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138] 현직 커머스 종사자들이 바라보는 국내 시장은?
40조원 규모의 시장인 온라인 커머스. 잡으면 깨질 듯 놓치면 멀어질 듯, 소비자와 아주 섬세한 ‘밀당’을 해야 하는 시장이다. 인간의 본능적인 소비 욕구를 전면으로 다루는데다가 꽤 많은 자본이 돌고 도는 곳이기 때문.
최근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환경은 웹에서 모바일로 디바이스가 변화하면서 판이 한 번 흔들렸고, 공인인증서와 같은 결제 시스템의 이슈로 발목을 잡히고 있다가, 중국 기업(텐센트, 알리바바)의 움직임으로 또 다른 긴장감이 돌고 있다. 오죽하면 ‘나가지 않으면 끝난다’는 말까지 나올까.
업계의 진짜 속 이야기와 각자의 색깔대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 쿠팡(대표 김범석)의 최재훈 큐레이션본부 본부장과 쇼핑 링크 공유 플랫폼 픽업(개발사 데어즈, 대표 윤반석)의 김현수 이사, 온라인 편집샵 29CM(GS홈쇼핑 자회사, 대표 이창우)의 이창우 대표가 인터뷰이로 참여했으며, 데어즈 윤반석 대표와 김민 매니저가 배석했다.
여담이지만, 이날 간담회를 겸한 인터뷰는 방송으로 만들었으면 더 좋은 콘텐츠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소견이다. 세 인터뷰이가 가진 고민과 진심, 산업 인사이트에 대해 편집된 텍스트로만 전달할 수 밖에 없는 게 무척 아쉬운 마음이다. 동시에 그들의 가감없는 스토리를 전해 들을 수 있는 내 업에 새삼 감사한 시간이었다.
각 사에 대한 소개와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재훈 쿠팡 큐레이션본부 본부장(이하 최본부장) : 2004년도부터 커머스 분야에 있었으니 이제 10년 차네요. 다음 오픈마켓에서 커머스를 시작했어요. 이후에 디앤샵 서비스 기획팀장, 11번가 CRM 마케팅 팀장을 거친 후에 지금 쿠팡에 오게 됐습니다. 중간에 잠시 물류 쪽에도 있었고요. 쿠팡에 입사한 지는 3년이 조금 안된 것 같네요. 현재는 큐레이션본부에서 본부장을 맡고 있어요. 이것저것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참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김현수 데어즈 이사(이하 김이사) : 저도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요. 제가 후배들에게 가끔 이야기 할 때 ‘회사 생활 진짜 원 없이 했다’, ‘다니고 싶은 회사 다 다녀봤다’ 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웃음) 저는 방송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SBS 프로덕션에서 연출을 1년 조금 넘게 했습니다. ‘생방송 화제 집중’ 같은 VJ 프로그램이나 ‘SBS 리얼코리아’라고 스튜디오물 등 아침 방송을 주로 맡아 했어요. 교양 쪽도 잠깐 해봤고요.
흐름을 보니 미디어가 뉴미디어로 흘러갈 것 같더라고요. 게임, 전자상거래, 기타 나머지로 제 머릿속에서 분류가 됐고요. 그래서 전자상거래 쪽을 택했어요. 2003년도에 11번가의 전신이었던 네이트몰에서 커머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최본부장님과는 2003년도에 다음 오픈마켓팀에서 만난 게 지금까지 인연이 됐고요. 그 뒤에 CJ오쇼핑 모바일 마케팅 팀장, CJ 스마트모바일 사업기획 부장, 디앤샵 마케팅본부장과 전략그룹장을 역임하게 됐습니다. 데어즈팀에서 코파운더로 함께 한 지는 1년 반 정도 됐고요.
이창우 29CM 대표(이하 이대표) : 저는 두 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굉장히 심플합니다. (웃음) 제가 인터넷을 처음 경험한 게 2000년도쯤이에요. 당시 삼성 물산 인터넷 사업팀에서 1년 정도 근무하다가 현재의 텐바이텐 아이템을 사내에서 제안을 했는데요. 깔끔하게 거절 당했죠. (웃음) 내가 직접 해보자 하고 2001년도에 텐바이텐으로 창업을 했어요. 10년 정도 대표로 일을 했고, 지금은 29CM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현재는 GS홈쇼핑의 투자를 받아서 경영 업무를 맡고 있어요.
세 분의 커리어가 모두 다양하지만, ‘커머스’라는 동일한 시장 내에 있어요. 커머스 내에서도 각 회사의 차이점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요?
김이사 : 세 회사의 차이점은 결제 플랫폼을 가져가느냐 아니냐, 즉 직접 커머스를 하느냐 간접 커머스를 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각자 말씀을 해주시겠지만, 일단 모델의 차이가 있겠습니다. 쿠팡은 소셜커머스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쇼핑몰의 형태인 거고요. 데어즈의 픽업(PICUP)은 굳이 표현하자면 메타커머스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게이트의 일종이죠. 결제가 바로 이루어지는 플랫폼은 아니니까요. 그런 모델의 차이가 있죠.
최본부장 : 큰 공통점은 모바일로 귀결된다는 점이고요.
김이사 : 그렇죠. 얼마 전에 기사 나갔지만 쿠팡 모바일 쇼핑 앱 1위했죠?
