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로 엿보는 유니콘 이야기 2 – 두나무의 어닝 미라클
암호화폐의 중심, 업비트의 두나무
두나무는 국내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UPBIT)를 운영하고 있다. 업비트 이외에도 주식 애플리케이션 증권플러스 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 관련 서비스를 런칭하여 운영하고 있다.
두나무는 암호화폐의 광풍 덕분에 업비트 운영사로 더 유명하지만, 2012년에 창업한 두나무의 첫번째 서비스는 증권 앱인 증권플러스였다. 업비트는 2017년 10월에 비교적 뒤늦게 시장에 출시되었지만 업계 1위였던 빗썸을 제치고 현재는 국내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달성한 독보적인 1등 거래소로 성장했다.
두나무의 초기 발자취
특허 데이터베이스 상에서의 두나무의 최초 2개의 특허는 2014년 2월 7일에 출원한 “증권정보를 사용한 락스크린 서비스 방법”과 2014년 2월 21일에 출원한 “SMS 메시지 분석을 통한 주식 매매일지 자동 작성 장치 및 방법”으로 조회되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이 두 개의 특허출원은 지금은 자회사로 편입되었지만 출원 당시에는 별개의 회사로 2002년에 설립되었던 퓨처위즈라는 업체의 특허출원 사건이다.
최근 두나무는 1조원이 넘는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기초로 예금보험공사가 진행 중인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 입찰에 참여하는 등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활발한 인수합병과 자회사 설립을 통한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두나무의 설립 초장기부터 적극적으로 진행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의미의 두나무 자체적인 최초의 특허출원들은 2014년 7월부터 10월에 걸쳐서 출원된 5건으로 볼 수 있다. 5건은 SMS 메시지를 이용한 주식 매매일지 작성 장치 및 방법, 멀티채널로 주식 거래 가능한 이동통신 단말기, 캔들차트를 통한 정보제공 방법 및 시스템 등에 대한 내용이다.
이 5건의 특허출원은 아쉽게도 1건은 거절결정되었고, 나머지 4건은 심사청구를 진행하지 않아서 취하간주 되었다. 참고로 특허출원 과정에서 심사청구를 하지 않고 출원하게 되면, 출원 상태만 확보하고 심사관이 진행하는 심사단계는 현재 특허법 기준으로는 3년간 유보할 수 있다. 출원일 후 3년 이내에 심사청구가 없으면, 특허출원 자체를 취하한 것으로 보게 된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전략을 취할 필요성이 거의 없지만, 대기업의 경우에는 타겟시장 설정이나 우선일 확보, 심사청구료 절감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심사청구 없이 출원만 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데이터로 보는 두나무의 IP 전략
두나무가 지금까지 출원한 특허는 총 19건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인수를 통해 확보된 2건을 포함해서 전체 사건의 40%에 해당하는 총 7건의 특허출원이 사업 초기인 2014년에 집중되었고, 7건 모두는 초기에 두나무의 주력 사업분야였던 주식거래나 주식정보와 관련된 BM특허로 분류된다. BM특허의 속성상 정교한 차별화 전략이 없으면 등록특허를 만들기 어렵다. 두나무도 7건 중에 1건만 등록되어 초기의 IP 전략에 대한 성적은 그닥 좋은 편이 아니다.
