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469] “창업은 목숨과 바꾼 이벤트, 집요하게 간다”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의 인생역정은 평범하지 않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를 다니다 수능을 다시 치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부에 입학해 졸업했고,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에서 석박사를 마치며 공학자가 되었다. 이후 삼성전기, 씨젠에서 연구원이자 팀을 이끄는 리더로 커리어패스를 이어가지만 대장암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선택한 것은 창업이란 도전이었다. 그는 ‘창업은 목숨과 바꾼 이벤트’이자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이야기 한다. 프록시헬스케어 본사에서 김영욱 대표를 만났다.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 ⓒ 플래텀

인생 서사가 평범하진 않다. 의대를 다니다 공대로 전과했고 해외에서 석박사를 한 뒤 대기업과 바이오 벤처에서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쌓았다. 대장암 진단이라는 복병을 만났는데 쉬는 게 아니라 창업을 결심했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가. 

창업은 언젠가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두려움의 영역이었다. 시험같은 건 한두 번 못 쳐도 다음이 있지만 창업은 그게 안 되는 불확실성이 있잖나. 회사라는 테두리 안에서 실력을 쌓으면 나중에 그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암진단을 받고 “It’s about to die(곧 죽습니다.)”라는 선고를 받으니 그간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며 두려움도 사라졌다. 얼마나 인생을 더 살지는 모르겠지만, 뒤에 숨지 말고 내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 순간 방아쇠를 당기게 됐다.

보통 몸에 이상이 있으면 휴식을 선택한다. 

성격일텐데, 지금까지 편하게 산 적이 별로 없다. 나는 하루하루 내가 하는 일에 부여되는 의미가 중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치열하게 살았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밤새 매달리고 해결이 되어야 두 다리 뻗고 잔다. 어찌보면 스스로 좀 갉아먹는 스타일이다.

병원가기 직전의 내 모습을 돌아보면, 아침 6시에 출근해서 8시에 팀 파트장들 차례로 불러서 30분 간 업무지시 하고, 9시부터 회의하고, 점심 먹으며 미팅하고, 오후 5시에 들어와서 보고를 받았다. 지시한 일들이 제시간에 맞춰서 진행되어 있지 않으면 다시 지시하고, 이후에 다른 부서 사람들과 저녁 먹는 순이었다. 어느 날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화기를 내리치며 하루 종일 화를 내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이더라.

병을 인지한 뒤 문뜩 드는 상념이 ‘누구를 위해 사는가’였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 내 일을 시작도 못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며 내 사업을 하겠다고 정했다. 예상대로 암진단이 나왔고, 빨리 하고 싶어서 바로 움직였다. 병원에서 사업계획서를 쓰기 시작했는데, 팀도 이끌어 봤고, 매일 하던 일이 발표다 보니, 빨리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껍데기를 버리고 무섭더라도 내 길을 가야겠다라는 판단으로 시작했다.

창업은 결심만 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창업 준비기간이 길지 않았다. 

회사는 2019년에 설립했지만, 준비한지는 오래됐다. 미국에서 취업 기회를 마다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 생활을 한 것도 창업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프록시헬스케어의 기술 바탕인 ‘전자기파를 이용한 바이오 필름제거 기술’은 박사 과정때 연구한 것이다. 그런데 창업은 기술만 있어서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사, 재무는 물론이고 기술을 적용해 내가 생각한 상품으로 구현까지 제대로 해야 한다. 그냥 책상 앞에서 논문만 써 가지고는 되는 일이 아니라고 봤다.

그걸 제대로 하려면 조직에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국내 대기업인데, 주변 업무가 아니라 바로 핵심 업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들어가자 마자 파트장으로 필리핀 법인을 맡아 관리하고, 실제 개발 제안서도 쓰고, 발표도 많이 하며 경험을 쌓았다. 누가 시켰다기 보다는 그런 일을 하는 곳으로 찾아 다녔다. 이후 씨젠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부서 팀장으로 근무했다. 나중에 창업할 때 무조건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국내 대기업에서의 경험은 창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책임감을 가지고 성과를 내는 방법, 마찰없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끌고 나가는 경험은 조직 관리와 같은 부분에서 상당히 큰 도움이 된다.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다. 특히 공학분야 일은 더더욱 그렇다. 거기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회사의 제도도 만들었다. 그런 경험없이 창업을 한다면 시행착오가 많았을 거다.

