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93] 우리가 700만 달러 투자유치를 한 이유! 눔(noom) 정세주 대표 인터뷰
눔(noom)은 주목받는 기업이자 서비스다. 강소 스타트업이자 글로벌 진출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도 지목된다.
서비스 차원에서 눔은 누적 다운로드 수만 2천만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눔 다이어트 코치는 구글 플레이 선정 2013년 베스트 앱으로 선정되었고, IOS버전은 12월 유료 버전 출시 이후 앱스토어에서 2014년 신규 베스트 건강 및 운동 앱으로 선정되었다. 다시말해 건강, 다이어트 어플리케이션 중에서 자타공인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기업차원으로 볼때 눔은 규모가 작은 기업이 아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독일, 일본, 영국 그리고 한국에 론칭되어 총 5개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 보건복지부(NIH), 국영 의료기관인 마운트 사이나이(Mount Sinai) 병원과 협력하여 폭식 억제를 위한 스마트폰 기술 활용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아니라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인 셈이다. 각설하고.
눔이 700만 달러(한화 76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2년 12월 260만달러 규모의 프리시리즈 에이(Pre-Series A)이래 약 13개월만에 이루어진 투자유치 소식이다.
눔의 700만 달러 투자유치를 받는다는 소식을 접한 뒤 먼저 떠오른 것은 ‘눔의 기업가치로 봤을때 좀 적지 않나? 그리고 그 돈을 어디다 쓸까? 역시나 홍보비용인가?’ 정도였다.
때마침 설 명절이 시작되기 전날 정세주 대표와 이혜민 눔코리아 대표를 인터뷰 하게 되었다. 위 의문점과 함께 정세주 대표가 수도 없이 들었을 질문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특히 북미시장 진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도의 단편적인 질문거리만을 들고 인터뷰 장소에 찾아갔다.
결론부터 말해, 말이 인터뷰였지 한 시간 반 넘게 정대표의 강연을 듣고온 기분이다. 이 일을 하면서 좋은점 중에 하나다. 인터뷰 내용을 2회에 걸쳐 정리해 본다.
미국의 투자환경은 어떤가?
미국의 경우 유명한 펀드일수록 투자자가 그 펀드에 자신의 돈을 넣는다. 왠간한 자산이 없으면 하기 힘들다. 미국에서 펀드의 구조를 보면 2천억에서 1조가 넘는다. 그 펀드에서 임원이 되려면 상당부분 자신의 돈을 넣어야 한다. 그네들의 룰이다. 그만큼 투자해야 다른 LP들도 감응해서 투자한다. LP들은 자신 넣은 돈의 활용처를 명확히 찍어서 통보한다. 예를들어 ‘내 돈은 헬스케어에만 투자해라’, ‘내 돈은 태양광 산업에만 사용해라’ 하는 식이다. LP들 역시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경우 대기업일테고, 미국의 경우 대기업과 명문가들이다. 이들 역시 근원은 비즈니스고 그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실례로 우리와 함께하는 투자처 역시 명문가 패밀리 그룹이다. 그곳 회장님이 헬스케어 투자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렇듯이 LP가 투자영역을 잡아주면 벤처캐피탈리스트는 그 분야에 유망한 곳을 찾아 투자를 하는 것이다.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 아쉬운 것이 ‘투자 할 곳이 없다’라고 투자자들이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돈이 없는데(웃음). 이해는 된다. 그들은 실패하면 안되는 돈이니까. 리턴이 아무리 못해도 5배는 나와야 되니까. 그래서 현재 돈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 그로스 펀드(growth fund, 성장형 펀드)다. 우버(Uber)도 그로스 펀드를 통해 투자를 받았다. 이런 사업은 비즈니스 모델이 증명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자금을 대겠다는 곳이 줄을 섰다. 그래서 나온게 기업공개(IPO)인 것이고.
개인적으로 이번에 LP부터 벤처캐피탈리스트, 프라이빗에쿼티(private equity), 헤지펀드(hedge fund), 벤처캐피탈, 시드펀드, 엔젤투자 등 라인을 제대로 배우게 되었다. 다 만나면서 체득한 것이다.
