 3차 4차 만나고 대표급 임원까지 만났는데 노레터가 오는거다. 그러면 미쳐버린다. 결혼에 임박했다고 생각했는데, 단칼에 절교선언을 들은거다. 그러면 다른사람과 소개팅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는 거다. 미국에서는 예스든 노든 간에 피드백이 온다. 그게 이쪽 매너다. 연인끼리 헤어지더라도 이유를 알려주듯이. 그런데 그들이 보내준 피드백이 아프기도 했지만 좋기도 했다. 여기선 이게 부족하고 저기선 저게 부족하고를 알려주니까. 아참, 이혜민 대표(눔코리아)도 해봤다. 그때 힘들었을거다.
이혜민 눔코리아 대표(이하 이) : 공교롭게 두 번 피치를 하게 됐다. 트랜스링크 음재훈 대표(실리콘밸리 VC)와 포메이션 에잇(미국계 투자캐피탈 회사) 조 론스데일(Joe Lonsdale) 앞에서 했다. 예정된 피치가 아니었다. 갑작스레 콜이 들어와 당일에 가서 했다. 준비가 안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예를 들자면 숫자 같은 부분이다. 우리의 단점인 것들만 딱딱 집어내더라. 진짜로 원투쓰리 어퍼컷을 한꺼번에 맞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나올 때는 넉다운된 기분이었고. 돌아온 뒤에도 엄청 고민하고. 잠자리에서도 자기각성, 자기비판, 죄책감 같은 … 진짜 오만가지 감정이 다 들었다.
정 : 우리식구를 그렇게 힘들게 해서 정말 미안했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그 과정을 너무 많이 겪어봐서 이골이 났고 맷집이 좋아졌지만, 이대표 같은 회사 살림꾼에게는 생소했을거다. 회사운영과 투자는 다른 영역이니까. 이대표의 갑작스런 피치는 그쪽에서 먼저 만나자고 해서 이루어진거다. 당시 이대표가 미국 오피스에 와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는 것은 음재훈 대표가 내게 따로 메일을 보내왔다는 거다. 음대표 말이 ‘당연히 준비가 안됐을 거라 생각했고 제대로 대답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혜민 대표가 그정도 했다는 것에 A 점수를 주고싶다. 정대표가 상처 안 받게 잘 전해달라. 진심이다’ 라고. 음대표 말이 우선 이대표의 태도가 좋았고 일을 함께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단다. 음대표는 마음이 따뜻한 반면에 판단은 냉철하다. 여담이지만 음대표와 만나게 된 스토리를 풀자면 한 두 시간으로 모자르다.
번아웃(Burn-out)을 어떻게 돌파했나?
자기가 깨지지 않으려면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한다. 종교처럼. 내상이 있어도 이겨내야 하는데 이걸 못 이겨내면 아무것도 안됀다. IR 한다고 힘빠졌어. 힘빠져서 술 먹었어. 술 먹으면 돈 떨어져. 직원 월급 줘야 하는데 월급날은 얼마 안 남았어. 시쳇말로 똥줄 타는 거다(웃음). 그럼 진짜 정신이 혼미해진다. 믿음이 있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정말 미치겠다가도 회사에 와서 퇴근 안하고 프로그래밍 하고 마케팅 하고있는 직원들 보면 느끼는게 있다. 이 친구들 보면 커피 열 잔씩 마셔가면서 일하고 있고 아이디어 회의 하고 있고 그렇다. 정직원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턴 친구들도 이렇게 열심히 일한다. 적어도 나는 미팅하면서 맛있는 밥이라도 먹으면서 일하지 않는가.
어찌보면 우리에게 ‘NO’ 라고 통보한 투자자들 모두 고마운 존재들이다. 비록 그들과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에게 받은 피드백을 우리가 리뷰하고 디벨롭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리뷰 정말 많이 했다. 괴로웠지만 재밌었고. 그러면서 진짜배기가 되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투자를 유치했으니 해피앤딩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투자를 받으러 다닌 과정을 들으면 절실함이 느껴진다.
