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BETTER里: 관광인구 충전지원 사업'(이하 배터리)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달 29일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에서 열린 성과 공유회에서는 지자체와 투자사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방소멸 위기를 혁신적으로 극복하려는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공개되었다.
특히 충북 제천의 사례는 방치된 문화자원의 재발견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폐교를 개조한 ‘한국차문화박물관’은 그동안 지역민조차 그 가치를 인지하지 못했던 숨은 보물이었다. 한·중·일 3000여 점의 차도구와 보이차 컬렉션이라는 귀중한 문화자산이 사실상 사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 ‘로컬앤라이프’는 MZ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포착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오마카세’ 문화를 차(茶) 문화에 접목시킨 것이다. ‘티마카세’라는 혁신적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관광객들은 보이차의 깊은 맛과 향을 체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단양의 실험은 또 다른 차원의 혁신을 보여준다. 흔히 외국인들은 서울에만 머문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하지만 앤코위더스는 이러한 편견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3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FIP Tour’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구인사의 풍경과 도담상봉의 절경은 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는 결국 정보의 문제였던 것이다. 제대로 된 정보와 적절한 안내만 있다면, 외국인들도 얼마든지 한국의 지방도시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이번 배터리 사업은 충북 제천시와 단양군에서는 ‘기술로 맞이하는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주제로, 경북 안동시와 봉화군에서는 ‘고도(古都)에 기술을 입히다’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100여개 스타트업이 혁신적 사업모델을 제안했고, 그중 20개 기업이 최종 선발되어 올해 하반기부터 각 지자체 현장에서 실증사업을 진행해왔다. 이들의 활동은 내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선발된 스타트업들은 지역의 숨겨진 자원에 주목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나 유휴 주택 등 기존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던 자원들을 관광 자원으로 재발견했다.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데도 성공했다. 특히 충북 제천·단양에서 활동한 ‘하이케어푸드’는 외국인을 위한 QR 메뉴판을 개발·배포해 1600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역의 명소들을 활용해 야외 방탈출 게임을 기획한 ‘팬블러’도 수백 명의 관광객 참여를 이끌어냈다.
경북 안동·봉화 지역에서도 눈부신 성과가 이어졌다. ‘디어먼데이’가 운영하는 워케이션센터는 260명이 넘는 이용객을 유치했으며, 관광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이쿠’는 1300명이 넘는 관광객들을 지역 곳곳으로 안내했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방문객 수의 증가를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이번 실증사업의 의의를 강조했다. 단순히 관광객 증가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지역에서 실제적인 사업 기회를 발견하고 지속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인구 유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배터리 프로젝트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를 새로운 시장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스타트업들을 발굴할 수 있는 좋은 예시”라며 “앞으로도 블루포인트는 로컬의 콘텐츠와 인프라를 접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들과의 도전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배터리 프로젝트의 성과는 지방소멸이라는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결합된다면, 인구 감소로 고민하는 지방도시들도 충분히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들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지방소멸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뒤집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이끈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혁신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실험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의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한 다음 과제일 것이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