하드웨어 사업은 초기부터 돈이 많이 들어간다. 초기 자본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암보험금으로 나온 7,500만 원이 초기 자본금이었다. 씨젠 상사였던 상무님과 의대 동기들이 나를 믿고 엔젤 투자를 해줬다. 그리고 보증기금에서 개발비 2억 5천만 원을 대출받아서 시제품을 만들었다. 운 좋게도 6억 원의 시드투자도 유치했다. 사실 창업 초기에 크게 돈 걱정을 하진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일한 마인드였고, 계획대로 이어져서 창업도 별거 아니라는 건방진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제품 판매가 시작되자 마자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렸다. 소비자 컴플레인이 발생하고, 재고가 생기고, 그로 인해 돈이 묶여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걸 보완하려면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내가 잘 모르는 분야다 보니 누가 능력자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내가 일하는 방식이 올바르고 믿을만한 사람이면 권한을 다 줘버리는데, 그걸 자신있게 하기 어려웠다. 모질게 인사관리를 해야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프리 시리즈 A 투자 라운드 때도 난항이었다. 초기 매출이 신통치 않아서인지 투자를 약속했던 VC가 결정을 번복했다. 성사될 것 같았던 딜이 막판에 엎어지기도 했다. 칫솔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안된다고 고개를 저은 VC 대표도 있었다. 이러다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다가왔다. 다행스러운 건 롯데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 AI엔젤클럽이 투자 결정을 해준거다. 잔고보다 많은 미지급금이 있었고 급여일을 코앞에 둔 절박한 상황이었기에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돈으로 인한 절박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난 뒤부터 늘 위기의식을 달고 산다. 지금 내가 매일매일 하는 일과 중 하나가 회사 통장잔고 확인하는 거다. (웃음)

자금조달, 인사관리 등 다양한 이슈가 있었을텐데, 창업 후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뭐였나. 

회사 대표로는 인기가 없겠지만, 과거 조직 생활을 할 때 팀원들에게 조금 인기가 있는 팀장이었다. 팀원들에게 ‘일을 왜 해야 되는지’를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며 동기부여를 하려고 애썼다. 나 스스로도 항상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일을 못하는 스타일이라서 그 부분에 집착했던 편이다. 당시 회사에 적응 못 하는 직원들을 우리 팀으로 보내곤 했는데, 다들 성과를 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나름 인재 육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은 잘 키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팀장에서 회사 대표가 되니까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1년 전 우여 곡절 끝에 프리 A 투자를 클로징하고 위기를 넘어섰다고 생각하던 순간 개발자 5명이 퇴사를 하겠다고 했다. 초기부터 함께 해온 개발 인력이 나간다고 하니 청천벽력이었다. 그리고 회사 안을 살펴보니 직원들의 불만이 보였다. 매출 등 숫자와 결과에 신경쓰고 있는 나를 직원들이 변했다고 여기더라. 대표와 직원은 체감적으로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스타트업 대표는 언제나 위기 상황에서 밤잠을 설치지만, 직원들에게 그만큼의 절박함을 기대하는 건 무리가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걸거다. 그들과 헤어지면서 부족함을 느끼고, 반성도 많이 했다. 그때가 창업하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다.

인간은 교육으로 되는 게 아니라 경험하기 전까지는 배우지 못 하는 것 같다. 내가 과거에 했던 인재육성은 작은 테두리 안에 있을 때나 가능한 거였고, 창업에서의 적용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인사 부분이 어긋나버리면서 회사 운영이 어렵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찾은 결론은 나보다 경력 많은 인재를 영입해 중간에서 역할을 하게 하는 거였다. 이전까지 우리 회사는 대표 혼자 결정하고 처리하는 역삼각형 구조였다. 지금은 팀장 및 임원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마름모 형태의 구조로 변모해 가고 있다. 나중에는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가 더 아래로 내려갈 거다.

바라건데 1년 전과 같은 힘든 일이 더 없었으면 좋겠다. 내 장점 중의 하나가 내가 쓴 책 제목처럼 ‘퍼시스턴트(persistent)’한거다. 집요하게 파고들고, 한번은 실수를 하더라도 두 번 실수는 잘 안 한다. (웃음)

칫솔을 첫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수많은 응용 제품을 만들 수 있는데, 왜 250년 동안 변화가 더뎠던 칫솔인가.

