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손호정 스마투스 대표 “홍콩에서 기회 찾고 가능성 확인했다”
홍콩에 입국하는 것은 펜데믹 이전과는 달랐다. 격리는 없어졌지만 출국 전 홍콩 정부 사이트에 상세한 건강 상태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입국하자마자 공항에서 PCR검사를 해야만 한다. 아울러 일주일 간 하루에 한 번씩 RAT 검사와 PCR 검사를 의무적으로 해야만 했다. 또한 가는 곳마다 QR코드를 찍어야 했고 안전을 입증하는 블루코드가 나오기 전에는 식당 내 취식도 불가능하다.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홍콩에 입국한 스마투스 손호정 대표와 이송희 마케터는 “새로운 기회를 찾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스마투스는 10일 개막한 아시아 최대 의료-헬스케어 전시회 ‘아시아 서밋 온 글로벌 헬스’에서 쇼케이스와 프로젝트 피칭을 하기 위해 방문했다. 스마투스 부스는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많은 참관객이 모인 곳이었다.
스마투스는 가정에서 간편하고 정확하게 구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스마트 진단 기기이다. 광센서가 달린 칫솔 모양의 제품과 앱을 통해 충치 발생 위험 및 진행 상황을 편리하게 측정할 수 있다. 5박 6일 간의 비즈니스 일정을 마무리한 손호정 대표와 이송희 마케터를 11일 홍콩 현지에서 만났다.
홍콩 방문 일정을 모두 마쳤다. ‘홍콩사이언스파크’ 탐방과 ‘아시아 서밋 온 글로벌 헬스’ 행사에 참가했는데, 소감을 말해준다면.
손호정 대표(이하 손) : 시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기회를 찾은 시간이었다. 코로나 통제가 풀린 뒤 많은 해외 전시회를 다녀왔는데, 국가마다 인허가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제품 출시가 임박한 상황에서 판매 가능한 곳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답답했다. 그런데 홍콩은 다른 국가에 비해 규제가 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서비스 확장을 시도해 볼 계획이다.
스마투스 부스는 전시장에서 가장 많은 참관객이 방문한 부스였다.
손 : 쉴 시간 없이 사람들이 계속 왔다. 몸은 힘들었지만 고마웠고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아쉬웠던 건 이곳은 아직 마스크를 벗을 수 없어서 실제 시연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전시회에서는 자발적으로 써보겠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직접 해보면 제품의 장점을 더 널리 알릴 수 있었을 텐데 그걸 못했다.
홍콩이 큰 소비 시장은 아니다. 홍콩을 레퍼런스 삼아 다른 국가 진출을 고려하는 건가.
손 : 시장이 큰 것은 아니지만 빨리 출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판매 숫자를 떠나 의미있는 레퍼런스가 생긴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본다. 국내 시장과 인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시장에 우선적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전시회를 통해 투자자나 다양한 기업 관계자를 만났을 거다. 무엇을 가장 많이 궁금해 하던가.
손 : 중국 시장은 모르겠지만 홍콩 쪽에서는 IP에 관심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이곳 시장을 진출하려면 그 부분을 더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송희 마케터(이하 이) : 우리 제품의 콘셉트가 정말 가능한 건지,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현해내는 지를 가장 많이 궁금해 했다. 치과에서 엑스레이를 찍어야 알 수 있던 것을 가정에서 손쉽게 한다는 제품의 강점이 배경일 거다. 그리고 현재 판매되고 있는 지도 많이 궁금해 했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현장에서 느꼈다.
코로나로 이동이 풀린 뒤 해외 전시회에 자주 나갔나.
손 : CES, MWC 등 규모있는 행사에 다녀왔다. 제품 출시 전임에도 4천여 대의 구매 의향서를 받아서 양산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허가 문제로 출시가 생각보다 많이 미뤄졌다. 답답했지만 나가는 전시회마다 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이 힘이 됐다.
하드웨어는 아무래도 초기 자본금이 많이 들어갈 텐데, 어떻게 조달했나.
손 : 투자유치를 받아 제품 개발을 했고 생산까지는 거의 다 온 것 같다. 인허가 과정만 마무리 되면 본격적인 판매가 가능해 질거다.
여담이지만, 우리가 자일리톨 캔디를 판매하고 있는데 따로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예상 외로 많이 판매됐다.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스마투스 기기가 누구에게나 필요한 장비는 아니겠지만 필요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같은 기업은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나. 효과만 확실히 검증해 놓으면 나머지는 소비자의 선택과 판단에 따르면 된다.
근본적인 질문인데 창업을 시작한 이유는 뭔가.
손 : 나를 포함해 가족이 치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지속적으로 지켜봐 주고, 모니터링하고, 올바른 방법을 알려주는 스마트한 장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장에 없었다. 대학에서 치기공학을 전공했고 치과 장비 제조 스타트업에서 오랜 시간 근무했기에 의미있는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사람들한테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봤다.
스마투스는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됐나.
손 : 장비가 제대로, 잘 작동되는 지가 가장 중요했다. 팀원들한테 얘기했던 것 중에 하나가 ‘예쁜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였다. 누구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가 편한 서비스가 아니라 소비자가 편한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어떨 때는 했던 걸 다 뒤집고 다시 시작하기도 했는데 잘 이해해 줬다. 기술적으로 의미가 있어도 소비자가 불편한 건 빼려고 했는데 팀원들이 두 말 안 하고 ‘불편하면 바꿔야 한다’고 해줬을 때 정말 고마웠다.
팀원 이야기가 나와서 묻는 건데, 이송희 마케터는 왜 스마투스에 합류했나. 회사의 어떤 비전에 공감한 건가.
이 :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스마투스 소개를 받았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다. 입사 전에 나름 시장 조사도 하고 회사에서 캐나다로 제품을 보내줘서 실제로 써보기도 했다. 회사 합류 전에 지인에게 스마투스가 하려는 비즈니스를 설명해 주니 ‘현재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높은 선택지”라고 말하더라. 회사에 와서 많은 것을 느낀다. 스마투스는 단순히 기계를 만들어서 많이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구강 관리에 대한 확실한 길을 제시해 사람들의 삶의 질을 올려 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홍콩은 헬스케어 기업에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혹시 현지 투자를 생각해 본 적은 없나.
손 : 중국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기에 가능성은 열려 있다. 중국은 아이와 관련된 사업이 각광받고 있잖나. 주홍콩총영사관 주최 행사에서 코트라 지원 사업도 알게 됐는데 지원해 볼 생각이다. 그게 새로운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이 : 막연하게 알고 있던 시장을 이번에 구체적으로 인지하게 됐다. 바이어와 관람객을 만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내심 안심이 되기도 했다. 우리 팀의 고생이 빚을 발할 수 있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소중한 기회였고 앞으로도 더 많이 참여하고 싶다.
손 : IT 전시회 상당수가 화려하고 큰 사업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스타트업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 이번처럼 필요한 행사에 필요한 팀이 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거기다 정부 기관과 현지 투자사, 창업기관을 만나 네트워킹을 하고 피드백이나 조언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의미있었다. 그걸 가능하게 지원해 준 디캠프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팀이 고생한 시간이 제품에 담겨져 있다. 소비자들이 그걸 알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