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석의 스타트업 법률가이드] #106. 투자자의 동의권 조항의 유효성
2021년, 서울고등법원이 투자자의 동의권 조항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시하여 스타트업 업계에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벤처투자자(VC)가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사용하는 투자계약서에는 빠짐없이 동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은 동의권 조항에 포함된 행위를 할 때에는 VC에게 사전에 서면 동의를 받는 등 오히려 동의권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2023년 7월 13일, 드디어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대법원 판결의 주요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주주평등 원칙이란 주주는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 그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반하여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기로 하는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다. 다만,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여 다른 주주들과 다르게 대우하는 경우에도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할 수 있다.
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주의 지위를 갖게 되는 자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기로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주주들을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이지만, 주주가 납입하는 주식인수대금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었고 투자유치를 위해 해당 주주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였으며 그와 같은 동의권을 부여하더라도 다른 주주가 실질적인 손해나 불이익을 입지 않고 오히려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의 기회를 제공하여 다른 주주와 회사에 이익이 되는 등으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허용할 수 있다.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VC계약의 동의권 조항은 유효로 판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VC가 투자계약을 통해 인수하는 주식의 가치는 통상 상증세법상 평가금액의 수백 배에서 수천 배, 수만 배 이상에 해당하고, 해당 자금 없이는 회사의 존속과 운영이 어려운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실제 대부분의 동의권 대상이 경영권 감시 및 견제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래의 경우에는 VC계약의 동의권 조항이 무효로 판단되거나 그 효력을 제한할 수 있는 여지를 두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첫째, 특별한 경영권 감시 및 견제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려운 동의 조항(예를 들어 지나치게 낮은 비용 지출에 대한 동의권 등)은 일부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조항은 일부 주주에게 다른 주주들보다 우월한 권리를 부여해야 할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이 부인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동의권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약정은 원칙적으로 유효하지만, 그 금액이 과도하거나 주식인수대금을 반환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면 손해배상액은 감액되거나 무효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주주평등원칙 위반에 해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동의권에 근거한 권리 행사라고 하더라도 다른 주주들의 전체적인 이익과 상반된다는 권리 행사로 볼 수 있다면 신의성실원칙 의무 위반이나 권리남용으로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판결 이유에서 명시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스타트업계에서 다소 혼란을 불러일으켰던 부분은 조금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번 판결이 의미하는 바가 절대적으로 동의권 조항이 무효하다거나, 동의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혹은 주식매수청구를 절대적으로 유효하다는 의미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글: 법무법인 세움 정호석 변호사
–원문: : [정호석의 스타트업 법률가이드] #106. 투자자의 동의권 조항의 유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