우리 기술은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다. 칫솔을 생각한 건 소비자가 쉽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2016년 183만 원이라는 마중물을 넣어 일찌감치 특허신청도 했다.

프록시헬스케어는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출원했다. 특허는 회사에 어떤 의미인가. 출원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특허를 논문 정도 되는 걸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한테 특허는 이메일 쓰는 거와 같다. 특허를 많이 아는 사람들도 그렇게 인식한다. 그렇기에 하나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중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퀄리티 높은 특허가 중요하다고도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은 무조건 양이다. 특허가 회사의 핵심가치라면 이메일 쓰듯 계속 써내야 된다. 이쪽 분야 진입장벽을 높이는 거다. 대기업은 같은 방식이라도 아이디어를 바꾸는 형태로 특허를 잘 뚫고 들어온다. 우리가 지금 창업한지 2년 반 밖에 안됐지만 특허를 84개나 가지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기술을 못 뚫고 있는 거다. 아무리 진입 장벽이 허술해도 특허를 80개 이상 해 놓으면, 미로를 뚫기가 어렵다. 올해 연말까지 300개의 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다.

팁이라면, 특허는 명확한 것 보다는 애매한게 나을 수 있다. 실례로, 바이오 필름과 같은 미생물 막에 대한 특별한 전자기 주파수는 10 메가 헤르츠다. 그러나 특허에 10 메가 헤르츠라고 쓰면 빈틈이 있다. 다른 사람이 10.1 메가 헤르츠라고 쓰면 특허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헤르츠 범위를 아주 크게 넓혀 놓는게 유리하다. 특허를 고차원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변리사는 회사 기술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을 만나야 된다. 예를들어, 우리 회사 트로마츠 기술이 생명공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자공학이다. 그래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변리사와 이야기를 하면 이야기도 잘 통하고 특허 포인트를 많이 잡아준다.

제품 카피가능성은 전혀 없나?

해도 좋다. 다만 죽기 살기로 해야 흉내라도 낼 거다. 사실 나도 쉽게 생각하고 접근한 측면이 있다. 몇 천만 원짜리 의료기기나 스마트폰 같이 화려하고 복잡한 제품을 만들어 봤기에 하던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칫솔 정말 어렵더라. 칫솔질할 때 사람이 얼마나 많은 힘을 가하는지 아나? 칫솔질 몇 번 안 했는 데, 칫솔 모가 눕기도 했고, 부러지는 경우도 많다. 칫솔이 부러지면 입안에 상처가 나는데, 우리한테는 큰 사고다. 그래서 원래 제품 시험 평가 항목이 아니었는데도, 칫솔 강도, 탄성도도 모두 체크했다.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영역이다.

칫솔은 인체와 바로 맞닿기에 쉽게 바꾸지 않는다. 마케팅 없이 매출을 난 배경에는 어떤 요인이 있을까? 어떻게 소비자를 설득했나? 

치아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거고, 우리 제품을 썼을 때 효과가 있다는 거다. 사실 일반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바로 인지하고 들어오기는 어렵다. 오프라인에 판매되는 곳도 없고, 실물을 볼 수 없는 인터넷 상에만 있는 제품이잖나. 하지만 누군가가 써보고 주변에 추천하는, 가지에 가지를 치는 로직으로 느리지만 확실한 방식으로 확장해 왔다.

2020년 9월에 트로마츠 칫솔을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처음에 소비자들 반응은 어땠나? 

첫 제품은 정말 컴플레인이 많았지만,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재작년 9월에 두 번째 제품을 출시했고, 더 개선한 제품을 최근에 내놓았다. 많은 VOC(Voice of Customer)가 반영된 제품인데, 완벽한 제품이 되게 계속 리뉴얼할 거다.

초반 부침이 있었지만 매출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들었다. 제품도 4만여 개나 팔렸고. 그간의 성과를 숫자로 이야기해 준다면? 

