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제주 첫 민간 액셀러레이터의 유난한 도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는 초기자금, 인프라, 멘토링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벤처육성기업을 의미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창업기획자’로 불리운다. 인큐베이터가 공간이나 설비, 업무 보조 등 하드웨어 중심의 지원에 무게 중심이 있다면 액셀러레이터는 창업의 지식과 경험,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알려주는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지원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05년 미국의 와이콤비네이터가 투자와 보육을 결합한 형태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됐으며 한국은 ‘16년 11월 30일 ‘중소기업 창업지원법’개정으로 액셀러레이터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뒤 지난해 400여 개가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브릿지스퀘어는 2020년 설립된 제주 1호 민간 액셀러레이터이다. 콘텐츠가 강점인 제주형 스타트업을 발굴·양성하기 위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멘토링, 펀드를 통한 시드투자 및 후속 지원의 연결고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제주로 이전해 지역 스타트업과 부대끼며 함께하고 있는 강영재 브릿지스퀘어 대표를 만났다.
-창업 생태계에 들어오기 전 이야기를 들려달라. 어떤 커리어를 걸어왔나.
사회 생활 시작은 삼성건설 건축기사였다. 원리원칙대로 고지식하게 일하던 스타일이었다. 도면에 있는대로 시공하려 했고 품질관리도 교과서적으로 했다. 그래서 현장 사람들이 나 때문에 많이 불편해 했지만 후일 고맙다고 하더라. 그게 인생에서 긍정적인 경험이됐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라 옳은 게 좋은 거라는 걸 깨달은 거다.
여담이지만 나는 문과 출신이다. 우리 때는 대학 시험이 전기와 후기로 나눠져 있었는데, 전기에서 떨어진 뒤 재수하기 싫어서 철없이 원서를 넣은 게 건축과였다. 다행스럽게 합격은 했지만 계획없이 선택한 학과가 맞을 리 없었다. 학교에서 적성 검사를 해보니 98% 경영 적성이고 제일 안 맞는 게 48%로 건축이더라. 군대 갈 때까지 낙제점이었는데, 나중에 정신 차리고 공부해서 다행히 졸업 평점은 나쁘지 않았다. (웃음)
회사에서 나름 인정받으며 일했지만 어느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건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사를 퇴사하고 편입해 광고홍보를 전공했고 졸업 후 게임산업에 투신했다. 당시는 게임이 신규 사업, 신사업이라서 정체되지 않았기에 내게도 기회가 있을것 같았다. 그렇게 입사한 회사가 LG소프트(現 LG디스플레이)였는데 얼마 안 가 게임 사업을 안 한다고 공표를 했다. 당시 스타그래프트를 10만 장 이상 팔고 있음에도 접는다는 결정을 한 거다. 너무 잘 될 사업이라 판단한 김영만 과장(한빛소프트 창업주)이 회사에 수억 원의 라이선스 비용을 치르고 차린 회사가 바로 한빛소프트다. 한빛소프트는 이후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해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등 게임을 유통해 대박을 쳤다. 나는 회사 설립 후 8개월 쯤 뒤 이직해 신사업기획 팀장으로 회사가 IPO까지 가는 과정을 함께했다.
회사의 사회공헌과 신사업을 고민하다 눈에 들어온 것이 소프트웨어 교육이다. 아이디어를 냈기에 내가 그 프로젝트를 맡았다. 신촌에 있는 옛교회 건물을 매입하고 리모델링 해서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게임 관련 교육을 하는 ‘한빛소프트디지털캠퍼스’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게임 그래픽 등 교육을 했고 나중에는 모바일 게임 교육 커리큘럼도 했다. 교육 분야로 커리어가 바뀌면서 고지식한 성격도 조금 바뀌었다. 전에는 무조건 원칙이 우선이었는데, 그런 방식으론 사람을 케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정부가 지원해주는 공짜 교육이 엄청 많을 때인데, 우린 9개월 과정 비용이 980만 원이나 됐다. 그 돈 내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했다. 당시 캠퍼스 프로그래램 퀄리티가 높았기에 학생들의 실력도 출중했다. 대표적으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화산고’에 들어간 CG가 우리 학생들 손을 거쳐서 완성됐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전 세계에서 우리한테 문의가 왔고, 중국쪽 구애가 파격적이었다. 각 성과 일선도시에서 전방위적으로 지원을 할테니 몸만 와서 현지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공항에 내리면 성장이나 부성장이 마중 나왔고 은행장들은 원하는 만큼 대출을 해준다고 제안했다. 시도하면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거라 봤는데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회사 임원들이 교육에서 규모있는 매출이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부분이다.
-직원 생활을 끝내고 창업을 했다.
