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116] 순수한 서비스를 만드는게 바보라면, 우린 바보 맞다! 블라인드 정영준, 문성욱 대표
폐쇄형 SNS 블라인드의 준잡스 & 문잡스
얼마 전 어떤 스타트업에게 메일을 하나 받았다. 플래텀의 인터뷰 성격을 보니 자신들의 서비스에도 관심을 가질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무슨 서비스인가 하고 봤더니 폐쇄형 SNS ‘블라인드(Blind)‘였다. 개인적으로도 익명의 폐쇄형 SNS를 찾고 있던 차에 구미가 당겼다. 그래서 만나봤다.
블라인드와의 인터뷰는 ‘무척’ 이색적이었다. 일단 서비스는 알리고 싶지만, 익명성을 보장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로서 자신들이 노출되는 건 사양이란다. 고객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이상하다기 보다는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실명이 아닌, 그들끼리 서로 호칭하는 ‘준잡스’와 ‘문잡스’로 정리했다. 이들이 말하는 ‘잡스’는 이노베이터를 상징하는 ‘잡스’가 아니다. 온갖 잡일을 다하는 ‘잡부’의 의미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내용도 내용이지만, 인터뷰이가 인터뷰어에 대응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블라인드의 두 ‘잡스’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폐쇄형 SNS 블라인드
여섯 명의 ‘잡스’들이 운영하는 블라인드는 회사메일 인증을 통해 실제 재직 중인 직원만 쓸 수 있는 익명 커뮤니티 서비스다. 부서나 지위에 상관없이 사내 이슈에 대해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고 ‘좋아요, 투표, 댓글 기능’ 등을 통해서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사용자의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하며, 특허출원한 암호화 로직을 통해 같은 회사 사람들끼리만 열람할 수 있도록 회사 별 독립된 공간을 제공한다.
두 분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준잡스 : 소개에 앞서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인터뷰는 저희 보다는 서비스 위주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저희 서비스가 익명을 베이스로 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에요. 저희가 서비스의 주체가 부각이 되면 사용자들은 저희와의 관계에 대해서 신경 쓰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제대로 된 보도자료가 없었던 건가요?
준잡스 : 보도 자료가 있어도 서비스에 관련된 내용만 있었어요. 저희가 보도 자료를 배포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고요.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래도 구성원들 소개는 해주셔야죠?
준잡스 : 저희는 모두 이 업계에서 10년 이상 일을 한 사람들입니다. 우선 저는 주로 브랜드 마케팅, 고객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쪽 경력자입니다. 세부적인 히스토리를 말씀드리자면, 작은 게임 회사에 있다가 NHN에 있었고, 티켓몬스터(이하 티몬) 초창기에 참여를 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블라인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문잡스 : 저는 예전에 윙버스, 윙스푼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저도 NHN에 잠시 있다가 티몬에 있었고요. 블라인드에서는 PM(Product Manager, 프로덕트 매니저)을 맡고 있습니다.
어느 분이 대표를 맡고 계신가요? 그리고 팀은 총 몇 명인가요?
준잡스 : 문잡스와 제가 공동대표입니다. 처음에는 저희 두 사람이 시작했고, 지금은 저희를 포함해서 여섯 명입니다. 최근에 법인을 설립했고요.
두 분은 커리어 패스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요. 사업 파트너로서의 확신은 어떻게 가졌나요?
문잡스 : 공동대표는 두 사람의 성향이 같거나 잘하는 분야가 달라서 서로를 전적으로 믿을 수 있을 때 잘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같은 IT업종에서 일했던 사람들이긴 하지만 서로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달라요. 반면에 사회적인 성향은 비슷하고요. 그래서 큰 이견 없이 같이 하면 재미있을 거 같아서 함께 하게 됐어요.
준잡스 : 서로 핏이 잘 맞아요.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는 게 있고요. 문잡스는 프로덕트를 책임지고, 저는 커뮤니케이션을 맡으면 됐으니까요.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 만났나요?
문잡스 : 엔지니어 한 분과 기획과 운영을 맡고 있는 분은 저와 윙버스 때부터 함께 일했던 분들이에요. 7년 이상 함께 일했죠. 그외 티몬에서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분과, NHN에서 엔지니어링 리드 하시던 분이 계세요.
