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창구’에 스타트업이 바라는 것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는 기회의 문”
구글코리아 주최로 17일 ‘구글 창구 프로그램 5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구글의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 ‘창구’의 성과와 함께 선정된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창’업과 ‘구’글플레이의 각각 앞자(창+구)를 따온 ‘창구’ 프로그램은 구글과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이 함께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국내 모바일 앱·게임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한다. 특히 올해에는 작년보다 참여 기업 20개사가 추가되어 총 100개 개발사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창구 사례는 구글 내에서도 인정을 받아 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 벤치마킹되고 있다.
신경자 구글코리아 마케팅 총괄은 “창구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한지 벌써 5년이 되었다. 2019년 프로그램을 론칭할 때 구글이 세운 비전은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한국 개발사의 ‘창구’가 되는 것이었다.”며 “그간 창구와 함께한 기업들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4기까지 프로그램 참여 후 신규 앱 다운로드 수 140%, 개발사 매출 62%, 개발사 팀 규모 41%, 해외 진출 비율 69% 이상 성장했으며 누적 투자 금액 1,180억 원이라는 성과를 보였다”고 결과를 공개했다.
구글코리아는 창구 프로그램 5기에 선정된 총 100개 회사에 비즈니스 역량 강화 및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방침이다. 창업 성장지원 세미나와 글로벌 비즈니스 등을 위한 1:1 심층 컨설팅은 물론 다수의 벤처캐피털(VC)을 대상으로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데모데이 참여 기회도 늘린다. 올해는 일본의 ‘구글 포 스타트업’ 조직과 협업해 해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신 총괄은 “일본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서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한국의 우수한 개발자들이 성장하고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성장 지원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AI 기반 반려동물 행동 분석 솔루션 ‘도기보기’ 개발사 ‘펫페오톡’, AI 알약 카운팅 ‘필아이’ 운영사 ‘메딜리티’, 뷰티 영상 큐레이션 플랫폼 ‘잼페이스’ 운영사 ‘작당모의’가 사업영역을 소개하고, 구글과 함께 성장하는 경험과 기대감을 전했다 .
윤정하 작당모의 대표는 “AI 기술과 뷰티를 결합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누적 사용자가 350만명 정도 되고 향후 베트남 등 동남아 진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창구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언 메딜리티 대표는 “창구 프로그램은 국내 초기 스타트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선정된 것만으로도 파트너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고, 사업 확장과 광고, 마케팅 등에서도 구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권륜환 펫페오톡 대표는 “창구 프로그램에 지원한 가장 큰 동기는 북미시장 진출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1차적인 검증을 마쳤기에 글로벌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창구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하 스타트업 3사와의 일문일답)
창구에 지원한 계기나 동기는 뭔가. 프로그램을 통해 얻고자하는 것이 있을텐데.
윤정하 작당모의 대표(이하 ‘윤’) : 창구는 국내 스타트업이 선호하는 유명 프로그램이다.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기에 큰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해서 지원했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해외진출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구글의 도움을 받으면 의미있는 성과가 날 거라 기대한다.
박상언 메딜리티 대표(이하 ‘박’): 창구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해서 지원했다. 창구에 선정됐다는 것만으로도 비즈니스 파트너들한테 신뢰를 줄 수 있고, 구글의 인프라를 잘 활용하면 스케일업에 큰 도움이 될거라 예상하고 있다.
권륜환 펫페오톡 대표(이하 ‘권’) : 반려동물을 홀로 두고 외출했을 때 생기는 걱정은 글로벌 모두 동일할 거다. 국내에서 1차적인 검증을 마쳤기에 글로벌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창구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
3사는 AI를 활용해 독창적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윤 : 고객의 니즈에 맞춰 여러 기능을 구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도입했다. 사용자들에게서 피부 진단 요구가 많았다. 단순히 지성, 건성, 복합성으로만 피부 상태를 구분하는데, 잼스페이스는 피부타입을 65가지로 나누고 시중 화장품들과의 상관관계를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AI와 AR 기능이 필요했다.
