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여행을 유니크한 콘텐츠로 풀어가고 있고, 그걸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회사가 내세우는 비전이 제주에 꼭 필요하고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했다. “
제주미니에 초기 투자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의 답변이다. 제주미니는 ‘제주도민이 알려주는 진짜 제주도’를 슬로건으로 제주 고유의 문화와 콘텐츠를 발굴하여 사업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스타트업이자 로컬크리에이터다. 특히 27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팬덤은 회사의 가장 큰 무기다. 이를 기반으로 여행 콘텐츠 제공은 물론이고 커머스까지 진행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제주미니는 5년 전 제주도에 무작정 온 안재민 대표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사업이 된 이색적인 창업 스토리가 있다. ‘관광자원과 디지털을 결합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안 대표를 제주도에서 만났다.
제주에서 창업을 했다. 이곳에 온 계기가 있나.
제주에 올 때 창업은 머리 속에 없었다. 그냥 제주가 좋아서 왔고, 내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즐겁게 지내다 보니 회사라는 형태가 됐다.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은 무얼 말하는 건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 버클리에서 보낸 대학생활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버클리는 자연 친화적인 도시라서 나랑 잘 맞았다. 5년 간 추억을 많이 쌓고 돌아와서 서울에서 살았었는데,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 대도시는 소비를 통해 만족을 느끼는 도시잖나. 좋은 차, 좋은 집 등을 통해 행복을 찾는 환경인데, 그런 소비로는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다. 놀면 놀수록, 사면 살수록 더 큰 자극이 필요한 환경은 무언가 헛헛함과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혼자 서울에서 자연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한강에서 자전거를 열심히 탔다. 그때가 26살 때인데 친구들은 자전거보다는 클럽을 좋아하더라. (웃음) 그러다 한번씩 제주도에 내려와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곤 했는데, 어느 날 유난히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막연하게 ‘제주도에서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감정이었는데, 얼마 안 있어 실행에 옮겼다.
낭만적인 접근이다. 하지만 연고가 없는 곳에 오래 머물려면 통장 잔고가 넉넉해야 한다.
제주는 대도시에 비하면 임금도 높지 않고 직업도 제한적인 편이다. 그런 문제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싫었기에 머릿속이 복잡했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결정을 내리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 와중에도 제주가 좋아서 계속 여행을 왔는데, 문뜩 ‘더 생각하지 말고 그냥 와야겠다’는 결심이 서서 무작정 비행기를 탔다.
제주도에 온 첫날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가서 할 일을 찾아봤다. 국제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원에서 강사 공고가 있길래 지원했는데 합격했다. 원래 학원계가 강사 스팩을 꼼꼼히 따져 보는 편인데, 그때는 급했었던 것 같다. (웃음) 경력은 없지만 나름 이름이 알려진 학교를 다닌 게 어필한 것 같기도 하다. 학원 일이 좋았던 건 수업 시작이 오후 5시라서 그전까지 자유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거였다. 덕분에 원하던 대로 자연을 즐기면서 하루하루를 만족하면서 살 수 있었다.
일반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
가족보다 친구들이 더 의아해 했다. 갑자기 제주에 가서 산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 했고 돈도 안 되는 무료투어를 한다고 했을 때는 미친놈이라고 했다. (웃음)

제주미니가 시작된 단초는 소셜네트워크가 영향력을 가지면서다.
당시 제주도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다. 여행업계는 자신들의 수익과 연결된 제주 내 관광 장소를 대외적으로 공유하는 것을 꺼려했다. 때문에 사람들이 제주에서 새로운 장소를 가려면 경비를 지불해야 가능했다. 지금이야 유튜브나 블로그에 많은 정보가 올라오지만, 4-5년 전만 해도 정말 정보를 찾기 힘들었다. 나도 여기저기 물어봤는데 잘 가르쳐 주지 않더라. 그래서 구글 지도를 켜놓고 좋은 장소를 하나하나 발굴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좋은 여행지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좋은 여행지를 소개하는 한편 개별적으로 코스나 장소를 추천해 줬다. 제주도를 더 재미있게 즐기고 싶으면 DM을 보내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한 두개 오던 DM이 얼마 뒤 10개가 되고, 나중에는 1-200개가 되었다. 매일 아침 2시간, 저녁 1시간씩을 투자해서 답변한 듯 싶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좋은 장소들을 공개해서 알려주고, 추천까지 해주니 팔로워 수가 빠르게 늘어났다.
