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모두 같은 길로 달렸다. 열 개의 발걸음이 하나의 길을 밟았다. 무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앞선 자의 등에는 땀이 배었고 뒤따르는 자의 눈에는 먼지가 끼었다. 그것이 순위였다. 길고 긴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앞으로도 계속될 달리기였다.
누군가 말했다. 이 땅은 혼자 먹기에는 넉넉하나 둘이 먹기에는 모자란다고. 처음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오천만의 사람이 사는 땅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손님이 되어줄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렀다. 길이 좁아졌다. 배달 음식을 나르던 자들이 치열하게 다투었다. 하나였을 때는 살이 쪘으나 셋이 되자 뼈가 앙상해졌다.
사람들은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미 있는 길을 걸었다. 발자국 위에 발자국을 덧댔다. 그들은 남의 길을 걸으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고 믿었다. 그것이 착각이었다. 같은 길은 결국 같은 곳으로 이어졌다. 그곳에는 이미 승자가 있었다.
길은 둘이었다. 하나는 남들이 가는 길이었다. 그 길에서는 반드시 혼자가 되어야 했다. 다른 하나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었다. 그 길에서도 혼자여야 했다. 어느 쪽이든 결국 외로워야 했다. 그것이 이 땅의 숙명이었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둘이 되었다가 셋이 되었다가 넷이 되었다. 그러나 결국 모두가 굶주렸다. 시장은 좁았다. 양식은 모자랐다. 그들은 서로를 잡아먹었다. 살아남은 자는 결국 혼자였다.
실리콘 계곡의 사내가 있었다. 빌 그로스라 했다. 그는 말했다. 길을 아는 것보다 때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는 수백 개의 기업을 키웠다. 그들이 자라고 시들고 죽는 것을 보았다. 기록했다. 헤아렸다. 마침내 깨달았다. 때를 잡은 자가 살아남았다.
사람들은 처음에 아이디어를 믿었다. 좋은 생각이 전부라 여겼다. 그러나 아이디어는 바람 같았다. 불었다가 사라졌다. 그다음은 팀을 믿었다. 좋은 사람들이 모이면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팀은 구름 같았다. 모였다가 흩어졌다. 돈도 있어야 했다. 그러나 돈은 비와 같았다. 내렸다가 말랐다.
때는 달랐다. 때는 계절과 같았다. 봄이 오면 얼음이 녹았다. 씨를 뿌릴 수 있었다. 때는 사람의 마음이었다. 사람의 마음이 익어야 했다. 얼음이 녹지 않은 땅에 씨를 뿌리면 싹이 트지 않듯,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물건을 내밀면 손이 닿지 않았다. 봄을 기다려야 했다.
에어비엔비와 우버는 때를 알았다. 바람의 방향을 읽었다. 범이 새벽을 기다리듯 기다렸다가 움직였다. 기다림이 길었으나 움직임은 빨랐다. 그들은 혼자였다. 새로운 길을 걸었다. 그들은 호텔을 만들지 않고도 잠자리를 팔았고, 택시를 사지 않고도 이동을 팔았다. 그들은 가벼웠다. 무거운 것은 늙은 자들의 몫이었다.
사내들이 파도타기에 비유했다. 자신의 파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파도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기회도 그러했다. 기회는 겁 없는 자의 것이었다. 두려움 없이 걸어 들어가는 자의 것이었다. 파도를 두려워하는 자는 결코 서퍼가 될 수 없었다. 기회를 두려워하는 자는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
옛것을 모르는 자가 새것을 만들었다. 애플은 전화를 모르고 전화를 만들었다. 테슬라는 자동차를 모르고 자동차를 만들었다. 무경험이 곧 혁신이었다. 지식은 때로 족쇄가 되었다. 묵은 것을 아는 자는 새것을 만들지 못했다. 노키아는 전화를 알았으나 새로운 전화를 만들지 못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를 알았으나 새로운 자동차를 만들지 못했다.
백 년 전 군함이 증기선으로 바뀌던 때와 같았다. 돛을 다루던 뱃사람들은 증기기관을 다룰 줄 몰랐다. 그들의 경험은 쓸모없어졌다. 새로운 바다는 새로운 선원을 원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은 변했다. 경험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사람을 원했다.
때를 아는 법은 하나였다. 사람을 읽는 것이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려면 말의 숨결을 읽어야 했다. 세상의 숨결을 읽어야 했다. 창업자는 냉철해야 했다. 자신의 욕심이 아닌 세상의 때를 보아야 했다. 세상은 준비가 되어 있을 때만 열렸다. 문을 열 때를 알아야 했다.
변화는 늘 있었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찾아왔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 창업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세상을 바꾸고자 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세상의 때를 알아야 했다. 빌 그로스가 그것을 증명했다. 숫자로, 경험으로, 관찰로 증명했다.
길도 알아야 했고 때도 알아야 했다. 때가 무르익어도 길을 모르면 죽었고, 길을 알아도 때를 놓치면 죽었다. 살아남는 자는 혼자였다. 그는 자신의 길을 걸었고 자신의 때를 알았다. 혼자 걷는 길은 외로웠으나 그것이 살아남는 길이었다.
타이밍은 춤과 같았다. 음악이 시작되기 전에 움직이면 안 되었고, 음악이 끝난 뒤에 움직여도 안 되었다. 정확한 순간에 움직여야 했다. 창업도 그러했다. 너무 일찍 나서도 안 되었고, 너무 늦어서도 안 되었다. 때를 맞추어야 했다.
강물은 언제나 흘렀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거세게 흘렀다. 좋은 뱃사공은 강물의 흐름을 읽었다. 창업자도 마찬가지였다. 시장이라는 강물의 흐름을 읽어야 했다. 그래서 창업자들은 오늘도 세상을 읽는다. 시장을 읽는다. 사람들의 눈빛을 읽는다.
그들은 기다린다. 때로는 몇 년을, 때로는 몇 십 년을 기다린다. 때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들은 기다리는 동안 준비한다. 팀을 만들고, 실행력을 키우고, 아이디어를 다듬는다. 자금도 모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눈빛을 읽는 것이다. 그들은 안다. 때가 왔을 때 주저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그곳에서 때는 익었는가. 혼자인가, 여럿인가. 길은 보이는가, 때는 보이는가. 세상은 이미 열려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아직 닫혀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아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것이 이 시대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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