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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의 Daily up] 17. 빈자(貧者)의 월드컵

몇일 전 우리나라의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날은 많은 분들이 잠을 설쳤을 것이다.

1차전에서 강적 러시아하고 비겼으니, 오늘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면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니 자다가 깨서라도 응원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알제리에게 처참하게 4-2로 졌기에, 많은 분들이 실망했을 것이고,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이기기도 쉽지 않지만, 이기더라도 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야 16강에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머리 속이 복잡하게 되었다.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월드컵 경기의 승패가 단순히 이겨서 기분이 좋다, 져서 나쁘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얼마 전 <축구공 만 개를 구해주세요>라는 기고를 보고 어떤 분이 전화를 주셨다. 비록 그 브랜드의 축구공은 아니지만, 이번 월드컵을 위해 축구공을 많이 준비했는데, 자칫 월드컵이 빨리 끝나면(=우리나라가 예선 탈락하면) 큰 손해를 보게 되니 축구공에 월드컵 유니폼을 끼워서라도 판매해달라는 것이다. 또 어떤 유통업체에서 한국이 러시아를 이기는 것으로 예상하고, <승리 기념 할인 이벤트>를 기획했는데, 막상 비기자 행사를 취소할 수 없으니 <비겼지만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로 바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런 점에서 보면, 월드컵 한 게임 한 게임의 승패에 따라 특정 업체에게는 대박이 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가 되기도 한다. 

월드컵 경기가 주로 새벽시간 대에 열리다보니, 24시간 편의점은 매출이 대폭 늘었고 월드컵과 관련 없는 업종은 상대적으로 매출이 대폭 감소했을 것이다. 월드컵에 따른 특수를 누린 업체야 당연히 월드컵 열기가 지속되길 바랄 것이고, 월드컵 때문에 매출이 준 업체라도 한국 축구가 이기기를 바랄 것이다. 

그렇지만, <빈자(貧者)의 월드컵>이 되어서는 안 된다. 

1978년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을 개최했는데, 군사 정권에 대한 불만과 극심해진 빈부 격차로 인해 국민들의 저항이 심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국민들의 관심을 월드컵으로 돌리게 하기 위해 석연찮은 판정까지 동원하여 월드컵에서 우승을 했고, 국민들은 승리에 취해 정부에 대한 불만을 한동안 잊는 듯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승리의 기쁨이 차츰 식다보니 월드컵에서 우승하더라도 그들의 삶이 달라진 것이 전혀 없더라는 의미로 나온 말이 빈자(貧者)의 월드컵이다. 

그런 점에서 월드컵 특수를 누리는 업체도 그 시간이 오래지 않을 것이고, 월드컵 때문에 고전하는 업체의 시간도 오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일상으로 돌아가 평소 하던 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

전자책 사업을 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디지털 컨텐츠 유통을 하고 있다. 현재는 복지몰/폐쇄몰 벤더이자, 카드사/김기사몰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 블로그(http://dailyup.tistory.com)에 그동안 취급했던 제품과 제품을 취급하면서 경험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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