그러면서 알게된 것이 생각보다 사람들이 제주도에 대해 많이 모른다는 거였다. 제주도는 서울의 세 배 크기인데, 점심은 애월, 카페는 중문, 저녁은 성산, 잠은 제주시에서 자는 스케줄을 짜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되면 하루에 100-200km 운전해야 한다. 거기에 제주 인기 식당은 30분~1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다. 여행 일정이 이동과 대기하는 데 많이 나가게 구성하는 거다.
그런 현상이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무료 여행 프로그램을 하기로 했다. 내가 매일하는 여행을 다른 사람들과 같이하면 의미있겠다고 봤다. 그래서 ‘제주미니 무료투어’라는 타이틀로 매주 토요일 1시에서 6시까지 반나절 동안 함께 여행한다는 공지를 했다. 4명까지는 내 차에 탈 수 있고, 인원이 많으면 렌터카로 내 차를 따라오게 했다.
대가없이 가이드를 해준다는 건데,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던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을 거다. 중간에 기념품 매장에 데려갈 거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웃음) 첫 번째 프로그램에 4명, 그 다음 주에 8명, 그리고 3주차에 20명 넘게 왔다. 인원이 많아지니 가이드가 쉽지 않아서 다음에는 15명 선착순으로 받았다. 코로나 팬데믹 전까지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 쉼없이 무료투어를 했다. 지속과 반복이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신뢰를 얻게 됐다. 함께 여행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어느 순간 사람을 모을 수 있게 됐다.
인플루언서들은 팔로워가 늘면 협찬이 많이 들어오잖나. 유료광고나 협찬광고는 받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여행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혜택이 있으면 진행하기도 했다. 자연을 찾아가는 여행 콘셉트지만 요트도 타고, 호텔에 가서 밥도 먹고, 전시회도 보는 투어로 프로그램이 다채로워졌다. 나중에는 15명 선발하는데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원했다. 그래서 선착순에서 랜덤으로 선정 방식을 바꿨다. 지금도 매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이 무료여행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주말을 생면부지 사람들을 위해 쓴건데, 한 두번은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 꾸준히 한 이유는 뭔가.
누군가는 제주도를 찾는게 일생일대의 기회였을 수 있다. 그렇게 어렵사리 방문했는데 허무하게 지내거나 만족하지 못한채로 돌아가는 게 안타까웠다.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그보다는 나은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책임감이 생겨서 꾸준히 하게 되었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영향력이 높아졌다.
소셜네트워크에 정말 많은 콘텐츠를 올렸다. 호응이 좋았던 주제, 장소는 어디였나.
콘텐츠 99.9% 가 자연 소개이고 실시간 정보를 전달하는 콘셉트이다.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현장감 있게 보여줄 때 가장 반응이 좋다. 지금이 동백꽃 시즌인데, 최근에는 관련 숏츠가 호평을 받았다. 우리 인스타그램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진실성 있게 제주를 소개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여행 정보 채널들 상당수가 남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받아서 올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 콘셉트가 ‘제주도민이 알려주는 진짜 제주 이야기’이기에 100% 직접 촬영한 것들로만 올린다. 사람들이 호응해 주는 것도 그래서일 거다.
소셜네트워크 방침은 어떴게 하고 있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올리나. 아니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올리나.
우리가 감명 깊게 느낀 것을 올린다.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나름의 기준은 지금 방문해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정말 어렵게 여행 왔는데 즐거워야 하잖나. 사진만 찍기 좋은 곳과 여행 만족도가 높은 곳은 다를 수 있다. 사진 찍기 좋은 장소가 아니라 현재의 자연을 즐기고, 제주를 느낄 수 있는 장소를 포스팅한다. 사진작가가 아니라 구도는 잘 모르지만 지금 보고 있는 느낌 그대로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즐기는 것을 넘어 환경 콘셉트가 있는 여행 프로그램도 다수 진행했다. 그리고 사업자가 됐다.
의미 있는 여행 프로그램을 해보기로 했다. 제주도에 다문화 가정문제, 환경 문제, 유기견 문제등 이슈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에 동참해서 개선하면 임팩트가 있겠다고 봤다. 그런 생각을 할 즈음에 우도를 걷고 있었는데 쓰레기가 많이 눈에 보여서 이거다 싶었다. 참가자들에게 제주의 청정 지역을 여행시키고 쓰레기를 치우는 행위를 하게 유도하면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더 크게 느낄 거라 생각했다. 요즘 흔하게 말하는 ‘플로깅(조깅을 하면서 길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체육활동과 자연보호활동이 합쳐진 개념)’같은 걸 생각한 거다.
