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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대전환’ 77억 다운로드가 보여주는 모바일 금융의 현재와 미래

한국 금융 앱 시장의 진화하는 역학 관계: 세무 대리와 암호화폐의 급증 / 자료출처=센서타워

금융이 변하고 있다. 아니, 이미 변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센서타워가 발표한 ‘2024년 전 세계 모바일 금융 앱 현황’ 리포트는 전 세계 금융 앱 다운로드 수가 2020년 46억 건에서 2024년 77억 건으로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77억이라는 숫자는 지구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물론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금융 앱을 사용할 테니 실제 사용자 수는 이보다 적겠지만, 그래도 이 숫자가 주는 충격은 작지 않다.

특히 인도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2022년 15억 건이던 다운로드 수가 2024년에는 17억 건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동남아시아와 미국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다른 지역들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상시 접속이 가능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 세계가 모바일 금융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암호화폐 앱의 성장이다. 2024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암호화폐 앱 다운로드는 133%나 증가했다. 4억 건에 달하는 숫자다. 디지털 지갑과 P2P 결제 다운로드가 7.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반면 대출 앱은 7.7% 감소했다.

세부적인 이용 행태를 보여주는 세션 수도 흥미롭다. 디지털 지갑 앱의 세션 수는 35% 증가한 615억 건, 암호화폐 세션 수는 30% 증가한 16억 건을 기록했다. 사람들이 단순히 앱을 다운로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광고 시장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에서는 금융 서비스 브랜드의 디지털 광고 지출이 크게 늘었다. 2024년 1월부터 10월까지 64억7000만 달러를 지출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3% 증가한 수치다. 연말까지 미국의 총 디지털 광고 지출은 7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고 노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시장의 광고 노출 수는 6960억 회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연말까지는 8350억 건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가별로 들여다보면 더 흥미로운 현상들이 보인다. 미국의 경우 디지털 지갑과 P2P 결제 앱은 1억1270만 건에서 1억740만 건으로 4.7% 감소했다. 소비자 뱅킹 앱도 4.3% 감소했다. 반면 암호화폐 앱은 1910만 건에서 3730만 건으로 95.2%나 증가했다.

일본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디지털 지갑과 P2P 결제는 6140만 건에서 4320만 건으로 29.7%나 감소했다. 하지만 소비자 뱅킹 앱은 3750만 건에서 4130만 건으로 10.1% 증가했다. ‘Vpass’ 같은 모바일 뱅킹 앱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암호화폐 앱도 30.8%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살펴보자. 디지털 지갑과 P2P 결제는 3870만 건에서 3680만 건으로 5% 감소했다. ‘모니모’ 같은 앱들이 사용자들의 선호도에 맞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소비자 뱅킹 앱도 3520만 건에서 3190만 건으로 9.4% 감소했다. 모바일 뱅킹이 이미 보편화된 탓이다.

반면 세무 대리 및 계획 앱은 610만 건에서 820만 건으로 34.4%나 증가했다. 디지털로 세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암호화폐 앱은 45.2%나 증가했는데, ‘업비트’가 이 성장을 이끌었다.

다른 아시아 지역도 비슷한 양상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 암호화폐 앱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암호화폐 앱이 56.1%나 증가했다. 뉴질랜드에서는 디지털 지갑과 P2P 결제가 5.7% 성장했고, ‘Binance’ 같은 플랫폼 덕분에 암호화폐 앱도 35% 증가했다.

‘Binance’는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인도 시장에 재진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다운로드와 활성 사용자 수가 크게 늘었다. 광고에도 공을 들여서 8월에는 인도의 AdMob과 Facebook, 일본의 TikTok과 Facebook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모든 현상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각 나라는 자신들의 규제 환경과 시장 성숙도에 맞는 방식으로 디지털 금융을 발전시키고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기존 금융 앱의 성장이 둔화되는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이 있다. 모바일 금융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암호화폐 앱의 폭발적인 성장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숙 시장에서 전통적 금융 앱의 성장이 둔화된 것은 역설적으로 이 서비스들이 이미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다는 증거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그 변화는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혼란스럽지만, 분명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변화를 이해하고, 그것이 가져올 미래를 준비하는 것뿐이다.

플래텀 에디터 / 스타트업 소식을 가감 없이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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