두 분을 제외한 나머지 잡스들의 합류 동기는 무엇일까요?
준잡스 : 팀과 모바일에 대한 동기가 있었다고 봐요. 첫 아이템으로 블라인드를 선보였고요. 하지만 블라인드만 하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차기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구상하는 단계는 아닌 거죠?
문잡스 : 일단 블라인드 해야죠(웃음).
준잡스 : 블라인드가 나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일단 열심히 블라인드를 퍼트려야죠.

블라인드 서비스 로고
‘직딩들을 위한 익명의 폐쇄형 SNS’라는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나요?
준잡스 : 아이디어는 NHN에 있을 때의 경험으로 얻었어요. 당시 NHN 인트라넷에 익명게시판이 있었어요. 터놓기 어려운 커뮤니케이션이 그 곳에서는 많이 일어났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올라왔고요. 당시 직원들이 참 좋아하던 장소였어요.
그런데 한동안 그 게시판에 회사측이 불편할 수 있는 쎈 의견들이 많이 올라올 때가 있었거든요. 결국 회사 측에서는 그 공간을 닫아 버렸어요. NHN에 조금 오래 있었던 분들은 다 이 추억을 가지고 계실 거예요.
우리와 핏이 잘 맞는 서비스를 고민하다가 그 때를 떠올렸어요. 직장 상사가 아무리 관계를 평등하게 만들어 주더라도 그 아래 직원은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하지만 익명으로 처리하면 소통이 왕성해 진다는 걸 기억해낸 거죠. 그래서 그런 성격의 서비스를 만들어 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PC기반이 아니라 모바일 기반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PC보다 모바일이 훨씬 더 개인적인 미디어니까요. 회사 내에서도 틈틈이 할 수 있고요.
잠시 두 분 사진을 좀 찍어도 될까요?
문잡스 : 저희가 드러나는 건 고객에 대한 실례입니다.
여러모로 인상적인 인터뷰네요(웃음). 말씀 이어주시죠. 그래서 어떻게 디벨롭이 됐나요?
준잡스 : 모바일이 좋겠다고 생각한 건, 개인적인 소통을 하기 좋은 디바이스였기 때문이고요. 익명이 중요한 포인트였어요. 그래서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알고리즘이나 로직들을 많이 신경을 많이 썼죠. 오버스펙 개발자분들을 모셔서 진행했고요. 테스트를 여러 번 거치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블록 처리를 했습니다. 이런 알고리즘에 대한 것을 특허로 출원하는 것 까지 준비하고 있어요. .
어떤 것에 대한 특허인가요?
문잡스 : 세세하게 설명하자면 많이 복잡해요(웃음). 우선 사용자가 이메일 인증을 하면 서비스 내 시스템은 인증한 이메일을 복호화되지 않은 방식으로 저장합니다. 사용자의 계정은 인증한 이메일 정보로 암호화 돼 있기는 하지만 혹시 모르니 시스템 구조상으로 어떤 관계도 맺지 않도록 하는거죠. 특허는 익명 서비스에 특화된 익명 로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진짜 익명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리하는 사람들도 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렇게 시스템을 구성했고요. 그래서 저희 서비스는 비밀번호 찾기 같은 기능이 안돼요(웃음). 그 사람이 원래 어떤 계정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고요. 암호화 된 거를 다시 풀어내는 걸 복호화라고 하는데, 이 복호화도 안 되게끔 막아놨어요.
준잡스 : 사용자가 안심하고 사용하려면 저희도 알 수 없어야 된다는 생각으로 구상한 겁니다. 그래서 저희도 절대 알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거고요. 거기서 더 안심하실 수 있게 특허까지 출원하려 하는 거고요. 즉 블라인드의 익명성은 믿으셔도 된다는 겁니다(웃음).
서비스를 론칭할 때 포지션을 잘 잡는 게 중요하잖아요. 기업 선택에 있어 NHN부터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준잡스 : ‘누구나 쓸 수 있게 서비스를 만들면, 아무도 쓰지 않을 것’ 이라는 생각했어요. 쓰고 싶은 서비스로 만들고 싶었죠. NHN부터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도 같은 맥락입니다. NHN 직원들이 많이 쓰는 서비스라고 하면 업계에서도 관심을 가질 거라고 봤고요. 그런 방향성이 어느 정도 잘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쓰고 싶은 사용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회사가 등록이 안 돼 있으면 못 쓰는 거죠?