그리고 이 일은 혼자 실행하기 보다는 기관과 함께 하면 조금 더 큰 이벤트가 될 거라 봤다. 당시 제주시가 법정 문화도시 등록을 위해 여러 시도를 할 때라 TF팀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찾아갈테니 만나달라고 했다. 미팅 자리에서 내 인스타그램을 보여주며 사람들을 모을 수 있고 그 사람들과 쓰레기를 주울테니 동참해 달라고 했다. 그때 TF팀이 우도에서 환경 활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예산이 많이 들어서 쉽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을 때라고 한다. 반신반의했겠지만 테스트삼아 일회성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여담이지만, 기관 사업이란걸 전혀 모를때라 예산 질문에 “마대 몇 개, 비닐 몇 개 사야하니 30만 원이면 된다”고 이야기 했었다. (웃음) TF팀에서 절차와 양식을 배웠고, 사업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날 바로 개인 사업자를 신청했다.
프로그램은 어떻게 준비했나.
일회성이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후원과 협찬을 받아왔다. 여러 관광 기업에 연락해서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15만 원 상당의 상품권, 입장권 패키지를 구성했다. 우도로 들어가는 도항선측에 연락해서 배편을 무료로 섭외했고, 인기가 많아서 구하기 어렵다는 ‘오는정김밥’도 협찬 받았고, 아는 사진작가에게 부탁해서 참여자들에게 화보도 줄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재미와 혜택을 가미한 ‘비치클린 투어’를 인스타그램에 공지했는데, 30명 정원에 1천명 넘게 지원을 했다. 그리고 참여자들의 호평 속에 마무리 됐다. 그걸 보고 제주시청에서 깜짝 놀랐고 장기 프로젝트로 하기로 결정해 줬다. 그리고 다른 문화 사업이 있으면 제안해 보라고 해서 제주를 걸으면서 여행하는 ‘걷젠’ 프로그램도 제안해서 성대히 열렸다.
시청과 함께한 콘텐츠가 계속 나오고 영상까지 제작되다 보니 광광공사에서도 함께 프로그램을 해보다는 연락이 왔다. 공사와는 백패킹 가방을 메고 걷는 프로그램을 했고, 문화예술재단에서 연락이 와서 아트투어 프로그램을 하고, 도시재생센터와는 마을 활성화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제주도에 있는 거의 모든 기관들과 콘텐츠 사업을 하게 된 거다.
코로나 팬데믹 시작 시점에 제주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됐다. 그리고 커머스를 시작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하는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에 지원해 선정됐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 프로그램을 하기 어려워서 다른 퍼포먼스를 고민하고 있을 때다. 살펴보니 여행객은 급감했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시간 제한으로 식당을 찾는 사람도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제주 농가가 많이 힘들어 할 때라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걸 찾았다. 그런 배경에서 시작한 것이 ‘제주도를 담아 보낸다’는 모토로 흑돼지와 멜젖 등을 세트로 묶어서 판매하는 거였다. 당시는 상시 판매가 아닌 시간제 공동구매 형태였는데 다행스럽게도 첫 시도부터 예상보다 잘 나갔다. 그래서 매달 제철 특산품으로 구성된 세트를 선보였다. 누구나 팔 수 있는 제품이 아닌 백화점에만 들어가는 제주도 원물을 가져와 소개를 했는데, 굉장히 반응이 좋아서 본격적으로 커머스로 확대가 됐다.

처음부터 사업을 생각하고 일을 벌인 건 아니다. ‘어쩌다 사장’이 된 건데, 지금은 다를 것 같다.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그 형태가 스타트업이 될지는 예상하지 못 했다. 혼자 있을 때는 흘러가는 대로 따라 갔지만, 이제는 직원들도 있고 사업화가 되었기에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1인 기업으로 운영하다 2022년 3월 인재를 영입하며 기업다운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현재 나를 포함에서 5명이 일하고 있는데, 제일 먼저 영입한 인재가 제주시청 TF팀에서 2년동안 나와 일 이야기를 하던 담당자였다. 팀원을 찾고 있을 때가 TF 팀이 해산된 상황이라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그리고 커머스 플랫폼 관리 능력자, 디자이너 등으로 팀빌딩을 했다.
현재 제주 특산품 뿐만 아니라 위드 코로나 이후 여행 상품도 추가했다. 성과가 나쁘지 않지만 회사의 방향성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마이리얼트립같은 큰 OTA(온라인 여행사)와 경쟁을 할 수 없고 고객들도 우리한테 그걸 바라진 않을 거라 본다. 지금 가닥을 잡고 있는건 ‘제주 여행 플랫폼’이 되는 거다. 플랫폼 시도는 제주도 안팎에서 수없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성공한 케이스는 없다. 제주도 여행에 대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올바르게 제공하는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프리팁스 선정이 플랫폼 개발의 발판이 됐을 거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구상하고 있나.