최본부장 :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예요. (웃음) 금연했다가 담배 한 대만 피우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듯이 홍보 잘못 했다가 삐끗하면 안 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시장에서 완전히 1위인 것도 아니고요. 어떤 부분에서는 리딩하는 위치고, 어떤 부분에서는 쫓아가는 위치예요. 그래도 어떤 부분에서 리딩을 한다는 건 책임감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가 어떤 베스트웨이(Best Way)를 만들어 냈을 때, 그게 점점 파생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거든요. 그런 시도를 하는 데 있어서 고통이 따르고 제대로 안착될 가능성도 낮지만 저희는 3할에서 4할만 성공해도 긍정적이라 평가해요. 그런 사례가 생기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여기고요.
김이사 : 이런 걸 보면 고객이 기대하는 것에서의 차이도 있을 것 같아요. 쿠팡에게는 가격 등 쇼핑 생활에 대한 합리성을 기대하고 29CM에게는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경험에 대해 기대를 한다면, 픽업에게는 나만의 취향과 욕망에 딱 맞는 쇼핑 경험을 기대할 거예요. 이게 각 사의 모토이기도 하고요.
이대표 : 덧붙이자면 3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목표로 하는 볼륨인 것 같아요. 볼륨이 다르다는 건 결국 고객과 상품, 판매 방식 모든 게 다르다는 이야기죠.
29CM는 어떤 볼륨을 목표로 하나요?
이대표 : 저희는 ‘다른 볼륨’을 목표로 해요. 큰 메이저들이 취하지 않거나 취할 수 없는 것들이요. 틈새긴 하지만 그것들이 작은 것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커질 수도 있고 작게 남아 있을 수도 있는데, 거기서 어떤 가능성을 찾는 거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3사의 공통점이라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에 대해 익숙하진 않지만 도전적이라는 거예요. 쿠팡이나 픽업 같은 경우는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고, 29CM도 기존에 있던 인터넷 쇼핑몰이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가고 있거든요.
각 사가 어떻게 시장 기회를 보고 시작하게 됐는지 말씀해주세요. 이대표님은 29CM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면 되겠고, 최본부장님과 김이사님은 쿠팡과 데어즈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말씀해주시면 되겠네요.
이대표 : 텐바이텐이랑 비슷한데요. 텐바이텐을 처음 시작한 게, 해외 디자인 상품들이 해외에는 이미 많이 퍼져 있고 일반 고객들이 쉽게 구입하고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이었는데 우리나라는 전시용이나 선물용으로만 쓰이고 있었어요. 선물을 받더라도 실제 사용하기보다 진열장 안에 쌓아두는 정도의 것으로 취급됐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도 디자인 상품을 만들어내는 곳이 많았어요. 그런 걸 모아놓기만 해도 하나의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거고요.
29CM도 똑같아요. 다만 10년 정도 흐르다 보니까 기존의 텐바이텐이 취급하지 않았거나 못했던 새로운 브랜드들이 좀 많아졌더라고요. 그걸 텐바이텐에 담기에는 텐바이텐이 어느 정도 고착화, 안정화가 된 상태였고요. 새로운 브랜드들을 좀 취급해보자는 생각에 29CM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이사 : 저는 데어즈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면 되는 거죠? 이직의 시기는 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됐을 때였던 것 같아요. 주로 대기업의 전략기획이나 신규사업 쪽에 있었는데요. 대기업에 있으면 장점이 분명 많긴 하지만 새로운 걸 하고 싶어 하면서도 기존에 있는 것들을 뚫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걸 할 수 있을 때는 재미있게 일했고 못할 경우에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겼고요. 결국 제일 좋은 건 그 일을 직접 하는 거니까 데어즈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하자면, 제가 CJ에 있을 때 퍼스트룩(FIRSTLOOK)이라는 커머스 모델이 있었어요. 운이 좋게도 제가 입사 두 달 만에 회장님께 직접 보고를 하게 돼서 추진을 하게 됐는데요. 그때 지금 픽업 모델을 제안했죠. 데어즈와도 그때 인연이 된 거였고요. 그런데 일단 이해를 못하셨고요. (웃음) 두 번째는 회장님이 관여하지 않으니 일이 추진이 안 되는 거예요. 너무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이 묻어뒀다가 어떻게 기회가 생겨 이렇게 하게 됐죠.
데어즈를 오자마자 그 일을 한 건 아니에요. 저도 솔직히 잊고 지냈죠. 당시 이름이 픽업도 아니었고요. 그냥 제 하드 어딘가에 있었어요. 그러다가 마켓 사이즈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찾다가 끄집어내게 된 겁니다. 픽업이란 이름은 윤대표(데어즈 대표)가 새로 브랜딩할 때 네이밍한 거고요.
최본부장 : 저도 비슷한 부분들이 있는데요. 제가 플래텀을 보다가 기자님 내용도 읽게 됐어요.
김이사 : 이 분은 이 일을 안 하셨으면 아마 탐정이 됐을 거예요. (웃음)
최본부장 : 어쨌든 찾아보니까 플래텀 입사하기 전에 고려하셨던 게 오너십을 주도할 수 있느냐, 임원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느냐, 회사의 성장 가치가 내 비전과 맞느냐 등등이시더라고요. 사실 저도 커머스 계에서는 대기업 쪽에 있었고 문화가 그렇다 보니 어느 순간 오너십의 한계를 느꼈어요. 보통 내가 할 수 있는데 주도할 수 없는 환경일 때 오너십의 부재를 많이 느끼잖아요. 거기에다 회사의 성장 가치까지 나의 가치관과 어긋나다 보면 괴리감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고요.