미국 투자자들을 만날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투자자들은 그들만의 공식이 있다.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말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가야 한다. 팀과 제품이 좋은 것은 기본이다. 시리즈 A 투자를 받는데 있어 계속 팀이 좋다는 이야기만 해서는 좋은결과를 얻기 힘들다. 더불어 피치포인트의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눔이 이번에 700만 달러 투자유치를 하게 되었다. 국내에서 이정도 규모의 해외투자유치를 직접한 기업은 거의 없었다. 투자유치를 받아야 되겠다고 생각한 배경과 투자유치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민감한 주제지만 오픈 하겠다. 눔의 투자자 리스트는 매우 화려하다. 좋은 투자자들이 몰리다 보니 회사의 가치가 꽤 많이 올라 갔다. 그리고 우리는 한 번도 시리즈A를 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비정상적이다. 하지만 최근 트랜드이기도 하다. 최근 추세는 시드(seed)가 많고 시리즈A가 작아졌다. 그리고 시리즈B는 별로 없다. 그만큼 사업을 시작하는데 있어 필요한 초기자금이 예전보다 갈수록 적게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갈수록 인프라(무로 오피스 제공, 법률자문)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런 인프라가 좋아지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는 많은 정도가 아니라 풍성하다. 인큐베이터들이 자신들에게 와 달라고 홍보를 할 정도다. 후원도 해주고 식사도 제공해 주는 곳이 있다. 그야말로 에코시스템이 리치(rich) 하다. 미국에서는 법이 바뀌어서 이제는 개인 투자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이 없으면 투자를 할 수 없다. 소위 SEC룰이라는 거다. 물론 마음에 드는 투자처가 있으면 대디펀드니 해서 그냥 하기는 하지만 직업적으로 하기에는 제약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드가 생기기도 한 것이고.
눔은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2007년에 창업을 했을 때는 무척 고생을 했었다.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여파가 컸다. 하지만 지금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이 나아지고 있다. 투자환경도 좋고. 특히 모바일 쪽은 더 좋다. 개발사가 제작해서 올리면 되지 않나. 우리는 그 수혜자다.
어디가서 이야기 한 적이 없는 내부적인 이야기지만, 수혜자로서 우리의 전략은 펀딩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펀딩이 우리를 쫓아오게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어디를 찾아가 피치를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펀더(funder)들에게 연락이 왔다. 자금이 필요하면 그런 펀더들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모았다. CB(전환사채)인 셈이다. 제품을 잘 만들고 팀이 좋으면 얼리 스테이지 단계에서는 투자하겠다는 곳이 많다.
눔은 이러한 투자라인이 매우 좋다. 물론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빠르게 투자를 유치할 수 있기에 회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CEO나 파운더가 IR(investor relations)을 하러 다니면 정말 진이 빠지고 제품개발이나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수 없다. 눔의 경우는 계속적으로 서비스를 홍보해 투자자들이 오게끔 만들었다. 최근 몇년 간 우리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제품과 팀에 대한 내용을 강조했다. 실제로 좋았고 우리의 열정을 보여주려 했다. 단점은 회사의 가치는 올라가지만 에쿼티(Equity)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거다. 주식으로 투자를 받은 것이 아니라 회사의 미래가치를 정해서 CB로만 받다보니 그렇다. 이와 관련해 타파스미디어 김창원 대표가 자신의 블로그에 ‘컨버터블 노트’라는 제목으로 정리를 해놓았다. 참고 바란다.
이러한 장단점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을 2013년에 진행했다. 회사의 탭테이블 정리를 한 것이다. 쉽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회사라면 어렵지 않았겠지만, 눔은 쌓아 놓은게 많아서다. 게다가 눔은 개인투자자가 너무 많았다.
기간이나 인원으로 따져서 주주가 몇 명이나 되나?
그것은 오픈하기 힘들다. 대신 금액만 말씀드리겠다. 이번 80억 투자 받기 전에 시드로 받은 금액이 60억이다. 많은 금액이다. 미국에서도 시드로 60억을 받은 경우는 없다. 이건 자랑을 하기 위해 말씀 드리는 것이 아니다. 다음에 사업을 한다면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 같다(웃음).
컨버터블노트로 투자를 더 받을 수도 있었을텐데?