준잡스 : 네, 플래텀에서 아무리 쓰고 싶어도 저희가 열어드리지 않으면 못 쓰십니다(웃음). 처음에는 NHN만 시작했는데요. 그게 어느 정도 활성화되고 나니 다른 회사에도 입소문이 났어요. 그래서 다른 기업으로 점차 넓혀가는 중이에요. 저희 서비스 안에 오픈신청 버튼이 있는데요. 그걸로 신청을 받고 레퍼런스가 어느 정도 쌓이면 오픈해드리는 방식입니다.
레퍼런스는 어느 정도 쌓여야 되나요?
준잡스 : 저희는 신청 개수가 아니라 비율을 봐요. 한 회사의 직원 수가 있잖아요? 그 수 대비 이 정도면 충분히 대화가 오갈 수 있겠다고 판단할 때 오픈해 드려요.
그럼 그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준잡스 : 아직까지 정해진 비율이 명확히 있는 것은 아니에요. 계속 테스트 중에 있어요. 애초에 저희 생각은 천 명 정도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해보자는 거였는데, 카카오 같은 경우는 50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거든요. 그런데 카카오는 우리 서비스를 너무 잘 쓸 수 있는 회사잖아요? 이런 식으로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현재까지 오픈된 회사는 총 몇 개사인가요?
문잡스 : 이제 아홉 개가 됐습니다. NHN, 티켓몬스터, 쿠팡, 넥슨, 다음, 엔씨소프트, 카카오, 이베이, SK플래닛까지요.
회사 마다 사용자의 비율은 어떤가요?
준잡스 : NHN의 사원수가 5천명이 좀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4천명 가까이 쓰고 있고요. 티몬이나 쿠팡의 경우 95% 이상 쓰고 있습니다. 거의 전 직원이 다 쓰고 있어요. 다음이나 넥슨은 50%이상 쓰고 있습니다. 나머지 회사들은 최근에 오픈해서 아직 커가는 단계고요. 아, 카카오는 오픈한 지 한 달이 채 안됐는데도 50% 이상이 쓰고 있어요.
문잡스 : 사용자 풀이 늘어나기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오픈한 회사 직원들이 얼마나 스티키(sticky)하게 서비스를 사용해주는 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현재까지는 긍정적인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준잡스 : 재방문이 거의 80%에요. 계속 방문한다는 거죠.
서비스를 론칭한 지 얼마나 됐나요?
문잡스 : 12월에 론칭했으니 이제 4개월 됐네요.
서비스 론칭 4개월 만에 9개사면 좋은 지표인데요.
문잡스 : 보기에 따라 다르긴 해요. 일반 모바일 서비스는 사용자들에게 완전 오픈되어 있기에 회사 몇 개 이런 개념이 없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한 개씩 오픈을 하고 있고, 그 개수만큼 사용자 수도 늘어나요. 그 수만 보고 많다 적다를 판단하자면 사실 적은 편에 속해요. 앞으로 더 늘려나가야 하고요. 하지만 저희는 몇 개 회사, 몇 명의 사용자보다 사내에서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준잡스 : 그래서 서둘지 않으려 해요. 욕심이 있었다면 한꺼번에 수 십 개 회사를 열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의미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충분히 일어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봤어요. 그런 모습들을 통해서 이후에는 자발적으로 사용자가 저희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게 서비스 본질에 가깝다고 판단했고요.

블라인드의 열 번째 회사는 어디일까?
블라인드를 사용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익명으로 편하게 말할 공간이 있으니까 긍정적이라고 해도, 임원들과 같은 관리자 입장에서는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지 싶어요. 거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준잡스 :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희가 받은 피드백은 긍정적인 이야기가 많아요. 사원들의 거침없는 의견이 윗분들의 생각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주시고요. 나름의 균형을 찾아갈 수 있는 거죠. 아주 위에 있는 분들은 본인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의견을 듣기 마련인데 전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아주 극단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치닫는다면 경계를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그런 사례는 없어요. 저희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전제하고 있어요. 특히 회사 내라면 충분히 지성있는 토론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문잡스 : 실제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같은 직장에 다닌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비판을 하더라도 서로가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이야기를 해요. 또 한쪽이 좀 실례가 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다른 분들이 견제를 하고요. ‘왜 직장동료에게 그런 식으로 말씀 하시나요’, ‘이런 부분은 조심해서 말씀해주시면 어떨까요’식의 이야기가 오가요. 자정작용인거죠. 그런 문화는 회사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고요.