부가세를 포함해서 이야기해야 할까? (웃음) 초반에는 월 1천만 원도 넘질 못 했는데, 지금은 1억 5천만 원 정도 기록 중이다. 지난 17개월 동안 누적 매출은 18억 원 규모다. 미국 아마존에서도 3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선전 중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케팅을 전혀 안하면서 올린 수치라는 거다. 반대로 해석하면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체계가 없었다는 걸거다. 앞으로는 마케팅도 할 계획이라 작년 11월 직원을 영입했다. 좀 더 나아질 거라 전망한다.

MWC2022 프록시헬스케어 부스 현장. 프록시헬스케어는 미국 뉴저지에 현지 법인를 설립하면서 미주 시장 개척에 나섰다. 

올해 MWC에도 참가했다. 파트너십을 위해 찾아오는 업체도 있었다고 들었다. 현장 반응을 이야기해 준다면?

예전에 해외 학회에서 하는 행사가 참가했는데, 몇 천개 부스 중에 직접적으로 칫솔을 언급하는 곳은 우리 회사를 포함해 세 군데 밖에 없더라. 칫솔은 변화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 보였다. 사람들 관심은 대부분 임플란트나 수술 도구 같은 것에 있었다. 무조건 비교임상, 전동칫솔 보다 얼마나 나은지, 가격이 얼마나 낮은지, 소비자들 리뷰는 얼마나 있는지, 치과 의사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등 다소 틀에 박힌 접근이어서 답답한 측면이 있었다. MWC에 참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이오, IT 등 분야에서 일을 해보며 체감한 건데, IT 업계만큼 오픈 마인드인 영역이 없다. 또한 협업에 대한 콜라보레이션 문화도 굉장히 잘 되어있다. 그곳에서 VR 회사를 비롯해 여러 스타트업이 연락을 해줬다. 지금 서로 소통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협업할지를 논의하고 있다.

뉴저지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지난해 디캠프 디데이에서 3년 내 기업공개(IPO)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나스닥을 염두에 두는 건가? 플립(flip) 가능성도 있나?

내가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에서 무조건 상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만약에 우리 제품이 대박이 나는 국가가 있다면 그 나라에 가서 하는 거다.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기술이라면 어디서든 해도 되는데, 우리 제품은 약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더 어필하기 좋은 제품이다. 그래서 개발도상국 보다는 선진국에서, 돈을 쓰는 집단에게 소구되는 측면이 있다. 지금 서울에서 우리 칫솔을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은 강남 3구다. 데이터를 보면 4개씩 구입하는 소비자도 있는데, 40만원씩 내고 구입하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칫솔이나 오랄 케어 산업에서 최대 시장이고, 우리는 빅피쉬를 잡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미국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미국 쪽 매출이 더 잘 나온다면 본사를 이전할 수도 있을거다.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 상황에 맞춰 최적화된 길을 찾아가려고 한다.

미국 현지에서 선보이는 것은 반려동물용 칫솔이다. 

한국에서의 경험들을 반추해 보면, 사람용 칫솔로 사업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 전통 전동칫솔 기업들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우리 회사는 인지도가 거의 없다. 그래서 택한 전략이 반려동물 칫솔로 시장을 개척하는 거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 칫솔을 판매해 봤는데, 청담동 동물병원에서만 소비가 발생한다. 사료는 반드시 사야하지만 칫솔은 없어도 그만이고, 그냥 사람 닦는 칫솔로 닦아도 크게 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매장에 가보면 일반 칫솔도 30달러 정도 한다. 그리고 강아지에게 1,000달러 짜리 스케일링을 많이 한다. 대면 인터뷰를 해보니 잘 산다고 해도 스켈링에 그 만큼 쓰는 건 부담스러워 하고 다른 대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래서 이부분을 우리가 뚫고 들어가면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전동칫솔은 동물한테 사용할 수 없지만 우리 칫솔은 동물한데 적용 가능하다. 미국에서 반려동물 칫솔로 붐을 일으킨다면 나중에 한국에서도 적용이 가능해질 거라 본다.

의료 전시회에서 자주 들은 질문일텐데, 임상결과는 어땠나?