박: 처음부터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서비스 개발을 했다.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 약국 조제실에서 알약 카운팅하는 작업이 굉장히 많다. 약은 처방전과 똑같이 환자에게 투약되는 것이 중요하기에 정확하게 해야한다. 다만 그간 검수 과정이 사람의 눈과 손에만 의존했다는 것이 페인포인트였다. 메딜리티는 필아이에 비전 AI 기술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권 :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을 두고 외출 시 홈캠, 펫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계속 지켜보긴 어렵다. 반려동물의 움직임을 놓치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혼자 있는 반려동물이 이상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서비스(도기보기)는 AI를 활용해 블랙박스처럼 반려 동물이 움직일 때만 녹화하고 끊는 프로세스이다. 반려동물이 움직이는 경로를 파악해서 어디서 많이 머물렀는지, 밥은 얼마나 먹었는지, 하울링이나 짖음의 수치는 어떤지를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 활동량을 그래프로 일간, 주간, 월간으로 비교할 수 있게 한다.
AI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거다.
권 : 일단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것이 까다롭다. 우리의 경우 정보 수집 부분에서 불편해하는 이용자가 있다. 동물만 녹화되는 기술적인 메커니즘임에도 불구하고 오해가 있는 거다. 그걸 해소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안전과 유용성을 어필하고 있다. 서비스를 완성도 있게 만들고 더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풀릴 거라 본다.
박: 필아이 앱을 2020년 11월 론칭했고 현재 글로벌 230개 국에서 사용하고 있다. 2년 반 동안 운영하며 정말 많은 상황을 맞닥뜨렸다. 사용자들은 약이 가지는 중요성 때문에 기술의 정확도가 99.9% 이상이 되기를 바란다. 늘어나는 사용자와 다양한 환경 속에서 99.9%의 정확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데이터셋의 퀄리티를 신경쓰고 있다. 정확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서비스의 존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규 AI 모델을 끊임없이 테스트하고, 현실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하는 ML옵스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윤: AI를 도입하는 회사 모두가 그렇겠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리소스가 많지 않은 스타트업이기에 효율성을 찾아가는 과정도 쉽지 않다.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계속 방향을 바꾸어 가며 맞는 방향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피드백이 서비스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이용후기가 기억에 남나.
권 : 도기보기는 펫캠 등과는 완전히 다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때문에 이용자들이 ‘우리 서비스를 통해 반려동물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어서 좋다’는 후기를 많이 남긴다. 그런 피드백을 받을 때 정말 뿌듯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박 : 기억에 남는 것은 북미 지역 약사들이 우리 앱을 ‘라이프 세이버’라고 짧지만 강렬하게 표현해 준 거였다. 국내 일반 약국이나 병원 약국에서도 ‘야근을 하지 않게 해줘서 고맙다’는 피드백을 남겨주는 것도 감사하다. 무엇보다 가장 보람을 느꼈던 피드백은 약사들이 ‘단순 업무, 반복 업무가 줄어서 환자 케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우리 서비스 취지와 맞닿은 후기이다.
윤 : 다수의 유저 반응은 구글 플레이 리뷰를 보면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거다. 사실 잼패이스와 같은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이용자의 긍정적 피드백이 우리가 한 걸음 앞으로 나가는 동력이 된다.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우리 앱을 사용하는 유저들을 목격할 때가 있는데, 티를 내지는 못하지만 굉장히 기쁘고 보람차다.
대한민국의 AI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윤 : 앞으로 AI가 우리 생활에 더 깊숙이 들어올 거라 전망한다. 여러 영역의 스타트업이 고객의 불편함을 하나하나 해소하면서 가속화 될 거라 본다. 작당모의도 해외 진출을 하는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소구되는 서비스를 제공할 거다. 우리 서비스(잼페이스)가 뷰티 분야에 AI를 활용한 의미있는 사례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박 : AI 기술의 허들이 낮아지는 시기가 되면 실생활에서 AI를 안 쓰는 분야를 찾기 어렵게 될 거라 예상한다. 기술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가진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AI 기술이 가져야 되는 역할이다.
권 : 사람들의 문제를 훨씬 더 직접적으로 돕는 형태로 AI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 예상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AI는 전문영역이라 여겨져서 일반 대중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구글 바드나 오픈AI의 챗GPT 등이 일상에서 직접적으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AI 챗봇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기술은 AI를 활용하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다. 향후 1- 2년 간 국내에 AI를 활용한 수많은 응용 소프트웨어가 출시될 것이고 그 중에서 몇 개는 국내외 시장을 선점하는 소프트웨어가 될 거다. 우리 서비스도 그런 흐름에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