당시만 해도 쿠팡으로 이직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가족의 반대’라고 우스갯소리로 많이 말했거든요. 그땐 쿠팡이 작고 불안정 했을 때니까요. 요즘은 그래도 가족의 반대는 없어요. (웃음) 어쨌든 오너십이라는 게, 회사의 크기가 작든 크든 나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느냐, 날 얼마나 믿어주느냐의 문제인 것 같은데요. 그 믿음에 대해 한번 신뢰가 깨졌었는데 쿠팡에서는 가능할 것 같다고 판단했고, 실제로도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당시만 해도 쿠팡이 불안정했을 땐데,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셨나요?
최본부장 : 사실 잘 몰랐어요. 왜냐면 그 때 쿠팡이 생긴 지 1년이 채 안 됐을 때였거든요. 지금도 이제 4년 차이고요. 주변에서는 잠깐 반짝하고 말 거라는 의견도 있었어요. 다만 저는 시장 가능성이라기보다 역량에 대해 더 생각을 했었고요.
저희가 표방하는 건, 굉장히 새로운 비즈니스라기보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에 집중하는 거예요. 보통 대부분의 커머스가 CS를 표방한다고들 하잖아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CS를 얼마나 뼛속 깊이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을까요? 요즘 제가 하는 일은 매출을 챙기는 게 아니고 상품을 내리는 일이에요. 퀄리티가 좋지 않은 상품은 당장에는 매출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 매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사실 이게 쉽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당장 1000개 2000개 더 팔면 매출에 분명 도움이 되고, 지금 이게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상품을 내린다 한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나 저희가 비즈니스를 1년 하고 끝낼 게 아니고, 앞으로 10년 20년 할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무척 크게 생각해요. 제가 이 영역에 대해 오너십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극단적인 CS를 우선적으로 하기 때문이었다고 보고요. 그 부분이 저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커머스 시장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볼게요. 최근 커머스 시장의 현황 및 각 사의 성장, 혹은 판도의 변화, 그에 대한 대응 사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죠. 각 사의 이야기든 시장에 대한 이야기든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최본부장 : 쿠팡이 앱 다운로드 수 1000만을 넘기면서 어느 정도 볼륨 우위를 지켰어요. 지난달에 700만 명 정도의 유저를 확보했는데요. 지금 26개월 간 계속 모바일 트래픽에서 1위를 하고 있어요. 이 모바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먼저 해보고 싶어요.
모바일 커머스의 시작이 이렇게 급변한 게 2년이 채 안된 것 같은데요. 그동안 굉장히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데 핵심은 ‘스피드’ 딱 하나였던 것 같아요. 정책의 유연성 등 고객의 레퓨테이션(Reputation)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을 보였느냐, 편리성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해 줬느냐 이런 플레이였던 거죠. 기존 시장이 상품 또는 공급자 관점이었다면 이제는 고객 관점으로 바뀌다 보니 프로세스도 많이 바뀌었고요.
커머스에 있어서 ‘가장 편리한 쇼핑’ 또는 ‘신뢰’, ‘고객 우선주의’와 같은 키워드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서비스 자체는 그 키워드에 최적화 돼 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고객의 호흡 주기보다 우리의 호흡 주기가 더 길면 안 되는데 기존엔 좀 그렇게 해왔던 거죠. 더 짧은 호흡 주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쿠팡이 지금 700만 유저를 확보할 수 있었던 건 고객들의 반응에 최대한 즉각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에겐 고객의 요구에 대한 즉각적인 서비스, 상품을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미션이 있었던 거죠.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볼게요. 한 쇼핑몰에서 뭘 하나 사려고 할 때요. 하나의 상품에 대해 너무 많은 딜이 있었고 조건이 있는 거예요. 그 와중에 조금이라도 이익을 챙겨야 하니까 어렵게 가장 좋은 조건의 딜을 찾게 되죠. 얼마 차이는 안 나지만요. 3만 원 이상 무료배송인 걸 보고 딱 결제를 하려는데 원치 않은 할인쿠폰이 적용돼 3만 원 미만이 되더니 배송비 결제를 해야만 하도록 바뀌는 거예요. 이럼 욕 나오는 거거든요.
이런 상황을 우리도 알고 있었어요. 이에 대해 고객이 어떤 걸 원할 지도 알고 있으면서 어찌 보면 그걸 이용했던 것 같아요. 싸게 보여주고 막상 들어오면 옵션 붙이는 그런 것 있잖아요. 고객을 학습시키고 훈련시키려는 노력을 했던 거예요. 그러나 이건 고객이 원하는 게 아니었죠.
고객은 빠르고 편하고 쉽게 물건을 사고 싶고 리스크는 감당하기 싫어해요. 그러면 빠르고 쉽게 살 수 있도록 해주고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게 저희가 추구해야 할 본질인 거잖아요.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렸다고 봐요. 저희가 모바일 리더의 자리를 계속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베스트웨이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시도한 부분에 대해 언급해주신다면요?
최본부장 : 작년에 ‘왜 2만원, 3만 원 이상 결제해야만 무료 배송을 해줘야 해?’ 라는 생각을 했어요. 더 싸게 할 수는 없냐고요. 그러다가 9800원을 저희가 처음 내놓게 됐죠. 사실 여러 가지 여건 상, 거의 불가능하다고들 이야기 했지만 추진했고 결국 저희의 모멘텀이 되기도 했어요. 지금 시장에서는 9800원 이상 무료배송이 아주 보편적인 게 됐고요.