만약 정말 어긋나는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났을 땐 신고 기능을 활용할 수 있어요. 신고가 일정 수 이상 들어오면 블락 처리가 됩니다.
사람을 믿는다는 전제가 있고 없고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비단 서비스 뿐 아니라요.
준잡스 : 맞습니다. 믿을만한 서비스를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게 저희의 큰 경쟁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없는 사정이지만, 자문 변호사님도 따로 모셨어요. 이거 무척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없는 살림에 특허 출원 했고, 자문 변호사님도 모신 거요(웃음).
문잡스 : 차 팔았다니까요(웃음).
기사에 꼭 반영하겠습니다(웃음).
준잡스 : 정말 감사한 건요. 주변분들에게 저희가 어떤 생각으로 서비스를 만들었는지를 설명드리면 정말 나서서 도와주신다는 거예요. 재능기부도 많이 해주시고요.
문잡스 : 정말 감사하죠. 저희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곡해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조건없이 저희를 도와주신 분들은 서비스 의도를 알아봐 주신 거잖아요?
최근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선량한 의도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노력이 의미가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그런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게 무척 즐겁습니다.
준잡스 : 굳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익명이라는 성격 때문에 정말 재밌어요. 많은 사용자들의 의견이 활발하게 교류되고 있는 걸 보면 재미도 있고 뿌듯하기도 하고 그래요.
같은 직장에 있다는 것은 강력한 공감대가 있다는 거잖아요? 매일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식당 메뉴만으로도 정말 많은 이야기가 오가요.
재미있었던 사례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문잡스 : 있지만 말씀드릴 수 없어요. 블라인드 서비스 운영 기본 원칙이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이슈에 대해서는 절대 외부에 알리지 않는 거예요.
준잡스 : 기자님이 저희 싫어하실 거 같아요(웃음). 해당 운영원칙은 저희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사용자들도 자신들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외부로 나가지 않길 원할테니까요. 좋은 사례를 말씀드리면 좋겠지만, 그게 저희 입으로 나가는 건 그 분들과의 약속을 깨는 것 같아요.
예상된 답변이기도 하네요. 사용자들 간 오고간 대화가 아니라 흐름이나 성향 부분은 이야기 해주실 수 있을듯 싶은데요.
준잡스 : NHN이나 티켓몬스터 쪽에서 재밌는 사례가 많아요. 이에 대해선 저희가 말씀드릴 순 없지만 예전에 기사가 나간 게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간략히 개요만 말씀드리자면, 사내 공기 개선 필요성 이야기가 올라온 뒤 공기청정기가 사무실에 구비가 된 케이스, 커피 맛이 별로라는 이야기가 올라온 뒤 회사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맛 좋은 커피로 바꾼 케이스가 있겠네요.
문잡스 : 이런 부분 때문에 조금 더 어려운 게 있긴 해요. 저희는 사용자와의 약속을 잘 지켜야 하는데, 어떻게 보면 외부인들이 제일 관심 가질 이슈가 또 이런 부분이잖아요? 하지만 역시나 가중치는 사용자와의 약속에 있습니다.
제가 이런 질문을 했을 때 두 분이 대응하는 패턴이 예비창업자인 독자 분들께는 의미가 있을 듯 싶어요. ‘내가 이 서비스를 이런 정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뷰를 할 때도 이를 지키고 있다’라는 하나의 케이스를 만들어 줄 수 있으니까요.
준잡스, 문잡스 : 포장을 너무 잘해주시는데요(웃음). 네, 바로 그겁니다.
자본금은 얼마로 시작하셨나요?
준잡스 : 구체적인 금액은 말씀드리기 어렵고… 현재까지 저희 사비로 하고 있어요. 투자는 아직 받지 않았고요.
