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희은 씨가 쇼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아주 어릴 적, 동네에서 꾸중 들을 일을 하게 되면 동네 어른들이 <너희 아버지 이름이 뭐냐?>고 물었는데, 자신도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거나 약간 건방져 보이는 연예게 후배들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 잘못을 저지른 입장에서는 잘못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과 꾸중을 듣는게 당연하지만, 막상 <너희 아버지 이름이 뭐냐?>라는 질문 하나만으로도 현재의 잘못이 부모님에게까지 알려져 자칫 더 큰 꾸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공포심까지 유발했다. 이는 마치 학교에서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님 모시고 와>라는 말 못지 않게 골치 아픈 질문이다. ‘부모님 모시고 와’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거역하면 말 안 듣는 학생이 되는 것이고, 순순히(?) 부모님을 모시고 오면 적지 않게 부모님의 야단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몇년 전 제주도 비행기표와 관련해서 항공사 상담 여직원에게 마일리지 승객을 차별하는이유를 따지는 과정에서 내가 쓴 방식이 이 <당신 이름이 뭐요?>였다.
회사업무와 여행 등으로 미국과 일본을 몇 번 다녀온 적이 있어서 마일리지가 제법 쌓여있다. 얼마 전 해외에 갈 일이 있어서 마일리지를 사용하려 하니 항공사가 거절을 하는거다. 나 포함 8명이 여행을 가야 하는데, 7명은 카드로 계산했음에도 불구하고 TO가 없다는 이유로 마일리지 대신 현금을 내라는 것이었다. 그 상황에서 시쳇말로 좀 열받았었다. 마일리지 승객에게는 그 자리를 줄 수 없고, 현금 내는 승객에게는 자리가 있다고 하는 것이 화가 난 가장 큰 이유였다.
내가 지금 마일리지 쓰지 않는다고 해서 은행처럼 이자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는 제주도 왕복 마일리지가 1만 포인트면 충분한데, 자그마치 50% 할증된 1만5천 포인트를 사용하게끔 만든 시스템도 불만인데, 실제 있는 자리를 없다고 하니 대뜸 나온 말이 ‘지금 안내하는 분 이름이 뭡니까?’였다. 그것이 정말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인 것인지, 아니면 충분히 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 해주는 것인지 따지기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항공사의 누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에 대한 기록이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상대방이 누군가였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그 질문을 하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안내하는 항공사 직원 입장에서는 자칫 말실수 하면 꼬투리 잡힐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고. 부담도 되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두어시간 뒤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마일리지로 해주겠다는 전화가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 이름이 뭐요?>가 영향을 끼친 모양이다.
거 참, 그렇게까지 안 하고도 해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당신 이름이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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