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3번째·전세계 12번째 지사, 삼성·SK와 하드웨어 협력 및 AI 데이터센터 투자 시사

오픈AI가 10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픈AI 코리아’의 공식 출범을 발표했다. 이는 아시아에서 3번째, 전 세계에서 12번째 지사 설립으로, 한국을 차세대 글로벌 AI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명확히 했다.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한국은 최첨단 인프라와 혁신적 기업, 빠른 기술 도입 속도를 갖춘 AI 혁신의 최적지”라며 “단순한 진출이 아닌 한국의 AI 대전환을 위한 핵심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챗GPT 사용자 1년새 4배 증가, API 사용량 전세계 10위권

오픈AI의 한국 진출은 국내 AI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기반한다. 국내 챗GPT 주간 사용자 수는 1년 전 대비 4배 증가했으며, 유료 구독자 규모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수준에 달한다. 한국은 오픈AI API 사용량 기준 전 세계 10위권에 포함된다.

권 CSO는 “챗GPT 출시 이후 3년 만에 전 세계 주간 활성 사용자 7억명, 개발자 400만명, 유료 비즈니스 고객 500만 이상을 확보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에이전트 시대” 선언, GPT-5·코덱스 등 최신 기술 공개

권 CSO는 AI 발전의 다음 단계로 ‘에이전트 시대’를 선언했다. 2022년 대화형 AI 시대를 연 챗GPT, 지난해 추론 기능을 강화한 O 시리즈 모델에 이어 올해부터는 AI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에이전트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뒷받침할 최신 기술도 공개됐다. 플래그십 모델 ‘GPT-5’는 신속한 답변과 심층 추론을 결합해 무료 사용자를 포함한 모든 이용자에게 고차원 추론 기능을 제공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팀원처럼 작동하는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는 최근 2주 만에 사용량이 10배 급증했다. 유도 질문으로 학습을 돕는 ‘스터디 모드’와 사용자 맞춤화 가능한 오픈 웨이트 모델 ‘GPT-OSS’도 함께 발표했다.

삼성·SK와 하드웨어 협력 구체화, AI 데이터센터 투자 검토

오픈AI 코리아는 국내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체화했다. 권 CSO는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 SK와 같은 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러한 성장률을 고려하면 AI 데이터센터 투자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서 모델을 운영 중이지만, “단계별로 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고객 확보도 가시화되고 있다. 카카오, SK텔레콤, LG전자, 토스, GS, KT, 야놀자, 카페24, 크래프톤 등이 오픈AI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 혁신에 나서고 있다. 특히 카카오는 2월 전략적 제휴 이후 자체 생태계에 오픈AI 기술 연동을 준비 중이다.

서울대 MOU 체결, 정부 소버린 AI 정책 파트너 선언

학계와의 협력도 본격화한다. 오픈AI는 11일 서울대학교와 연구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는 한국 대학과 맺는 최초의 공식 파트너십이다.

정부의 소버린 AI 정책에 대해서는 위협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권 CSO는 “한국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AI 강국이 될 잠재력이 있다”며 “오픈AI는 한국 정부의 비즈니스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크리에이터 생태계 지원 확대

국내 스타트업과 개발자 생태계 지원도 강화한다. 12일 ‘파운더스 데이’를 개최해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하고, 11월에는 ‘데브데이 익스체인지’ 개발자 컨퍼런스를 열 계획이다.

크리에이터 지원도 확대한다. 최근 서울디자인재단과 협력해 국내 아티스트 21명과 ‘크리에이티브 랩 서울’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영상 생성 AI ‘소라’로 제작된 미디어 아트를 DDP 외벽에 투사한 바 있다.

구체적 계획엔 “단계적 발표” 원론적 답변 아쉬움

권 CSO는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우리의 목표는 AGI 개발이며,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야 하기 때문에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구체적인 일정이나 투자 규모, 세부 사업 계획 등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발표할 것”, “곧 발표할 수 있을 것” 등의 원론적인 답변이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한국법인 설립 시기, 지사장 선임 일정, 데이터센터 구축 규모 등 구체적인 투자 계획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얻기 어려웠다.

권 CSO는 지사장 선임에 대해 “곧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채용 규모와 헤드쿼터는 단계적으로 공개하겠다”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