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민오의 BIO 기술과 특허 브리프] #1. 명세서 작성의 중요성
최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은 키메라 항원 수용체 T 세포(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이하 ‘CAR-T 세포’) 기술에 대한 미국 특허 제7,446,190호(‘’190 특허’)가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1심 법원에서의 결과를 완전히 뒤집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190 특허가 무효 판결을 받은 이유는 다름 아닌 명세서 기재 요건 중 발명의 설명 기재 요건(Written Description Requirement)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으로 특허의 청구범위에 기재된 넓은 범위의 발명에 비해 명세서 기재가 불충분하여 특허 등록을 무효화한다는 내용입니다.
『CAR-T 세포 기술이란?』
CAR-T 세포 기술은, 체내의 면역세포(즉, T 세포)가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갖는 일종의 지문인식 시스템인 TCR-MHC 상호작용이라는 종래 T 세포 치료제가 갖는 문제를 해결하여 MHC 타입에 무관하게 암세포 공격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보편적인 세포 치료제로서의 사용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이 기술이 적용된 CAR-T 세포 치료제는 암세포를 죽이는데 외부 물질이 아닌 암 환자 체내의 면역세포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항암제가 갖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4세대 항암제로서 각광받고 있으며 본문에서 등장하는 길리어드의 ‘예스카다’를 비롯하여 수개의 CAR-T 치료제가 품목허가를 받아 상용화되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BMS-길리어드 특허 소송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살펴본 뒤, 해당 판결이 왜 중요하며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BMS – 길리어드 특허 소송 History
BMS의 주노 테라퓨틱스(Juno Therapeutics)는 특허권자인 슬론 케터링 암 센터(Sloan Kettering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와 함께 2017년에 길리어드의 카이트 파마(Kite Pharma)를 상대로 이들의 제품인 예스카타(CAR-T 치료제)가 ’190 특허를 침해한다고 미국 지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 법원은 BMS의 손을 들어주면서 길리어드에 12억 달러(한화 약 1조 4000억 원)의 손해 배상금을 부과하였습니다. 이에 길리어드는 1심 법원의 결과에 항소하였고, 항소 법원(CAFC)은 상기 특허가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길리어드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양측의 주장과 무효로 판단된 사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90 특허 무효 사유 살펴보기
‘190 특허의 청구항 1에서 쟁점이 된 표현은 “a binding element that specifically interacts with a selected target”으로, 종속항인 청구항 2 및 3에서는 “binding element”를 각각 항체와 단일쇄 항체(이하, ‘scFv’)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190 특허의 청구항에 기재된 키메라 항원 수용체는 (a) CD3 제타 사슬 부분, (b) 공자극 신호 영역 및 (c) 선택된 타깃과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결합 요소의 3개 구성요소를 포함하고, 상기 (c)의 구성요소는 T 세포가 암세포의 항원을 인지하는 scFv에 해당합니다.
(1) ‘길리어드’ 측 주장
‘190 특허의 청구범위는 scFv를 그 기능으로 한정함으로써 다양한 서열을 갖는 막대한 개수의 scFv 후보물질을 포괄하도록 기재하고 있으나, 명세서에는 CD19 항원을 타깃하는 scFv와 PSMA 항원을 타깃하는 scFv에 대한 단 2개의 실시예만을 개시하고 있고 공통된 구조적 특징을 개시하고 있지 않음을 지적하였습니다.
즉, 발명의 설명에 (충분한 개수의) 대표적인 예를 제시하고 있지 않으며, scFv가 선택된 표적에 특이적으로 결합하기 위해 가져야 하는 공통된 구조적 특징을 기재하고 있지도 않으므로 본 특허는 명세서 기재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 ‘BMS’ 측 반론
scFV는 그 제조 방법 및 공통된 구조적 특징 등이 당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고 주장하면서, 특허 명세서에 기재된 CD19 항원에 결합하는 scFv와 PSMA 항원에 결합하는 scFv가 대표적인 실시예에 해당하므로 명세서 기재요건을 만족시킨다고 반박하였습니다.
(3) ‘항소 법원’의 판결
항소 법원은 1) CD19 항원에 결합하는 scFv와 PSMA 항원에 결합하는 scFv에 대한 2개의 실시예는 대표적인 실시예라고 보기에 부족하고, 2) 명세서에 표적에 결합할 수 있는 scFv와 그렇지 않은 scFv를 구별할 수 있도록 scFv의 공통된 구조적 특징 내지 그에 대한 guidance도 개시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에, ‘190 특허의 명세서는 어떤 scFv가 어떤 표적 항원에 결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상세 설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길리어드 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명세서 작성의 중요성
항체 자체에 관한 발명의 경우에 일정 조건 하에서 구조 한정 없이 그 항원에 결합하는 특징으로만 항체를 정의하는 것을 허용하였던 과거 미국의 심사 실무에 비추어 볼 때 명세서 기재 요건에 관해 엄격한 판단 기준을 적용하는 위 판례가 불합리하게 보일 수 있으나, 혁신적인 기술에 걸맞은 넓은 권리범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명세서와 청구범위를 잘 작성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판례라고 생각됩니다.
먼저, 넓은 권리범위 확보를 위해서는 이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는 충분한 실시예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실험을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구범위에 기재된 구성에 대해서 기능, 서열을 포함한 구조, 물리생화학적 특성 등을 포함한 상세 설명을 충분히 기재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또한, 특허 등록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발명에 대해서 다양한 범위를 갖는 청구항을 다각도로, 단계적으로 작성하여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 사건의 경우 청구범위에 scFv의 CDR 영역 또는 가변 영역을 서열로 한정하는 종속항이 존재하였다면 자기 제품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청구항은 무효 처리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바이오 특허 1개의 산업적 가치는 1조가 넘기도 합니다. 연구 초기의 실험 설계 단계부터 연구자와 변리사가 함께 충분히 논의하여 특허를 만들어 나간다면, 위와 같은 특허 무효 사례는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특허법인 세움 류민오 변리사
–원문: [류민오의 BIO 기술과 특허 브리프] #1. 명세서 작성의 중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