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이폰 등장에 비견될 생성형 AI 시대를 살고있다”
지난 20일 2,0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진행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의 스무번째 데모데이 무대에는 10개 스타트업 IR과 더불어 글로벌 전문가들의 좌담회 세션도 진행됐다. 특히 이날 실리콘밸리에서 오픈AI(OpenAI)와 더불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벡타라(Vectara)’의 창업자 아마르 아와달라(Amr Awadallah)와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 석학 서울대학교 차상균 교수가 ‘기업을 위한 AI: 생존과 도약을 위한 전략과 도전’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모더레이터는 스파크랩 공동 창업자인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가 맡았다. 이하 전문 정리.
이한주 :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게 왜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을까요? 정말 큰 이슈일까요, 아니면 그냥 과대포장일까요?
아마르 아와달라 : 지금 우리 모두는 사상 최초로 인공지능과 기계가 우리 언어를 이해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화하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폰이 등장한 순간만큼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아이폰은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하던 것에서 누구나 손가락을 사용하여 상호 작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덕분에 전 세계 더 많은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죠. 우리는 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서로 상호 작용하고 싶어하고 대화하고 싶어합니다. 예를 들어 여기 우리 셋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습니다. 이 그림에 누군가를 더 넣고 싶다고 말하면 포토샵 사용법과 마우스 및 메뉴 사용법을 배울 필요 없이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은 사람이 말하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한주 : 그럼 이 훌륭한 기술을 기업에서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차 교수님은 오랫동안 이 기술 분야에 종사해 오셨고 역사의 흐름과 미래 트렌드를 잘 알고 계시죠. 교수님께도 같은 질문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게 진짜인가요? 이게 정말 중요한 문제인가요?
차상균 : 서비스 플랫폼으로서의 챗봇과 엔진으로서의 GPT가 지난 몇 달 동안 전 세계에 보내온 메시지는 AI 기술이 전략적 변곡점을 넘어섰다는 것이고, 일반 대중에게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AI의 상품화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변곡점에 가까워질 때마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기회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 거대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모든 개인의 삶과 기업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고, 이런 현상이 일어날 때 판도가 엄청나게 바뀝니다. AI 연구 분야에서 구글에 뒤쳐진 것으로 인식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와 협력함으로써 갑자기 선두주자로 부상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한주 : 하둡을 개발한 사람으로서 이게 하둡보다 더 큰 규모인가요?
차상균 : 그보다 훨씬 더 크죠.
이한주 :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의 발명가로서, 이게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보다 더 큰 사건인가요? 만약에 제가 젊었다면 직장을 그만두고 바로 이 분야에서 뭔가를 시작했을 거예요. 저는 인터넷을 보고 98년에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때가 상업용 인터넷이 막 태동하던 때였죠. 특히 애플 아이폰과 함께 모바일이 등장했을 때 정말 흥분됐죠. 하지만 지금은 1000배나 더 커졌어요. 이제 올인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아마르 아와달라 :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만 놓고 보면 아이폰보다 더 큽니다. 산업 혁명에는 미치지 못 하더라도 큰 사건인 거죠. 산업혁명은 기계를 사용하여 물건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죠. 자동차가 될 수도 있고, 크레인으로 건물을 들어 올릴 수도 있고, 지금 제가 입고 있는 양복 한 벌을 만드는 기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전 세계의 경제 구성을 재설정하는 그 물결에 올라탄 선두 주자 중 하나였죠. 그리고 한국을 비롯해 그 물결을 잘 이용한 나라들이 세계의 리더가 되었죠. 지금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젠 손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두뇌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것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한주 : 마이크로소프트가 100억 달러를 투입할 정도로 흥분하고 있고, 구글은 코드 레드를 선언했습니다. 중국의 거대 기업들도 앞다투어 참여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자본과 인적 자원이 많은 대기업들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고 투자를 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기업은 어떻게 생존하고 번창할 수 있을까요?
