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쌓기는 이제 그만! 젊은 그대가 당장 시작해야 할 일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졌습니다. 구글이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제법 전문적인 지식도 비교적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AMOS를 이용한 공분산 구조분석의 동영상 자료도 찾을 수 있고,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금속 질감이나 동물의 털은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자료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MIT는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공개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에 취업한 우리나라 디자이너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미국 유명 락 밴드인 저니(Journey)의 보컬로 발탁된 필리핀 출신 아르넬 피네다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아르넬 본인도 믿지 못 했을 정도로 비현실적이기까지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본다면 지식과 기회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좀 더 공평해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절반의 진실일 뿐입니다. 실제로는 역량의 격차 궁극적으로 소득의 격차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같이 높아졌습니다. 풍부한 지식과 기회를 검색하고 선별하기 위해서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롱테일 키워드를 알고 있어야 하고, 찾아낸 정보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초기 출발점의 차이가 극복할 수 없는 격차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어떤 대학이 들어가고 어떤 직장을 가지고 있는가는 어쩌면 긴 인생에 비춰 볼 때,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런 저런 자격증을 취득하고 영어 시험 점수를 몇 점 이상 받아두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스펙이 더 이상 경쟁자에 대한 진입 장벽으로 힘이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지식과 기회에 대한 접근이 과거에 비해 매우 쉬워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나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난 사람들을 따라잡기는 더욱 곤란해졌습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정보를 습득하는 속도가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럼 도대체 뭘 해야 할까요? 정말 실력을 높이는 노력은 점수도 높이지만 점수만 생각하는 노력은 장기적으로 비효율적입니다. 젊은 날에 겪은 시행착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살이라도 젊을 때 꼭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열정보다는 이해가 먼저!
먼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한 순간의 결정이라는보다는 모호한 경계를 가진 과정입니다. 현재의 상황에 너무 실망하지 말고 꾸준히 자기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자기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일생을 거쳐 직면하는 의사결정 기간은 의지만으로 극복하기에는 지나치게 길기 때문입니다. 의지와 열정만으로는 긴 시간을 견딜 수 없습니다.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인터넷은 꺼 두셔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많이 끊임없이 읽어야 합니다.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를 판단하기 위한 정보는 인터넷에 없습니다. 책 속에 있습니다. 바로 강의시간에 읽고 공부하는 그 책들 말입니다. 일시적인 유행을 따라서 난무하는 경영 경제 관련 서적이나 자기개발 서적이 아니라 소위 각 분야에 고전의 지위를 가지는 책들을 우선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어떤 책이 중요한 책인지는 어떻게 알게 되냐고요? 자주 꾸준히 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주의할 점은 꼭 자신의 전문분야에만 국한해서 독서하지는 말라는 점입니다. 관련 분야 서적을 체계적으로 탐독하면서도 비정기적으로 비관련 분야 서적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대안 탐색을 위한 사고의 범위를 넓혀 줍니다. 소위 혼합 주사(mixed scanning) 방식의 독서활동이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행동으로 이어지는 말과 글
의사소통능력을 높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것은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각종 세미나 등에 참여하는 것도 좋습니다. 협업을 해야 할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임하시기 바랍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실전에서 유사한 상황을 접하게 될 것입니다. 최소한 일기라도 계속 쓰십시오. 부족한 지식과 잘못된 의사결정은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정보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 지금도 그렇지만, 대학생들이 작성한 답안이나 에세이를 보게 되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해석이 불가능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심지어 실무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사용하는 전문 용어에 비해 구체화의 수준은 당황스러운 언어를 생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어와 수학은 어떤 측면에서는 완전히 동일한 것입니다. 가설로 도약할 수 있는 구체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말과 글을 통해 개념을 정립하고, 개념 간의 관계를 규정하고, 관계를 근거로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근거로 실행하고, 실행을 근거로 평가하고, 평가를 근거로 개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언어는 적어도 실생활에서는 죽은 언어입니다.
밖으로 나가라!
현장으로 나가 십시오. 여행을 떠나십시오. 성철 스님은 그냥 아는 것과 깨침을 준별했습니다. 지식은 메뉴일 뿐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아닙니다. 지식은 내면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내면화의 과정에 여행이 도움이 됩니다. 근거 없는 자기 확신은 진통제일 뿐입니다. 오래가지 않습니다. 자신을 내려놓고 ‘나’라는 생각마저도 객관화해보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불교에서는 동안거가 있고 가톨릭에서도 피정이 있는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재미있는 것 보고 맛난 음식 먹는 관광을 하지 말고 여행을 하시기 바랍니다. 멀리 떠나는 여행은 바로 옆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갈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주저하지 말고 좀 더 멀리, 좀 더 길게 여행을 떠나세요.
포기하면 편해?
젊은이에게도 사회는 녹록하지 않습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부족하거나 또는 다른 고민으로 인해 여행이나 독서는 고사하고 생활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투쟁인 젊은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은 마음속 깊이 바라는 그것을 잠시 포기하십시오. 그래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잊지는 마세요. 그리고, 언젠가 때가 되면 또다시 시작하십시오. 긴 인생에서 아주 조금 늦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기회는 우리의 인내심과 관계없이 인과율에 따라 우리에게 찾아올 뿐이며 문제의 해결책은 문제와 전혀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지금이 힘들다면 지금 힘든 만큼만 힘들어하셨으면 합니다. 근거 없는 희망과 낙담으로 스스로를 더 괴롭히지는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