웹기반 플랫폼이 될 예정이다. 우선 관광은 날씨 정보가 중요하기에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현지인들도 가려는 지역 사람들이나 단체 톡방에 날씨 문의를 할 정도다. 포털에서 CCTV를 통해서 볼 수는 있는데, 도로만 비추기에 실제 날씨가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동서남북으로 지역을 나눠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현장감있는 영상을 볼 수 있게 할 거다.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그 안에 제주 여행 정보를 녹이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입힐 계획이다. 예를들어, 수많은 기관과 기업에서 금능 해수욕장 정보를 제공하지만 장소 소개에 멈추는 경우가 많다. 우린 어떻게 하면 제대로 금능 해수욕장을 즐길 수 있는지를 제시하려고 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더 잘 알고, 잘 알려 줄 수 있잖나. 좀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다.
지금은 정보가 없어서 힘든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힘들다.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난립한 정보를 양질의 퀄리티로 분류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 관광업체의 방식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가 없다. 우리가 차별성을 갖고 접근한다면 여행객들이 조금 더 재미있게 제주도를 즐길 수 있을 거라 본다. 그런 기조 위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줄 수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제주 뿐만아니라 다른 지역도 플랫폼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를 좋게 보는 사람들은 우리가 제주도민의 시선으로 제주도를 소개해서일 거다. 우리가 부산을 소개하면 그런 믿음이 의심으로 바뀔 수 있다. 만약 확장을 한다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가 더 현실적이다. 제주도에 대한 정보는 내국인들 보다 외국인들이 더 없으니까 말이다. 제주도를 기반으로 하고 제주도를 벗어나지 않을 생각이다.
제주 로컬크리에이터에 선정되며 시드투자를 받았다.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조언이 필요하면 잘 찾아가는 편이다. 전정환 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현 크립톤 파트너)도 그렇게 찾아간 사람인데, 우리 활동을 굉장히 좋게 생각해 줬다. 사업화를 할 수 있는 단계별 루트도 안내해 줬는데, 처음에는 고사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작업이었을 뿐 사업이 될 거란 생각이 옅었었다. 그래도 전 센터장과 한 달에 한번 정도 만나면서 차츰 사업화를 고민하다 현재에 이르렀다.
제주도에 산지 5년이 다되어 간다. 그간 타지인이라서 겪는 소외감을 느껴본 적은 없나.
괸당 문화를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제주도에 처음 왔을 때 살던 곳이 시골 마을이었는데 동네 아이들 영어 과외를 해서 마을 선생님으로 대접받았다. (웃음) 제주시와 협업도 운이 좋았다.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타지인이 제주시와 함께 일하는 것이 그리 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 하지만 SNS라는 무기가 있었고, 시에서도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어서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었다.
다만 민원은 굉장히 많았다. 우리가 하는 일과 정보가 모두 인스타그램에 공개되고 있고, 많은 일들을 벌이고 있으니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있었던 것 같다. 도청, 시청, 관광공사, 문체부, 자치경찰단까지 민원이 들어가서 조사도 굉장히 많이 받았다. 그래서 법률자문을 받은 뒤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더 많은 것 다. 지난해 우도와 가파도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가파도에서 한 번에 4-500명 씩 오는 ‘줍젠’과 같은 환경 활동과 ‘가파도백패킹’ 등 여행콘텐츠를 개발했다. 가파도에서 좀 더 의미있는 것을 해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제주미니가 어떤 회사로 기억되길 바라나.
얼마전 인도에 갔다 올 일이 있었는데, 구글과 우버라는 기업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과거 인도에서 겪는 어려움 중에 하나가 택시 등 대중교통이다. 잡기도 힘들지만 엉뚱한데 내려다 주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우버를 호출하면 내가 있는 곳으로 차가 오고, 구글 지도를 열면 현재 내 위치와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말이 안 통하는 오지에 가더라도 이 두 기업 서비스만 있으면 누릴 수 있는 것이 달라지는 거다. 제주에서는 쿠팡이 그런 존재라고 본다. 이곳에선 무엇을 주문하든지 배송도 오래 걸리고, 배송료도 많이 부가된다. 그런데 쿠팡에선 하루 이틀이면 물건을 보내주고, 로켓와우에 가입하면 배송비도 무료다. 쿠팡에 대한 비판의 시선도 있지만, 내 삶에선 혁신 서비스다.
현재 제주여행의 만족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고, 불만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미니는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려고 한다. 구체적인 형태는 아직까진 설명하기 어렵지만 내가 우버, 구글, 쿠팡에서 느꼈던 혁신을 여행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제주 여행을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구분점을 지향한다. 아직은 꿈 같은 이야기지만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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