2003년 한빛소프트를 퇴사한 뒤 내 사업을 하기로 했다. 지인이 전자책 솔루션을 갖고 있었는데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회사를 인수했다. 콘텐츠를 사고 파는 세상이 올 거라 전망했고 고도화된 출판 솔루션을 만들어 놓으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봤다. 그 사업으로 일본에 진출해 긴자에 오피스를 두고 운영하기도 했다. 전국 지자체 150군데가 연간 백서를 우리 솔루션으로 만들었고 벼룩시장이나 교차로도 우리껄 썼다.
서비스는 잘 나갔지만, 돈은 많이 못 벌었다. 현상 유지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돈을 많이 썼다. 필요 이상으로 개발자를 많이 채용해 플랫폼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국내외서 호평받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기에 매출은 적지 않았지만 지출이 더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솔루션을 열심히 만들었지만, 시장이 끝내 열리지 않아서 잘 되지는 않았다.
경영자로서 철이 없었고 지출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처음에 세 명밖에 없음에도 서울 강남 선릉역 사거리에 전망 좋은 넓은 오피스를 임대해 썼다. 대표실을 비롯해 각자 방을 따로 쓰게 했고 소파등 기자재도 비싼걸로 사서 비치했다. 당시 한달에 비용이 500만원씩 나간듯 싶다.
한빛소프트가 상장했을 때 2억원 어치 지분을 샀었다. 고점이었을 때 15억 원 정도 가치가 있었던 주식이다. 창업 후 한동안은 돈 걱정을 안 해서 잊고 있었는데, 회사 통장 잔고가 바닥이 보일 때 불현듯 떠올랐다. 그런데 당시는 52주 연속 최저치를 기록할 때다. 내가 살때 공모가가 2만 500원이었는데, 2,700원 정도밖에 안됐다. 당장 돈이 필요했기에 할 수 없이 팔았고 2천만 원이 되어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난항을 겪었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썼고 집도 남의 것이 되었다. 전세금까지 다 빼고 인천 반지하방에도 살아봤다. 울고 싶기도 하고 다시 올라가지도 못할 것 같아서 절망스럽기도 했다. 와이프가 가지고 있던 귀금속을 팔면서 “당신은 직원 월급줄려고 사업 해?”라고 하더라. 너무 미안했고, 가슴 아팠고 지금도 안 잊혀진다.
중간에 대기업에서 인수 제안도 두 번 있었지만 최종 사인은 안 이루어졌다. 그중 한 회사는 6개월 동안 이것 저것 해달라는 거 다 해주면서 기다렸는데 몇개월 뒤에 우리와 비슷한 걸 만들어서 출시하기도 했다. 이 사업은 더 이상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멈추기로 했다.
-그 다음 커리어가 대기업 임원이다.
인생 재미있는 게 회사 접고 한 달 만에 경험을 인정받아 KT 계열사 신사업 임원으로 가게 됐다. 이후 여러 기업에 투자도 하고 파운더로 합류해서 CSO, CFO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 즈음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내가 투자한 기업이 입주해 있어서 자주 갔는데, 센터에서 다른 기업 멘토링도 부탁해서 하기로 했다. 쉽게 생각하고 수락했는데, 일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 (웃음) 어느 날 보니 내가 너무 깊이 들어와 있었다. 애착을 가지기 시작한 기업들이 많이 생겨서 중간에 빠질 수 없었다. 초기 기업을 보면 측은지심이 들어서 손에 못 놓겠더라. 아마 내가 창업에서 어려운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일 거다.
-2020년 제주에 브릿지스퀘어를 설립했다. 제주에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정착을 결심한 건가.
여기 출신은 아니지만 지역에 애정이 있다. 믿을 지 모르겠지만, 인연이 된 지역 기업에 이끌렸다고 해야할 것 같다. 대기업 임원에 창업 경험, 투자 경험이 있어서 여러 창업지원 기관에서 멘토링 요청을 받았는데, 그중에 제주에서 진행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도 있었다. 액셀레이팅을 위해 한 달에 두 번 정도 제주도에 오는 일정이 반복됐고 기수가 쌓이면서 지역 기업들과 정이 쌓였다.
스타트업은 단계마다 고비가 있는데, 제주는 초기 이후 다음 단계로 가는 징검다리가 부족해서 생태계가 좁고 약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있기에 초기 지원은 나쁘지 않지만 다음 단계에 구멍이 있었다. 괜찮은 초기 기업들이 많은데 토대가 없어서 성장이 더뎠다. 그러다보니 기업 대표들이 외지인인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많았다.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제주 청창사(청년창업사관학교) 센터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와서 고민 끝에 하기로 했다. 2019년도부터 센터장으로 청창사를 2년 간 운영했는데, 한달에 몇번이 아니라 제주에 상주해야하는 상황이 되서 2020년에 아예 근거지를 옮겼다. 브릿지스퀘어도 그때 설립했다.