절실한 건 조절하면 된다. 포인트는 현실적으로 회사에 여유가 없어 월급을 제대로 못 주게 되어 애써 영입한 인재들을 내보내게 된다면 정말 피눈물 나는 일이라는 거다. 나한테는 그게 절심함을 넘는 공포다. 그 공포가 나에겐 매일 있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한 이들을 어떻게 자르는가. 비하인드를 말하자면 사업 초반 씨드펀딩 받았을 때 내 월급은 없었다. 아니 안 받았다. 통장에 몇 십억 있을 때도 내 월급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왜냐면 당시 우리가 순이익이 나는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월급을 받는것이 불편했다. 세상에는 데려오고 싶은 인재가 바글바글 하다. 그런 사람들을 다 영입하지 못할망정 돈이 모자라서 내 사람을 잘라야 한다면? 그건 진짜 나를 죽이는 것이다. 그러한 절박함은 나에게 매일 있다.
투자를 받으면 사람을 뽑을 계획이 있었다. 멋진 인재들을 영입해 제품을 끝내주게 만들고 싶다. ‘눔이 괜찮았는데 더 좋아졌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진짜 눈물 날 것 같다. 고마워서. 올해 연말이 되면 무언가 나올거다. 배팅을 하라면 나는 올인 하겠다. 현재 우리는 투자 탄탄하고 파트너 탄탄하고 인재 탄탄하다. 밖으로 보이는 게 화려하지 않을지라도 제품의 퀄리티는 좋아졌다. 현재 눔이 앱마켓에서 5점 만점에 4.4점이다. 거기에 7만 명이 우리 제품에 대한 리뷰를 썼다. 내심 목표는 4.8이나 4.9점을 마크하고 싶다. 그럼 진짜 지표가 될 것이다.

아마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 진출을 하려면 어떤것을 유념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실리콘밸리에서 초대 받느냐고, 어떻게하면 미국에서 투자를 받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딱히 정답이 아닐 수 있겠지만 어렵다는 전제를 깔고 몇 가지만 이야기 해보자.
첫째로 미국을 공략하려면 미국에 와 있어야 한다. 미국 투자자가 해준 이야기가 있다. 국내 스타트업과 미팅을 하면서 이런 질문을 했단다.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하려면 미국에 오피스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할거냐’고. 그 스타트업 대표가 ‘투자를 받으면 미국에 지사를 내거나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겠다’라고 했단다. 이 말을 어느 투자자가 믿겠는가? ‘투자를 받으면’이라는 접근은 정말 해서는 안돼는 거다. 정말 자신의 사업에 확신이 있고 절실하다면 이미 그걸 하고 있어야 한다. 사비를 털어서라도. 투자자는 부자지만 부자가 된 이유가 있다. 굉장히 아낀다. 투자자는 그사업과 사람에 투자하는 거지 집세와 비행기 값을 내주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너한테 10억 투자하면 거기서 1억은 비행기 값인데?’라고 생각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낭비가 싫은거다. 어떻게든 기본은 되어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 투자자나 협력사를 찾을때 열정만을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스타트업에게 열정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열정은 특별한게 아니다. 기본이다. 이 바닥에서 열정, 패기, 꿈만 가지고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마추어나 하는 일이다. 특히 투자자들이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거냐’라고 물을때 ‘성실하게’, ‘치열하게’ 등등 추상적으로 이야기해서는 안됀다. 투자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할줄 알아야 한다.
둘째로 대화라는 게 모멘텀이 있다. 그러려면 얼굴을 보고 직접 이야기를 해야 한다. 투자자와 사업가가 마음이 맞으려면 모멘텀이 살아야 하는데, 이메일이나 전화로는 모멘텀이 절대 살아나지 않는다. 흐지부지 되는게 다반사다. 투자자들은 시간이 돈인 사람들이다.