더불어 요즘은 서비스 퀄리티를 더 강조하고 있어요. 1000개, 2000개 매출이 좋은 제품이라도 단 2건의 불만의 소리가 있어도 그 딜을 내립니다. 원인을 파악하고 다시 수정해서 올리는 거죠. 많이 파는 것 보다 고객의 레퓨테이션이 저희에겐 더 의미 있는 거니까요.
시스템에 대해 말하자면, 저희는 특히 앱에서 A/B테스트가 굉장히 활성화 돼 있어요. 앱 내에서 여러 플레이라든지, 서비스나 광고, UI 개편 등 저희 생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고객 반응에서 먼저 출발해요. 버튼 하나를 바꾸더라도 그냥 바꾸지 않고요. 실제로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희가 정말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 걸 좋아하기도 했거든요. 결국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보통은 기획자, 개발자의 의견으로 만들잖아요? 모든 비즈니스가 마찬가지겠지만 가장 정확하고 빠르고 결점 없게 만들어주는 건 고객의 피드백이에요. 재차 강조하지만 고객의 레퓨테이션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가장 핵심이에요. 그래서 고객 우선주의일 수밖에 없죠.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에서는 고객 우선주의가 더욱 중요하다, 편리성에 대한 고객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김이사님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시겠어요?
김이사 : 데어즈의 픽업은 지난 5월에 론칭한 서비스라 커머스 분야를 함께 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온라인 커머스 시장은 인터넷 비즈니스로 접근하느냐 유통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른 시각이 될 것 같아요.
인터넷 비즈니스 입장에서 수익모델을 따져보면, 미디어를 통해서 광고를 팔 수 있을 거고요. 게임처럼 경험을 팔 수도 있을 거예요. 게임이란 건 아이템을 사든 뭘 하든 즐거운 경험을 얻기 위해 하는 거잖아요. 마지막으로는 실물을 판매하는 것, 진짜 판매로 수익을 내는 게 커머스 모델일 거고요.
제 생각은 온라인 커머스의 본질은 유통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유통으로 볼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성장 지속성에 대한 부분이죠. 인터파크가 등장한 이후로 10년 넘게 온라인 쇼핑은 매년 성장세가 두 자리 수 이상이었어요. 아시다시피 유통은 두 자리 수 이상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았어요. 대형마트는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됐고 편의점은 꾸준히 두 자릿수 이상이지만 사이즈 규모가 훨씬 작고요. 온라인 쇼핑이나 홈쇼핑을 합친 개념인 무점포 커머스 유통에 비해 사이즈가 4분의 1밖에 안되니까요. 그런데 온라인 쇼핑은 현재 40조원이 훨씬 넘는 규모의 시장인데다가 10% 이상 꾸준히 성장을 해왔어요. 앞으로 계속 성장할 지에 대해 묻는다면, 저는 분명 성장한다고 확언합니다.
성장에 대해서도 채널 확장의 성장인가 파이 확대의 성장인가로 나눠볼 수 있을 거예요. 즉, 기존 인터넷 시장이 모바일 시장으로 이동할 것인가, 온라인 커머스의 파이 자체가 커질 것인가 라는 말인데요. 둘 다 성장해요. 기존 40조원 규모의 시장이 웹에서 모바일로 이동도 하고 있고요. 자체 파이도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성장의 요인은 무엇이라 보세요?
김이사 : 오프라인 유통만 있다가 온라인 유통으로 오는 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잖아요. 마켓에 대해 설명할 때 주로 이 자료(아래 사진)를 활용해요. 이커머스(eCommerce)의 핵심 밸류는 이 모델을 따라갑니다. 원형 모델의 가운데에 있을수록 강력한 요소인 거고요. 바깥 쪽 요소는 안 쪽 원의 요소를 이기지 못해요. 학문적 근거는 없습니다. 제 이야기예요. (웃음)
커머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쪽에 있는 세 가지(신뢰, 가격/상품, 배송/CS)예요. 그 중에서도 신뢰가 가장 강력하죠. 무슨 말이냐 하면, 백만 원짜리 카메라를 살 건데 용팔이닷컴이 있고 5만 원이 더 비싼 Hmall이 있어요. 그럼 내 돈을 떼어먹지 않을 거라는 기본적인 신뢰 때문에 5만 원이 비싸더라도 Hmall를 선택하게 되죠. 그런데 문제는, 신뢰도는 어느 정도의 임계점을 지나면 변별력이 없어져요. Hmall과 롯데닷컴 중 누가 더 신뢰도가 높으냐 이건 의미가 없는 거죠. 그 다음은 가격과 상품 싸움이거든요.
오프라인 유통에서 온라인 유통으로 넘어왔고 온라인에서도 기존 종합몰,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이렇게 넘어가는 걸 보면, 가격과 상품에 대해 어떤 솔루션을 제공했는지가 관건이었어요. 종합 쇼핑몰의 경우 모델 자체가 오픈마켓보다 가격 경쟁이나 상품 구성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있죠. 즉, 항상 더 나은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것들이 주도해왔어요. 그건 UI가 편하거나 브랜드가 잘 됐거나 하는 거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고요. 그래서 밖의 요소가 안의 요소를 넘지 못한다는 거죠.