-3층짜리 코워킹스페이스 등 보육공간도 마련했다. 외부 지원없이 자체적으로 조성했다.
개인적인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가 창업자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었고 함께 부대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배경에서 개소한 것이 ‘해피 스타트업 캠퍼스’이다. 이 공간은 창업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창업자는 현실을 회피하면 불행해진다. 스타트업은 어느정도 기간이 지나면 성장이 아니라 연명하는 형태로 가는 경우가 많다. 안 되는 줄 알면서 힘들게 버티면서 자기 자신을 속여야 하는 시기가 오는 거다. 당장 그만두면 그간 들어간 돈도 날려야 하고, 보증받았던 것도 다 갚아야 되고, 집에 빨간 딱지가 붙을 수도 있다. 본인도 안 되는 줄 알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용역이나 하면서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어떻게 될지 모르면서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 사는 거다.
고난이 많았던 창업자 생활을 했기에 스타트업의 마음을 어느정도 이해하는 편이다. 그런 상황 나도 겪어봤고, 그 마음을 알기에 리프레시 시켜주고 싶었다. 막힌 삶 속에 있으면 두려움만 쌓여서 벗어나기 힘들다. 우린 커뮤니티를 통해 대단한 것을 깨닫게 한다기 보다는 잠깐 쉴 틈을 주고 리스크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는 것을 지향한다. 사업하는 사람은 또 사업을 하게 되기 때문에 다시 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한다.
-보통 제주에서 테마 공간은 바닷가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제주대학교 옆에 위치해 있다.
창업자를 위한 공간이자 학생과 도민 교육을 하는 오픈형 장소로도 기획했다.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지나가다 찾아오길 바랐다. 자연스럽게 창업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 선배 창업자들을 만나보면 깨닫는 것이 있을거라 생각햇다. 1층을 창업 카페이자 창업 창직 도서관으로 구성한 이유이다. 2층은 프라이빗 공유 오피스로 되어 있고 3층은 창업 교육장이나 IR룸으로 활용된다. 지역민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쉽게 이야기 해서 클래스101같은 프로그램을 하는 거다. 창업자 뿐만 아니라 도민들한테도 새로운 문화활동 기회를 줘야 한다고 봤다.
이 장소도 인연이 있다. 건물주가 이곳에 뭘하면 좋겠냐고 몇년 전에 물어봤는데, 창업관련 공간, 코워킹스페이스를 만들어보라고 조언했었다. 그런데 내가 와서 할지는 몰랐다. (웃음) 건물은 지어져 있었지만 비어 있어서 내부 디자인 등 리모델링을 했다. 건축 경험이 이럴때 도움이 되더라.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에서 제주지역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제주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콘텐츠 융복합 제품을 만들어내기에 최적지라고 본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원물과 합쳐져서 유니크한 상품이 되고 있다. 소셜 임팩트를 만드는 ‘벨아벨팜’이 좋은 사례일 거다. 또한 관광에 접목할 것들도 많다. 그런 부분은 지역민보다 외지인들이 더 잘 찾을 수 있기에 협업을 하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본다.
-브릿지스퀘어는 제주의 민간 액셀러레이터를 표방한다. 어떻게 운영되나. 배치 프로그램 ‘로그플러스(LOG⁺)를 운영 중인데.
우린 지역 기반 콘텐츠 융복합을 전문 분야로 내세우는 액셀러레이터다. 동시에 각 기수별로 시너지를 낼 수 있게끔 같은 테마로 묶어 기업을 선정하고 투자 조합과 연동시켜 운영한다. 일례로 지난 5기를 선정할 때 테마는 시니어케어, 멘탈케어, 디지털 케어 등 휴먼 케어가 주제였다.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LOG⁺’) 기간은 6개월 + 6개월인데, 처음 6개월은 인큐베이션이라는 명목으로 창업자를 중점적으로 본다. 그리고 나머지 6개월은 사업 중심으로 이어간다. 원하는 단계로 못 가면 피봇을 지원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상품으로 사업 모델을 바꾼 기업들도 있다.
-액셀러레이터로써 지향하는 차별화는 뭔가, 특화된 분야가 있다면.
회사명처럼 우리의 모든 활동은 이어주고, 모아주는 광장을 만드는 거다. 프로그램 이름은 다를 수 있지만 사람과 사업의 접점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특히 네트워킹 장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예를들어 관광 기업을 모아놓고 관련 부서 담당 공무원을 초대해서 만나게 한다. 서울 등에서 전문가들을 많이 초대해서 교육과 멘토링도 진행한다. 때문에 운영 비용이 제법 많이 나간다. (웃음) 타 액셀러레이터와 다른 점이라면 우리 보육 기업이 아니더라도 네트워킹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유도한다. 서로 네트워킹 하면서 긍정적 시너지를 일으키게끔 하는 거다.
