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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당신 주머니에 들어올 ‘그것’의 정체

지난해 12월, 구글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OpenAI의 내부 문서가 주목받았다. ChatGPT를 만든 OpenAI의 전략서였다. ‘ChatGPT: H1 2025 Strategy’라는 제목의 이 문서는 그들의 그리는 미래를 담고 있었다.

문서 작성 후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OpenAI는 실제로 계획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OpenAI가 구상하는 2026년의 일상은 이렇다. AI가 당신의 일정을 미리 파악해 “오늘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으니 우산을 챙기라”고 알려주고, 회의 자료를 미리 점검해둔다. 더 이상 우리가 AI에게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우리를 먼저 챙기는 세상이다.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o1과 같은 차세대 추론 모델들이다. 기존 ChatGPT는 질문에 답하는 데 집중했다면, 새 모델들은 ‘추론’이 가능하다. 복잡한 문제를 단계별로 분석하고,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해 최적의 해답을 찾아낸다. 마치 인간이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말이다.

전략 문서는 이 모델들이 마침내 “에이전트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만큼 똑똑해졌다”고 평가했다. 단순히 답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를 대신해 실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서 작성 당시 OpenAI가 제시한 계획들을 보면, 실제로 몇 가지는 현실이 됐다. ChatGPT가 이전 대화를 기억하는 메모리 기능이 강화됐고, 웹사이트에서 직접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Operator’라는 에이전트 기능도 출시됐다.

하지만 완전한 ‘슈퍼 어시스턴트’까지는 갈 길이 멀다. 문서에 명시된 야심찬 계획들 중 상당 부분은 여전히 진행 중이거나 미래의 일이다. 특히 전용 하드웨어를 통한 ‘항상 함께하는’ 경험은 2026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조니 아이브와의 협력이다. OpenAI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디자인한 조니 아이브의 스타트업 ‘io’를 65억 달러(약 9조원)에 인수했다. OpenAI 역사상 최대 규모다.

조니 아이브는 최근 “지난 30년간 내가 배운 모든 것이 이곳, 이 순간으로 이끌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OpenAI CEO 샘 알트먼도 “AI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려면 새로운 종류의 컴퓨팅 폼팩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폼팩터가 무엇인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화면이 없을 수도 있고, 손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집 안 곳곳에 스며들어 있거나 몸에 가까이 붙어 있는 형태일 가능성도 있다.

이번 인수가 특히 충격적인 이유는 애플과의 관계 때문이다. 조니 아이브가 애플을 떠난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애플의 상징적 존재였다. 그런 그가 AI 분야에서 애플의 경쟁자와 손을 잡은 것이다.

그동안 애플은 AI 분야에서 다소 뒤처진 모습을 보여왔다. 구글의 제미나이, OpenAI의 ChatGPT가 세상을 놀라게 하는 동안, 애플은 여전히 Siri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이 가장 아꼈던 디자이너가 경쟁자와 손을 잡았다는 소식은 애플에게 분명 자극이 될 것이다.

OpenAI가 자체 하드웨어를 갖게 되면서 게임의 규칙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구글, 애플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AI 서비스의 유통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OpenAI가 직접 사용자와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략 문서에서 OpenAI는 사용자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에서 ChatGPT를 기본 AI 비서로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정한 대안 없이 자사 AI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OpenAI가 구글의 아성인 검색 분야에 본격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점이다. 문서에는 “완전한 인터넷 인터페이스가 되려면 검색 인덱스와 웹에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현재 ChatGPT는 웹 검색 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을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독자적인 검색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OpenAI는 최근 ChatGPT Search 기능을 강화하며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OpenAI도 현실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현재 ChatGPT는 주당 3억 명이 사용하는 세계 최대 AI 서비스지만, 연간 50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보도됐다.

전략 문서도 이런 딜레마를 인정했다. “성장과 수익이 영원히 일치할 수는 없다”며 거대 기술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이런 문제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2025년 상반기에는 수익화보다 사용량 증대에 집중하고, 하반기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변화가 일반 사용자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새로운 비용이 생긴다. AI 전용 하드웨어 구매비(예상 50-100만원대), 프리미엄 AI 서비스 구독료, 늘어난 데이터 사용으로 인한 통신비 등이다.

하지만 절약 효과도 크다. 각종 앱 구독이 불필요해지고, 생산성 향상으로 시간을 아낄 수 있으며, AI의 최적화된 판단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가장 큰 우려는 프라이버시다. 24시간 모든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AI가 수집하는 데이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음성, 위치, 행동 패턴까지 수집되는 상황에서 해킹이나 유출 시 피해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 AI 의존성도 심각한 문제다. 편리함의 대가로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퇴화할 위험이 있다.

애플은 Siri와 Apple Intelligence 통합으로 대응하고 있고, 구글은 Gemini 모델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Copilot을 윈도우 전반에 깊숙이 통합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DeepSeek 같은 후발주자들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구체적인 제품 공개는 2026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알트먼은 “이전에는 결코 없었던 수준의 품질을 갖춘 소비자용 하드웨어 제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니 아이브가 관여한 제품들은 실제로 세상을 바꿨다. 아이팟은 음악 산업을, 아이폰은 모바일 혁명을, 아이패드는 태블릿 시장을 창조했다. 이번에도 그런 혁신이 가능할까.

사람들은 벌써 이들의 협업 결과물을 “AI의 아이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제품들 중 상당수가 시장에서 외면받은 것도 사실이다. 구글 글래스나 마이크로소프트 킨엑트가 대표적이다.

그래도 9조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만큼 OpenAI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성공한다면 우리는 정말로 새로운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또 하나의 값비싼 실험으로 남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컴퓨터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왔듯이, 이제 스마트폰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으로 넘어가는 시점 말이다.

2026년, 그들이 내놓을 답을 조용히 기다려보자. 그 답이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킬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답이 우리 삶을 또 한 번 바꿔놓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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