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마이데이터, ESG” 한국 최대 퀀트투자 플랫폼 운영사 CEO가 말하는 ‘SFF 2022’ 트랜드
‘싱가포르 핀테크 페스티벌(Singapore Fintech Festival, 이하 SFF)이 2일 개막했다. SFF는 싱가포르 금융관리국(MAS) 주도로 매년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 핀테크 전문 전시 및 컨퍼런스다.
올해 행사에는 440여 개 결제, 송금, 보안, 솔루션 분야 기업이 부스를 꾸렸고 850여 명의 전문가 발표 세션이 250시간 동안 진행됐다. 주최측에 따르면, 올해 110개 국가, 2000여 개 기관에서 참가 신청을 했다. 한국을 비롯한 25개 국가관도 조성되었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핀테크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SFF는 전세계 금융 업계의 관심과 참여가 집중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글로벌 금융기관 및 은행들이 대거 참석했다.
SFF 2022 현장에서 핀테크 기업 뉴지스탁의 문경록 대표를 만났다. 뉴지스탁은 국내 최대 퀀트투자 플랫폼인 ‘젠포트’와 알고리즘 마켓, 투자교육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뉴지탁은 2021년 10대 금융지주사 중 한 곳인 DGB금융지주에 인수돼 계열사로 편입되었다. 문 대표에게 SFF 2022 트랜드를 들었다.
올해 SFF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뭐였나.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블록체인이나 크립토 서비스가 좀 더 많았고 고도화가 되어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마이데이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부터 마이데이터 제도가 시행되어 많은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데이터를 인터페이스에서 모아서 보여주는 정도의 기능이 대부분이고 콘텐츠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몇 기업이 콘텐츠를 선보였지만 테스트 수준이었다.
반면에 싱가포르는 우리보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은행 앱들이 인상적이다. 마이데이터와 결합된 유니버셜 뱅킹 앱 형태의 서비스들이 많았다.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를 아우르고 있는 거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 ‘유니언뱅크’, ‘UOB’는 마이데이터 구축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다양한 콘텐츠를 붙여 론칭했다. 이들의 서비스는 UI/UX 부분에서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저축을 하는 ‘세이빙 기능’, 투자를 하는 ‘인베스트 기능’, 그리고 ‘리워드 기능’이다. 저축은 은행의 기본 서비스이고, 인베스트는 적극적인 투자라기보다는 예적금 형태의 투자다. 그리고 앱 자체의 리텐션을 올리기 위한 리워드 방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은행 앱 서비스와 로컬 서드 파티가 연동된 것이 파격적이란 느낌이 든다. 한국 내 은행 앱들은 외부 서비스와 제휴가 거의 안 되어 있고, 대부분 자체 서비스에 무게 중심을 둔다. 하지만 SFF에서 접한 은행 서비스는 많은 서드 파티 기업과 제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에서 제공하고 있었다.
인슈어런스 영역에서도 같은 변화가 보인다.
인슈어런스 기업 ‘스넥 바이 인컴’이 만든 앱은 고객 데이터에 기반해 보험을 취합해서 보여 주는 한편 서드 파티 서비스를 정말 많이 붙여놓았다. 배달 앱을 비롯해 일상생활에서 쓰는 앱들 대부분이 들어가 있다. 심지어 신용카드와 연동을 해 놓으면 이용자의 지출 내역을 분석해서 서비스를 추천하고, 제휴가 된 업체에서 결제하면 베네핏을 주는 리워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게 쌓인 소액 베네핏으로 저렴한 보험상품 가입까지 유도하고 있었다. 보험회사이기에 헬스케어와 연계해 이용자의 피지컬 라이프 스타일과 파이낸셜 라이프 스타일을 모두 챙겨주겠다는 콘셉트도 기억에 남는다. 물어보니 이제 막 론칭되어서 아직은 트래픽이 많지는 않고 고객 관점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은행이나 보험사 앱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인데, 정말 생활 속에 녹아들어가는 서비스라는 게 인상 깊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은행과 보험사들도 ‘파이낸셜 라이프 스타일 앱’이라고 소개하더라.
싱가포르는 마이데이터 관련 별도 규제가 없다.
별도의 프로토콜이 없기에 세계에서 가장 빨리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본다. 사실 SFF 현장에서 접한 마이데이터 서비스 형태가 기존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고객이 잘 쓸 수 있게끔 조합을 잘 했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올해 SFF에 ESG 관련 세션이 대규모로 진행됐다.
ESG는 우리나라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지만 아직은 환경 쪽에 치중된 측면이 있다. SFF 2022에서는 환경뿐만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나 거버넌스와 연관된 서비스가 다수 보였다. 아무래도 아시아 금융 중심지다 보니 ESG도 기업에 적용 가능한 형태가 많은 듯 싶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ESG 인덱스를 따로 만들어서 서비스한 지 오래됐고, 솔루션까지 만들어서 금융회사에 판매하고 있다.
핀테크 트랜드를 살펴보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다.
근래 만난 은행이나 빅테크 기업 관계자들이 토로하는 것 중 하나가 마이데이터 인프라에 들어갈 콘텐츠 고민이다. 그것을 해소하는 방향성을 여기서 배우고 간다.
뉴지스탁은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했다. 현지 진출에 대한 확실한 의지표명이라고 보는데.
뉴지스탁의 젠포트는 한국에서는 B2C대상이지만 싱가포르는 고객층을 달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인구 자체는 적지만 한국과 다른 패밀리 오피스 생태계가 굉장히 크다. 한국은 큰 기관투자자 아니면 리테일인데 반해 여기는 그 중간에 위치한 패밀리 오피스가 정말 많다. 조단위 매출을 기록하는 곳도 있지만 기관투자자만큼의 IT 역량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 패밀리 오피스를 공략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상장 계획을 이야기해 준다면.
회사가 매년 40% 이상씩 성장을 해 왔기 때문에 몇년 뒤 기술특례 상장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잠정적인 목표이고, 상장 자체가 회사의 설립 목적은 아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능한 이정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금 회사의 목표는 서비스 본질에 집중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아시아 금융 중심축이 싱가포르로 기울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사람마다 전 세계 돈이 싱가포르에 몰리고 있다고 하더라. 싱가포르 마켓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 되어가는 추세라 읽힌다. 스타트업에게도 기회로 작용하리라 본다.
핀테크 외 어떤 업종의 스타트업이 진출하면 좋을까.
싱가포르 도시 성격상 물류 스타트업에게 유망한 시장이라 본다. 또한 계획 도시이기에 스마트시티 회사들에게도 기회의 땅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