유망한 기업을 제주로 유입시켜 키우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우린 지역에서 기업을 발굴해서 키워나가는 체계적인 과정이 이상적이라고 본다. 일회성 지원사업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지역에도 도움이 될 거다. 소셜 임팩트를 가진 기업은 정말 지역에서 큰 역할을 할 거다. 지역사회, 경제에 도움이 되는 그런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기도 하다.
-5기까지 배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간 어떤 성과를 이야기해 준다면.
투자 건수로는 제주에서 제일 많이 했을 거다. 규모는 적을지 몰라도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매개가 됐다고 자부한다. 이후 VC 등에 지역 기업을 소개해서 후속 단계로 가게끔 지원한다. 스타트업에게 팁스(TIPS) 프로그램은 각광받고 있잖나. 제주에 팁스 운영사가 없기에 우리 기업들 중 기술 기업과 타지 팁스 운영사를 연결하기도 했다. AI 인공지능 기반 피싱 플랫폼 어신을 개발한 ‘애쓰지마’과 식의약품 소재 개발 바이오기업 ‘배려이노베이션’이 그런 과정을 통해 팁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민간 투자조합을 결성해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지금 네 개의 투자조합이 있고 5호도 마무리되고 있다.
2년 동안 7억 원 정도 투자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건 벤처 투자조합으로 10억 원짜리 3개를 만들고 있다. 작아 보이겠지만 지역에서는 작지 않은 규모이다. 현재 제주 유력 기업을 출자자로 영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표적인 포트폴리오사를 소개해 준다면.
회사 차원에선 애쓰지마, 슬리핑라이온, 벨아벨팜 등이 있다. 애쓰지마는 두 번의 엑시트를 한 임동현 대표의 세 번째 창업이다. 임 대표는 외유내강형 성향이고 꾸준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겉보기에는 유해 보이는데 자기가 목표한 곳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타입이고 본인이 가진 역량과 사업의 핵심을 잘 알고 있다.
-액셀레이터 입장에서 여러 스타트업을 만나며 다양한 조언을 했을 텐데, 자주하는 잔소리가 있나. 스타트업이 자주 놓치는 것은 무엇이던가.
조언이라기 보다 자주 하는 말이 “처음에 시작할 때 가졌던 마음을 잃지 말라”는 거다. 안주하면 안 된다. 원래 가졌던 꿈을 이루는 접근이 꾸준히 필요하다. 그 꿈을 버리고 지원 사업 몇 개 합격해서 달라지는 창업자를 보면 안타깝다.
-‘투자 혹한기’라는 말이 정론처럼 거론된다. 내년에는 더 어려울 거란 전망도 있다.
연준 발표를 보면 올해까지 시장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을 거다. 하지만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시기가 될 거고 진짜만 남게 될 거다. 하지만 앞쪽에 시드 투자자는 더 많아지고 기회도 많아질 거라 본다. 투자 경색이라고는 하지만 앞 단에 있는 기업들은 큰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VC는 설득해야 할 또 다른 고객일 수 있다. 지역 스타트업은 어떤 전락으로 접근해야 할까.
지역기반 사업을 하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뒤 찾아가야 VC도 관심을 갖는다. 이런 환경이기에 지역 기업에 투자하는 VC와 액셀러레이터가 꼭 필요하다. 그리고 스타트업이 잘 되려면 육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도 정부나 지자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을 발굴하고 키워내고 하는 건 지자체가 직접적으론 못한다. 그럼 키울 수 있는 사람들이 여기 와서 활동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최소한 마이너스는 안 볼 수 있게끔 제도나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본다.
-눈여겨 보고 있는 산업이나 섹터는 어디인가.
우리 투자 조합의 테마와 같다. 우리 투자조합의 50%는 지역, 50%는 테마에 따라서 집행된다. 주요 테마는 콘텐츠, 데이터, 휴먼 케어 등이 있다. 또한 지역 인재를 발굴해내는 부분도 포커싱하고 있다. 이걸 함축하면 인간에 대한 관심이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인간의 삶을 조금이라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성공적인 창업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계획, 비전은 뭔가.
단기적으로는 제주 최초의 팁스 운영사와 제주 지역 VC가 되는 것이다. 제주 방언에 ‘삼춘’이라는 게 있다. 성별을 떠나 어른을 그렇게 부른다. 우리는 여기서 삼춘같은 역할을 하려고 한다. 스타트업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 필요하잖나. 회수가 들어오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에 잘 되어 이 건물이라도 인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