가능했다. 하지만 회사에 스트럭쳐(structure)를 도입해야 했다. 더 이상 주먹구구식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스트럭쳐가 짜져야 전문기관의 돈이 들어오고 우리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걸 배웠다. 작고 내실있는 기업으로 가려했다면,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눔은 사용자가 1000만이 넘는 규모의 경제에 들어와 있는 회사다. 우리 회사에 들어온 자금의 색깔에 맞춰야 했다. 물론 억지는 아니다. 나 역시 큰 회사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시드 단계에서는 제품과 우리 팀만 보여주면 됐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그야말로 MBA가 들어와야 하는 분야가 된다. 그래서 내 오른팔과 왼팔 역할을 해줄 두 사람을 8개월 전에 고용했다. 치열한 인터뷰를 통해 Adam Fawer를 COO로 Ken Nesmith를 VP로 영입했다. 몸집을 불리기 위한 인재 영입이었다. 이 두 사람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도 많이 만났고, 동부에 있는 회사도 많이 만났다.
미국 동부 뉴욕을 기점으로 둔 RRE 벤처스 (RRE Ventures)가 이번 투자를 리드했다. 게다가 RRE 벤처스 공동창업자이자 대표인 짐 로빈슨 4세가 눔 이사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왜 RRE 벤처스였나?
투자를 받기위한 설명회를 한국에서는 IR이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로드쇼(road show)’라고 말한다. 이 로드쇼를 두 달 넘게 뛰었다. 지난해 8월부터 10월사이 두 달 동안 미국 동부와 서부를 오고가며 정확하게 42군데를 만났다. 대부분 이 정도는 만난다. 기본이다. 200군데를 만난 회사도 있다(웃음). 42번을 만났다는 것은 42번 피치를 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나쁜 회사가 아닌지라 거의 다 팔로업이 왔다. 그러면 다시가서 만나야 했다. 그럼 84번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그중에 30%정도는 떨어져 나가고, 나머지 투자자들을 또 만나야 했다. 회사에 일은 넘쳐나는데 여기에 매달려 있자니 솔직히 괴로웠다. 파도가 몰아쳐 허리가 꺾인 느낌(웃음)? 다행스럽게도 잘 버텼고, RRE를 만나 투자가 이루어졌다.
투자사는 일반적으로 애널리스트, 어소시에이트, 시니어 어소시에이트, 프린스펄, 주니어 매니징 다이렉터, 매니징 다이렉터, 파트너 순으로 직급이 나뉘어진다. 미국에서는 투자사에 CEO라는 직급은 없다. 파트너라고 말한다. 자기돈 집어놓고 하는 일이니까. 우리는 나름 준비가 된 회사이기에 곧장 매니징 다이렉터를 만났다. 대표급을 만난 것이다. 그렇게 되면 1차 피치는 안하게 된다. 대부분 시리즈A 투자를 받을 정도면 그렇게 한다. 하지만 RRE의 경우 애널리스트로 시작했다. 그것도 투자 관련 일로 만난 것이 아니라 20명 정도 모인 어느 테크모임에 참석해 명함을 주고 받은 경우였다. 고해성사 삼아 말하자면, 처음에는 ‘이 친구 뭐야’ 싶었다. 일반적으로 애널리스트는 업계에 들어온지 1년도 안된 사람이 많다. 사업도 모르고 투자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친구가 우리 사업에 대해 평가를 한다는 것이 내심 거북했다. 그 이후 그 애널리스트에게 팔로업이 와서 사무실에 오라고 해서 피칭을 했다. 이 다음에는 이친구가 어소시에이트를 데리고 오더라. 그 어소시에이트는 ‘Very interesting.’이라고 말하고 갔다. 그 다음에 프린스펄이 사무실에 왔다. 그때는 잡아먹을듯이 피치를 했다. 그랬더니 우리를 초대해 매니징 다이렉터 앞에서 피치할 기회를 줬다. 그래서 투자가 결정됬다. 비유를 들자면 결혼하기로 날을 잡은 것이다.
투자결정이 내려진 후 RRE의 우리 투자자이자 이사로 내정된 짐 로빈슨 4세에게 물어봤다. 우리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냐고.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다. ‘Bull shit’이라고 하더라(웃음). 무시한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바꾸면 된다는 의미였다. 팀, 태도, 제품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으며, 우리를 만나기 전 2년 동안 헬스케어 섹터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다. 짐이 판단하기에 이 시장에서 누군가 나와서 디스럽트(Disrupt)를 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판단했단다. 투자자는 디스럽팅 하는 순간에 대박이 나는 것이다. 레드오션이었던 MP3시장을 아이팟이 평정했듯이 말이다. 투자자들은 짐처럼 디스럽션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게다가 참을성이 많다. 왜냐하면 디스럽션은 쉽게 오지 않기 때문이다. 짐은 2년 간 디스럽팅할 회사를 계속 찾고 있었고, 우리는 우리 길을 가고 있다가 접점이 생겨서 이번에 만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짐은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우리 경쟁사들도 다 만나봤고 말이다. 게다가 우리회사와 거리가 가깝다. 택시타고 10분 거리다.