가격과 상품, 신뢰에 있어서 쿠팡, 위메프, 11번가의 변별력이 없어지자 그 다음엔 여기(배송/CS)로 갔어요. CS에서 철저해 지는 겁니다. 하루 배송, 9800원 이상 무료 배송, 철저한 고객관리 등 이런 것들이요. 여기서도 싸움이 안 되면 그 다음은 마일리지를 누가 더 많이 주느냐와 같은 리텐션(Retention)이 되겠죠. 여기서도 안 되면 혜택이 같으니 기왕이면 편한 곳을 찾게 될 테고요.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UI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긴 한데요. 마켓이 진화한다고 해서 이 밸류가 바뀔 것 같진 않아요. 바뀌는 부분이 있다면 신뢰 2.0이 되는 걸 거예요.
처음 말한 신뢰가 내 돈을 떼어 먹지 않을 거라는 아주 1차원 적인 거라면, 신뢰 2.0은 너무 많은 상품 중에서 선택해야만 하는 소비 피로도를 줄여주는 것에 대한 신뢰일 거예요. 가격이든 상품이든 고객 경험이든 CS의 퀄리티든 나에게 최적화 된 서비스라고 생각이 들면 더 이상 찾아 볼 필요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정보 습득에 유리한 기술 환경이 돼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찾아 볼 수 있게 됐지만, 한편으론 그 행위 자체에 피로도를 많이 느끼고 있어요. 계속 찾아보려는 욕구와 최적화된 파트너를 찾으려는 모순된 욕구가 혼재하는 거죠. 이러한 부분을 채워주는 서비스가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핵심이 되지 않을까 해요.
‘큐레이션’에 대한 관점인데요. 쿠팡에서 큐레이션본부로 지칭한 것도 같은 맥락인 거죠?
최본부장 : 그렇죠. 지금 신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고객 관점에서 제대로 제안을 해줄 수 있는가가 관건일 거예요. 하나의 상품에 대해서도 의심하지 않고 제안해준 걸 그대로 믿고 살 수 있게끔 해주는 것, 이 큐레이션 기능이 참 중요한 거죠. 이게 곧 편한 쇼핑이기도 하고 신뢰이기도 하고요. 저희 모토와도 비슷한 부분입니다.
이커머스 핵심 밸류에 대한 설명과 소비 피로도를 낮춰줄 수 있는 큐레이션 기능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김이사님, 이어서 설명해주신다면요?
김이사 : 온라인 커머스 성장 요인의 두 번째 키워드는 컨버전스(Conversions, 전환) 또는 인테그레이션(Integration, 통합)이에요. 커머스가 포털, 오프라인 유통, 모바일 다 각자 걸어왔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이것들이 통합이 되고 융화가 돼 가고 있어요. 대형마트든, 온라인 커머스든, 플랫폼 사업자든 O2O에 집중하고 있는 거라든가, 애플이 아이비콘(iBeacon, 애플의 BLE(Bluetooth Low Energy)를 활용한 근거리 데이터 통신기술 시스템)을 위주로 활용하려는 거라든가요. 미국 시장도 다양한 결제 사업자들이 진출하고 있잖아요. 이건 커머스 사업자나 일반 플랫폼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것들이 융합 또는 통합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서 확장요인을 발생시키고 있는 거거든요.
마지막 세 번째는, 결국 인프라 싸움이 될 것 같아요. SNS를 예로 들자면요. 페이스북을 뛰어 넘기 어려운 이유는 사용자가 13억이라서가 아니고 모든 요소들이 인프라화 됐기 때문이에요. 커머스에선 아마존이 그렇죠. 아마존은 넘사벽이 돼 가고 있잖아요. (웃음) 제가 과거에 겪었던 커머스 기업들의 대표님들은 모두 아마존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다만 유통 관점에서 아마존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존은 사실 유통회사라기보다 기술 회사죠. 아마존을 살펴 보면, 커머스의 핵심 밸류에 대해서도 집중하지만, 한편으로는 요소들의 치팅(Cheating)게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그걸 인프라화 시켜 나갔어요. 독립적인 인프라는 자체 배송, 물류 이런 거지만 업계 전체 인프라가 되게 되면 정말 넘사벽이 되는 거거든요. 결국 인프라화 시킨 플레이어가 허들을 높인 거예요.
그래서 커머스 업계에서도 어필리에이트 모델(Affliate Model, 다른 웹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방법으로 광고주와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 퍼블리셔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퍼블리셔는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로부터 광고주들이 올린 링크를 가져와 달고 이 링크를 통해 제품의 구매가 이루어지면 퍼블리셔가 보상을 받는 모델. 데어즈의 픽업은 유저들이 퍼블리셔의 역할을 하는 모델)을 인프라화 시키려고 하고 있는 거죠. 픽업은 유저들이 퍼블리셔의 역할을 하는 모델인 거고요.
29CM는 또 ‘다른 볼륨’을 강조하는 곳이니 다른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대표 : 얼마 전에 누군가가 경쟁사가 누구냐는 질문을 하더군요. 제가 대답을 한 건 인터넷으로 물건을 파는 회사는 모두가 경쟁사라는 거였어요.
지금 시장은 10년 동안 어느 정도 정립이 됐다가 어느 순간 판에 콩을 종류 별로 심고 다 흔들어 버려 모두 섞여 버린 상태라고 생각 되는데요. 텐바이텐을 했으니 디자인 시장의 예로 들어 보죠. 텐바이텐이나 1300K로 인해 시장이 나름 의미 있게 커질 때 디자인 회사들이 많이 생겨났어요.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누가 남아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외국에 몰스킨이라는 회사가 있거든요. 그 브랜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디자인이 안 바뀌었어요. 우리나라에 그 많던 디자인 회사들은 트렌드랍시고 디자인을 바꾸고 서로 베끼고 하다가 결국은 잘 안되거나 작은 시장만 가져 갔어요. 결국 10년 전 디자인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몰스킨이 우리나라 디자인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요.