우리나라에선 유명 대학병원에서 임상을 하면 통하는데,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예 월드 탑 대학교 치과병원에서 임상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걸 위해 법인을 설립한 측면도 있다. 펫칫솔은 작년에 동물 비임상 전문 회사에서 테스트를 했다. 리포트를 보면 강아지 입냄새는 크게 줄었고, 일주일 만에 치석도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금 시장에 깔린 리뷰들을 보면 확실히 효과는 좋다. 동물 쪽은 조금 더 임상을 하려고 한다. 다만 사람 임상처럼 병원에서 하는게 아니라, 100여 마리 강아지를 훈련시키는 곳과 MOU를 맺어서 진행할 계획이다. 훈련 시 이를 닦게 하고 그 분석을 수의사에게 맡기는 방식이 될거다.

향후 피부 미용 관리 제품 론칭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선박에 트로마츠 웨이브 기술을 접목시키는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이고. 

화장을 진동 초음파로 닦아 내는 진동 초음파 클린저가 있는데, 진동을 빼고 트로마츠 기술을 넣는 형태로 개발 중이다. 또 정부과제가 되어 선박에 붙이는 필름을 개발하고 있다. 배 바닥 면에 필름을 붙여, 따개비가 붙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거다. 올해 4분기 즈음에 비염치료기도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가 이걸 하는 이유는 단순한 칫솔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함이다. 칫솔이 좋은 플랫폼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본다.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레퍼런스를 쌓아가야 칫솔에 대한 가치도 올라갈 거다.

프록시헬스케어는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월례 데모데이 디데이 2021년 4월 우승팀이다. 프록시헬스케어는 작년 한 해 동안 3번의 장관상을 비롯해 다양한 대회에서 수상했다.

최근 80억 원 규모 시리즈A 라운드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 소감을 말해준다면.  

올해 회사의 매출 목표는 240억 원이다. 작년 수준 정도만 할 거였다면 이정도 투자 안 받아도 된다. 우리 사업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고, 그 비전을 투자자들이 믿어줬기 때문에 투자가 진행됐다. 국내에서는 사람용 칫솔로 붐을 일으키고, 반려동물 칫솔로 미국에서 도전한다. 그 다음이 비염 치료기로 다음 성장 모델을 확보하는 거다. 그리고 많은 임상연구를 통해서 선박과 자동차 쪽에서 확실한 데이터를 얻어내려고 한다. 절체절명의 마음으로 하는 승부처에 와 있다.

VC 자금이 풍부하다고 해서 모든 스타트업이 투자받는 건 아니다.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조언해 줄 부분이 있다면?

투자받는 걸 결혼으로 비유하잖나. 천생연분을 만나기 위해서는 계속 만나봐야 한다. 나도 지금까지 VC를 약 70군데 넘게 만났는데, 8:1의 비율로 거절 당했다. “칫솔이면 절대 투자하면 안돼” 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 제품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도 있었다.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는 계속 대시를 해야 된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다만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모험 자본이 점점 줄어드는 건 아쉽다. 누가봐도 좋은 팀, 좋은 아이템만 찾는 경향이 VC들에게 없잖아 있다.

김 대표에게 창업은 어떤 의미인가? 

창업은 목숨과 바꾼 이벤트다. 대장암에 걸려서 암진단금 7천 5백만 원을 손에 쥘 수 있었고, 그 돈으로 퇴원해서 바로 회사를 차릴 수 있었다. 창업은 나에게 숙명이고, 목숨과 바꾼 또 다른 목숨이다. 목숨과 바꾼 숙명이어서 이 일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진다. 힘들지만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절체절명의 위기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플랜B는 만들어 놓고 있었다. 지금도 마이너스 통장을 열어놓고, 신용점수도 좀 올려 놓으며 관리하고 있다. (웃음)

지금 일 말고 도전하고 싶은 분야는 없나?

내 단점이 약간 산만하다는 거다. (웃음) 칫솔이 지금 내겐 제일 중요한 건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마음 속에 색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다. 그래서 나중에 회사가 성장해서 안정기에 접어든다면 연구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그 연구에서 가능성이 발견된다면 사업이 될 수도 있을거다. 아마 평생 발명가를 꿈꿀 듯 싶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제언이 있다면. 

창업자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창업자는 인생을 걸고 뭔가를 시도하는데, 비난보다는 응원을 해주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 사회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냉혹한 시선이 있다. 단단한 창업자들이 많지만 상처도 여러번 받으면 벌어진다. 가슴에 상처가 되는 상황을 누군가 공감만 해줘도 많이 해결될 거다.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 ⓒ 플래텀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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