문잡스 : 우리 중 누구는 차 팔고, 누구는 작은 집으로 이사 가고…(웃음)
준잡스 : 자본금은 크게 의미가 없어요. 저희가 법인을 내긴 했지만, 아직 여섯 명 모두 월급 없이 일하고 있어요. 헝그리 정신으로요(웃음). 하반기쯤에 투자를 예상하는데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돈이 회전될 것 같아요.
투자 계획이 있으시군요?
준잡스 : 몇 곳 만나고 있습니다.
문잡스 : 고민하고 있는 단계예요.
‘당연히’ 만나고 있는 VC들을 노출하실 수 없겠죠?
준잡스 : 네(웃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라면, 여러 곳에서 연락을 주셔서 7 개사 정도 만나긴 했는데요. 구체적인 이야기를 시작한 건 아니고 인사하고 현황 정도 나누고 있는 단계예요.
수익은 얼마나 되나요? 아, 월급을 안 받으시죠.
준잡스 : 커뮤니케이션 베이스 서비스는 결국 많은 고객들이 써줘야 그때부터 뭔가를 시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걸음마를 뗀 아이에게 장래희망이 뭐냐고 물으시는 것과 같아요(웃음).
취미생활은 아니실테니, 구상하고 있는 BM은 있을듯 싶은데요?
준잡스 : 그 부분도 고객들이 결정해줄 것 같아요. 고객들의 행태에 따라 구체적인 수익모델을 만들 계획입니다. 아무래도 특정 직장에 다니고 있는 분들이기에 저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어떤 직장이고, 특정 지위가 있고, 연령대가 대략 어떻고, 소득 수준은 어떻고 하는 것들이요. 그런 것들을 기반으로 광고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광고가 아니라면 그 분들이 다른 직장을 찾으실 때, 직장과 직장을 연결시켜드리는 역할도 있을듯 싶고요. 또 하나는 결혼 적령기의 남녀가 많잖아요. 그 연결고리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이처럼 고객 분들이 어떤 유형의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는지를 보면 자연스럽게 ‘이거를 우리가 도와드리면 수익모델이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문잡스 :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수익모델에 대해 고민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서비스 자체를 더 키울 수 있도록 퀄리티를 높이고, 잘 이용하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당신의 직업적 여정은 어떠한가?
블라인드 오픈 이후 가장 뿌듯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준잡스 : 블라인드는 ‘직장인’이라는 아이덴티티가 있잖아요. 사람은 자신의 상황에 따라 하고 싶은 말이 있게 마련이에요. 직장인이면 당연히 직장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겠죠. 그런데 블라인드 이전까지는 그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없었어요. 블라인드가 그 역할들을 잘 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저희가 제일 듣기 좋아하는 말이 ‘직장에 있다 보니까 페이스북보다 블라인드를 훨씬 많이 쓴다’는 이야기에요. 정말 뿌듯한 순간이죠.
마지막으로 블라인드에 대해 이것만큼은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게 있나요?
문잡스 :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저희가 처음부터 돈이 될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면 어떻게든지 여기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도록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썼을 거예요. 그러나 그런 것 보다는 정말 순수하게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요. 어찌 보면 바보 같다고 할 수도 있는데, 그게 진짜 바보라면 저희는 그냥 바보가 되려해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어요 ‘기업 임원의 사주를 받아서 만든 게 아니냐’, ‘DB를 팔아 돈 벌 생각인 거 아니냐’ 뭐 이런 이야기요(웃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알게 모르게 그런 소문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인들이 귀띔해 줘서 알았어요.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할 생각도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준잡스 : 그런 오해는 서비스가 자리 잡는 과정이기에 나올 수 있는 거라고 봐요. 앞으로 그런 의도가 없음을 보여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익명’에는 재미있는 요소가 참 많지만, 경험해보지 않으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질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내 회사 사람들이라는 울타리를 쳐 놓으면,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정말 발전적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높은 분들이 그런말 많이 하잖아요. ‘계급장 떼고 얘기하자’라고요. 당연히 지금까지는 제대로 안 떼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익명을 전제로 하면 한 직원의 순수한 의견을 볼 수가 있게 된다고 봐요.
오늘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문잡스나 준잡스가 아니라 실명으로, 그리고 두 분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싶네요.
문잡스, 준잡스 : 근일간 좋은일로 다시 뵙길 바라겠습니다.
인터뷰 참여 : 송진숙, 방은제, 함효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