온라인 커머스 시장도 저는 마찬가지라고 봐요. 10년 이상의 시간을 꾸준한 가치를 추구하며 성장한 회사가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최저가를 표방하는 G마켓 정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쿠팡 본부장님이 계셔서 하는 말이 아니라 쿠팡을 정말 높이 사는 게 계속 추구하는 가치가 분명히 보이거든요. 여담이지만 저희가 프로그래머 구하기가 정말 힘든데 그때 마다 하는 말이 ‘다 쿠팡에 가 있나보다’예요. (일동 웃음) 그게 현 시장이고, 최근 모바일 때문에 판이 한 번 더 흔들리고 있는데요. 아직 이 시장에서 확실히 리딩하는 곳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봐요. 고객의 변화를 빠르게 쫓아가기 위해 노력을 하는 중인 거죠. 그 중 가장 확률이 높은 회사가 쿠팡이라고 보고요. 속도라던가 고객 지향적인 부분, 기술적인 투자 등 쿠팡에 대한 기대가 있어요.
시장 안에서 29CM를 보자면, 그것과는 조금 다른 접근 방식이에요. 추구하는 가치를 먼저 쌓고 혹시 크게 될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있는 거거든요. 29CM의 과제는 저희만의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신뢰, 큐레이팅이든 셀렉이든 그런 것들이 볼륨화 될 수 있을까를 검증해내야 하는 부분이 되겠죠. 지금 시장은 모바일로 인해 고객이 먼저 움직였고 커머스 기업들이 쫓아가고 있는 상태인데요. 저희는 그 다음 시장을 보고 있어요.
그 다음 시장이라면요?
이대표 : 제가 생각하는 건 디스플레이예요. 흔히 영화에서 봐왔던 화장실 거울에 디스플레이가 되고, 스마트폰이 아닌 쇼윈도나 어떤 스크린에서 디스플레이가 되는 거죠. 구글 글래스가 됐든 뭐가 됐든, 그게 시작 됐을 때 커머스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저희가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29CM의 CM이 가진 의미가 커머스와 미디어(Commerce&Midea)인데요. 쉽게 말해 광고 자체가 커머스화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요. 이건 디스플레이가 받쳐줘야 가능한 이야기거든요. 결국 29CM가 가야 할 방향이 커머스와 미디어의 결합이라고 보고 그 부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모바일로 인한 판도 변화가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는데요. 앞서 나왔던 ‘편의성’ 외에 다른 변화라면 어떤 게 있나요?
최본부장 : 편의성에 덧붙이자면 프리퀀시(Frequency)죠. 웹에서는 목적성 방문이었다면 현재 모바일에서는 목적성과 충동성이 함께 존재해요. 정말 그냥, ‘Just Visit’ 이에요. 소비자 조사 중에 지금도 제 뇌리 속에 남아있는 키워드가 미용실 잡지 같은 거라는 거예요. 미용실 잡지는 돈 주고 사서 보거나 시간을 내서 보지 않잖아요. 갔다가 보이면 잠깐 펼쳐 보는 것, 그런 재미인 거죠.
즉, 쇼핑에는 목적성과 충동성이 있는 건데, 모바일은 이 둘을 모두 충족시켜주기에 무척 알맞았던 거예요. 웹 기반 서비스는 여러 장소에서 디바이스 제한이 있었으니까요.
김이사 : 전적으로 동의해요. 편의성, 소비 피로도를 낮추는 것, 디바이스 특성과 맞물리면서 프리퀀시가 높아진 부분. 덕분에 소비자의 소비 패턴은 훨씬 비이성적이 됐고요.
여기에 첨언하자면, ‘개인화’예요. 개인의 취향과 같은 정성적 요소들이 높아진 거죠. 모바일 환경은 개인 인적 정보나 행정적 정보뿐 아니라 내 컨텍스트를 다 담을 수 있잖아요. 위치부터 속도, 데이터 등등이요. SNS의 인프라화도 한 몫 했죠. 모바일이라는 디바이스가 제공한 개인화의 요소에다가 SNS와 같은 소프트웨어가 제공한 개인화의 요소까지 극대화 된 거예요.
현재 국내 모바일 커머스 시장의 위기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최근 중국(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움직임으로 커머스 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고 하는데요. 국내 결제 시스템에 관한 이슈도 빠질 수 없을 테고요.
김이사 : 위기라면 우리가 글로벌로 진출할 때의 위기가 있을 테고 내수 시장을 지킬 때의 위기가 있을 텐데요. 일단 지금 내수 시장이 급하니 먼저 이야기를 한다면, 말씀하신 공인인증서부터 문제죠. 대통령서부터 공인인증서 없앤다고 하고 있는데 카드사가 안 움직이니 없어지지 않고 있잖아요. 한중 FTA가 뚫린 뒤 관세가 조종되는 등, 많은 허들이 있어도 직구 시장은 쭉쭉 성장하고 있어요. 만약 양국 간 무역에 관련된 규제가 해제 되고 알리페이 등 인프라 적인 게 들어온다면 분명 이슈가 있을 거예요. 최근 알리페이가 가맹을 맺거나 하는 시도가 많다고 업계에서 이야기가 들리고 있어요. 아까 말했듯 모바일에서는 편의성이 무척 중요한데, 특히 결제 편의성이요. 그런 부분에서 고객 경험으로 침투해 들어온다면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어요.