RRE 벤처스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미 동부에서는 투자수익률 1위 투자사다. 전세계 19위다. 그만큼 될만한 곳에만 투자를 하고 리턴이 잘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다이나믹한 회사가 지난해 한 번도 투자를 안하다 우리에게만 한 것이다.
시리즈A는 반드시 외부 이사가 들어오게 된다. 결정권한자가 들어오는 것이다. 이렇게 들어오는 사람은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지 않으면 안됀다. 숨길게 없고 케미스트리가 맞아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돈만 보고 이사를 들인 경우 망한 회사들이 많다. 눔에는 이전까지 이사가 없었다. 나와 코파운더가 결정하면 그대로 일이 진행되는 구조였다. 눔과 같은 구조의 회사는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가 잘못을 하면 바로잡아줄 사람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이번 이사진에 짐이 들어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도 최적이다.
RRE 외 일본쪽 VC들도 3개사나 투자에 참여했다. 일본시장으로 본격적인 진출인가?
일본은 내수가 많고 쌓아놓은 자본력이 있기에 그 자체가 경쟁력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체 어플리케이션 매출에서 일본이 미국보다 높게 나타났다. 굉장히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그것이 우리 회사에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에 비해 일본 사람들이 우리와 문화적으로 동질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략적으로는 일본 라이프스타일 1위 인터넷 기업인 리크루트 그룹이 투자에 참여했다. 우리 헬스케어 기술에 대한 투자다. 그리고 트랜스링크 캐피탈도 참여했다. 이쪽에서 야후재팬, 라쿠텐 등 10여군데 일본기업 임원들을 만나게 도와주었다. 투자 받기 전에 말이다. 너무 고마웠다. 내가 원하는 투자자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 말은 꼭 기사에 반영하고 싶다. 물론 트랜스링크 캐피탈도 내가 PT를 한 다음에 결과를 보기 위한 포석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크럼 벤처스도 투자에 참여했다. 여기에서는 탁 미야타(Tak Miyata, Founding Partner at Scrum Ventures)를 빼고 말할 수 없다. 한국에서 노정석 대표(현 파이브락스 CSO)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 일본에서는 탁 미야타 파트너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회사의 대표면서 움직이는 네트워크다. 내가 일본말을 못하고 미야타가 한국어를 못하지만 서로 의기투합했다.
이번에 받은 투자금은 어디에 사용할 계획인가? 마케팅 비용은 아닌 것 같다.
거의 대부분 인건비로 사용할 예정이다. 마케팅 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마케팅은 투자자 네트워킹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RRE에서 투자금이 50~100억 정도 더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지만 않았을 뿐이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 보고 연말에 이사회를 거쳐서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리쿠르트도 마찬가지다. 추가 투자 의향을 보여왔다.
투자자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본다. 회사의 태도를 보는 거다. 이 회사가 망상가들의 집단인지, 아니면 진짜 사업하는 사람들인지 관찰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느정도 무르익으면 혼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 투자유치 소감을 말해 준다면?
결론적으로 말해 굉장히 기쁘다. 금액을 떠나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네트워크를 함께 얻었기 때문이다. 투자사에서 한국과 일본 쪽 전략을 믿어준 것도 감사하다.
창업을 새로 한 기분이다. 기회가 왔으니까. 하지만 가장 겁이 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현재 눔에 풀타임 근무자가 52명이다. 고급인력이 많기 때문에 인건비가 굉장히 많이 나간다. 게다가 오피스가 4군데나 있다. 이제 실수를 하면 돌아서기가 힘들다. 그래서 올해 더 사업을 잘해야 한다. 그래야 메가라운딩을 해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2014년 올해 눔의 비전은 무엇인가?