셋째. 한국에 근거를 둔 상태에서 미국쪽에서 투자를 받는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다. 사업 아이템을 떠나 일단 한국법이 굉장히 복잡하다. 이 과정이 번잡스러워서 투자자가 유사 서비스에 투자를 해버리거나 사업 아이템을 찾는 실리콘밸리 다른 사업가에게 아이디어를 줄 수도 있다. 니가 만들어 보라고.
정리하자면, 깡이나 열정은 기본중에 기본이다. 여기서 성공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여기로 와서 해야 된다. 거기에 투자자들이 좋아할만한 비즈니스 모델, 투자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국가지원으로 1~2주 다녀가는 것으로는 어림없다.
가벼운 이야기로 마무리하자. 눔 미국 오피스의 직원이 한국에서 일정기간 근무하고 한국에서는 이혜민 대표가 미국 오피스에서 한동안 근무한 것으로 들었다.
이 : 눔은 국가별로 파트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별로 나눈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다섯 국가에서 서비스를 지원하면 엔지니어를 국가별로 나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눔은 그렇게 나누지 않는다. 서비스 별로 나눈다. 프로덕트도 마찬가지다. 세계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진행 하다 보니 그렇다.
내가 3주 정도 미국 본사에 갔었다. 그리고 미국에 있던 프로덕트 매니저 한 사람이 설날 끝나고 돌아갔다. 그리고 한국 쪽 프로덕트 매니저를 하던 엔지니어가 한국지사로 나온다. 학부 때 보면 익스체인지 프로그램과 같다고 보면 되겠다. 서울이랑 뉴욕이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도 있다. 더불어 여러 가지 문화를 교환하고 실제로 같이 일해보는 거다. 뉴욕에서 서울로 오면 저희 사무실에서 똑같이 일을 하는 거고 서울에서 뉴욕으로 가면 그곳에 맞춰서 일을 하는 거다. 한국 오피스에서는 전반적으로 서비스를 담당할 엔지니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번에 한국에 오는 프로덕트 매니저는 폴 킴이라는 한국사람으로, 이번에 내가 미국에 갔을 때 만나 인터뷰도 했다. 이 사람 특이한 이력이 많다. 수학 올림피아드 영재고, 굉장히 머리도 비상하다. 엔지니어지만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것도 굉장히 좋았고. 그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서 좋았다. 2월에 한국에 들어와 한국지사에서 나와 함께 일할 예정이다. 온라인상에서 일을 함께 하는거와, 직접 얼굴을 보고 하는건 정말 다르다. 매일 얼굴보고 화상통화하고 회의하고 하지만 한 번 얼굴보고 이야기하는 거에 비하면 열 번 하느니만 못하더라. 개인적으로 많이 꿈 꿔 왔던 것이다. 눔코리아는 엔지니어가 없는 집단이고, 뉴욕오피스는 엔지니어가 모여 있는 집단이다. 문화도 다르고 DNA도 다르다. 이 부분에 있어서 융합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요청을 많이 했었다. 같이 왔으면 좋겠다. 같이 일해봤으면 좋겠다 라고. 그것이 드디어 실행이 되는 거다.
정 : 이대표가 선례를 잘 남겼다. 뉴욕에 와서 3주동안 있었지만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예상치 않게 투자사를 상대로 피치도 했고. 그리고 이메일 주고받고 스카이프로만 보다가 직접 얼굴을 보면서 일하면 기분 좋지 않겠는가?
일본에 본격 진출이 예정되어 있다.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일본에 사무실을 하나 구하려고 한다. 지금 일본에서 스타트업 환경이 굉장히 좋아지고 있다. 드랍박스, 트위터 오피스가 같은 건물에 들어가 있다. 우리도 그곳에 초대를 받았다. 우리가 들어왔음 좋겠다고. 비용도 얼마 안든다. 건물도 좋고. 그래서 거기에서도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게 너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일본 쪽에서도 자리를 잡고 하면 더 좋지 않겠는가.
오늘 두 분에게 좋은 말씀 많이 들었다. 눔의 승승장구 기대하겠다.
정, 이 : 경청해줘서 감사하다.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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