제품은 잘 모르겠네요. 정량적인 공산품들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잖아요. 실제로 중국 쪽에서 물류를 구축하는 건 좀 힘들다고 보고요. 때문에 인프라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한 쪽에서 상품을 소싱하고 다른 쪽에서 배송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네요. 정성적 제품은 이미 경계가 없어진 상태이고요. 인프라의 측면으로 들어오는 게 가장 큰 위협일 거예요.
내수시장에서는 결제 시스템에 대한 부분을 말씀해주셨는데요. 글로벌 진출에 있어서 위기라면요?
김이사 : 글로벌 진출에 대한 위기는 이미 와서 덮치고 있죠. (웃음) 텐센트나 애플 등의 플랫폼들이 커머스 영역을 넘어 융합 단계를 거쳐 자리를 잡고 있으니까요. 진작 내수 시장에서 규제가 다 완화 돼 그에 대한 체력을 길렀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없었으니까요. 글로벌로 진출할 길은 이미 많이 차단이 된 것 같아요.
최본부장 : 저는 사실, 아마존이 들어오네 마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어떻네 등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내수 시장도 웹에서 모바일로 변화했고, 아까 융합에 대한 것도 이야기 했지만 어떤 형태로든 시장이 변화하면 틈새 영역들이 생기거든요. 그건 또 다른 발전 가능성들이 있다는 거죠. 도태될 것들은 자연스레 도태가 될 거고요. 위기가 곧 기회라고 저는 생각해요.
최근에 아마존 직구 등 해외 직구 사이트들을 이용해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로 인한 문제들도 많아졌죠. 그러다 보니까 내수 시장에서 해외 직구를 어떻게 풀어보려는 시도들이 나오고 있어요. 그건 시장이 관심을 갖는 영역이 변화함에 따라 비즈니스의 기회도 함께 변화하는 거거든요. 위기가 더 많을 수도 있고 기회가 더 많을 수도 있는데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환경은 위기를 많이 겪어야 대외적인 경쟁력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쉽진 않지만, 그런 위기를 겪지 않은 채 내수시장에서 채널 간 전이만 가지고 우리끼리 MS(Market Share, 시장 점유율) 싸움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런 경쟁을 통해 전체 시장이 성장하긴 하겠지만, 더 많이 성장하려면 ‘플러스 알파’라는 게 존재해야 하잖아요. 그럼 결국 나가야 하는 거거든요. 해외의 여러 선진 시스템이든 새로운 패러다임이든, 탄력적으로 받아주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거예요. 그런 관점에서 저는 최근에 직구 서비스가 많아지고 아마존의 프라임 유저가 하는 걸 보면, 또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요소들이 생기는 거구나 싶어요.
김이사 : 그건 확실한 것 같아요. 외부로부터 유입된 위기는 항상 공백을 만들죠. 공백은 곧 기회이거든요.
너무 멋진 말이네요.
최본부장 : 아, 왜 난 이런 말 못하는 거지?
이대표 : 전 이하동문입니다.
(일동 웃음)
이대표 : 저도 앞에 말씀과 같이 위기라는 말 속에 기회가 숨겨져 있는 거라고 보고요. 커머스 안에서 어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느냐에 따라 기회가 더 많을 지 위기가 더 많을 지 달라질 거예요. 인프라 쪽은 확실히 위기가 많고요. 판매를 하는 유통 쪽에 있어서는 분명 기회가 더 많을 거라 봅니다.
이런 위기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나서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최본부장 : 다 필요 없고 공인인증서만 어떻게 좀. (웃음) 그거 하나가 모든 걸 해결해주는 건 아니지만, 이를 해결하는 게 하나의 계기가 된다면 못할 게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이사 : 정부에서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청와대 발 5월 20일 부로 규제는 해제 했거든요. 표면적으로는 정부에서 더 이상 할 게 없는 거죠. 나머지 이해관계자들이 안 움직이는 거니까요. 이해관계자들은 그 구조가 해결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잖아요. 작은 덩치들이 아니니까 더 움직이기 어려울 테고요. 이 이해관계자들을 움직이는 걸 정부가 해줘야 하지 않겠나 생각해요. 규제 완화의 이슈가 아니라, 그 이후의 행위를 해야 한다는 거죠. 사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되는 게 항상 중요했지만 공인인증서에 대한 부분만큼은 조정이 필요하다고 봐요.
최본부장 : 지금까지 공인인증서를 바라보는 시각은 공급자와 이해관계자였죠. 여기서 배제된 건 유저들이에요. 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근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요. 고객 입장에서보면 이런 이해관계는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이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라는 게 안타깝죠.
김이사 : 정 조정하는 게 힘들다면 차라리 외부로 다 열어줘서 알리페이 등 외국의 인프라가 결국 먹어버리게끔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럼 본인들이 혁신하지 않아서 본인의 파이는 줄어들게 되겠죠. 외부로부터 유입된 위기가 고객에게는 더 최적화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고요.
