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왜 TSMC에 ‘세계 1위’를 내줬나
삼성은 왜 TSMC에 ‘세계 1위’를 내줬나
삼성이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대만 TSMC에 내줬다는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TSMC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반도체를 만들어 주는 파운드리 기업인데요. 최근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커졌고, 애플과 AMD 등의 주문을 독식하면서 세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반면 삼성은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등 업황이 악화되면서 3분기 부진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마이크론 등 후발 주자들도 삼성의 기술을 바짝 추격하면서 기술 격차도 줄어든 상황입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만회해야 하지만, TSMC에 밀려 시장 2위에 머물고 있는데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향후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더 약해질 거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불경기에 강한 파운드리에서 밀려서”
TSMC 매출이 삼성전자를 추월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반도체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설계와 기술 개발, 생산, 패키징 등 공정이 세분화됐고, 고객 주문에 따라 제조만 담당하는 파운드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파운드리는 경기를 잘 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어요. 고객과 안정적인 장기 계약을 맺기 때문이죠. 반면 삼성이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는 경기에 민감합니다. 불경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죠.
삼성 역시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양산에도 돌입했습니다. (나노는 나노미터로, 반도체 미세 공정 단위를 의미합니다. 반도체 안에서 전기 신호가 지나는 길의 폭을 뜻하는데, 이 폭이 좁아질수록 같은 면적이라도 더욱 고용량, 고성능, 고효율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파운드리 업계는 고객과 장기 계약을 맺기에, TSMC 고객을 삼성으로 돌리긴 쉽지 않습니다.
물론 장기적인 상황이 나쁜 건 아닙니다. 종합 반도체 기업인 삼성이 미세 공정에서 TSMC보다 기술력에 앞설 가능성이 높죠. 다만 파운드리 특성상 기밀 유지에 민감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업 내 경쟁 관계인 애플 등 빅테크 물량을 수주하는 데 걸림돌이 있을 겁니다. 장기적으로 이 걸림돌을 제거하고, 경쟁사들과 전략적 호혜 관계를 잘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10월 물가 정점론은 허상?
‘10월 물가 정점론’이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인플레를 주도했던 국제 유가가 최근 진정되면서 10월 정점론에 시장 기대가 모였습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8~9월 연속 느려져 정부도 10월부턴 물가가 하락하리라 전망했었는데요. 기대와 달리 지난달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2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물가 우려를 다시 불지피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서비스 물가는 외식 등 생활 전반의 비용을 반영하는데, 이게 치솟으면 대중적 인플레 우려 심리가 훨씬 커질 수 있고 실제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설상가상 국제 유가도 다시 상승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최근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가 코로나 팬데믹 이래 최대폭의 감산을 결정하면서인데요. 물가 불안이 가중되면서 오는 12일 한은이 또 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서비스 물가는 왜 높이 오르고 있을까?”
최근 서비스 물가가 높이 상승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요 측면 : 코로나 기간 제조업 수요가 증가하고, 서비스 수요는 감소했죠. 그러나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이 경향이 반대로 바뀌었습니다. 여행이나 외식 등 서비스 수요가 대폭 오르고 있죠.
2️⃣ 공급 측면 : 4가지 요소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1) 먼저 코로나가 완전히 끝나지 않고 대면 접촉에 신중한 관행이 남아있어서, 서비스 분야의 인력 충원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2) 항공·여행 업종에선 여전한 일부 규제 조치로 서비스 공급을 늘리는 데 애로가 있습니다. 3) 코로나 국면에 기업·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한 만큼, 빚을 갚기 위한 수익 확보 차원에서 제품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4) 서비스업은 수요가 늘어도 제조업에 비해 공급이 빠르게 늘지 않습니다. 자동화가 많이 된 제조업과 달리, 인력으로 충당하는 서비스업은 단기간 고용 증대나 노동 시간 확대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때문에 공급을 늘릴 때 가격 상승 압력이 큽니다.
양 측면을 종합해 볼 때, 서비스 물가 상승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긴축을 위한 거시 경제 정책도 좋지만, 미시적인 서비스 가격 안정책도 모색할 시점입니다.
“원인을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원 기사에선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높아진 원인을 “인플레 압력이 공급에서 수요로 전이됐다”고 분석하는데, 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9월 들어 특별히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 걸까요? 그보단 각종 해외 원재료비가 상승해 공급 측면 인플레 압력이 여전하고, 대중적인 인플레 기대 심리마저 형성된 상태라고 봐야죠. 다시 말해, 인플레 때문에 내가 쥔 월급의 구매력은 떨어졌더라도 각종 서비스 수요를 줄이지 않고들 있다는 겁니다.
그만큼 국내 경기는 특히 소비 측면에서 아직 견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생활 밀착형 물가 상승은 임금 인상 압력으로도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말 임금 협상 시즌까지 경기가 본격 하강하지 않는다면,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더 거세지겠죠. 그럼 임금-물가 간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임금 인상을 제품가에 전가하지 않는 기업에게 법인세를 깎아주고, 임금 인상률을 낮추는 근로자에겐 소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정밀한 인플레 완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올라간 서비스 물가, 잘 안 떨어져 큰일”
현재 한국의 인플레는 국제 유가나 원자재 등 해외 공급 측면 상승 압력이 국내 요인으로 전이되는 양상입니다. 각종 품목의 물가 상승이 외식비나 여행비 등 국내 서비스 산업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죠. 이렇게 인플레가 퍼지면서 결국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조짐입니다. 서비스 물가는 특히 한번 올라가면 잘 안 떨어지는 하방 경직성을 갖고 있어요. 인플레 잡는 게 더 어려워진단 얘기니… 당국은 더욱 긴축 기조로 갈 수밖에 없겠습니다.
