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노하우79] 판례로 보는 연구노트의 힘! 증거로서의 법적 효력
블록체인 기반 연구노트 솔루션 ’구노’를 개발하는 레드윗의 김지원 대표입니다. ‘구노하우’는 많은 스타트업이 겪는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안내해드리는 칼럼입니다.
연구노트 기록은 연구의 진실성을 확보하고 연구를 계속하는 데 유용할 뿐만 아니라 연구의 독자성을 증명하고 연구 결과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증거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증거로서 법적 효력을 가지는 연구노트의 기능을 판례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영업비밀 보호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연구노트에 기재된 프로젝트의 실행계획, 실험 프로토콜, 특정한 실험조건 등은 연구활동에 있어 유용한 기술정보입니다. 실패한 실험에 대한 정보라도 말입니다. 경쟁업체에서는 실패를 회피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함은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하여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합니다. 비밀로 관리되는 것은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를 말합니다. 그리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그 정보의 보유자가 그 정보를 사용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판례1: 연구노트 통해 영업비밀 침해 여부 증명 가능(대구지방법원 2020가합209963)
이 사건에서 원고(전 E대학교 생명응용과학부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자신의 연구원이었던 피고 B가 연구실을 퇴사하면서 연구실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연구자료 및 연구노트 포함)을 무단 반출하여 피고 C(I대학 약학과 교수)와 함께 ‘이 사건 제1, 2, 3논문’ 작성에 사용하였다고 주장하게 됩니다. 또한, 피고 B와 피고 C가 그들의 신규 연구비 과제 수행에 원고의 영업비밀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며 영업비밀 침해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에 피고 B가 반출한 연구노트를 포함한 연구자료를 검토하였으나, 원고가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연구 내용은 과거에 발표된 제3자에 논문, 과거에 작성된 연구노트의 내용을 그대로 기술하거나 참조하는 등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거나 ‘이 사건 제1, 2, 3논문’에 기재된 내용과는 다르므로 피고가 원고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더불어 원고가 평소 연구실 밖에 있는 다른 연구원들에게 실험 결과를 정리한 파일 등을 이메일로 전송하라고 자주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연구원들은 외부저장매체를 통해 실험 관련 파일들을 옮겨 어디서든 실험 결과를 정리할 수 있는 상태로 있어야 했습니다. 원고도 이러한 상태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부정경쟁방지법의 영업비밀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며, 부정취득행위조건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던 판례였습니다.
-특허출원에 대한 정당한 권리자 보호
특허법 제33조에서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자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34조는 무권리자가 특허를 선점(모인출원)하는 것을 막는 보호 장치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발명진흥법(제2조 제2호, 제10조~제19조)에서는 종업원이 회사에서 직무발명을 하여 기업이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승계한 경우, 발명자인 종업원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연구노트는 올바른 권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증거로 활용됩니다.
판례2: 연구노트 기록 통해 직무발명보상금 지급 인정(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1725)
이 사건에서 피고(식품진공포장기계 회사)는 원고(전 직원)를 공동발명자로 하고 피고를 특허권자로 하여 총 3건의 발명을 출원하여 특허등록을 받았습니다. 피고는 이 사건 발명들을 실시하여 제품을 생산,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얻었습니다. 원고는 이에 정당한 직무발명보상금의 일부로 3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걸었으나, 원고가 주요 발명자인지 여부, 발명으로 인한 독점적・배타적 이익 여부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1심 패소 판결을 받았으며, 이에 원고는 연구노트 등 객관적 자료를 보완하여 1심 판결에 항소하였습니다.
항소 과정에서 원고가 제출한 연구노트는 당시 발명의 핵심 구성 및 제품의 개발에 발생하는 문제 및 그 해결 과정 등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의 발명들을 출원하는 과정에서 특허출원 담당자에게 그에 관한 기술적 사상 및 특징을 설명한 사실이 인정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원고는 이 사건 발명들에 대한 주요 샘플 제작 및 테스트에 주요 발명자로서 실제 관여하였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피고는 이 사건 발명들 일부가 미국에서는 특허등록이 되지 않았고 무효사유 이력이 있으므로 독점적·배타적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어 직무발명 보상금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각 발명이 적용된 제품의 생산은 특허권을 취득한 국내에서 이루어졌다는 점과 이 사건 발명들의 기술 혁신의 정도가 피고의 매출과 독점 납품 계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원고에게 직무발명보상금 지급이 일부 인정(1심 판결 일부 취소)되었던 판례였습니다.
이처럼 연구노트는 작성 날짜에 대한 신뢰성을 실현하게 해주고 각 연구원이 어느 부분에, 어느 정도로 기여를 했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증거로서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대한 법적 보호는 물론 발명자를 특정할 수 있다는 점과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증거로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판례와 함께 꼭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글: 김지원 / 전자연구노트 솔루션 개발사 레드윗 대표 / 저자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