아주 심플하다. 프러덕트 퀄리티(product quality)에 최선을 다하고 그것에 집중할 것이다. 사용자들이 썼을때 ‘정말 잘 만들었다’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것이 목표다.
눔코리아 이혜민 대표는 어떻게 만나게 된건가?
눔코리아 셋업을 위해 20여명의 인재들을 추천받았다. 이대표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었다. 비논리적 접근이지만, 한국은 모국이다보니 잘 하고 싶었고, 절대 망하면 안됀다는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신중을 기했고 최종적으로 이대표를 선택했다. 첫 인연은 메일을 통해서 였다. 그게 지지난해 5월이다.
이대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 : 20명 중 5명을 대상으로 최종 인터뷰를 진행했다. 추천받은 사람들 모두 능력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인터뷰라는 것이 능력만을 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 사람의 철학도 보고, 인품도 보게 된다.
이대표는 20명 중 유일한 여성이었고, 유일하게 모바일 계통이 아닌 사람이었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 엄청나게 높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것이 좋았다.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기술을 보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유저 대부분은 여성이다. 여심을 안다는 것은 주요한 메리트였다. 이 대표를 보면서 첫 번째 느꼈던 것은 감(感)이 좋다는 것이었다. 두번째로는 스타트업은 타고난 사람이 있다. 뭘해도 열심히 하는 사람, 뭘해도 에너지 넘치게 일하는 사람. 장인정신이 있는 사람이다. 이 대표는 그런면에서 타고난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한동안 스카이프를 통해 대화를 나누다가 2012년 12월 8일 오전 10시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투자자의 배려로 임시 오피스로 사용하기로 한 원룸에서였다. 만나자마자 우리가 한 일은 오피스에서 쓸 책상을 조립하는 것이었다(웃음).
이 : 임시 오피스가 정해지자 우리가 사용할 책상을 미리 주문해 뒀고, 정대표님이 한국에 오시는 날에 맞추어 배달을 시켰다. 원룸에 있던 침대는 처음에는 우리집에 있다가 이후에는 정대표님 댁으로 보냈다(웃음).
정 : 스타트업은 모든게 해킹이다(웃음). 당시 이대표가 투피스에 치마까지 입고 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자마자 드라이버를 들고 책상을 조립하더라. 미안했다. 더불어 열정적이고 적극적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때 이후로 이대표는 시쳇말로 빡세게 달리고 있다.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다. 항상 감사하고 있다.
눔코리아를 설립하고 성과라면?
마케팅하다 망한 회사들이 많다. 마케팅하다 망한 회사 대표들이 똑같이 조언한다. ‘마케팅 조심하라고. 잘못하면 회사 망한다고’.’맞는말이기도 하지만 성공한 회사도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걸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그것을 증명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미국은 땅이 넓고, 인종도 많다. 우버가 3,000억 투자를 받았다. 그 돈을 어디다 쓸까? 마케팅비용이다. 그렇다고 이 돈이 마케팅하기에 넉넉한 돈이냐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게 현실이다. 대기업들이 쓰는 마케팅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마케팅을, CS를 잘 한 것에 대한 증명을 한국에서 했다.
미국쪽 스피치에서 내가 하는 말이 있다. 한국은 굉장히 적은 비용으로 반응을 빨리 볼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업가들이 한국은 까다롭다고 말한다. 무료제품을 쓰더라도 불만이 많다(웃음). 거기에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자기 주장을 잘한다. 눔은 5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게중에 한국쪽 CS를 보고 있으면 머리가 아프다. 서비스를 잘 못하면 그날은 죽는거다(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눔코리아가 설립되어 나름 성과를 보여줬고, 그 데이터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마케팅 성공을 증명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좋아했다. 그것을 이대표가 해준 것이다. 지난해 플래텀에 실린 이대표의 인터뷰 기사도 레퍼런스로 활용되었다.
투자자들은 한국에 관심이 많다. 한국은 경제지표도 좋고, 이커머스 전세계 6위, GDP 13위다. 이곳에서 잘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을 납득시키기에 충분했다. 시드투자는 제품 아이디어와 팀만 좋으면 되지만, 대규모 투자를 받으려면 데이터로 증명을 해야 할 것이 많다. 숙제를 해가야 한다. 그 숙제 중 일부를 눔코리아에서 해결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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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진출시 유념해야 할 것들’ 눔(Noom) 정세주 대표의 조언 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