아마르 아와달라 : 구글은 단지 조심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기술이 올바른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으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실수로 누군가를 자살하도록 설득할 수도 있고, 잘못된 약을 복용하여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구글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사실 구글의 연구가 아니었다면 GPT도 등장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공로를 인정해야 합니다.
놀라운 오픈소스가 세상에 많이 있습니다. 메타는 GPT와 동등한 오픈 소스 버전인 LLaMA를 공개했습니다.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선보인 스타트업 스터빌러티 AI(Stability AI)는 몇일 전 GPT와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는 오픈소스를 출시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 소프트웨어가 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에 갇혀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진실은 우리 모두가 사용할 수 오픈 소스라는 데 있습니다.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차상균 : 인프라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대기업이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에는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한국이 강한 조선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배 한 척을 설계하는 데 1년 정도 걸립니다. 하지만 AI 기술을 활용하면 선박 설계 과정을 대폭 단축할 수 있습니다. 제조에서도 인공 지능을 활용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겁니다.
이한주 : 저희 회사에서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합니다. 클라우드를 관리하기 위한 SASS 플랫폼이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125명 정도 되는데, 5명씩 한 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제 125개의 모듈을 만들 수 있고 코파일럿으로 코드를 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5명을 더 고용해야 한다고 말하면 저는 이제 챗GPT를 사용하여 코딩하고 작업을 시작하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더 깊게 생각해 보면 이제는 고객이 자신의 필요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쉽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제가 만들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마르 아와달라 :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우선 기업이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고용 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며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입니다. 대형 언어 모델을 기업이 채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잘못된 데이터 학습으로 인해 일어나는 AI 오류) 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어떤 코드를 작성해 달라고 하면, 삭제하고 싶지 않은 파일을 삭제하는 것이죠.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매우 중요한 문제는 개인 정보 보호와 데이터 손실입니다. 오늘날 이러한 모델의 기본 접근 방식은 데이터로 모델을 재학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 데이터로 모델을 재학습시키게 되면 여러분의 우려가 현실이 될 것입니다. OpenAI와 같은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역량을 구축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매우 큰 문제입니다.
이한주 : 마찰도 많고, 문제도 많고, 극복해야 할 장애물도 많다고 생각하는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새로운 플레이어를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이기 때문에 기업가에게는 위협이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차상균 : 답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우선은 기술 인력이 제대로 갖춰져야 하고, 그 다음에는 방향을 단호하게 결정할 수 있는 올바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한국처럼 경제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가야 합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한 방향입니다.
아마르 아와달라 : 구글은 최초의 검색엔진이 아니고, 페이스북도 최초의 소셜 미디어가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빅테크 기업들이 앞서가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시대에 리더로 남고 싶다면, 리더 중 하나가 되어 그 자리를 유지하고 싶다면, 그리고 미래에도 리더가 되고 싶다면, GPU와 클러스터를 갖춘 지역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한주 : 이 기술을 쓰기 두려워하는 경영진도 있을 거고, 굉장히 빠르게 도입하고 싶어하는 경영진도 있을 겁니다.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어요?
차상균 : 글로벌화는 변화의 속도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실리콘밸리와 런던이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면 그 중심에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교수로서 저는 학생들이 글로벌에서 혁신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매주 실리콘밸리에서 연사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을 진원지에 보내 직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지구 저편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접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한주 : 토론을 마무리할 시간인데요. 아마르는 마이크로소프트 주식과 구글 주식,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마르 아와달라 : 그 답을 알았다면 회사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냥 투자하고 자산이 늘어나는 것을 지켜봤을 겁니다. 저는 둘 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대기업들이 혁신가의 딜레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한주 : 차 교수님은 생성형 AI나 혁신, 국가 전략에 대해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차상균 : 기업가 정신은 정말 중요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 즉 젊은이들이 스타트업을 꿈꾸고 준비할 것을 권합니다.
아마르 아와달라 : 한국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크게 꿈을 꾸세요. 오늘 데모데이 무대에 선 스타트업처럼요. 여기서 시작해서 밖으로 나가세요. 어떻게 하면 세상을 위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