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욱 디오비스튜디오 대표 “창업에 도전하려면 나를 알아야 한다”
“창업을 하려면 가장 큰 무기인 나를 잘 알아야 합니다. 가진 무기를 알아야 어떻게 싸울지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초 배우 윤여정이 20대의 모습으로 광고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60여 년 전 과거 얼굴을 구현한 기술적 배경에는 ‘디오비스튜디오’ 등 스타트업이 있었다.
2020년 6월에 설립된 디오비스튜디오는 ‘메타버스 기업’이나 ‘생성 AI 기업’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회사의 정체성은 ‘버추얼휴먼(Virtual Human)’에 있다. 회사를 알린 첫 프로젝트도 가상의 존재인 ‘루이(Rui Li)’였다. 디오비스튜디오는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가상얼굴 생성, 합성, 디에이징과 같은 다양한 저작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아일라’와 ‘민지오’ 등 다수의 버추얼휴먼은 물론 고인이 된 가수 임윤택(울랄라세션)을 다시 무대로 소환하기도 했다.
지난 3월 29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테헤란로 커피클럽’에서 오제욱 디오비스튜디오 대표가 나서 자신의 창업기를 공유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테헤란로 커피클럽은 스타트업, 예비 창업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함께하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으로 이날 174회차를 맞이했다.
오제욱 대표는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문과생. 그런 그가 기술 기업을 창업한 것은 대기업에이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 그의 첫 직장은 무역회사인 LG종합상사 신사업 TF팀이었다. 신입사원 때부터 사업기획, 사업개발, 아이템 발굴, 사업 타탕성 검토, 시장조사를 강도 높게 훈련받았다. 창업자의 기본 소양을 일찌감치 체득한 것.
오 대표는 창업을 잘 하려면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말했다. “LG종합상사 입사 면접자리에서 면접관들에게 내가 만든 터무니 없는 사업계획서를 보여주며 발표를 했다. 나중에 왜 나를 뽑았냐고 물어보니 패기를 보고 뽑았다고 하더라. LG종합상사에서 반복된 연습, 실패를 하더라도 거듭하는 훈련을 했고, 그것이 나를 노련하게 만들었다. 연습을 이기는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골프존에서 중국과 대만의 사업 타당성 검토와 법인 설립 초기 경영 등 업무를 담당했고, SBS 계열 자회사에서는 런닝맨과 웃찾사, 짝 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다. 대기업에서 신사업을 추진하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웹서비스, 서버, 마케팅 등 공부가 후일 창업에 근간이 됐다. 지금도 AI 관련 논문이나 솔루션이 나오면 논문부터 유튜브 리뷰까지 살펴보며 트렌드 파악을 하고 있다고.
오 대표는 기술의 긍정적인 구현을 생각하고 버추얼휴먼 사업에 접근했다. 그는 “클라우드 기술이 산업계에 널리 쓰기이 전에 P2P로 불법 저작물을 유통하는 배경이 됐다. 딥페이크 기술도 음란물과 가짜 뉴스에서 악용되고 있었고, 긍정적으로 활용된 사례가 적었다. 그러던 중 중앙아시아 어느 국가에서 성소수자들의 인권 탄압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증언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케이스를 찾게 됐다. 그와 같이 인류를 이롭게 하는 방향의 기술을 생각하고 창업에 도전했다”고 전했다.
오 대표는 창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직과 창업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MBTI 검사와 직업적성검사 등을 통해 내가 어떠한 종류의 사업을 하면 즐겁게, 최대치의 효율을 내면서 할 수 있는 지를 살펴봤다. 지금은 MBTI가 놀이처럼 인식되지만, 시작은 1940년 대 남성 노동자가 지배적이던 산업계에 여성이 진출하게 되자, 이들이 자신의 성격 유형을 구별하여 각자 적합한 직무를 찾도록 할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라며 “창업을 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가장 큰 무기가 되어 어떻게 싸울 수 있는지 알려 준다.”고 전했다.
그는 핵심 팀빌딩 키워드로 ‘비전’과 ‘신뢰’, ‘실력’을 이야기했다. “팀빌딩에서 내 철학은 세 가지다. 비전, 신뢰, 실력 세가지가 다 맞아야 동료로 맞이한다. 모든 구성원이 똑같은 비전을 가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방향이 같다면 데미지는 적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같은 비전을 바라보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개개인의 성장도 꿈꿀 수 있는 지를 본다. 다음은 신뢰다. 기본적인 도덕성과 인성 그리고 상대방을 대하는 매너는 정말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탐색하는 거다. 탐험을 하는데 있어서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실력인데, 현재보다는 배우고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성AI 쪽 경력자와 전문가를 찾는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당장의 실력은 모자를 수 있겠지만, 빠르게 배우고 성장할 만한 잠재력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현재 디오비스튜디오 팀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앞서 말한 기준으로 어렵게 한 사람씩 선발을 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디오비스튜디오가 성장하는 배경”이라고 “비전과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존중이 공존하는 팀이야말로 이상적인 구성”이라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