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상품 병행수입은 상표권 침해일까?
최근 수입업자들이 “진정상품”을 “병행수입”하여 자신의 온라인 쇼핑몰이나 이커머스 상에서 판매하는 경우도 많고, 제품을 저렴하게 또는 신상품을 빨리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직접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해외 직구로 제품을 주문하는 일들이 많이 있다. MZ 세대의 새로운 FLEX 트렌드는 명품은 백화점에서, 믿을 수 있는 공식업체에서 라는 틀에서 벗어나 병행상품이나 해외직구상품에 대해서 많이 열려있는 듯 하다.
“진정상품(genuine goods)”란, 상표권자 등 상표 사용에 대한 적법한 권원이 있는 자가 상표를 부착하여 유통시킨 상품을 말하며, “병행수입(Parallel Importation)”이란 독점 수입권을 가진 회사가 아니라 다른 유통업체가 외국에서 구매해 국내에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합쳐서 “진정상품병행수입(genuine goods parallel importation)”이란, 국내 및 해외에서 동일한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는 상표권자에 의해 어느 하나의 국가에서 적법하게 부착되어 유통된 상품(진정상품)을 이와 무관한 다른 나라의 제3자가 그가 속한 국가의 상표권자의 허락 없이 수입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진정상품병행수입이라는 용어대신 ‘회색시장(gray market)’이라는 용어를 쓴다고 하는데, 이는 자국 내 정식수입업체가 유통시키는 ‘백색시장(white market)’도 아닌, 짝퉁이나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암시장(black market)’도 아닌 그 중간 영역이라는 의미에서 생긴 용어라고 한다.
글로벌 상표권을 관리하는 국제조약인 파리조약은 속지주의 원칙(Territorial Principle, 법의 적용 범위에 대한 입법주의 가운데 지역(국가)을 관할권의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A국의 영토 안에 있는 대상은 A국의 법을 적용 받는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WTO/TRIPs 역시 Article 6에서 ‘Exhaustion(재산권의 소진)’에 대해 본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지적재산권의 소진 문제를 다루는 데에 사용될 수 없다고 함으로서 병행수입 허용 여부는 각 회원국의 입법 및 판례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럼 진정상품 병행수입을 상표권 침해로 보고 있을까?
우선, 상표법에서는 이에 대해 규정하는 법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학설이나 판례에 그 인정 여부의 판단이 맡겨져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다수설에 따르면 ‘상표권 소진 이론’(상표권자로부터 상표권이 부착된 채로 한번 판매가 이루어진 경우 이미 해당 상표권은 소진되어 재차 상표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이론)이나 ‘상표 기능론’(상표의 기능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진정상품병행수입이 허용된다는 이론)에 따라 허용하는 입장이고, 일관성 있는 대법원 판례 역시 축적된 상태여서 대법원 판례에 입각하여 케이스 별 진정상품 병행수입 허용 여부에 대해 분류가 가능하다.
<Case 1>
“국내 및 해외의 상표권자가 동일하고 국내에 전용사용권자가 없는 경우 (○)”
Case 1 은 전형적으로 진정상품 병행수입이 허용되는 경우이다. 미국 “NIKE” 상표권의 국내 상표권자와 미국 상표권자 모두 ‘NIKE Inc.’인 경우이다. 나이키 코리아(국내 정식 수입업체)가 운영하는 매장 외에도 국내 수입업체들이 미국 상표권자의 동일한 출처를 가지는 나이키 제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경우 이것은 국내 상표권의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내 및 해외(미국 등)의 상표권자가 미국 회사 ‘NIKE Inc.’로 동일한 경우이고 국내 정식 수입업체인 나이키 코리아가 전용사용권자(Exclusive Licensee)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Case 2>
“국내 전용사용권자가 있는 경우 (△)”
전용사용권자란, 상표권의 독점적인 사용권자를 말하며 이는 독점배타성이 인정되는 물권적 권리로 계약으로 정하는 지역 및 상품에 관해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하며 침해금지청구권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상표권자에 갈음하는 지위이다. 따라서 국내 및 해외의 상표권자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국내에 전용사용권자가 있는 경우 국내에서도 해당 상표권은 전용사용권자만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어서 Case 1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상표권자가 국내 및 해외에서 상이한 경우가 아니라, 국내 및 해외의 상표권자는 동일한 상태에서 전용사용권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동일한 출처의 제품일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즉, 전용사용권자가 외국 상표권자의 상품을 수입·판매만 하는 경우 (예컨데, 국내 총판업체가 전용사용권자의 지위도 가지는 경우)는 실질적으로 상품 출처 및 품질의 동일성이 만족되므로 상표의 기능을 손상하지 않게 되므로 진정상품 병행수입이 허용이 된다.
반면, 전용사용권자가 국내 또는 외국에서 별도로 상품을 제조·판매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제조한 상품의 품질이 원 상표권자의 제품 품질과 차이가 없다면 병행수입이 허용될 수 있다. 하지만 전용사용권자가 제조한 상품이 별개의 품질을 가지는 경우 또는 국내에서 독자적인 광고 행위 등을 하여 독립된 영업적 신용을 형성한 경우에는 제3자가 수입한 진정상품의 출처가 국내의 전용사용권자의 출처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진정상품 병행수입 행위는 국내 전용사용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병행수입업자인데 정식수업업자인양 광고하는 경우는 어떨까?
진정상품병행수입의 경우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그 사용 태양 등에 비추어 영업표지로서의 기능을 갖는 경우에는 일반 수요자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식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어서 이러한 행위는 부정경쟁행위(부경법 제2조 제1호 (나)목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또한 병행수입업자들이 정식수입업자가 광고 및 마케팅을 위해 만든 결과물을 무단 사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품질이 동일한 상품의 진정상품 병행수입이 대부분 허용된다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수입업체를 통한 루트는 아니어서 정식수입업자인 것처럼 광고 등을 해서는 안되고, 국내의 공식업체를 거치지 않는 만큼 품질 검수나 A/S 면에서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공식업체를 통한 구매를 할 지, 진정상품을 좀 더 싸게 살지는 상표권의 문제와는 별개로, 구매 시점부터 사용 이후까지도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상품 구매 시 포함되어야 할지 없어도 되는 지의 수요자 선택 문제로 남게 된다 하겠다.
원문 : “진정상품 병행수입” – < FLEX 트렌드와 상표권>
필자 소개 : 노지혜 BLT 파트너 변리사는 국내외 대기업 상표 및 디자인의 국내 및 해외 출원 업무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상표 및 디자인 분쟁 관련 컨설팅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특허청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중소기업의 상표, 디자인 출원 업무 및 관련 컨설팅 업무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