이후, 2016년에 기존 특허의 분할특허 1건을 제외하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약 4년 동안 신규특허가 없었다가, 2019년에 들어서 다시 9건의 특허를 쏟아냈다. 2019년 4월에 출원한 첫 특허는 아이마스라는 모빌리티 업체와 공동으로 출원한 렌터카 운용 기록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인데 사업 분야를 고려할 때,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로 보인다. 기록을 찾다보니 공동출원 한 달 전쯤에 아이마스가 두나무로부터 5억원 투자 유치를 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아이마스는 향후 모빌리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전자의 운전습관과 연결된 보험 연계 상품 및 차량 잔존가치 예측시스템을 연계한 금융상품 출시도 꾀하고 있다는 점이 언급되어 있다. 두나무가 이와 같은 아이마스의 사업분야에 전략적 투자(SI)로 접근하면서 공동출원까지 진행한 것을 볼 때, 모빌리티 데이터와 금융상품의 연계 서비스에 대한 두나무의 높은 관심도를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6월경 진행된 두 번째 특허출원도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관련 특허가 아닌 관심도 기반의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2019년 11월초부터 12월말까지 2개월 동안 다시 7개의 특허출원을 집중해서 쏟아냈다. 이 중 일부는 자회사인 람다256과 공동출원한 블록체인 특허가 포함되어 있고, 일부는 비상장 주식 거래 서비스나 거래 지원에 대한 특허도 포함하고 있다. 비상장 주식 거래와 관련된 특허는 2019년 11월에 최초 서비스를 시작한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비스의 공개시기에 맞춰서 출원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는 7월에 가상자산의 주소 공증 방법에 대한 특허 1건을 새롭게 출원했다. 이 특허는 2019년 7월에 출원했던 출원내용을 기초로 우선권 주장출원으로 진행되었다. 우선권 주장출원은 원출원의 1년 이내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면서 내용을 확장하고자 할 때 활용된다. 당사에서도 사업이 불확실한 초기 스타트업에게 BLT 가출원 이라는 형태로 시장검증 전 약식 특허출원의 형태로 제안하고 있는데, BLT 가출원 후 1년 이내에는 우선권 주장출원을 해야 제대로 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
정리해보자면, 두나무는 꾸준한 IP를 확보하는 전략보다는 몰아치기(?)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가 실적이 급강하했다가 다시 폭증하는 형태로 반등하면서 성장해 온 사업 성장 곡선과 묘하게 닮아 있는 것 같다.
황금알과 유정란, 두나무의 선택은?
두나무는 암호화폐 1차 광풍이 불었던 2018년에 4,795억의 매출과 2,852억의 영업이익을 낸 후, 암호화폐 시장의 침체로 인해 2019년과 2020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1/3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2021년 초에 다시 불어닥친 코인 광풍으로 인해 실적이 회복되는 수준을 넘어서 놀랍게 폭증했다. 두나무의 실적은 상반기에만 2조의 매출과 1조 8,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율을 비현실적인 90%에 달했다. 매출과 영업익의 99.5%는 업비트에서 발생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넘어선 어닝 미라클이다.
이와 같이 업비트의 매출 의존도가 99.5%인 실적 지표와는 달리, 특허는 19건 중에서 업비트와 관련된 특허는 20%인 4건에 불과하며, 등록된 특허는 아직 1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비대칭 상황은 암호화폐 거래시장은 뛰어난 기술력이 성장을 주도하는 기술중심의 시장이기 보다는 시장의 투자열기와 여론에 크게 좌우되는 시장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관점을 달리 생각해보면, 두나무는 “적어도 특허 관점” 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암호화폐보다는 일반유정란을 낳고 있는 비상장주식이나 주식시장에 대해 더 관심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기업 측에서 주도한 성장전략에 대한 유효한 전략 없이도 시장환경에 따라 1년 사이에 영업이익이 4,000% 이상 변동될 수 있다는 기업의 불안정성과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기업의 변동성을 해소하기 위해, 암호화폐 시장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꾸준한 수요가 있는 안정된 주식시장이나 비상장주식시장으로 사업 비중을 늘려나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예금보험공사가 진행 중인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 입찰에 참여하는 등 주류 금융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사업 안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다이내믹한 특허출원 추세와도 닮은 두나무의 독특한 성장곡선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해진다. 안정적인 주식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풍부한 현금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기술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꾸준한 지식재산을 확보하는데 더욱 매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두나무가 데카콘을 넘어 국내 최초의 헥토콘에 다다를 수 있기를 응원한다.
원문 : IP로 엿보는 유니콘 이야기 2 – 두나무의 어닝 미라클
필자소개 : 유철현 BLT 변리사 : 유 변리사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팁스(TIPs)프로그램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