긴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이제 마지막으로 3사의 발전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시고 마무리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최본부장 : 커머스 시장은 워낙 급변하는 시장이고 급변하는 것의 주체는 유저예요. 쿠팡이 배송 품질을 최고로 끌어올리고 딜의 매출보다 퀄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딱 하나예요. 고객의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 위해서 거든요. 그를 통해 고객에게 신뢰를 주고 싶은 거고요. 비슷한 가격, 비슷한 품질이라면 다른 곳으로 이탈하지 않고 쿠팡을 선택할 수 있도록요.
TOM(Top Of Mind, 최초 상기) 가져가려면 어설픈 서비스로는 안 돼요. 그런 관점으로 많은 시도들을 하고 있고, 그 후에 고객 조사를 해보면 만족도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높아요. 이런 걸 보면 저희는 답을 알고 있는 거죠. 너무 당연한 거지만 고객에게 더 친절하게, 더 싸게, 불안하지 않게 해주는 거요. 당연한 가치를 당연하게 서비스 해주는 건 용기가 필요하고 투자가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게 저희의 전략이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과도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이 기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베스트웨이를 만들어 내고 싶어요. 조만간 서비스 퀄리티에 대한 TOM으로 쿠팡이 거론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김이사 : 픽업은 신뢰나 상품의 가격에 있어서 양 사와는 달리 직접 판매 모델이 아니잖아요. 시장 관점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서비스인데요. 어떤 문제냐면, ‘이거 어디서 사?’가 아닌 ‘이런 거 어디서 사?’ 라는 고객들의 요구인 거예요.
소비자가 무언가를 구매할 때는 남에게 영향을 받게 되는데요. 지금까지는 그에 대한 욕구를 제대로 해소해 준 경우가 없었어요. 온라인을 통해 대답해준 주체가 있다면 MD라고도 볼 수 있을 텐데요. 그러나 MD들이 추천 상품으로 보여준 건, ‘이런 거 어디서 사?’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이런 걸 사세요.’에 불과했어요. 또한 클릭을 바탕으로 한 DB 마케팅, CRM시스템이 대답해 준 건, 글세요. 이런 시스템이 하는 답변은 향후 100년 이내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요. (웃음)
결국 사람들이 어떤 사람을 보고 ‘이런 거 어디서 사냐’고 물어봤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런 건 어디서 살 수 있다’를 알려주면 되는 거거든요. 그게 저희 서비스인 ‘픽업’인 거고요. 개인적으로는 전에 없었던 서비스를 최초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에 대해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있어요. 이게 처음에 말씀 드렸던 ‘개인화’와도 연결되는 부분이죠. 저희는 개인화에 대한 부분을 소셜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고, 그 사이클이 돌아가면서 데이터가 쌓이면 또 다른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요.
또 다른 차원에서 재미있는 포인트를 찾는다면, 고객 입장에서 쇼핑은 사고 싶은 것과 살 수 있는 것,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아요. 보통 어느 한쪽만 해결해왔고요. 일반 쇼핑몰은 살 수 있는 것들을 모아서 보여주죠. 쇼핑몰이 소싱해 온 것들, 즉 그들이 팔 수 있는 것들이요. 최근에 핀터레스트와 같이 사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서비스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고요.
저희는 사고 싶은 것, 살 수 있는 것 둘 다 보여주는 서비스예요. 픽업을 이성적으로 설명할 때 ‘쇼핑 링크 공유 서비스’ 라고 하는데요. 감성적이고, 인간 친화적인 말로 설명할 때는 ‘쇼핑 사생활 욕망 폭발 서비스’ 라고 불러요.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저희는 상품이 아니고 욕구를 판다는 거거든요. 욕구가 폭발해서 행위로 이어지려면 살 수 있는 것과 사고 싶은 것이 맞춰져서 매칭률이 높아져야 하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있어요.
이제 나온 지 두 달이 조금 안 됐는데요. 이번 달 지나면 iOS 출시도 되니까, 앞서 말씀 드린 두 가지 요인에 더해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커머스 시장 발전에 저희가 새로운 측면으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기대하고 있어요.
이대표 : 29CM는 아웃사이더예요. 이렇게 계속 있을 거고요. 창업을 한 저의 성향이기도 해요. (웃음) 제가 직원들에게 PT를 할 때 항상 보여주는 사진이 있는데요. 새 떼가 V 자로 날아가는 사진이에요. 전체적으로 아름답기도 하고 항상 선두가 있어서 그 리더를 따라가고 있죠. 그런데 그 옆에 그냥 막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여줘요. 무슨 의미냐면요. 커머스 시장이 굉장히 크고 의미 있고 선두의 자리싸움이 치열하지만요. 교보문고에 책이 많을 뿐이지 모든 책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분명히 거기에 없는 책을 간절히 찾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책들을 더 재미있게 읽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주고 해결해주자는 게 29CM의 포지션이에요. 때문에 저희는 서비스의 볼륨이 대중화가 되면 오히려 그걸 버리고 다른 것을 찾게 될 거예요. 29CM는 사람들이 일반적이지 않은 것들을 찾을 때, 새로운 시도나 새로운 가치,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곳이 되고 싶어요. 분명 기업이기 때문에 그게 어느 정도 볼륨을 가져야 하겠지만, 그게 성공하면 또 새로운 것을 찾을 거고요. 최종적으로는 온라인 커머스 시장 안에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아름답네요. 커머스계에서 각 사 나름대로의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나가길 바라겠습니다. 세 분, 긴 시간 동안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최본부장, 김이사, 이대표 : 감사합니다.
인터뷰 참여 : 김보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