오피스로 변신 중인 호텔과 쇼핑몰
지난달 말 리멤버 뉴스레터에선 외국계 투자 운용사들 사이에서 국내 호텔 등을 매입해 오피스로 용도 변경하는 ‘밸류 애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해드렸었는데요(🔗관련 내용). 해당 주제로 실제 사례들을 소개한 기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신도림의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이 오피스로 리모델링해 새로 문을 연 데 이어, 서울 중구의 ‘티마크그랜드호텔’과 ‘굿모닝시티 쇼핑몰’도 오피스로 용도를 변경한다고 합니다.
오피스는 주택보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때문에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에도 오피스는 건재했는데요. 지난 2분기 서울 A급 오피스의 공실률은 3.9%로, 2009년 3분기(3.3%)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게다가 꾸준한 수요 대비, 신규 공급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 하면서 오피스의 희소성은 앞으로도 더욱 높아질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관련 기사).
“오피스-호텔의 뫼비우스의 띠”
기사에 나온 ‘티마크그랜드호텔’의 변신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원래는 대한전선 옛 사옥이었습니다. 오피스였던 셈인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코람코 자산신탁에 매각된 후 2016년 하나대체운용이 인수하면서 호텔이 됐습니다. 당시 오피스 용도로는 매수자가 없어 코람코 자산신탁이 호텔로 리모델링을 한 다음에야 매각에 성공했습니다. 호텔일 땐 명동의 중국 관광객이 몰리며 호황을 맞기도 했으나, 코로나가 터지며 결국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나왔습니다. 이번엔 다시 오피스로 돌아오네요.
오피스로의 재변신은 최선의 선택이라기보단 궁여지책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미 CBD*의 오피스 시장은 고정 우량 세입자들의 사옥을 제외하고는 1인 공유 오피스 공간으로 바뀌는 추세거든요. 비대면 근무 정착 등 영향으로 오프라인 사무 공간의 수요가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죠.
원래 장사가 잘되는 식당의 부지는 주인이 잘 바뀌지 않습니다. 반면 장사가 안 되면 매번 업종이 바뀌죠. 뫼비우스의 띠처럼 말입니다. 그럴싸한 리모델링으로 외관이 번듯하게 바뀔 순 있지만 부동산 입지와 적정 용도 등 본질은 아무리 리모델링을 해도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 국내 오피스 빌딩 권역은 서울 시내를 중심으로 한 CBD, GBD, YBD 권역과 경기 BBD로 나뉨. 차례로 설명하면, CBD는 시청을 중심으로 한 남대문 지역과 광화문 일대, 그리고 종로와 을지로 지역 등 도심 권역으로 정치·경제 중심지. GBD는 강남·삼성역과 이곳을 연결하는 강남대로·테헤란로 일대의 강남 권역. YBD는 여의도 권역으로 금융·경제 중심지. 그리고 BBD는 판교 테크노밸리 일대의 분당 권역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출근 선호하는 K-기업 문화도 작용!”
국내 주요 오피스 권역의 임대 수요는 코로나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강남 권역(GBD)과 IT기업들이 모여있는 분당 권역(BBD)은 자연 공실률보다도 낮은 공실률인 만큼, 오피스 면적에 대한 수요 경쟁이 치열합니다. 특히 오피스는 담보 대출 금리보다도 자본 환원율*이 낮게 책정됩니다. ‘오피스만큼은 향후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투자 심리인 거죠. 재택 근무보다 출근을 선호하는 특수한 K-기업 문화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따라서 기존 호텔이나 리테일 자산의 용도 변경 추세도 자연스럽습니다. 게다가 최근 집값 조정으로 주택 구매 심리가 낮은 점도 오피스 투자 매력도를 높였을 겁니다. 항상 부동산 투자는 시장 상황에 유연히 대처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는데요. 지금은 오피스가 가장 적합한 투자 자산이라 자금이 쏠린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자본 환원율 : 미래 추정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쓰는 할인율. 자본 환원율이 작을수록 미래 부동산 기대 가치가 높다는 뜻
개정 공인중개사법=제2의 타다금지법?!
국회에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개업하려면 먼저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에 반드시 가입해야 하며, 협회에 이 공인중개사들을 관리할 권한을 준다는 내용이 주 골자인데요(🔗관련 기사).
이를 두고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제2의 타다 금지법’이 될 것이란 우려가 스타트업계를 중심으로 나옵니다. 직방 등 부동산 기반 프롭테크 기업들과 협력하는 공인중개사들을 제재하는 방식으로 ‘플랫폼 죽이기’에 활용될 거란 논리인데요. 반면 한공협은 허위 매물을 올리는 등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개정안으로써 추구하는 게 뭘까요?”
한공협과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추구하는 게 뭔지부터 체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공협의 말대로 1️⃣ 담합을 통한 불공정 거래(시장 가격 왜곡, 담합 금지 등)를 막고 2️⃣ 무자격자 중개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3️⃣ 허위 매물을 줄여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도와주고 4️⃣ 수수료 자율 경쟁 등으로 중개 수수료 인하 등 긍정 효과를 만들 수 있다면 누가 반대할까요?
무엇보다 프롭테크 업체들은 이미 기존 중소형 부동산 중개 업체보다는 큰 자본금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 중개 라이센스를 취득하고 협회에 등록, 가입하는 게 별다른 이슈가 되지 못 한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논란이 되는 건 곧 개정안을 통해 프롭테크 업체들에 뭔가 제한을 두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네요.
최근 1년간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프롭테크 업체들도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 하고 있습니다. 투자로 회사 확장을 하기도 어려운 시기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기득권 보호 등을 목적으로 프롭테크 회사들의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 프롭테크 업체들도 노력해야죠. 중소형 부동산 업체들과 상생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